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7년 03월 0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전례 없는 이상현상들은 놀라운 지각변동의 전조
2. 쌍룡훈련, 맥스선더훈련, 칼빈슨함 부산입항은 또 무엇인가?
3.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실책은 아메리카제국 몰락시킬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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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례 없는 이상현상들은 놀라운 지각변동의 전조
지난해 경험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2016년도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2016년 3월 6일 한미연합사령부는 주한미국군 웹싸이트에 2016년도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에 관한 공식발표문을 실었다. 영문으로 작성된 공식발표문 전문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미한연합사령부의 연례적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 훈련시간대는 3월 7일에 시작된다. 3월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될 키리졸브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오래되고, 지속적인 협력과 우호를, 그리고 한국 및 지역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두 나라의 공동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독수리훈련은 3월 7일부터 시작되어 4월 30일까지 계속될 것이다. 약 8주간 동안 계속될 독수리훈련은 미한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국군구성군사령부(지상군, 공군, 해군, 특수전부대들)가 수행하는 다양한 합동 및 연합 야전훈련작전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약 17,000명의 미국군이 한국군과 함께 이 두 연습에 참가할 것이다. 유엔군사령부는 판문점대표부를 통하여 북조선의 조선인민군측에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의 일정에 대해, 그리고 그 훈련의 비도발적 성격에 대해 이미 통보하였다.”
위의 인용문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주체는 한미연합사령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 중에서 어떤 연습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야전부대들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야전부대들이 합동(joint)으로 진행하고, 다른 어떤 연습은 연합하여(combined) 진행하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관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동일한 인물이므로,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 중에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미국군과 한국군을 지휘할 때는 한미연합군사령관 모자를 쓰고, 주한미국군을 지휘할 때는 주한미국군사령관 모자를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남의 나라 군대인 한국군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이 드러나면 한국군이 허수아비라는 비난을 피할 길 없으므로, 한미연합사령부를 만들어놓고 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쓰고 한국군을 지휘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에서 한국군 합참본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며, 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하라는 대로 따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 진행순서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므로, 해마다 똑같이 반복된다. 정해진 진행순서에 따라 약 10일 동안 지속되는 키리졸브전쟁연습이 먼저 시작되고, 그 다음에 약 55일 동안 지속되는 독수리전쟁연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키리졸브전쟁연습은 야전부대들이 참가하지 않고 전쟁지휘소들만 참가하는 작전지휘연습이고, 독수리전쟁연습은 야전부대들이 참가하는 야전실동연습이다.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에서 한국군은 지휘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으므로, 작전지휘연습을 하는 키리졸브 기간 중에 한국군은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로 되고, 야전실동연습을 하는 독수리 기간 중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
셋째, 위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한미연합사령부의 간판을 내건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전쟁연습의 진행일정과 취지, 미국군 참가규모를 공식발표하고, 유엔군사령부의 간판을 내건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에게 전쟁연습의 진행일정과 취지를 구두로 통보하게 되는 것이다. 군사정전위원회가 오래 전에 소멸되었으므로,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에게 통보문을 전달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주한미국군사령부 연락병은 유엔군 모자를 쓰고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까지 나가서 휴대용 확성기로 통보문을 낭독하는 어이없는 ‘희극’을 해마다 연출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전례 없는 이상현상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의 진행일정과 취지, 미국군 참가규모를 밝혀주던 연례적인 공식발표를 중단했을 뿐 아니라, 유엔군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사령부 연락병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에게 통보문을 낭독하는 연례적인 ‘희극’도 연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지난 3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고 일제히 보도하면서, 올해 그 전쟁연습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느니, 미국이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USS Carl Vinson)을 비롯한 각종 핵타격전략자산들을 그 전쟁연습에 총동원한다느니 하는 미확인 추측보도를 마구 쏟아내며 조선을 자극한 것이다. 물론 한국 언론매체들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군 소식통들이 흘려준 ‘정보’를 듣고 그런 미확인 추측보도들을 작성하였으므로, 한국 군부가 한국 언론을 이용해 조선을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지난 3월 1일부터 사상 최대 규모로 시작되었다는 미확인 추측보도를 쏟아냈으나, 정작 그런 내용을 공식발표해야 할 한미연합사령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반드시 나왔어야 할 공식발표문이 나오지 않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몇몇 외신기자들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정말 3월 1일부터 시작되었는지 주한미국군사령부 공보실에 직접 문의하였다.
그랬더니 주한미국군사령부 공보실로부터 이상야릇한 답변이 돌아왔다. <로이터통신> 2017년 3월 1일 보도와 미국군 소식지 <성조> 2017년 3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사령부 공보실은 3월 1일부터 약 두 달 동안 전쟁연습이 진행된다는 것만 확인해 주었을 뿐, 그 이상 자세한 사항을 즉각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 원문을 옮기면 이렇다. “USFK officials did not immediately provide further details.”)
예년 같으면 외신기자들의 문의를 받지 않았어도 자세한 사항을 담은 공식발표문을 내놓았던 그들이 올해는 외신기자들의 문의를 받았는데도 자세한 답변을 회피하였다. 그런 답변회피가 의미하는 것은 명료하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지휘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쟁연습에 관한 공식발표를 하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외신기자들의 문의를 받았을 때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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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령부가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지휘하지 않는다는 말은 한국군 합참본부가 그 전쟁연습을 지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지난 3월 1일부터 이순진 합참의장의 지휘로 진행되고 있는 야전실동연습은 미국군이 참가하지 않고 한국군만 참가하는 전쟁연습인 것이다. 이순진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만 참가하는 올해 야전실동연습은,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 한미연합사령관이 지휘하였고, 미국군과 한국군이 참가했던 이전의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아니다. 이런 변동현상과 관련하여 한국 언론매체들의 미확인 추측보도를 걷어내고 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첫째,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3월 1일부터 시작된 야전실동연습 지휘권을 이순진 합참의장에게 넘겨주었다. 그래서 이순진 합참의장은 지난 3월 1일부터 야전실동연습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군은 이순진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지난 3월 1일부터 시작된 야전실동연습에는 한국군만 참가하고 있으므로, 작전지휘연습을 먼저 하고, 야전실동연습을 나중에 해오던 예년의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과 달리, 올해는 작전지휘연습을 하지 않고 야전실동연습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순진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은 한미연합전쟁연습이 아니므로, 그것을 키리졸브-독수리라는 기존 명칭으로 부를 수 없다. 이처럼 키리졸브-독수리라는 기존 명칭을 쓸 수 없는데도, 한국군만 참가하는 야전실동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한국 군부와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기존 명칭을 예전처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고, 한미연합사령부는 그런 명칭오용을 보고서도 못 본 척 하는 것이다.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중단되고, 한국군이 단독으로 전쟁연습을 진행하는 것은 64년 묵은 한미동맹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였음을 알려주는 놀라운 전조이며, 한반도 정세에 대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하였음을 알려주는 놀라운 전조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실무진이 지금 작성하고 있는 새로운 조선정책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최종결재를 받아 공식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그 전조는 당분간 은폐될 것이다.
2. 쌍룡훈련, 맥스선더훈련, 칼빈슨함 부산입항은 또 무엇인가?
한미동맹이 영구히 존속될 것으로 보는 착각에 빠져 미국군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까지 상납한 채, 미국의 안보공약에 명줄을 걸어놓고 장장 67년을 허송세월한 한국 군부에게 한미동맹이 흔들리기 시작하였음을 알려주는 전조는 음산한 ‘붕괴의 서곡’으로 들릴 수 있다. 다급해진 한국 군부는 자기들이 인정하기 싫은 전조를 은폐하려고 궁리한 끝에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하는 한국군 관계자를 등장시켜 올해도 예년처럼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이 진행되는 것처럼 세상을 기만하려는 속임수다. 그런 기만각본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하는 익명의 인물이 지난 3월 3일 한국 국방부 기자회견실에 나타나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이 이상야릇한 기자간담회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뉴스1> 2017년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이 진행한 기자간담회는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에 관한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독수리전쟁연습에 관한 기자간담회였다고 한다. 이것은 올해 연합작전지휘연습은 없고, 야전실동연습만 진행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다. 지난 3월 1일부터 이순진 합참의장이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을 지휘하고 있으므로, 연합작전지휘연습은 있을 수 없고, 야전실동연습만 진행되는 것이고, 따라서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기자간담회에서 야전실동연습에 대해서만 언급하였던 것이다. 그는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에 대해 말할 때, ‘독수리훈련’이라는 기존 명칭을 사용했지만, 그것은 연합야전실동연습이 진행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속임수다.
<뉴스1> 2017년 3월 3일 보도기사에서는 “독수리훈련과 동시에 한미는 이달 13일부터 키리졸브(KR)연습도 실시한다”고 하였는데, 보도기사의 전체 문맥을 읽어보면 이 문장은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이 기자간담회에서 꺼내놓은 말이 아니라, 그 보도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가 <연합뉴스> 2017년 2월 28일 보도기사에 나온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는 내달 13일 시작된다”는 미확인 추측보도를 ‘재탕으로’ 또 다시 집어넣은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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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령부가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에 관한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는데도 <연합뉴스> 취재기자는 키리졸브연습이 오는 3월 13일에 시작될 것이라는 추측보도를 2월 28일에 내보냈고, <뉴스1> 취재기자는 그 추측보도를 3월 1일에 또 다시 ‘재탕’하는 반복보도를 내보냈으며, 3월 3일에도 똑같은 내용의 반복보도를 ‘삼탕’한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논한 것처럼,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은 없고, 이순진 합참의장이 지휘하는 한국군 야전실동연습만 진행되고 있으므로, 키리졸브연습이 3월 13일부터 진행될 리 만무하다.
여기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이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미국의 해외증원군 파견문제에 대해 과연 무슨 말을 하였을까 하는 것이다. 만일 그가 미국이 예년처럼 올해도 해외증원군을 파견한다고 말했다면, 올해 전쟁연습은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이 아니라 예년처럼 미국군과 한국군이 동원되는, ‘독수리’라고 부르는 연합야전실동연습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만일 그가 미국이 올해는 해외증원군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 올해 전쟁연습은 예년과 달리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되는 것이다.
<뉴스1> 2017년 3월 3일부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독수리훈련과 관련해 미국 측은 해외서 증원되는 미군 3,600여 명과 기존 배치돼있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1만여 명이 이 훈련에 참가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얼핏 들으면, 해외증원군 3,600명이 올해 야전실동연습에 참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의 발언내용을 주의 깊게 뜯어보면 속임수가 드러난다. 그 속임수는 아래와 같다.
<뉴스1> 2017년 3월 3일부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제3함대 소속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가 (3월) 15일경 부산항에 입항한다”고 말했는데, 칼빈슨함(USS Carl Vinson)에서 근무하는 미국군 병력만 해도 6,062명이고, 칼빈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1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1)의 총병력은 7,000여 명이나 된다. 그러므로 올해 해외증원군 3,600여 명이 참가한다는 말과 칼빈슨함이 참가한다는 말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그런 모순발언을 걷어내면, 아래와 같은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는 3월 15일께 칼빈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1항모타격단이 부산항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칼빈슨함 1척만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칼빈슨함이 순양함, 구축함, 전략잠수함, 보급함을 이끌고 부산항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칼빈슨함만 달랑 부산항에 들어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칼빈슨함만 부산항에 오면, 해상작전연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항모타격단이 출동해야 해상작전연습을 할 수 있으므로, 항공모함 1척만 참가하는 해상작전연습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해상작전연습도 할 수 없으면서, 칼빈슨함은 왜 부산항에 오는 것일까? 칼빈슨함은 해외에서 증원되는 해상작전을 연습하려고 부산항에 오는 게 아니라, 항구방문(port visit)을 하려고 부산항에 오는 것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이 다른 나라 항구를 방문하면, 항공모함에서 근무하는 해군장병들은 시내관광을 하며 휴식하거나 현지주민과 어울리는 친선교류행사를 하고, 현지 언론의 함상취재를 위한 항모공개행사 등을 진행하고 떠나가는 게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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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슨함에 배속된 6,000여 명의 해군장병들이 해외증원군으로 부산항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항구방문으로 부산항에 들어온다면,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올해 해외증원군 3,600명이 참가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위의 보도기사에 나온,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내달(2017년 4월) 초 미국의 대형 상륙강습함인 41,000톤급 본험리처드슨함을 주축으로 대규모 상륙훈련도 진행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상륙훈련은 미국이 해마다 3월에 진행해오는 연례적인 쌍룡훈련(쌍용훈련이라고 쓰지 말고 쌍룡훈련이라고 써야 올바른 표기)이라는 명칭의 상륙전연습이다.
쌍룡훈련은 해마다 독수리전쟁연습기간에 진행되었지만, 독수리전쟁연습과 구별되는 별도의 연합상륙전연습인데, 미국은 올해 독수리전쟁연습은 하지 않으면서 쌍룡훈련은 예년처럼 진행하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이 언급한 해외증원군 3,600명은 바로 그 쌍룡훈련에 참가하는 미국 해병대 병력인 것이다.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군 병력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변동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2012년 6,000명
2013년 1,000명
2014년 7,000명
2015년 1,000명
2016년 12,200명
2017년 3,600명
위에 나타난 변동추이가 말해주는 것처럼, 짝수해에는 동원병력이 많아지고, 홀수해에는 동원병력이 적어지는 일정한 양상이 반복되어왔다. 이런 관례에 따르면, 홀수해인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하는 미국군 병력수는 1,000명 정도 되어야 하는데,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올해 쌍룡훈련에 3,600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일본 오끼나와(沖繩)에 주둔하는 제3해병원정군 산하 제3해병원정여단이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 여단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된 쌍룡훈련에 참가했었는데, 그 여단병력이 3,600명이다.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와스프급(WASP-class) 상륙강습함 1척에는 해병대 병력 1,800명이 탈 수 있으므로, 제3해병원정여단 3,600명을 실어나르려면 그런 상륙강습함 2척이 필요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올해 쌍룡훈련에 상륙강습함을 2척 동원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한국 언론매체들은 미국 해병대에 얼마 전 배치된 최신형 스텔스통합타격전투기 F-35B가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는 미확인 추측보도를 또 내보냈다. 이를테면, 2017년 3월 2일 <연합뉴스>는 F-35B가 올해 쌍룡훈련에서 “첫 정밀타격연습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미확인 추측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1월 18일 미국은 일본 야마구찌(山口)현 이와꾸니(岩國)에 있는 미국 해병대항공기지에 주둔하는 제21해병전투기공격대대에 F-35B를 배치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그 최신형 전투기를 해외주둔기지에 처음으로 배치한 사례로 된다.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상륙강습함 1척은 F-35B를 5대씩 실을 수 있으므로, 위의 보도기사가 사실이라면 올해 쌍룡훈련에 10대의 F-35B가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F-35B가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할 것이라는 보도도 역시 취재기자들이 제멋대로 써버린 미확인 추측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뉴스1> 2017년 3월 3일부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이와꾸니에 배치된 F-35B가 쌍룡훈련에 참가하는 문제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와꾸니에 배치된 F-35B가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뉴스1> 2017년 3월 3일부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로 자처한 익명의 인물은 “(미국이) 4월 중순 경에는 (줄임)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훈련도 실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공군사령관이 지휘하는 맥스선더훈련(Exercise Max Thunder)은 미국 공군과 한국 공군이 참가하는 연합공중작전연습이다. 맥스선더훈련도 쌍룡훈련처럼 해마다 독수리전쟁연습기간에 진행되어왔지만, 독수리전쟁연습과 구분되는 별도의 연합공중작전연습인데, 미국은 올해 독수리전쟁연습을 하지 않으면서 맥스선더훈련은 예년처럼 진행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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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매체들의 미확인 추측보도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미국이 올해 독수리전쟁연습(실제로는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에 전략핵폭격기를 비롯한 핵타격전략자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참가시킬 것이라는 미확인 추측보도를 또 내보냈다. 이를테면, 2017년 3월 2일 <동아일보>는 “3월 한반도, 미 전략무기 역대 최대 출동”이라는 제목의 미확인 추측보도를 손꼽을 수 있다. 이런 미확인 추측보도들은 한국 국방부가 지난 2월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자료의 일부내용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한국 국방부의 업무보고자료는 자기들이 “미국 측과 전략자산전개규모 및 공개확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런 내용을 제멋대로 확대해석하여 미국이 핵타격전략자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참가시킨다는 미확인 추측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미확인 추측보도가 이처럼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으니, 참 집요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미국은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하지 않고,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만 진행하고, 그에 따라 한국 군부는 독수리전쟁연습이라는 기존 명칭으로 위장한 야전실동연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의 핵타격전략자산이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에 참가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미국의 핵타격전략자산들 가운데 하나인 칼빈슨함이 부산항에 입항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칼빈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1항모타격단이 출동하는 게 아니라 칼빈슨함만 입항하는 것이므로, 그런 항구방문을 전략자산출동이라고 우기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7년 1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만해도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용산미국군기지에 있는 지하전쟁지휘소에서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지휘했으나, 올해 3월에는 한국군 합참본부가 한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지하전쟁지휘소에서 전쟁연습을 지휘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에 관해서는 2017년 2월 6일 <자주시보>에 발표된 나의 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왜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을까?’에서 설명한 바 있다. 올해는 한국군 합참본부가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을 지휘하고, 한미연합사령부는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을 지휘하는 양상으로 변화되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3.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실책은 아메리카제국 몰락시킬 화근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미국은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하였으면서도,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은 왜 중단하지 않았을까? 칼빈슨함은 왜 한국군 야전실동연습기간에 부산항에 나타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고, 그로써 조선은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미국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하였다. 조선은 2017년 2월 12일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하였는데, 이것은 조선이 미국의 숨통을 얼마나 더 바짝 조이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숨통이 조여든 미국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해마다 지속해온 대조선전쟁연습을 결국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이 이런데도, 미국이 조선을 압박하고 있다는 한국 언론보도야말로 본말을 완전히 뒤집은 허위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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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밀린 자기의 초라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히 아메리카제국의 체면문제가 아니라, 아메리카제국의 세계지배질서를 흔드는 엄청난 안보문제다. 왜냐하면,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하였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깔보며 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것이고, 미국의 동맹국들과 추종국들은 미국의 안보공약을 불신하면서 미국의 말을 듣지 않게 될 것이고,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수단 같은 나라들의 반미투쟁은 더욱 열기를 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씨나리오는 미국에게 악몽 그 자체다. 그래서 미국은 자기들이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하였다는 ‘비밀’을 외부에 발설할 수 없으며,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 칼빈슨함 항구방문으로 그 ‘비밀’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하였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도 치명타를 얻어맞게 된다. 박근혜 탄핵문제, 사드배치강행이 불러온 중국의 압박공세, 일본의 독도강탈책동과 소녀상철거문제 등으로 악화된 일본과의 갈등, 그리고 헤어날 길 없는 경제위기증폭이 한국을 몰락의 벼랑끝으로 떠밀어가는 판인데, 거기에 더하여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보문제에 예민한 해외자본들은 한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그 이후에 벌어질 종말론적 재앙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사상 최악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음을 직감한 한국 군부는 미국에게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예년처럼 강행하고 핵타격전략자산을 보내달라고 간청하면서 사드배치를 황급히 서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정은 이러하였다. 한국 군부와 미국 군부가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에 전략자산을 투입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는 한국군 소식통의 발언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때는 지난 1월 31일이었다. 그는 검토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국 군부와 미국 군부가 전략자산동원문제를 함께 검토한 것이 아니라 한국 군부가 미국 군부에게 전략자산투입을 간청한 것이었다. 또한 한국 군부와 미국 군부가 올해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 규모를 “더욱 확대, 편성하기로 합의해가고 있다”는 한국군 소식통의 발언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때는 지난 2월 6일이었다. 그는 합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국 군부와 미국 군부가 전쟁연습규모를 확대하는 문제를 합의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 군부가 미국 군부에게 전쟁연습규모를 확대해달라고 간청한 것이었다.
이처럼 한국 군부의 간청이 거듭되자, 미국은 그 간청을 물리칠 수 없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을 중단하지 않았고, 칼빈슨함 항구방문을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실무진은 곧바로 새로운 조선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하였는데, 조선정책수립작업을 이끌던 마이클 플린(Michael T. Flynn)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집중공세를 받고 뜻밖에 낙마하였고,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현역 육군 중장이 플린의 뒤를 이어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었다. 이런 혼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조선정책을 수립하는 작업은 지체되었다.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실무진이 새로운 조선정책을 수립하는 문제와 직결된 것인데, 그들 속에서 혼란이 빚어졌으니 대조선전쟁연습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일관성 있는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었다. 키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을 중단하였으면서도,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을 예년처럼 강행하고, 칼빈슨함 항구방문을 추진하는 일관성 없는 결정이 내려진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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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을 중단하지 않고, 한국군 야전실동연습기간에 칼빈슨함을 부산항에 입항시켜 마치 칼빈슨함이 야전실동연습에 참가하는 것 같은 자극적인 인상을 주게 만든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다.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미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조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저지른 그 실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의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수리연습이라는 위장명칭을 뒤집어쓴 한국군 야전실동연습이 시작된 다음날인 2017년 3월 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 담화는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이 우리의 면전에서 위험천만한 북침핵전쟁연습을 또 다시 강행해나선 이상 우리 군대는 이미 선포한대로 초강경 대응조치로 맞서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어 3월 4일 조선 외무성도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 담화는 “우리는 미국에 새로 등장한 행정부가 <힘에 의한 평화>를 부르짖으며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침략기도를 로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는데 대하여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2017년 3월 3일 <로동신문>에 실린 정세해설기사는 “미국과 괴뢰패당이 침략기도를 버리지 않고 우리에 대한 핵위협과 북침전쟁연습소동을 강행하고 있는 한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만이 아닌 보다 새 형의 주체적 전략무기들이 대지를 박차고 만리대공으로 더 기운차게 날아오를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실책이 조선을 또 다시 자극하였으므로,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전략적 핵압박공세의 완결판을 4월이 가기 전에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이 미국의 숨통을 마지막으로 확 조여버리는 전략적 핵압공세의 완결판을 실행에 옮기면, 미국은 어떻게 되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새로운 조선정책은 무용지물로 될 것이고, 미국의 국가안보는 파탄에 빠질 것이며, 그런 일련의 급변사태는 아메리카제국의 몰락을 더욱 재촉할 것이다. 먼 훗날 역사는 2017년 2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저지른 실책이 결국 아메리카제국을 몰락시킨 화근으로 전화되었음을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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