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1

트럼프의 중재요청과 시진핑의 특사파견, 허탕쳤다

[한호석의 개벽에감](275)
자주시보 2017년 11월 2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트럼프의 자화자찬,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과장일까? 
2. 중재 요청한 트럼프, 그의 요청 기꺼이 받은 시진핑 
3. 중국공산당 총서기 특사가 평양에 간 사연
4. 접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거리가 먼 해법들
5.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트럼프

1. 트럼프의 자화자찬,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과장일까? 

러시아 국제텔레비전방송 <RT> 2017년 1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일본 도꾜를 향해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순방길에 동행한 취재진과 약식으로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북조선은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큰 문제로 될 수 있지만, 그 나라의 공민들은 근면한 인민이다. 그들은 따뜻하다. 전 세계가 실제로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그들은 대단한 인민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일들이 모두에게 잘 되기 바란다.”
취재진 앞에서 조선 인민을 근면하고, 따뜻하고, 대단하다고 찬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11월 8일 한국 국회의 연단에 올라가더니 태도가 180도로 돌변하여 조선을 저주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토해놓았다. 그는 국회연설 중에 “(조선의) 지도자들이 자기 인민을 폭정과 파시즘과 억압의 기치 아래 감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면하고, 따뜻하고, 대단한 인민이 어떻게 사흘 만에 폭정과 파시즘과 억압 아래 감금당한 비참한 처지로 전락될 수 있는가? 

동일한 대상을 두고 어떤 때는 찬양하고, 어떤 때는 저주하며 해괴망측하게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15일 백악관 외교접견실에 모인 취재진 앞에서 자기가
아시아순방에서 얻어냈다는 ‘외교성과’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그 발언 중에서 조선과 관련하여 언급한 부분을 추려내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11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외교접견실에 모인 취재진 앞에서 자기가 아시아순방에서 얻어냈다는 '외교성과'를 자평하면서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장면이다. 그는 자신의 아시아순방에서 첫째 가는 목표가 조선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것이었다고 하면서, 그 첫번째 목표를 달성하였다는 '외교성과'에 대해 언급하였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그의 자화자찬에는 진실보다 과장과 왜곡이 더 많았다.     ©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순방에는 세 가지 핵심목표가 있었다”고 하면서, 첫 번째 목표는 “북조선 정권이 가하는 핵위협, 이전 행정부들 시기에 꾸준히 증대되어왔고, 지금은 긴급행동을 요구하는 그 위협에 대처하여 세계를 단합시키는 것”이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첫 번째 목표를 아래와 같이 달성하였다고 자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에 아베 신조(安培晋三) 총리와 함께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합하는 단호한 결의를 보였다고 하면서, 자신의 일본 방문 직후 조선에 대한 일본의 단독제재가 추가된 것을 ‘외교성과’로 꼽았다. 또한 그는 한국 방문 중에 진행한 자신의 국회연설을 자화자찬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조선에 대한 단독제재조치를 발표한 것과 한국의 미사일탄두중량제한조치를 폐지시킨 것,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조선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력’에 동참하겠다고 재확인한 것을 ‘외교성과’로 꼽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무슨 ‘외교성과’라고 자화자찬한 것들은 성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순방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어온 것이거나 또는 외교관례에 따른 의례적인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 그 어떤 미국 언론매체도 그가 도꾜와 서울을 방문하여 얻었다고 자화자찬한 ‘외교성과’들을 성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얻었다고 자화자찬한,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성과’들은 그의 순방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어온 것도 아니었고, 외교관례에 따른 의례적인 발언도 아니었다. 그는 이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1) “시(진핑) 주석은 북조선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들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하였고, 비핵화된 한반도라는 우리의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조선 정권에 대한 자기의 커다란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하기로 약속하였다. 시 주석은 핵을 보유한 북조선이 중국에게 큰 위협이라는 점을 인식하였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는 문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태도와 견해를 언급한 것인데,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이므로 별로 새로운 것도 아니고, 특기할 만한 것도 아니다. 
(2) “우리는 지난날 지속적으로 실패하였던 것과 같은 이른바 ‘동결 대 동결’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동의하였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얻어낼 수 있었다고 자평한,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아래에서 정밀하게 분석하려고 한다.
(3) “우리는 우리에게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시간의 촉박성을 공감하였다는 말은 앞으로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조미핵대결을 끝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공유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이 공감한 절박성은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특사를 조선에 파견하게 만든 요인으로 되었다. 특사파견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정밀하게 분석하려고 한다.  
(4) “모든 선택방안들이 탁자 위에 남아있다.” 이 인용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동의하였거나 공감한 것을 서술한 문장이 아니라, 이제껏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는 안보문제를 거론할 때 자주 꺼내놓았던, ‘전략적 모호성’이 깔린 특유문장이다. 그는 결정하기가 매우 힘든 중대현안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자기 모습을 감추려고 그런 특유한 표현을 써왔다. 


2. 중재 요청한 트럼프, 그의 요청 기꺼이 받은 시진핑 

위에 인용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 중에서 동결 대 동결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동의하였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나오는 동결 대 동결이라는 말은 중국이 조선과 미국에게 각각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중재안’을 뜻한다.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중국에서는 중단이라는 말을 쓰고, 미국에서는 동결(freeze)이라는 말을 쓴다. 쌍중단 중재안은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단(동결)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동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으나 조선과 미국은 각각 그 중재안을 외면하였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쌍중단 중재안을 포기하기로 동의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으로 생각이 달라진 시진핑 주석은 자기의 쌍중단 중재안을 포기하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 말은 사실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말을 꺼내놓은 직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쌍중단이 현 상황에서 가장 실현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쌍중단은 현재 긴장국면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국의 가장 시급한 안보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평화적인 회담을 회복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곤경을 벗어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쌍중단은 첫발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쌍중단 중재안의 실현가능성과 합리성을 적극 옹호함으로서 시진핑 주석이 미중정상회담에서 쌍중단 중재안을 포기하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모순되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 중에 쌍중단 중재안과 관련하여 논의했던 비밀스런 대화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 것이고, 그런 비밀스런 대화내용을 알 길이 없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 외교부의 기존 입장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에서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는 절박한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는 비밀이므로, 중국 외교부도 그 비밀을 전부 알지 못한다. 그 비밀 중에 드러난 것은,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에서 중재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1월 9일 중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취재진 앞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에서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는 절박한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비밀이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에서 조미핵대결을 끝내기 위한 중재안이 집중적으로 검토되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제시한 중재안 가운데서 쌍중단 해법은 거부하였고, 쌍궤병행 해법은 동의하였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였으므로, 그 두 정상은 서론(쌍중단)은 생략하고 곧장 본론(쌍궤병행)으로 들어가자고 합의하였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중재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달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요청하였고, 진작부터 그런 중재역할을 해보고 싶었던 시진핑 주석은 그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의 전후맥락을 인식하려면,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사실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 
첫째, 조선의 초강력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연거푸 얻어맞고 국가안보파탄의 벼랑에 매달린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서 벗어나려고 국무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였지만, 조선은 그들의 거듭되는 간청을 번번이 무시해버렸다. 이에 관해서는 2017년 11월 6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에서 자세히 서술하였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대화제의를 거듭 무시해버린 것 때문에 자존심이 무척 상하였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한 나머지 중재자를 통해서라도 자기 의사를 조선에 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중재자는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 Putin) 러시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중재자로 적당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조선이 미국의 대화제의를 거듭 무시해버린 것만큼 그에게 중재를 부탁하더라도 성사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조선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결의에 동참해온 중국을 멀리 하면서 조중대화마저 끊겼으므로, 중국의 중재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처럼 멀어진 조중관계와 달리, 조선과 러시아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9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중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11월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그에게 중재를 요청하려는 행동계획을 세웠다. 바로 이것이 2017년 11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와 진행한 대담에서 “푸틴과의 회동이 있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러시아가 북조선문제에서 우리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푸틴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던 배경이고, 백악관과 크레물리궁이 트럼프-푸틴 회담일정을 조율하게 되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가능성은 언론보도에 오르내렸으나, 정작 2017년 11월 10일에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성사되지 않았다. 두 정상은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함께 어울린 기념사진촬영장에서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다. 이것은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중재문제가 원만히 풀렸기 때문에 트럼프-푸틴 회담이 필요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3. 중국공산당 총서기 특사가 평양에 간 사연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조미핵대결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안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이란 조선의 비핵화와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병행적으로 추진하는 중재안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쌍중단 중재안은 쌍궤병행 중재안을 실행하기 위한 선행조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쌍중단이 서론이라면, 쌍궤병행은 본론인 셈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시진핑 단독회담에서 쌍중단 중재안을 포기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밝혔으면서도, 그 중재안보다 더 중요한 쌍궤병행 중재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정상이 단독회담 중에 중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으므로, 쌍중단 중재안과 쌍궤병행 중재안을 모두 논의한 것이 분명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쌍궤병행 중재안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것이다. 서론(쌍중단)만 논의하고 본론(쌍궤병행)은 논의하지 않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쌍중단 중재안을 포기하는 대신, 쌍궤병행 중재안을 채택하고, 그것을 조선에게 제의하기로 합의해놓았으면서도, 그 합의내용을 당분간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두 정상은 조선의 비핵화와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병행적으로 추진하는 해법을 중국의 중재를 통해 조선에 제의하기로 합의하였던 것이다. 
이제껏 미국은 조미평화협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회피해오면서 조선의 비핵화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중국은 조미평화협정 체결과 조선의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을 해법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번에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비핵화만을 요구해오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면서 중국의 쌍궤병행 해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정이 그러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기존 입장을 버리고 시진핑 주석의 주장에 동의하였다는 사실을 취재진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자기의 쌍궤병행 중재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냈으므로 그 중재안을 조선에 전해야 하였다. 그래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순방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자, 지체 없이 자신의 특사를 조선에 파견함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밀리에 합의한 중재언약을 실행에 옮겼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특사로 조선에 보낸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부장이 평양에 도착한 날은 2017년 11월 17일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11월 18일 리수용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 쑹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 특사를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다. 리수용 정치국 위원은 쑹타오 특사와 회담하였다. 쑹타오 특사는 그 전날인 11월 17일 평양에 도착하였는데, 도착 당일 최룡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은 쑹타오 특사를 만나 회담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특사파견은 아무런 성과를 내오지 못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보다 이틀 앞선 11월 15일, 쑹타오 특사가 조선에 파견된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보도기사가 중국 <신화통신>에 실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6일 오전 4시 43분(워싱턴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중국이 북조선에 특사와 대표단을 보낸다 - 큰 움직임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특사로 조선에 보낸 쑹타오는 중국 중앙정부 고위관리가 아니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고위당료다. 특사파견에는 2017년 10월 18일에 진행된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약칭 당대회) 결과를 조선로동당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고위당료를 특사로 보낸 것이다. 그러므로 쑹타오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특사가 아니라 중국공산당 총서기 특사로 조선에 간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의 특사파견관례에 따르면, 다른 사회주의국가에는 총서기 특사를 파견하고, 다른 자본주의국가에는 국가주석 특사를 파견한다. 사회주의집권당들끼리 진행하는 외교와 사회주의집권당이 없는 자본주의국가들을 상대하는 외교를 구분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당대회 직후 총서기 특사를 다른 나라 사회주의집권당들에 파견하여 당대회 결과를 전달하는 것은 외교관례인데, 이번에 쑹타오 특사를 조선에 보낸 것에는 제19차 당대회 결과를 전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합의된 쌍궤병행 중재안을 전하려는 것이었다. 
2012년 11월에 진행된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가 끝난 직후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자신의 특사를 조선로동당, 베트남공산당, 라오스인민혁명당 순으로 파견하였는데, 이번에는 베트남공산당, 라오스인민혁명당, 조선로동당 순으로 파견하였다. 중국이 트럼프-시진핑 회담의 결과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조선에 특사를 파견하는 일정이 뒤로 미루어진 것이다. 

2017년 11월 16일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적인 대언론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조선, 베트남, 라오스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사전에 상대방과 협상한 결과”라고 하였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월 하순 조선로동당은 중국공산당 총서기 특사가 11월 중순 평양에 파견될 것이라는 중국공산당의 사전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4. 접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거리가 먼 해법들

중국의 특사파견은 어떤 성과를 내왔을까? 조선은 시진핑 주석이 쑹타오 특사를 통해 전한 쌍궤병행 중재안을 받아들였을까? 조선이 그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조선이 제시한 해법과 쌍궤병행 해법은 너무 거리가 멀어서,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문제를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조선의 비핵화와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병행적으로 추진한다는 쌍궤병행 해법의 실현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가? 아래와 같은 논거를 말할 수 있다.  
조선은 자국의 핵무력을 해체하는 비핵화를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약 한 달이 지나 12월 하순이 되면, 조선이 장장 반세기 동안 미국의 압력과 방해와 위협을 물리치고 피땀 흘려 추진해온 핵무력건설이 드디어 완성될 참인데, 그런 조선에게 핵무력을 해체하라는 말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으로 들릴 것이다. 2017년 6월 31일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가 스톡홀름에서 주최한 반관반민대화에 참석하였던 미국 대표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그 대화에 참석한 조선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인사들은 “비핵화는 얘기조차 꺼내지 말라는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고, 심지어 평화협정이 체결되어도 비핵화로 나아갈 것이라는 어떤 징후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의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고 미국에게 경고하는 보도기사를 내보내면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정당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마지막 날인 2016년 5월 9일 조선로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핵강국의 전렬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합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조선이 미국에게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는 비핵화는 어떤 경우에도 실현될 수 없지만, 조선의 핵동결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실현될 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고 대조선제재조치를 해제하여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하면, 조선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단하여 미국에게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더 이상 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미핵대결이 끝나고, 조미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한미국군이 철수되고,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되는 ‘개벽’이 일어날 것이다. 

<중앙일보> 2017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5월 8일과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된 조미비공개접촉에서 최선희 조선외무성 북미주국장은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고, 대조선제재조치를 해제하고,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미국측 참석자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5.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트럼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7년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3척과 이지스구축함 11척으로 편성된 3개 항모강습단이 한국 해군 군함 7척과 함께 울릉도 동남쪽에 있는 동해작전구역에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제껏 미국이 3개 항모강습단을 동해에 출동시켜 한반도 정세를 전쟁폭발위험으로 끌어갔던 전례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오늘까지 64년 동안 세 차례밖에 없었다. 그 세 차례의 심각한 전쟁위기를 열거하면, 1968년 1월 23일 조선인민군 해군 군함들이 원산 앞바다에 잠입하여 조선에 대한 신호정보를 감청하던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하여 탑승자 1명을 현장에서 즉사시키고 72명 전원을 포로로 사로잡았을 때, 그리고 1969년 4월 15일 조선인민군 요격기들이 청진 앞바다 상공에 잠입하여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을 벌이던 미국 EC-121 정찰기를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하여 탑승자 31명 전원을 수장시켰을 때, 그리고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국군 경비병들이 조선인민군 경비병들과 공동으로 관리하는 백양나무를 쌍방의 합의도 없이 자르려고 하자 충돌이 일어났는데, 도끼를 던지며 먼저 덤벼든 미국군 경비대장과 육군 중위를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현장에서 즉사시키고, 미국군 경비병 4명과 한국군 경비병 2명에게 부상을 입혔을 때였다. 
그런데 미국이 얼마 전 3개 항모타격단을 동해작전구역에 출동시키는 요란한 공격징후를 드러내 보이며 1976년 ‘판문점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핵공격위협을 가하였는데도, 조선은 그에 대해 아무런 대응행동을 취하지 않고 잠잠하였다. 미국이 3개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으로 한반도 정세를 전쟁폭발위험으로 끌어갔던 2017년 11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에서 핵타격대응작전계획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금성뜨락또르공장이 생산한 80마력짜리 ‘천리마-804’ 신형 트랙터 수 백 대를 살펴보고, 몸소 시운전도 하면서 생산현장 현지지도를 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11월 14일 금성뜨락또르공장이 생산한 '천리마-805' 신형 트랙터 수 백 대를 살펴보고, 몸소 시운전도 하면서 생산현장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미국이 3개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으로 한반도 정세를 전쟁폭발위험으로 끌어갔던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에서 핵타격대응작전계획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금성뜨락또르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     © 자주시보

미국이 3개 항모타격단을 동원하여 극도로 위험천만한 핵공격위협을 가하였는데도, 조선이 아무런 대응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까닭은 조선이 겁을 먹고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시진핑 회담과 그에 따른 중국의 특사파견에 마지막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을 완성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쌍궤병행 중재안을 중국을 통해 전달하였다. 조선이 그런 중재안을 받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5월 7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해법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해법을 제시하였다. “미국은 핵강국의 전렬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전략을 초강력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차단하여 그를 조미직접협상으로 끌어내고, 그 자리에서 철군동의서에 도장을 찍게 만들려는 것이 조선의 전략구상이다. 그러나 전쟁연습과 경제제재와 외교고립을 추구하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틀어쥔 트럼프 대통령은 실현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쌍궤병행 중재안에 동의하는 것밖에 하지 못하였고, 그런 중재안을 전하려고 평양에 간 쑹타오 특사는 조선의 기존 입장만 듣고 베이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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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한호석의 개벽에감](274)
자주시보 2017년 11월 1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트럼프가 동북아 순방 중에 세운 세계 신기록
2. 한미정상회담은 하나마나한 회담이었다
3.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위문공연’
4.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오르려는가?
5. 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6.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고백’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환영식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꾜, 서울, 베이징을 차례로 순방하기 직전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순방이 역사적이며 긍정적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당시에는 그가 왜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그처럼 커다란 기대를 걸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순방이 끝나고 난 뒤 사연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동북아시아 순방 중에 부동산재벌총수 출신으로서 자기 수완을 십분 발휘하여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약속과 구매약속을 받아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트럼프가 동북아 순방 중에 세운 세계 신기록

도꾜, 서울, 베이징으로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순방이 끝났다. 그 이후 그는 베트남 다낭,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백악관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는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인 2017년 10월 2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 <팍스 비즈니스 넷웍(Fox Business Network)>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중에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바라건대, 역사적이며 긍정적(historic and positive)”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당시에는 그가 왜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그처럼 커다란 기대를 표명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끝나고 난 뒤 사연을 알 수 있었다. 아래에 열거한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1>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6일 일본 도꾜에서 미일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평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에의 접근을 확보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말했고,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입하면 (일본열도) 상공에서 북조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일무역에서 미국이 떠안은 적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과 일본이 미국산 무기를 수입해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와 마익 펜스(Mike R. Pence) 미국 부통령이 주재하는 미일경제회담에서 무역과 투자에 관한 협력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답변하였고, “일본의 방위력을 질량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대량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화답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주일미국대사관에서 일본 대기업경영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중에 “미국과 일본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 미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대일무역적자로 고생해왔다”고 지적했고, 아베 총리에게는 미국과 일본의 무역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면서 “하루빨리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재촉까지 하였다. 그런 압박을 받은 일본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70억 달러(8조 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아니나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6일 일본 방문을 마치면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의 일본 방문과 아베 총리와의 우정은 위대한 우리나라를 위해 많은 이익을 낼 것이다. 막대한 군사 및 에너지 주문들이 오고 있다+++!(Massive military & energy orders happening+++!)”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무기구매주문과 상품구매주문을 받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으면, 문장 맨 끝에 “+++!”라는 특이한 부호를 덧붙이면서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드러냈겠는가.

둘째, 한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방문 중인 11월 8일 대기업경영인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42개 한국 대기업들이 앞으로 4년 동안 173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막대한 미국산 상품을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그 규모는 748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무기수입규모는 69억 2700만 달러(7조 8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는 중에 중국 대기업들이 총 2535억 달러(약 28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협력사업을 미국 대기업들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그것은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기는 하지만, 253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약속하였다는 점에서 그 분야의 세계 신기록이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도꾜, 서울, 베이징을 차례로 순방하는 중에 부동산재벌총수 출신으로서 자기 수완을 십분 발휘하여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약속과 구매약속을 받아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역사적이며 긍정적”으로 되기를 바랐던 그의 기대는 그런 식으로 충족되었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장면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예정시각보다 일찍 끝났고, 정상회담 직후 관례적으로 열리는 언론설명회도 없었으며, 한미정상회담에 관한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못하고 공동언론발표문으로 대체하였다.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논의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상회담이 아니라 국회연설이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한미정상회담은 하나마나한 회담이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외국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그가 방문하는 나라의 국가수반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방문은 예외였다. 그는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건성으로 진행하였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한국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모여앉아 차를 마시며 잠시 환담을 나누던 중, 문재인 대통령 부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이 일찍 끝나서 모든 게 잘 된 것 같다”고 말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잘 이해하면 대화를 오래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별로 할 말이 없어서 회담을 대충대충 끝냈다는 뜻이다. <사진 2>

둘째,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관례에 따라 백악관 고위관리가 취재진 앞에서 정상회담에 관한 언론설명회를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번 도꾜방문 중에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가 언론설명회에 나왔고, 베이징방문 중에는 그보다 급이 높은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이 언론설명회에 나왔다. 정상회담의 중요도에 따라 언론설명회에 나오는 관리의 직급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번 서울방문 중에는 그런 언론설명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것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중요한 의제가 없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회담을 건성으로 대하다가 예정시각보다 일찍 끝냈던 것이다.  

셋째, 2017년 11월 8일 청와대와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놓았다. 지난 6월 30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격이 낮은 공동언론발표문이 나왔다.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논의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증좌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중요한 의제가 없어서 회담을 건성으로 진행하다가 예정시각보다 일찍 끝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미정상회담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회연설이었다. 그는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해야 국회에서 연설할 수 있었으므로, 잠깐 스쳐지나가는 1박2일 방문일정에 국빈방문이라는 허울을 씌워놓았던 것이다. 속사정이 그러했으니, 그가 정상회담보다 국회연설에 더 신경을 썼던 것은 당연한 이치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11월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의 뒤에 앉아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한국을 '지상낙원'처럼 묘사하고, 조선을 '생지옥'처럼 묘사하였다. 그의 국회연설은 미국이 한국을 저버리고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문재인 정부를 다독여 안심시켜주는 34분짜리 '위문공연'이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위문공연’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2017년 11월 8일 오전 국회에서 34분 동안 연설하였다. 그가 이번 한국방문에서 가장 중시한 국회연설과 관련하여 아래의 사실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에서 연설하기 하루 전인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다른 준비는 다 잘 되었는데, “붐업이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활기가 넘쳐나지 않아 걱정이라는 좋은 우리말을 써야 하는데도, 그 무슨 ‘붐업(boom up)’ 따위의 국적불명 외래어를 분별없이 섞어 쓰는 것은 민족정신을 해치는 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도움이 되겠나?”고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미리 준비해온 연설문의 일부를 급히 고쳤다. 바로 이것이 “그리고 몇 달 뒤에 여러분은 제23차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것이고 훌륭하게 해낼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라는 문장이 그 연설문에 첨가된 사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거리를 풀어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와 배려가 돋보인다. <사진 3> 

<연합뉴스> 2017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일 있을 나의) 국회연설에서 좋은 메시지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좋은 메시지’라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듣기에 좋은 메시지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문재인정부가 듣기에 ‘좋은 메시지’를 전할 터이니 안심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11월 7일 보도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중에 문재인정부에 “세련된 안심의 메시지(a message of measured reassurance)”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하였는데, 그것은 정곡을 찌른 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문재인정부를 안심시킨 메시지라는 것은, 한국을 ‘지상낙원’처럼 묘사하고, 조선을 ‘생지옥’처럼 묘사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는 낯간지러운 극찬과 칭송을 안겨주고, 조선을 향해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능멸과 모욕을 내뱉은 것이다. 바로 그럼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문재인정부를 다독여 안심시켜주는 ‘위문공연’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4.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오르려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저버리고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하면 어쩌나 하는 안보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다독여주고 안심시켜준 호의와 배려에 감동하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의 격동적인 심정을 고백하였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고백하였다고 한다. 그 고백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원래 미국인들은 위험한 상황에 함께 빠졌을 때,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we are in the same boat)’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으로부터 초강경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받는 위태로운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빠진 것을 빗대어 그런 표현을 쓴 것일까?   
친미사대부문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자신이 미국 대통령과 생사운명을 같이한다고 고백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과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동지’라고 고백한 것이야말로 친미사대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지관계’는 호칭에서도 나타난다. <동아일보> 2017년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9월 4일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한 직후에 진행된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인, 돈 워리(Jaein, don't worry)”라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 영어문장은 “재인아, 걱정하지마”로 직역된다. 그 보도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아랫사람을 대하듯 “재인아(Jaein)”라고 자주 부른다고 하니, 제3자가 듣기에도 너무 거북스럽다. 사석에서도 그렇게 부르면 아니 되거늘, 하물며 공식적인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친근감을 표시하는 행동이 아니라 상대를 깔보고 업신여기는 행동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환영식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걸어가는 장면이다. 매우 다정해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고백하였다. 하지만 그는 깊은 착각 속에 빠져 헤매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대중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로 추락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탄핵대상으로까지 지목한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함께 오르고 싶은 것일까?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인아”라고 부를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도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그를 “단(Don)”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영어단어의 앞에 나오는 O를 단모음으로 쓰는 미국인들은 ‘도우널드(Donald)’라고 길게 발음하지 않고 ‘다널드(Donald)’라고 짧게 발음하는데, ‘다널드’라는 이름을 친근하게 부를 때 ‘단’으로 줄여 부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에서건 사석에서건 ‘아메리카제국 황제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이런 사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상하관계를 ‘동지관계’로 착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깊은 착각 속에 빠져 헤매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대중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로 추락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탄핵대상으로 지목한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함께 오르고 싶은 것일까? 
한미정상회담 중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동지’라는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들으며 기분이 한껏 좋아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3자가 듣기에도 민망한 대화가 그 정도로 끝났더라면 좋았으련만, 문재인 대통령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세계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아부하였다고 한다. 


5. 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에 취재기자와 이런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 “(생략) 아시다시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 3척을 보냈고, 그 항공모함들은 지금 자기 위치를 정하였다. 또한 핵추진 잠수함 1척도 자기 위치를 정하였다. 우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상, 나는 한 걸음 더 나갈 것이다. 우리는 결코 (무력수단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것과 더불어, 나는 (조선이) 협상탁으로 와서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북조선에게 의미 있는 일이고, 북조선 인민들과 전 세계 인민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정말로 믿는다. 나는 어떤 움직임을 본다(I do see certain movement).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  
취재기자 - “(조미) 직접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취재기자 - “알겠다.”
트럼프 -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당신도 그 점을 이해할 것이다.”   

발언배경과 발언의도를 꿰뚫어보지 못하면, 위의 인용문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질의응답으로 들린다. 그 난해한 질의응답의 이면을 꿰뚫어보면 아래와 같은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1)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항공모함 3척에 대해 언급하였던 때로부터 하루가 지난 2017년 11월 8일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동중국해로 몰려들었다. 니미츠함(USS Nimitz), 시어도어 로저벌트함(USS Theodore Roosevelt), 라널드 레이건함(USS Ronald Reagan)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현재 위치를 추적하는 웹싸이트를 보면, 니미츠함은 지난 11월 5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지난 10월 31일 괌(Guam)의 애프라항에 기항하였던 시어도어 로저벌트함은 11월 4일 필리핀해로 북상하여 대기하고 있었고, 라널드 레이건함은 지난 10월 26일 부산항을 떠나 동중국해에 머물고 있었다. 

미국 항공모함 3척이 동중국해에 몰려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동중국해에서 그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던 2017년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서울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일정을 마치고 방중일정을 시작하는 시각에 맞춰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로저벌트함을 각각 동중국해로 북상시켜 그 해역에서 대기 중이던 라널드 레이건함과 합류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1월 12일 미국 해군 항공모함 3척이 동해 한반도작전구역으로 북상하는 중에 일본 근해를 통과하면서 일본해상자위대 함대와 함께 기동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 항공모함들이 동해 작전구역에서 벌이는 대조선전쟁연습에는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11척, 그리고 이지스구축함 2척을 포함한 한국 해군 군함 7척이 참가하게 된다. 1980년대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최대 규모의 대조선전쟁연습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대규모 해상무력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벌인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순방하는 기간에 조선이 혹시 열핵탄두기폭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지 않을까 하고 극도로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11월 10일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해군 항공모함 3척은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순차적으로 동해 작전구역으로 들어가 항공작전과 항공사격 등을 연습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11척, 그리고 이지스구축함 2척을 포함한 한국 해군 군함 7척이 참가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 항모타격단들이 동중국해에서 북상하여 동해로 들어갔는데, 일본해상자위대는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일본 <지지통신> 2017년 10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이 2017년 11월 중순 동중국해에 몰려들어 일본해상자위대 함대와 합동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미국 항모타격단들이 동중국해에서 이미 일본해상자위대 함대와 합동훈련을 진행한 뒤,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하기 위해 동해로 북상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이 동해에서 한미일 합동으로 전쟁연습을 벌이면 한국 민중의 반일감정을 자극할까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전개되었지만,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의 대조선전쟁연습은 사실상 한미일 합동으로 진행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이처럼 대규모 해상무력을 동원하여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한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순방하는 기간 중에 조선이 혹시 열핵탄두기폭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지 않을까 하고 극도로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안보우려가 심각해질수록 그에 비례하여 무력동원규모도 커지기 마련인데, 이번에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무력을 동원한 것을 보면, 그들에게 우려를 넘어 공포가 엄습한 것이 분명하다.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어대는 법이다.  

(2)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중에 조선에 무력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조선과 협상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취재기자가 그런 협상의사를 드러내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직접협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말을 두 차례나 반복하면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어떤 의제를 가지고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자고 조선에 제의할 것인지는 백악관이 감추고 있는 극비사항이다. 그런데 만일 백악관이 철군문제를 접어두고 다른 부차적인 문제들이나 논의하자고 성의 없게 제의한다거나, 조선이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비핵화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한다면, 조선은 그런 제의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체면은 또 다시 구겨지게 될 것이므로 백악관은 미국의 체면이 구겨져도 그런 창피사건이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도록 은밀히 제의할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직접협상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3)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중에 자신이 조미직접협상에 관련된 어떤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움직임이란 무엇인가? 
그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밝혀준 사람은 조섭 윤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그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정부 국제문제 연구기관인 대외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서 연설하는 중에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60일 동안 중지하면, “그것은 미국이 평양과 직접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될 것(It would be the signal that The United States needs to resume a direct dialogue with Pyongyang)”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것은 그가 ‘비보도(off the record)’를 전제로 슬쩍 귀띔해준 말이라고 한다.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슬쩍 귀띔해주는 말에 진짜 속셈이 들어있는 법이므로,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60일 동안 중지해주면,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지난 9월 15일 이후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11월 16일이 바로 60일이 되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장기순방을 모두 마치고 11월 14일 백악관으로 돌아가게 되고, 지금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들이 한국 해군 함대와 함께 동해에서 벌여놓은 대조선전쟁연습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가는 11월 14일에 끝나게 된다. 그러면,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이 중지된 때로부터 꼭 60일이 되는 11월 16일이 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직접협상을 제의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하노이를 공식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뜨란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서 있는 뒤쪽에 호찌민 주석의 동상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50주년을 하노이에서 맞으면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것은 그가 조미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그의 '고백'은 장장 25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개벽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였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6.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고백’

2017년 11월 10일 백악관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50주년을 기념하는 대통령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거의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하노이를 공식 방문하였다. 
트럼프 같은 70대 연령층 미국인들의 젊은 시절 기억 속에 베트남은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1968년 대학 졸업 직후에 받은 징병검사에서 징집유예판정으로 베트남전쟁에 끌려가는 것을 간신히 면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50주년을 공교롭게도 하노이에서 맞은 날, 자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욕하지 않는데, 그는 왜 자기를 모욕하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괜찮아. 나는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매우 애쓰고 있으니, 아마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야(Oh well, I try so hard to be his friend - and maybe someday that will happen!)”라고 트위터 계정에 써넣었다. 사람들은 평소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자주 늘어놓는 그가 이번에도 농담조로 그렇게 쓴 줄 알았다. <사진 6>

그러나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 <로이터통신> 2017년 11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에 취재기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까워질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좀 서먹서먹하겠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북조선에 좋은 일이고, 또한 다른 많은 지역들과 전 세계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과연 그렇게 될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렇게 된다면야 매우, 매우 멋진 일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2일 <씽클레어방송집단(Singclair Broadcast Group)>과 대담하는 중에 대담자가 지난 냉전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자들을 만났던 것처럼 당신도 적국 지도자와 상봉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나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열려있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하였는데, 위에 인용한 그의 발언은 11월 2일에 있었던 답변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애쓰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사람들을 웃기려는 농담이 아니라, 조미정상회담을 바라는 그의 ‘고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저버리고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문재인 정부를 국회연설형식을 빌어 ‘위문공연’으로 안심시켰으므로, 이제는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할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한 것으로 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정해놓은 60일 시한을 불과 닷새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고 ‘고백’한 것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연거푸 얻어맞고 국가안보파탄에 깊숙이 빠져들었음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그 파탄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벗어나보려고 조미직접협상을 얼마나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준 것이다. 

나는 2017년 11월 6일 <자주시보>에 실린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철군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이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특사를 평양에 급파하여 철군문제를 결정할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할 의사를 표명하는 대타결 이외에 조미직접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서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사실을 간파하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의 ‘고백’은 장장 25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개벽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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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7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273)
자주시보 2017년 11월 0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무산된 대화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 행정부
2. 트럼프 행정부의 다급한 대화제의 무시해버린 조선
3. 대치상태에 들어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4. 무선통신애호가가 엿들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
5. 동북아시아 순방길 오른 트럼프의 무거운 발걸음


1. 무산된 대화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 행정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연거푸 얻어맞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미국은 조선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며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였지만,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취소하지 않고 강행하는 바람에 조선은 지난 10월 말로 예정되었던 대화일정을 취소하였는데, 그로써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선과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조선과 미국의 실무급 대화가 성사될 전망은 불투명해졌다는 것, 이것이 지난 10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에 서술된 내용이다. 그 글이 발표된 날로부터 한 주간이 지났다. 이 글에서는 이전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 2017년 10월 31일 보도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은 북조선과의 직접적인 외교(direct diplomacy)를 조용히(quietly) 추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가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산된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조선 외무성에게 연락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났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조선 외무성에게 연락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앞세우고,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이다. 발등에 떨어져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국가안보파탄의 불덩이를 꺼보려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의제들을 논의하는 대화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매우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거듭 보내고 있다. 위의 사진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무부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게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하는 연락선은 ‘뉴욕통로(New York channel)’이고, 연락담당자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뉴욕통로’라는 것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연락하는 연락선을 뜻하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앞세우고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는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최선희 외무성 북미주국장으로 생각되는 연락상대에게 보내는 대화제의가 “빈도와 내용에 있어서 전혀 제한되지 않았다(It has not been at all, both (in) frequency and substance)”고 하였다. 빈도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말은 거듭하여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는 뜻이고, 내용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말은 모든 의제를 다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발등에 떨어져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국가안보파탄의 불덩이를 꺼보려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의제들을 논의하는 대화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매우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계속 보내면서,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실무급 대화를 살려보려고 몹시 안달이 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접어두고 적국에게 그처럼 무조건적인 대화제의를 거듭 보내는 것은, 미국이 건국한 이래 처음 보는 굴욕사건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국무부 고위관리는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조선측 연락상대에게 전한 의제들 가운데는 핵시험과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의제도 포함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만일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면, 그에 상응해서 미국도 어떤 등가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고위관리는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는 이른바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중재안은 조선과 미국으로부터 각각 외면당하는 바람에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5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진행된 외무장관회담에서 쎄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는 이른바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중재안은 조선과 미국으로부터 각각 외면당하는 바람에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쌍중단'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선과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타결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과 미국은 왜 ‘쌍중단 중재안’을 외면하였을까? 조선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어떤 경우에도 중지할 수 없다는 강경의사를 밝힌 것이고,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어떤 경우에도 중지할 수 없다는 강경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문제를 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조선과 미국은 ‘쌍중단’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였다고 해도, 조미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은 아무 때라도 재개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였다고 해도, 조미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은 아무 때라도 재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날 조선은 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였으나 미국이 합의를 깨는 바람에 그것을 재개한 적이 있고, 미국도 지난날 대조선전쟁연습을 한 차례 중지하였으나 이듬해 재개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쌍중단’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선과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타결을 추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무부 고위관리는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바람직한 종결점은 전쟁이 아니라 일종의 외교적 타결(diplomatic settlement)”이라고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을 향해 외교적 항복이냐 군사적 행동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설정하고 있다는 제안들은 “오도되는 것(misleading)”이라고 지적하고, “외교에는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Diplomacy has a lot more room to go)”고 말했다. 나는 지난 10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특사 또는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하는 계획을 검토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나온 ‘외교적 타결’이라는 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런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였음을 뒷받침해준다.

현실이 이런데도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정세를 거꾸로 읽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외교적 노력들(diplomatic efforts)’은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는 ‘외교적 타결’을 뜻하는 게 아니라, ‘최대 압력(maximum pressure)’을 가증시켜 조선을 그 무슨 ‘비핵화협상’에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당치 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 <사진 3>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초강국'이라고 으스대는 아메리카제국이 굴욕감을 간신히 참아가며 모든 의제를 놓고 조건 없이 대화해보자고 거듭 간청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모습에 놀라움의 눈길이 쏠린다. 위의 사진은 평양에 있는 조선 외무성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트럼프 행정부의 다급한 대화제의 무시해버린 조선

그런데 미국이 조선에게 ‘조용히’ 그리고 거듭하여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이는 놀라운 일보다 더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다.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제의를 거듭 받고서도 전혀 응답을 주지 않고 무시해버리고 있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렇지만 막후연락을 통해 북조선의 핵시험과 미사일시험들로 파란이 일어난 (조미)관계가 개선된 어떤 징후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국 국무부가 ‘뉴욕통로’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고 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초강국’이라고 으스대는 아메리카제국이 굴욕감을 간신히 참아가며 모든 의제를 놓고 조건 없이 대화해보자고 조선에게 거듭 간청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모습에 놀라움의 눈길이 쏠린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조심하는 판인데, 미국의 거듭되는 간청을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3>

조선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속에서는 울화가 치밀고, 바작바작 타들어가 거의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미치광이전략을 선호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으면, 그거야말로 자업자득 아닌가!

그렇다면 조선은 왜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되는 대화제의를 그처럼 무시해버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까닭은 아래와 같이 두 갈래로 설명된다.

첫째,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은 조선이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비핵화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해왔지만, 지금 사정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철군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지금은 조선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아줄 때가 아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달은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두 가지 목표들 가운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목표는 앞으로 불과 몇 주가 지나면 달성될 당면목표이고,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려는 목표는 그보다 더 긴 일정기간이 지나야 달성될 최종목표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날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간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이제는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지금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아줄 때가 아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은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견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국방력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련발적으로 이룩”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조선의 노력은 그 지적대로 올 한 해 동안 엄청난 성과를 내왔다. 이를테면, 올해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2형과 화성-14형 발사훈련과 열핵탄두기폭시험 등을 연발적으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공식명칭이 외부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열병식에 등장시켜 국가핵무력건설이 최종단계에 들어섰음을 실물로 입증하였던 것이다.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7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지금 조선은 고체연료, 로켓발동기 및 로켓엔진부품들, 미사일유도체계의 성능을 향상시켜 기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에 마지막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 작업은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견된다.


3. 대치상태에들어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7년 10월 16일 미국이 제7함대에 배속된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강행한 것으로 하여 조미관계는 극도의 긴장 속에 빠져 들어갔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조미관계에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당시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아래와 같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일본 <아사히신문> 2017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조선에서 지난 10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중순이라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한반도작전구역에 들어가 대조선전쟁연습을 시작한 10월 16일과 겹쳐지는 시점이다.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실무급 대화를 취소해버리고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했던 것이다. 즉시발사태세를 취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차들이 거의 매일 지하기지에서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으니, 미국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어느 순간에 태평양 상공을 향해 솟구쳐 오를지 알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백악관은 거의 매일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7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 중에 그 미사일을 실은 8축16륜 발사대차가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실무급 대화를 취소해버리고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시켰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지난 10월 중순부터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즉시발사태세에 진입시키는 보복을 단행하자, 미국도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을 폭격연습에 동원하면서 그에 응수하였다.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은 아래와 같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반도작전구역에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키는 것은 미국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다. 미국 전략사령부의 작전임무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 각각 속한 6개 사령부들이 수행하는데,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지구타격사령부는 미국 본토 루지애너주에 있는 박스데일공군기지(Barksdale AFB)에 자리 잡고 있다.
지구타격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B-2 스텔스전략폭격기, B-52H 전략폭격기, E-3 공중조기경보기, KC-10 공중급유기, KC-135 공중급유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B-2 스텔스전략폭격기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에만 배속된 기종이고, B-52H 전략폭격기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 공군전투사령부, 공군군수사령부, 공군예비사령부에 분산배속된 기종이다. 미국이 20대밖에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강 폭격기’라는 B-2는 지구타격사령부 산하 제8공군 제509폭격비행단에 모두 배속되었고, 다른 폭격비행단에는 없다. 제509폭격비행단은 미주리주 화잇먼공군기지(Whiteman AFB)에 주둔한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화잇먼공군기지 활주로에 외모가 박쥐처럼 생긴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늘어서 있는 장면이다. 미국이 20대밖에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강 폭격기'라는 B-2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 산하 제8공군 제509폭격비행단에 모두 배속되었고, 다른 폭격비행단에는 없다. 제509폭격비행단은 위의 사진에서 보는 화잇먼공군기지에 주둔한다. 조선이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자, 미국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52H 전략폭격기들을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진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는 화잇먼공군기지에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동원하고, 거기에 더하여 루지애너주 박스데일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2폭격비행단에서 B-52H 전략폭격기들까지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을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연속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가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한반도작전구역에서 시작한 날은 그보다 하루 앞선 10월 16일이었다. 
그런데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과 B-52H 전략폭격기들을 동원하고, 공중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들까지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이라도, 미국 본토 상공에서 그런 폭격연습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어서,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런 예사로운 폭격연습을 특별히 보도하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그런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는지 알지도 못한다. 더욱이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외부에서는 당시 미국 본토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4. 무선통신애호가가 엿들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이 진행된 날로부터 11일이 지난 2017년 10월 30일 미국의 군사항공전문 온라인매체 <비행사(The Aviationist)>가 11일 전에 있었던 대규모 폭격연습에 관한 보도기사를 실은 것이다. 그것이 늑장보도였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겠는데, 그 온라인매체가 직접 취재한 보도기사가 아니라,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서쪽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캔서스주 동부지역에 산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민간인 무선통신애호가(ham)의 체험담이 그 온라인매체에 기사화되었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좀 이상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비행사> 2017년 10월 30일부에 실린 무선통신애호가의 체험담을 정리,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2017년 10월 17일 밤 8시경 그는 아내와 함께 집 밖에 나와 모닥불을 쬐고 있던 중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와 KC-135 공중급유기 1대가 25,000피트(7.6km) 고도에서 비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비행사>측의 지적에 따르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와 공중급유기 1대가 참가하는 폭격연습은 평소에 진행되는 표준화된 폭격연습이라고 한다.) 목격이라고 했지만, 캄캄한 밤하늘에서 그가 실제로 목격한 것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공중급유기 동체에 달린 항법등과 섬광등 불빛이었다. (캄캄한 밤하늘 7.6km 고도에서 비치는 항법등과 섬광등 불빛만 보고 그것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KC-135 공중급유기라고 정확히 식별한 것, 그리고 비행고도를 7.6km라고 정확히 지적한 것은, 미국 공군의 작전기종들에 대해 정통한 군사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지 못한 민간인 무선통신애호가가 어떻게 그처럼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2) 그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곧바로 자기 집으로 들어가 무선통신기를 켜고 약 30분 동안 추적한 끝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주파수를 찾아냈고, 그들의 교신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52H 전략폭격기가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B-2, B-52H, 공중급유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 당시 폭격연습에 동원되었던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비행 중에 주고받은 무선교신을 엿들은 무선통신애호가의 말에 따르면, 그 전략폭격기들은 폭격연습 중에 "조선의 지도부가 재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휘소"라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 조선을 위협해보려는 심리전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그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무선교신 중에 폭격연습대상위치를 알려주는 좌표를 불러주는 것을 엿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폭격연습대상좌표들을 인터넷에 나오는 구글지도(Google Maps)에서 어느 지점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제퍼슨씨티(Jefferson City)에 있는 격납고를 비롯한 몇몇 대상들에 유도폭탄(GBU)을 어느 시각에, 어떤 방식으로 투하하는 연습을 할 것인지에 관해 무선교신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미주리주에 있는 제퍼슨시티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이륙한 화잇먼공군기지에서 동쪽으로 약 121km 떨어진 지방도시다.)
(4) 이튿날 그는 자신의 무선통신기를 사용하던 중 밤 8시경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주고받는 무선교신을 또 다시 엿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설정한 폭격연습대상들 가운데는 오쎄이지 비취(Osage Beach)에 있는 활주로와 격납고가 포함되었다. (미주리주에 있는 오쎄이지 비취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이륙한 화잇먼공군기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104km 떨어진 지방도시다.)
(5) B-2 전략폭격기들이 주고받는 무선교신을 엿듣던 그의 귀에는 “조선 지도부가 재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휘소(a command post possible DPRK leadership relocation site)”라는 말을 들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무선통신애호가가 <비행사>측에 전해준 체험담은 여기서 끝나는데, 그의 체험담을 들은 <비행사>측은 아래와 같은 분석을 보도기사에 덧붙였다.
미국 공군 작전기들은 제3자가 엿듣지 못하도록 암호화된 군용 주파수를 사용하여 교신한다. 이것은 그들 중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군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7년 10월 18일 미주리주 상공에 출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은 암호화되지 않은 일반 주파수를 사용하여 교신하였다. 또한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들은 폭격비행연습 중에 폭격대상위치를 알려주는 좌표에 대해서는 무선교신을 통해 언급하지만, 그 폭격대상이 어떤 실제대상을 가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것도 역시 그들 중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군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7년 10월 18일 미주리주 상공에 출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은 지휘부가 설정해준 폭격대상이 어떤 실제대상을 가상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
미국 공군의 군율에서 벗어난 그들의 이상한 행동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여 조선의 전쟁지휘부를 폭격하는 연습이 진행되었음을 조선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비행사>측은 해석하였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 조종석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조선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공개하여 조선을 위협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2017년 10월 29일 일본 이바라끼현 하꾸리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보내려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당시 제22호 태풍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사열식이 취소되어 일본에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11월 2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또 다시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해석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 B-52H 전략폭격기,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을 폭격하는 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외부에 알려주는 식으로 조선을 위협한 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나중에는 그 스텔스전략폭격기를 태평양 건너 일본 상공으로 출동시키는 계획도 추진하였다. 
2017년 10월 30일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한 대가 미국 본토 미주리주에 있는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태평양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태평양 상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일본 <아사히신붕> 2017년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10월 29일 일본 이바라끼(茨城)현 하꾸리(百里)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보내려고 준비하였으나, 당시 제22호 태풍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사열식이 취소되어 일본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바라끼현은 도꾜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미주리주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건너 일본 이바라끼현 상공에 출동하려고 준비하였는데, 일본에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일본에는 가지 못하고 북태평양 어느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7년 11월 2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Andersen AFB)에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남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또 다시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


5. 동북아시아 순방길 오른 트럼프의 무거운 발걸음

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여러 대의 발사대차를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출동시켜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였고, 미국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켜 조선을 위협하는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이 첨예한 대치상태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대화제의를 거듭 간청하였으나, 조선은 그 대화제의를 무시한 채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2017년 11월 초 극도로 긴장된 조미관계의 현황이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은 너무 무겁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가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대화제의를 간청하고 있으나, 조선은 그 대화제의를 무시한 채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줄달음치고 있으니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동북아시아 순방일정 중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요꼬다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그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국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연단 위에서 미국 공군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는 "우리는 하늘을 지배한다. 우리는 바다를 지배한다. 우리는 땅과 우주를 지배한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런 허풍스러운 말과는 달리,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그의 발걸음은 무겁다. 지금 조선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는 미국의 거듭되는 간청을 무시한 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여러 대의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밖으로 꺼내 즉시발사태세에 돌입시켰으니, 트럼프의 발걸음이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인 2017년 11월 2일 그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와 대담하면서 여러 주제를 논했는데, 대담 중에 그는 조미관계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겐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북조선문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북조선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조선을 지칭함-옮긴이)이 유쾌하지 못할 것이고, 그 누구도 유쾌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은 세계가 본 적이 없는 불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느니, “조선을 절멸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느니 하며 미치광이처럼 떠들어대던 이전의 광기 어린 폭언들과 비교하면, 위에 인용한 발언에서는 조선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나마 자제한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에 진행한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조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투로 간단히 언급하였을 뿐, 어떻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 중에 말하지 않았지만,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져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할 위급한 처지에 있는 미국에게는 지금 선택방안이 단 하나뿐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특사를 평양에 급파하여 철군문제를 결정할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할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 완전철수와 전략적 핵압박공세 중지를 맞바꾸는 대타결을 이끌어내는 선택방안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11월 2일 백악관에서 <씽클레어방송집단(Sinclair Broadcast Group)>과 단독대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자들과 만났던 것처럼 적국 지도자와 만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라고 물은 대담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하였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열려있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강점이나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는지 좀 지켜보겠다. (적국 지도자와 만나는 정상회담을 곧바로 진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군문제를 결정하는 것에 상응하여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는 것은 조선이 핵무력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은 미국의 철군결정에 상응하여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할 수 있지만, 핵무력은 계속 강화하는 것이다. 조선은 자기의 핵무력이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언한 바 있다.
조선은 2017년 12월 중에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을 완료할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할 것이고, 그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이 연발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예견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파탄에 빠진 미국을 극적으로 기사회생시킬 철군문제를 조선과 합의할 시간은 앞으로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백악관에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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