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5

진실의 말팔매 (1) 미국 해군연구소의 치졸한 장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반북 악선전의 광기가 번득이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워싱턴에서 아시아대륙을 향해 전파를 날마다 쏘아대고 있다. 상식을 파괴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반북 악선전의 오물을 쏟아내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 방송에 나오는 반북 악선전은 악의에 가득찬 왜곡과 날조다. 3자가 북측에 들어가 <자유아시아방송>의 반북 악선전이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할 수 없는 한계상황을 악용하여, 그들은 거리낌 없이 날뛴다.

2010129일 그 방송이 운영하는 웹싸이트는 미국 해군연구소(Naval Research Laboratory)가 자기들에게 제공하였다고 하면서 사진 한 장을 실었다. 한반도를 밤중에 인공위성에서 찍은 흑백사진이다. 20101029일에 촬영한 그 위성사진을 보면, 남측 전역은 전기불빛으로 환한 불야성인데, 북측 전역은 전기불빛이 거의 한 점도 보이지 않는 암흑천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반북 악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연락하여 2009년에 촬영한 위성사진도 제공받아 함께 실었다. 2009년과 2010년의 북측 전기사정을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비교해 보나마나, 그들이 제시한 위성사진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한 위성사진. 왼쪽은 2009년 미국 항공우주국이 찍었다는 위성사진. 오른쪽은 미국 해군연구소가 2010년 10월 29일 촬영했다는 위성사진.

20061012일에도 영국의 극우성향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거의 똑같은 위성사진이 실렸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가 그 신문사에 반북 악선전을 좀 더 확실히 해보라고 넘겨준 것이다. 그는 그 위성사진을 자기의 장관 집무실 책상 유리판 아래에 넣어 보관하고, 그 위성사진을 확대하여 미국 국방부 청사에 걸어놓고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반북 악선전에 열을 올렸다. 그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그 위성사진을 가리키면서 "전력난으로 고통을 겪는 북코리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경제성장이 멈춘 북코리아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수치이며 비극"이라고 떠들었다.

럼스펠드가 2005년 공개한 위성사진

그는 2005316일 때마침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몇몇 한나라당 의원들을 예방일정이 없었는 데도 자기 집무실로 불러들여 그 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고, 그 사진 복사판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선물로 주었다. 북측에 대한 악의가 얼마나 지독했으면 그토록 줄기차게 반북 악선전을 벌였을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뒤 이번에는 미국 해군연구소와 <자유아시아방송>이 합작으로 럼스펠드식 반북 악선전의 광기를 부렸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풀기 힘든 문제는, 야간 위성사진에 북측 전역이 왜 그토록 암흑천지로 나타났는가 하는 것이다. 북측의 전력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지만, 요즈음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발전소들을 완공하여 전력사정이 좋아졌고, 그래서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들을 형형색색 야간조명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였다는 사진보도가 나왔는데, 위성사진에는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암흑천지로 나타나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해군연구소와 항공우주국이 위성사진을 조작한 것일까?

수수께끼 같은 이 문제를 풀어줄 단서는 그 위성사진을 촬영한 날짜에 숨어 있었다. 20101029일이라는 날짜다.

20101015일부터 22일까지 미국군은 남측 곳곳에서 맥스 썬더(Max Thunder)라는 항공전력훈련을 강행하였다. 한 마디로 대북공습작전연습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군은 201010월 말 7함대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근해에 출동시켜 대규모 북침작전연습을 연속적으로 강행하려고 다그쳤다.

원래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측을 선제공습하려는 것은, 미국군 지휘부가 작성한 '작전계획 5026'에 들어있는 전쟁음모다. '작전계획 5026'7함대 항모강습단에 배속된 미사일 순양함, 미사일 구축함, 공격형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아 인민군 방공망을 파괴한 뒤, 스텔스 전투기들이 출격하여 북측 곳곳에 있는 공습목표 850여 개를 공대지 미사일로 두 시간 안에 파괴한다는 정밀타격 공습계획이다. "한미연합군은 이번 훈련(2010816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뜻함)에서 북한군을 정밀유도무기로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북한군의 미사일, 레이더 기지와 활주로, 지하시설 등 군사표적을 재분류했다." (중앙일보 2010824) 이것은 '작전계획 5026'이 인민군과의 전면전을 예상한 북침작전계획임을 말해 준다.
 
이처럼 대북공습작전연습을 마구 강행하는 판이었으니, 북측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인민군이 경계태세에 들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무력인 교도대와 로농적위대도 경계태세에 들어갔고, 전체 인민들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한반도 상공에서 사진을 찍은 20101029일 밤에는 북측 전역에서 미국군의 대북공습작전연습에 대응하는 등화관제훈련이 일제히 실시되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공개한 그 사진은 북측의 전력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범위의 등화관제훈련 장면을 찍은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2009년에 찍은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2005년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선물로 준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도 모두 등화관제훈련 장면을 찍은 것들이다.
 
북측에서는 군민일치의 기풍이 넘치고 있으니, 등화관제훈련을 하더라도 전체 인민들이 불빛 한 점 새어나오지 않게 철저히 실시한다. 순식간에 나라 전체를 암흑천지로 만드는 놀라운 협동력과 정연한 지휘체계는 전세계에서 오직 북측에서만 볼 수 있다.
 
미국군이 대북공습작전연습을 연이어 강행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인 것도 범죄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 공습작전연습에 대응하여 북측 인민들이 등화관제훈련을 하는 장면을 찍어놓고 그것을 전력난의 비극이라고 악선전을 해대니 더욱 치졸하고 범죄적이다. 남측의 수구언론매체들도 기회를 놓칠세라 그 위성사진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미국의 반북 악선전에 맞춰 광란의 춤을 추었다. 그런 치졸한 장난은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다. (2010121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