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북측은 천혜의 지하자원 부국이다. 북측에는 석유(동아시아 최대로 추정되는 매장량 735억 배럴, 3조6,000억 달러), 석회석(세계 10위권 매장량 1,000만t, 8천300억 달러), 마그네사이트(세계 최대 매장량 36억t, 1,050억 달러), 철광석(세계 4위 매장량 50억t, 616억 달러), 금(세계 10위권 매장량 2,000t, 191억 달러) 같은 값비싼 지하자원들이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처럼 값비싼 지하자원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천연우라늄이다.
세계 최대의 천연우라늄 부국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천연우라늄 매장량은 499만t인데, 북측의 가채매장량은 450만t이며, 추정매장량은 2,600만t이나 된다. 캐나다의 천연우라늄 생산량은 2008년 현재 전세계 생산량의 20.5%를 차지한다. 1999년 통계를 보면, 캐나다는 그 해에 천연우라늄 1만t을 수출하여 5억 달러를 벌었다. 캐나다가 10여 년 전에 거래한 국제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북측에는 당장 채굴이 가능한 2,250억 달러 규모의 천연우라늄이 묻혀있는 것이다. 거기에 추정매장량까지 더하면 그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처럼 막대한 양의 천연우라늄은, 다른 값비싼 지하자원들과 더불어, 장차 한반도에 세워질 통일정부가 21세기 국책사업으로 개발할 보고(寶庫) 중의 보고다. 한반도의 통일경제가 거대한 통합력을 발휘하여 지하자원개발과 자립경제발전을 촉진하면 통일국가의 총인구 7,300만여 명(2010년 말 현재)에게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보육, 무상급식, 저가주택공급, 모성보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한반도에 세워질 통일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복지시책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천연우라늄 매장량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북측이 우라늄을 이용한 에너지개발에 무관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0여 년 전 북측의 우라늄 광산을 방문한 러시아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당시 북측의 천연우라늄 생산능력은 연간 2,000t 수준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의 천연우라늄 생산능력보다 약간 많은 양이다.
이제껏 북측은 많은 천연우라늄을 채굴하여 어디에 썼을까? 녕변 핵시설단지에 있는 5MW급 흑연감속로 연료로 사용해왔음이 분명하다.
만일 북측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풍부한 천연우라늄을 그 발전소에 연료로 공급하였다면, 자원과 기술을 100% 자체로 조달할 수 있으므로 전력문제를 일찌감치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측은 전력부족으로 무수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 까닭은, 원자력발전소가 미국군의 선제공격목표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군의 전쟁위협이 북측의 경제발전을 제약해왔다는 점은, 에너지 자립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에서도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적고, 자원도 제한적이어서 핵에너지가 아니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나라들 가운데 네덜란드가 있다. 그 나라의 동부지역 알메로(Almero) 우라늄시설단지에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세 나라가 합작한 우라늄농축기업 유렌코(URENCO)가 있다. 2006년에 유렌코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원전기업 아레바(AREVA)와 합작하여 최신형 원심분리기를 제작하였으며, 2009년부터 그 최신형 원심분리기를 가동하여 우라늄을 농축하기 시작했다. 그 최신형 원심분리기의 특징은 진공상태에서 거의 마찰 없이 고속회전하기 때문에 이전에 개발된 원심분리기보다 훨씬 적은 전기(시간당 약 40kw)를 소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2010년 11월 북측이 미국인 핵과학자의 현장방문을 통해 세상에 공개한 녕변 핵시설단지의 원심분리기가 바로 네덜란드의 알메로 원심분리기를 본떠 제작된 최첨단 원심분리기라는 점이다. 본떴다는 말은, 구체적인 기술정보를 전수 받지 않고 원리만 파악한 조건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미국의 핵과학자들은 최첨단 핵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한 북측의 놀라운 실력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북측이 자력으로 개발한 최첨단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것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장차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하여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북측이 강성대국 건설에서 날로 높아지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경수로 발전소를 세우는 일은 필수적이다.
둘째, 북측은 미국군의 선제공격을 막아낼 군사력을 보유하였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의 무력침공을 북측이 무슨 수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북측은 인민군의 재래식 억지력과 핵억지력에 더하여 비밀무기로 무장한 제3억지력까지 보유하였으므로 미국과의 전면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면 기상천외한 전격전으로 한반도 전쟁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국군을 최단기간에 제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셋째, 북측이 최첨단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하였으니,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에 달려있다. 만일 북측이 자국 영토에 묻혀있는 막대한 천연우라늄을 이용하여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면, 북측의 핵무기고에는 신종 핵탄두가 가득 들어찰 것이고, 핵기술 획득을 열망하는 제3세계 각국이 북측에게 핵기술 지원의 손길을 내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가장 두려워하는 핵확산 위기의 폭발을 뜻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결심하느냐 마느냐 하는 사상 최대의 문제를 두고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경악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우라늄 부국이며, 세계 최첨단 우라늄농축기술국인 북측이 자기 영토에서 채굴한 무진장한 천연우라늄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대한 국제정치문제로 급부상하였다. 최첨단 핵기술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압박하고 국제정치계를 쥐고 흔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에 한반도 평화문제와 비핵화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월 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