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7년 08월 0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정찰위성 감시망 무력화한 새로운 전술 2. 정점고도를 922.9km 더 높일 수 있었던 묘책 3. 마침내 타격범위를 지구 전역으로 확대하다 4. 일본 홋까이도 서쪽 밤하늘에 나타난 눈부신 섬광체 5. 재돌입체 돌진낙하 마지막 장면은 마하스템 예고편
1. 정찰위성 감시망 무력화한 새로운 전술 2017년 7월 28일 밤 조선은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시험발사를 단행하였다. 조선이 7월 27일 전승절에 시험발사를 단행할까봐 잔뜩 긴장하였던 미국은 그 날이 지나자 긴장을 풀었는데, 조선은 그런 미국의 뒤통수를 기습적인 시험발사로 호되게 후려쳤다.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의 충격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에서는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 때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 2차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사실을 왜곡한 억지주장과 엉터리정보가 전파를 타고 널리 퍼졌다. 억지주장과 엉터리정보를 물리치고, 진실을 만나기 위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서 나타난 몇 가지 중요한 현상들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진 1> 가장 먼저 고찰하는 문제는, 미국 정찰위성이 화성-14형 발사징후를 탐지하였는가 아니면 조선이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시험발사를 단행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습발사능력에 관한 문제는 조미핵대결의 승패를 결정지을 중대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므로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그런데 정찰위성 감시망을 운용하는 미국 국방부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정찰위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는 청와대가 중뿔나게 그 문제를 언급하였다. 더욱이 청와대 관리는 그 문제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언급하지 않고, 달랑 몇 줄로 된 문자메시지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내고 말았으니, 정상에서 벗어난 이상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7월 30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틀 전인 26일에 보고받았고, 발사(가) 임박(하였다는) 사실도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청와대가 화성-14형 발사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세간의 비판에 대꾸한 반론이었다.
그가 주장한 것처럼, 한국군은 화성-14형 발사징후를 48시간 전에 탐지할 수 있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찰위성 감시망을 운용하는 미국군도 조선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지 못해 번번이 쩔쩔매는 판인데, 정찰위성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한국군이 무슨 수로 화성-14형 발사징후를 탐지하였다는 말인가!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화성-14형 발사시각은 2017년 7월 28일 밤 11시 41분경(평양시간으로는 11시 11분경)이었고, 발사지역은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였다고 한다. 한국군은 미사일을 탐지, 식별, 추적하는 감시레이더를 운용하고 있으므로, 화성-14형이 발사된 시각으로부터 2~3분 뒤 발사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찰위성이 없는 한국군은 화성-14형이 어느 지역에서 발사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 한국군이 화성-14형 발사지역을 꼭 찍어 밝힌 것은, 미국군에게서 관련정보를 넘겨받았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화성-14형 발사징후를 7월 26일에 일찌감치 파악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도 알지 못한 화성-14형 발사징후를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전에 파악하였다고 말하면, 그것은 누가 봐도 어설픈 거짓말이다. 당시 미국 정찰위성은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들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그 사연은 이렇다. <사진 2>
(1) 미국 연방정부 관리 두 사람이 전해준 소식을 인용한 <CNN> 2017년 7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조선의 로미오급 잠수함 한 척이 조선 동해안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먼 바다로 출동하여 해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채 이례적인 수상활동을 벌이는 정황을 탐지하였는데, 그런 정황을 탐지한 미국은 조선이 7월 27일 전승절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그 잠수함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잠수함의 움직임은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와 무관하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으니, 미국 정찰위성은 엉뚱한 지역과 엉뚱한 대상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2)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2017년 7월 25일 오후 3시 49분(미국 동부시간)에 실은 온라인 보도기사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조선의 재돌입체시험징후를 탐지했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그들이 탐지했다는 재돌입체시험징후는 미국 연방정부 관리 두 사람이 전해준 소식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 2017년 6월 22일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 6월 21일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초소형 로켓엔진은 재돌입체(reentry vehicle)에 들어가는 로켓엔진이므로,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은 재돌입체시험징후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월 21일 미국 정찰위성이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포착한 곳은 평양 북쪽에 있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 로켓엔진시험장이었다. 미국 정찰위성이 조선에서 진행되는 재돌입체시험징후를 탐지하였다는 보도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시각을 서울시간으로 환산하면 7월 26일 오전 4시 49분인데, 이런 정황은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진행되기 직전까지 미국 정찰위성은 평양 북쪽에 있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를 감시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포착된 움직임은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와 무관하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으니, 미국 정찰위성은 엉뚱한 지역과 엉뚱한 대상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3) 아시아태평양지역정세를 분석하는 온라인 매체 <디플로맷(Diplomat)>이 미국 연방정부의 정보자료를 인용하여 2017년 7월 25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던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8축16륜 자행발사대와 발사판 운반차량을 또 다시 탐지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미국 정찰위성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직전, 평안북도 구성시 일대를 감시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진행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온,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 2017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7월 27일에도 여전히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을 감시하고 있었다.
위에 열거한 몇 사실은 조선에서 새로운 미사일발사전술이 개발되었음을 말해준다. 이전에 조선은 발사징후를 은폐하는 식으로 미국 정찰위성 감시망을 무력화하였는데, 이번에는 여러 지역에서 발사징후를 동시다발적으로 노출하여 미국 정찰위성 감시망을 교란한 뒤, 미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지역에서 화성-14형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것이다. 이것은 발사징후를 여러 곳에서 동시에 노출하여 미국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고,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새로운 미사일발사전술이다. 조선은 심리전술과 기습발사전술을 결합한 새로운 미사일발사전술을 개발한 것이다.
조선의 새로운 전술에 말려든 미국은 조선의 몇몇 지역들에서 동시에 나타난 여러 징후들을 주시하면서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고, 조선은 그런 미국의 뒤통수를 화성-14형 기습발사로 호되게 후려쳤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현장에서 동행간부들에게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케트를 기습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2. 정점고도를 922.9km 더 높일 수 있었던 묘책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은 화성-14형의 사거리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1차 시험발사 때 그러했던 것처럼, 2차 시험발사 때도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은 사거리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 반대쪽에 있는 목표를 열핵탄두로 소멸하는 장거리타격수단이므로, 무엇보다 사거리가 중요하다.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은 지난 7월 4일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가 성공하였을 때 그것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지는 못하고 알래스카까지만 날아갈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더니, 지난 7월 28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하였을 때는 그것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으나 워싱턴까지는 날아가지 못한다고 또 다시 억지를 부렸다. 그런 억지주장들은 조선의 핵무력이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게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공인되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파탄될 것으로 우려한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이 화성-14형의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수법에 매달리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하지만 화성-14형의 사거리는 그런 수법과는 무관하게 객관적 사실로 존재한다.
주목되는 것은, 1차 시험발사와 달리 2차 시험발사에서 화성-14형이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여(simulate) 발사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로케트연구부문에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를 모의한 시험발사를 빠른 시일 안에 진행하여 로케트체계 전반에 대한 믿음성을 다시 한 번 확증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번 시험발사는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여 최대 고각발사체계로 진행”된 것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지난 7월 4일 화성-14형이 고각(highly loft angle)으로 발사된 것과 다르게, 7월 28일에는 최대 고각(maximum loft angle)으로 발사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차 시험발사에서는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지 않았으므로 정점고도가 최고도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2차 시험발사에서는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였으므로 정점고도가 최고도에 도달하였다. 2차 시험발사에서 도달한 정점고도는 1차 시험발사에서 도달하였던 정점고도에 비해 무려 922.9km나 더 높다. 이것은 정점고도를 922.9km 더 높이기 위해 어떤 특별조치가 취해졌음을 말해준다. 그 특별조치는 무엇일까?
정점고도를 높이려면 전투부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조치인데, 조선은 그런 일반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투부의 무게를 줄이려면 탄두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탄두무게를 줄이는 것은 파괴력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정점고도를 높이려고 탄두의 파괴력을 줄일 수는 없었다. 미국과 최후결전을 벼르는 조선은 탄두의 파괴력을 더 늘리면 늘렸지, 줄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차 시험발사에서 “전투부 분리 후 중간구간에서 중량 전투부의 자세조종특성을 재확증”하였다고 하였는데, 중량(重量)전투부라는 말은 전투부의 무게를 줄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사진 3>
전투부의 무게를 줄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정점고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2차 시험발사 중에 “능동구간에서 최대 사거리 보장을 위하여 늘어난 발동기들의 작업특성들”이 “확증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능동구간은 탄도미사일이 전투부가 분리되기 전까지 추진로켓(발동기)의 추력으로 상승비행을 하는 구간을 뜻하는 말인데, 인용문에 나온 “늘어난 발동기들”이라는 표현은, 능동구간에서 작동하는 추진로켓엔진을 1차 시험발사 때보다 더 달았다는 뜻이다. 추진로켓엔진을 더 달면, 추력이 더 강해져 정점고도를 높일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1차 시험발사에서 사용된 2단 추진체의 추진로켓엔진은 “새로 개발된 비추진력이 훨씬 높은” 신형 로켓엔진이라고 하는데, 조선은 그 신형 로켓엔진을 2단 추진체에 한 개 더 달아놓은 화성-14형을 발사하여 정점고도를 922.9km 더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탄도미사일에 추진로켓엔진을 더 설치하려면, 기존 설계를 일부 변경하여 엔진체계를 부분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조선의 미사일 기술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과업을 받은 날로부터 불과 20일 남짓한 짧은 기간에 기존 설계를 일부 변경하고, 엔진체계를 부분적으로 개조하는 간단치 않은 작업을 완료한 것이다. 그런 놀라운 작업속도는 조선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30일 만에 1발씩 생산하는 고도화된 생산체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은 조선이 화성-14형을 앞으로 1~2년 안에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그것은 무지와 편견으로 빗나간 추정이다. 2017년 8월 현재 조선은 화성-14형을 실전배치하기 시작하였다.
3. 마침내 타격범위를 지구 전역으로 확대하다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는 얼마나 긴 것일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서 정점고도는 3,724.9km, 비행거리는 998km, 비행시간은 47분 12초였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을 최대 고각으로 발사하는 경우 그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비행거리의 네 배에 이른다는 계산법에 따르면,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는 약 14,000km로 추산된다. 최대 사거리가 14,000km 정도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조선에서 동쪽으로 쏴도 대서양 한복판에 떨어지고, 서쪽으로 쏴도 대서양 한복판에 떨어진다. 다시 말해서, 조선이 ‘제국주의아성’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화성-14형의 사정권 안에 깊숙이 들어간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지구 북반구 전역이 화성-14형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 것이다. 만일 화성-14형을 남쪽으로 쏘면, 지구 남반구 어느 곳이나, 저 멀리 남극대륙 종심까지 도달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화성-14형은 타격범위를 지구 전역으로 확대한 초강력 대륙간탄도미사일이며, 조선의 핵공격을 피할 공간은 이 행성 위에 더 이상 없는 것이다. <사진 4>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 우리가 굳이 대륙간탄도로케트의 최대 사거리 모의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은 최근 분별을 잃고 객쩍은 나발을 불어대는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인용문에 나온 “굳이”라는 말은, 1차 시험발사에서 워싱턴을 타격할 능력을 이미 실증하였으므로 시험발사를 또 다시 하지 않아도 되지만,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여 두 번째로 발사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의 엄중한 경고를 듣지 않고 있다. 경고를 듣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워싱턴 일각에서는 조선과 전쟁도 불사한다는 전쟁선동발언까지 들리는 판이다.
정전 이후 64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쟁능력을 끊임없이 강화하며 ‘조국통일대전’의 날을 기다려온 조선은 전쟁선동발언이 들리는 워싱턴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자기들이 절대로 놓칠 수 없고, 놓쳐서도 안 되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7월 3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7.27 정전은 64년 만에 종식되는가?’에서 자세히 서술한 것처럼, 조선은 두 차례의 화성-14형 시험발사에서 모두 성공하여 핵무력을 완성하였으므로, 워싱턴 일각에서 들리는 전쟁선동발언은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한 조선의 결심을 실행에 옮기도록 떠밀어주는 자극제로 된다고 볼 수 있다. 4. 일본 홋까이도 서쪽 밤하늘에 나타난 눈부신 섬광체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이 이러쿵저러쿵 거론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화성-14형 재돌입체에 관한 문제다. 1차 시험발사 때 그러했던 것처럼, 2차 시험발사 때도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돌진낙하하던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대기마찰로 발생한 초고열과 초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었을 것으로 추론하였다. 확증도 제시하지 못한 단순무식한 추론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성-14형 재돌입체가 정상적으로 돌진낙하하였음을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들이 있다. 이를테면, 조선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직후, 초단위까지 정확히 측정한 비행시간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화성-14형 재돌입체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telemetry)가 마지막 순간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4형 재돌입체에 관해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은 이렇다.
1차 시험발사는 “새로 개발한 탄소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로케트 전투부 첨두의 열견딤특성과 구조안정성을 비롯한 재돌입전투부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는데, “재돌입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온도는 25~45℃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2차 시험발사는 “실지 최대 사거리 비행조건보다 더 가혹한 고각발사체제에서의 재돌입환경에서도 전투부의 유도 및 자세조종이 정확히 진행되였으며 수천℃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미사일전문가들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그 보도를 외면해버렸으며,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돌진낙하하는 마지막 순간에 초고열과 초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었다는 억지추론을 꺼내놓았다. 하지만 그런 억지추론은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가 2017년 7월 29일 보도시간에 방영한 영상자료 앞에서 물거품처럼 꺼져버린다. <사진 5>
그 영상자료에 관한 해설에 따르면, <NHK> 홋까이도(北海道) 지부가 설치한 기상관측카메라가 촬영한 기상관측동영상 가운데 2017년 7월 29일 오전 0시 28분경에 나타난 장면에서 어떤 물체가 마치 유성처럼 눈부신 섬광을 밤하늘에 내뿜으며 홋까이도 서쪽 먼바다에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화성-14형은 7월 28일 오후 11시 41분경에 발사되어 47분 11초 동안 비행하였는데, 그 재돌입체는 7월 29일 오전 0시 28분경 홋까이도 서쪽 먼바다에 낙하하였으므로, <NHK> 홋까이도 지부의 기상관측카메라가 촬영한 그 섬광체는 화성-14형 재돌입체인 것이 분명하다.
<NHK> 영상자료를 관찰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미사일전문가 마이클 엘먼(Michael Elleman)은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의 재돌입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대기권으로 재돌입하면서 매우 강한 압력과 고열에 견디며 형체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정당한 평가였다.
그런데 그는 2017년 7월 31일 <38 노스>에 발표한 글에서 그 동영상에 나타난 화성-14형 재돌입체는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 초고열과 초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이틀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어버렸다. 이틀 만에 그처럼 정반대로 말을 바꾼 것은 억지추론을 조작한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얼빠진 넋두리 같은 억지추론은 그냥 무시해버리고, 동영상에 나타난 화성-14형 재돌입체의 돌진낙하장면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상관측카메라가 그 동영상을 찍은 촬영위치는 홋까이도 남쪽 우찌우라만(內浦灣) 동쪽 끝 무로란시(室蘭市)에 있는 <NHK> 홋까이도 지부 건물 옥상이다. 일본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화성-14형 재돌입체는 홋까이도 남서쪽에 있는 오꾸시리(奧尻)섬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먼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무로란시에서 오꾸시리섬까지 직선거리는 약 130km다. 이런 사정을 보면, 그 동영상은 약 280km 떨어진 먼바다 상공에서 불과 몇 초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진 돌발현상을 우연히 촬영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의 마지막 돌진낙하현상에 관한 사전이해가 없으면, 그 동영상을 봐도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래와 같은 사전이해가 요구된다. <사진 6>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가 종말구간에서 돌진낙하하는 속도는 초속 6.8km(마하 20)를 넘어선 고극초음속에 이른다. 외기권에서 고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하던 재돌입체가 카먼계선(Karman Line)이라고 부르는, 지표면으로부터 약 10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부터, 대기권의 공기밀도가 높아져 대기마찰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차츰 강해지는 대기마찰력은 재돌입체의 돌진낙하속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낙하할수록 공기밀도가 더 높아지면, 재돌입체 표면에서 대기마찰로 발생하는 온도도 더 높아진다. 카먼계선을 통과하여 돌진낙하하는 재돌입체가 지표면으로부터 약 1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부터, 낙하속도는 초속 3km(마하 9) 정도로 떨어지고, 재돌입체 표면온도는 최고로 높아져 불덩어리처럼 주황색 섬광을 내뿜기 시작한다. 이 섬광은 대기마찰로 발생한 초고열과 초고압으로 재돌입체 표면이 깎여나가는 삭마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화성-14형 재돌입체 표면에서 삭마현상으로 발생한 섬광이 얼마나 밝았으면, 약 280km 떨어진 곳에서 그처럼 형체가 뚜렷한 섬광체로 보였을까!
동영상을 분석하면,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밤하늘에 섬광을 내뿜으며 낙하한 시간은 3초25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10km 고도에 이르러 섬광체처럼 변모된 재돌입체가 약 3초 동안 초속 3km의 속도로 떨어지는 마지막 낙하장면인 것이다. <사진 7>
마지막 낙하장면을 유심히 관찰하면, 재돌입체가 내뿜는 섬광이 어느 순간 갑자기 더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재돌입체가 구름층을 통과하며 섬광을 내뿜을 때 구름층에 떠다니는 미세한 물방울에 광선이 반사되어 넓게 퍼지는 광선굴절현상이 일어난 것이지, 섬광 자체가 갑자기 더 밝아지는 명도증폭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5. 재돌입체 돌진낙하 마지막 장면은 마하스템 예고편
돌진낙하 마지막 장면에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재돌입체가 섬광을 내뿜으며 떨어지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소멸현상이다.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소멸현상은 재돌입체의 섬광이 몇 개로 갈라져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소멸된 것이 아니라, 위아래 두 쪽으로 갈라져 소멸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만일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대기마찰로 발생한 초고열과 초고압을 견디지 못하여 마지막 순간 공중에서 파열되었다면, 섬광이 몇 개로 갈라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소멸현상이 나타났어야 한다.
그런데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화성-14형 재돌입체의 섬광은 위아래 두 쪽으로 갈라지며 소멸하였다. 소멸현상이 왜 그렇게 나타난 것일까?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는 “수천℃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되고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정상 작동하였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원래 사거리가 10,000km 이상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보다 폭발위력이 100배 이상 강한 메가톤급 열핵탄두(수소탄)가 장착되는 법인데, 열핵탄두를 기폭시킬 때 핵탄을 사용하므로 핵탄두폭발조종장치라고 통칭한다.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화성-14형 재돌입체의 소멸현상은 핵탄두폭발조종장치 작동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섬광이 위아래 두 쪽으로 갈라져 시야에서 사라진 소멸현상은 재돌입체에 들어있는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모의열핵탄두를 기폭시키는 순간, 재돌입체 안에 있는 모의열핵탄두와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파열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재돌입체에서 파열잔해가 위쪽으로 튀어나왔으므로, 마치 섬광이 위아래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특이한 소멸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진 8>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지표면으로부터 약 10km 고도에 이르러 눈부신 섬광체처럼 변모한 재돌입체가 약 3초 동안 초속 3km의 속도로 돌진낙하하다가, 약 1km 고도에 이르러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모의열핵탄두를 기폭시키는 순간, 재돌입체에서 튀어나온 파열잔해들이 재돌입체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바다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면, 모의열핵탄두도 기폭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섬광은 위아래로 갈라지지 않은 채 끝까지 섬광을 내뿜으며 바다에 떨어졌을 것이다.
홋까이도 바로 아래에 있는 아오모리(靑森)현 북서쪽, 바다가 멀리 보이는 지역에 샤끼리(車力村)라는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 주둔하는 미국 육군 제10미사일방어대대는 하와이에 있는 제94육군항공 및 미사일방어사령부의 지휘를 받으며 조선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감시레이더로 탐지, 식별, 추적한다. 지난 7월 29일 오전 0시 28분경 그 부대는 눈부신 섬광체처럼 변모한 화성-14형 재돌입체가 홋까이도 서쪽 먼바다의 밤하늘 상공 약 1km 고도에 이르러 핵탄두폭발조종장치로 모의열핵탄두를 기폭시키는 순간, 재돌입체에서 튀어나온 파열잔해들이 재돌입체와 함께 바다에 떨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감시레이더 화면에서 목격하였을 것이다.
화성-14형 재돌입체에 들어있는 핵탄두폭발조종장치는 핵탄두기폭장치와 구별된다. 그것은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 핵탄두가 예정된 고도에서 폭발하도록 조종하는 기폭장치다. 초속 3km의 속도로 낙하하는 재돌입체에 들어있는 핵탄두폭발조종장치를 기폭시각에 맞춰 100분의 1초도 틀리지 않게 정확히 작동시키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선은 화성-14형 모의열핵탄두를 왜 하필이면 약 1km 고도에서 기폭한 것일까?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를 기폭하는 방법에는 고고도기폭, 공중기폭, 지상기폭, 지하기폭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타격목표 상공 1km 고도에서 공중기폭할 때 폭발위력이 최고로 극대화될 수 있다. 왜 그런가?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를 타격목표 상공 1km 고도에서 기폭할 때 발생한 핵폭발 충격파가 지표면을 강타하면서 일으킨 반작용 충격파와 합해져 충격강도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폭발위력은 폭발고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예컨대 200킬로톤급 열핵탄두는 1km 고도에서 폭발하였을 때, 폭발위력이 최고로 극대화된다.
핵폭발 충격파와 반작용 충격파가 합해진 초강도 충격파가 지표면을 휩쓸면, 모든 물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완전히 없애버리는 ‘싹슬이 핵화염폭풍’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마하스템(Mach Stem)이라 한다. 그러므로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는 마하스템으로 ‘제국주의아성’을 싹 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 조선의 초강경 핵압박공세인 것이다. <사진 9>
이번에 조선이 타격범위를 지구 전역으로 확대한 화성-12형을 발사하여 ‘마하스템 예고편’까지 미국에게 보여준 것은, 조선이 자기의 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전략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실증한 것이다. 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자기의 전략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는 조선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평화회담을 시작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조미핵대결에서 사실상 패한 미국에게 철군회담을 요구하는 중이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며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극대화하는 것은 미국과 평화회담을 벌일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미핵대결에서 사실상 승리한 조선이 왜 비핵화문제를 협상하는 평화회담에 아직도 미련을 두겠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문제를 협상할 평화회담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확정할 철군회담이다. 주한미국군 철수는 미국의 굴복이므로 철군회담은 미국이 조선에게 굴복하는 회담으로 될 것이다. 그러나 대조선제재를 극도로 강화하면 결국 조선이 자기에게 굴복할 것으로 오판하는 미국은 조선에게 굴복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 앞에서 계속 버티면서 저항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은 자국의 독자제재와 유엔안보리를 조종한 국제제재를 추가함으로써 사상 최악의 대조선경제제재를 발동하기 시작하였으며, 조미핵대결을 폭발점으로 끌어갈 것으로 예견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오는 8월 21일부터 강행하려고 한다. ‘8월 위기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또 다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정세오판에 빠져 조선의 경고와 요구를 무시한 채 추가제재와 전쟁연습의 저항공세로 버티고 있는 미국, 그리고 그런 미국을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연속 강타하다가 무력으로 징벌해버리는 ‘조국통일대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조선, 그 두 나라 사이에 오직 전쟁가능성만 남아있는 극단적 상황은 조선을 초단기속결전 씨나리오에로 떠밀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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