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7년 02월 2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밴든벅공군기지에서 솟구쳐 오른 불줄기
2. 이례적인 핵타격연습들이 집중되었던 2015년
3. ‘대통령 정책방침 24’와 ‘제3상쇄전략’
4. 트럼프가 서명한 대통령 비망록 ‘미국군의 재건’
5. 미국이 LRSO와 B61-12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
6. 미국의 핵무력증강은 패망 자초할 경거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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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밴든벅공군기지에서 솟구쳐 오른 불줄기
2015년 3월 23일 오전 3시 36분 어둠에 잠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든벅공군기지(Vandenberg AFB)에서 시험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불줄기를 내뿜으며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미국 지구전역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밴든벅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576비행시험대대와 와이오밍주 워런공군기지(F. E. Warren AFB)에 주둔하는 제90미사일비행단이 합동으로 그 날 미닛맨(Minuteman)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하였다고 한다. 그 대륙간탄도미사일 첨두에는 핵탄이 없는 시험용 재돌입체가 장착되어 있었다. 이것은 지구전역타격사령부가 워런공군기지에 실전배치된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1발을 밴든벅공군기지로 가져와 야간시험발사를 진행하였음을 말해준다. 미닛맨 III은 3단형 고체로켓을 사용하며, 사거리는 13,000km로 추정된다. 미국 국방부, 에너지부, 전략사령부는 그 날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분석, 평가하였다.
미국 본토 각지에 있는 수직발사갱(silo)들에 실전배치된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모두 440발인데, 와이오밍주 워런공군기지, 몬태나주 맘스트롬공군기지(Malmstrom AFB), 노스 대코다주 미놋공군기지(Minot AFB)에 각각 분산배치되었다. 그 공군기지 1개소마다 3개 미사일비행대대가 주둔하는데, 1개 미사일비행대대에 배치된 수직발사갱은 50개다. 그러므로 미국 본토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직발사갱 450개가 있는 것이다. 5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통제소가 9개 미사일비행대대의 미사일발사를 통제한다.
그런데 2015년 3월 23일에 진행된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해마다 세 차례씩 진행해오는 연례적인 시험발사가 아니라 특별히 준비된 시험발사였다. 왜냐하면, 그 날 진행된 시험발사는 미국이 연례적으로 진행해오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달리 시험용 재돌입체를 가장 멀리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그 날 미닛맨 III에 장착된 시험용 재돌입체는 약 9,700km 정도 날아가 서태평양에 착탄하였다. 종전의 연례적인 시험발사에서는 시험용 재돌입체가 약 6,500km 정도 날아가 착탄하곤 하였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015년 3월 27일 밴든벅공군기지에서 제2차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지구전역타격사령부가 몬태나주 맘스트롬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341미사일비행단에서 밴든벅공군기지로 가져온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그 미사일에 장착된 시험용 재돌입체는 나흘 전 시험발사 때보다 훨씬 더 멀리 10,700km를 날아가 괌(Guam)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0km 떨어진 서태평양에 착탄하였다. 미닛맨 III 시험발사 최장거리 비행기록이 나흘 만에 갱신된 것이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2015년 5월 20일 지구전역타격사령부는 와이오밍주 워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90미사일비행단에서 밴든벅공군기지로 가져온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또 다시 시험발사하였다. 그런데 제3차 시험발사에서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펏공군기지(Offutt AFB)에 주둔하는 전략사령부 산하 제625전략작전대대에서 발신한 시험발사명령을 비행 중인 E-6B 미사일발사공중통제기를 통해 밴든벅공군기지에 전송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이례적인 훈련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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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15년 8월 19일 노스 대코다주 미놋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91미사일비행단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즉각발사태세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그 미사일비행단 산하 제741미사일대대 요원들이 밴든벅공군기지로 이동하여 제4차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2015년 10월 21일 지구전역타격사령부는 와이오밍주 워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320미사일비행단에서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밴든벅공군기지로 가져가 제5차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해마다 세 차례씩 진행해오던 미국은 2015년에 위와 같은 이례적인 방식으로 그 시험발사를 다섯 차례나 진행하였다.
미국은 조선이 올해 2017년에 처음으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그토록 반대하면서도, 자기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마음대로 해도 되고,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미국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비법적인 행동 하나만 놓고 봐도 미국이 얼마나 제국주의적 전횡에 매달리는지 알 수 있다.
2. 이례적인 핵타격연습들이 집중되었던 2015년
미국의 핵무기전문가들인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과 로벗 로리스(Robert S. Norris)가 2016년 3월 2일에 발표한 논문 ‘미국의 핵무력 2016(United States Nuclear Forces 2016)’에 따르면, 미국이 2015년에 다섯 차례 진행한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종전에 진행된 시험발사들에 비해 사거리를 길게 연장하여 러시아만이 아니라 중국 내륙까지 타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발사연습이었다고 한다. 지구전역타격사령부가 미국 본토에서 유라시아대륙을 향해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미사일이 북극해 상공을 지나가게 되고, 따라서 미국이 중국 내륙을 타격하려면 러시아를 타격하는 것보다 더 멀리 쏘아야 한다. 위의 논문에서는 중국 내륙을 타격하는 발사연습을 위해 미국이 사거리를 연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고만 서술하였으나, 조선을 타격하려고 해도 사거리를 연장해서 쏘아야 하므로, 조선과 중국을 타격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2015년에 미국이 미닛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만 그렇게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연례적으로 벌여오던 각종 핵타격연습들도 그 해부터 이례적인 방식으로 대폭 강화하여 벌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 사정은 아래와 같다.
(1)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5년 3월 전략핵폭격기 편대를 신속하게 출격시키기 위한 지휘통제연습인 ‘글로벌 라이트닝(Global Lightning) 15’라는 명칭의 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다. 이 핵타격연습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유럽사령부의 ‘오스티어 챌린지(Austere Challenge) 15’, 미국 아프리카사령부의 ‘저디셔스 뤼스판스(Judicious Response) 15’, 미국 수송사령부의 ‘터보 챌린지(Turbo Challenge) 15’와 연동되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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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사령부는 2015년 4월 8일 러시아를 겨냥한, ‘폴라 그라울(Polar Growl)’이라는 명칭의 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는데, 이 연습은 미국 본토에 있는 공군기지 2개소에서 각각 출격한 B-52H 전략핵폭격기 4대가 장거리를 비행하여 북극과 북해에 동시에 출동하였다가 출격기지로 되돌아가는 공중핵타격연습이었다.
(3) 지구전역타격사령부는 2015년 5월 4일부터 13일까지 ‘컨스턴트 비질런스(Constant Vigilance)’라는 명칭의 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다. 이 연습은 노스 대코다주 미놋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전략핵폭격기들에 핵탄순항미사일을 신속히 탑재하고, 미주리주 화이트먼공군기지(Whiteman AFB)에 배치된 B-2 스텔스전략핵폭격기에 핵폭탄들인 B61-1, B61-11, B83-1을 신속히 탑재하는 핵폭격출동연습이었다.
(4) 지구전역타격사령부는 2015년 11월 2일 북미항공우주사령부와 미국 북부사령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비질런트 쉴드(Vigilant Shield)’라는 명칭의 핵방어연습과 연계된 ‘글로벌 선더(Global Thunder)’라는 명칭의 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왜 2015년부터 그처럼 핵타격연습을 대폭 강화한 것일까? 거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깔려있다.
3. ‘대통령 정책방침 24’와 ‘제3상쇄전략’
미국이 2015년부터 핵타격연습을 대폭 강화한 첫 번째 배경은, 2013년 4월 5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핵무력증강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대통령 정책방침 24’를 발령한 것에 있다.
버락 오바마는 2009년 4월 5일 체코공화국 프라하에 있는 하라차니광장(Hradcany Square)에 모인 환영군중 앞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미국의 노력”이니 뭐니 하며 연설했고, 2016년 5월 27일 일본 히로시마(廣島) 폭심지에 있는 평화추모공원을 방문하였을 때도 “핵무기 없는 세계”니 뭐니 하며 연설했지만, 그 연설들은 새빨간 거짓말로 세상을 속인 희대의 사기극이었다. 왜냐하면, 미국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방대한 규모의 핵무력증강을 시작한 장본인이 바로 버락 오바마 자신이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시작한 핵무력증강사업은 1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예산을 요구한다.
또한 미국 연방하원들은 오바마에게 미국의 선제핵타격을 금지시키는 ‘선제핵무기불사용정책(No-First-Use Nuclear Weapons Policy)’을 채택하라고 요청하였으나, 오바마는 그 요청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지-머신(Z-machine)’이라는 특수장치를 사용하는 신종 핵시험을 12차례나 강행하였다. 입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뇌까리면서, 실제 행동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핵무력증강사업을 추진한 버락 오바마야말로 핵광란증에 걸린 정치협잡꾼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미국이 2015년부터 핵타격연습을 대폭 강화한 두 번째 배경은, 미국 국방부가 2014년에 이른바 ‘제3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을 천명한 데 있다.
2014년 11월 7일 당시 미국 국방차관 로벗 워크(Robert O. Work)가 캘리포니아주 씨미밸리(Simi Valley)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처음으로 제3상쇄전략에 대해 언급하였고, 11월 14일 당시 국방장관 척 헤이글(Chuck Hagel)이 똑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또 다시 제3상쇄전략에 대해 언급하였고, 이튿날 제3상쇄전략에 관한 국방장관 비망록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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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헤이글이 천명한 제3상쇄전략은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던 애쉬튼 카터(Ashton B. Carter)를 거쳐 오늘 트럼프 행정부의 신임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20년 동안 추진될 것이다.
1950년대 중반에 등장한 제1상쇄전략은 미국이 핵무력으로 소련의 재래식 무력을 압도한다는 군사전략이었고,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한 제2상쇄전략은 재래식 군비에서 미국군의 양적 열세를 첨단군사과학기술로 반전시킨다는 군사전략이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제2상쇄전략은 첨단군사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정보-감시-정찰체계, 정밀유도무기, 스텔스기술, 군사위성통신체계 및 군사항법체계를 새로 개발함으로써 미국군의 양적 열세를 상쇄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뀐 2014년에 미국 국방부가 수립한 제3상쇄전략은 차츰 쇠락하는 미국 군사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한편, 군사과학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러시아, 중국, 조선의 도전으로부터 미국의 군사과학기술적 우세를 계속 유지하려는 군사전략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제3상쇄전략이 아래와 같이 6개 분야에서 추진될 것으로 본다.
(1) 적국의 ‘반접근-지역거부전략 (Anti-access/Area Denial Strategy)에 대응하는 작전능력을 강화한다.
(2) 유도무기체계를 강화한다.
(3) 수중무기체계를 강화한다.
(4) 싸이버작전능력 및 전자전능력을 강화한다.
(5) 로봇병기(robot weaponry)가 도입된 사람-기계협동전투체계 (human-machine teaming combat system)를 개발한다.
(6) 새로운 작전개념 및 모의전쟁연습프로그램을 개발한다.
4. 트럼프가 서명한 대통령 비망록 ‘미국군의 재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취임일로부터 닷새가 지난 2017년 1월 27일 국방부를 방문하였다. 국방부에서 그는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 겸 미국군 총사령관으로서 대통령 비망록에 서명하였다. 그 대통령 비망록의 제목은 ‘미국군의 재건(Rebuilding the U.S. Armed Forces)’이다. 거기에는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방침이 수록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비망록에서 미국의 국가안보정책기조가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to pursue peace through strength)”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그가 말하는 힘은 군사력을 뜻하고, 그가 말하는 평화는 제국주의세계지배체제의 안정화를 뜻한다. 따라서 그가 천명한 정책기조는 군사력을 증강하여 제국주의세계지배체제를 안정화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부에서 밀려드는 도전과 공세, 내부에서 심화되는 모순으로 전례 없이 불안정해진 제국주의세계지배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방도는 무력증강밖에 없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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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망록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그 비망록이 발표된 날로부터 30일 안에 미국군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글이 <자주시보>에 실린 2017년 2월 27일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국군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마감일이므로, 아마도 지금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보고서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제출한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미국군 전투준비태세가 사상 최악 상태에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 비망록에 수록된, 미국의 군사력을 재건하는 방도는 아래와 같다.
(1) 위협의 유동성에 대응하는 새로운 군사과학기술을 개발한다.
(2) 전함, 전차, 전투기들을 비롯한 무장장비를 증산한다.
(3) 무인항공기를 증산한다.
(4) 전자전능력, 정보-감시-정찰능력, 현대화된 무기체계를 증강한다.
(5) 싸이버전능력을 강화한다.
(6) 핵무력을 현대화한다.
(7)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량한다.
(8) 우주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위에 열거한, 미국의 군사력을 재건하기 위한 8가지 방도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역점을 두는 것은 핵무력 현대화와 미사일방어체계 개량이다. 대통령 비망록에 그런 역점사업이 명시되어 있다.
첫째, 대통령 비망록에 따르면, 미국 국방장관은 수정된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새로운 국방전략을 2018년 1월까지 수립해야 하는데, 새로운 국방전략에는 새로운 핵태세검토(Nuclear Posture Review)가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 비망록에 따르면, 새로운 핵태세검토는 “미국의 핵무력이 현대화되고, 튼튼하고, 신축적이고, 탄력적이며, 21세기의 위협을 억제하기에 적합하고, 미국의 동맹국들과 우호국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확실히 담보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통령 비망록에 따르면, 새로운 국방전략에는 새로운 미사일격퇴방어검토(Missile Defeat Defense Review)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미사일격퇴방어검토에서는 “미국 본토와 해외전구(戰區)에서 미사일을 방어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도록 하고,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고, 미사일방어의 정책기획을 전략기획에 통합시키고, 예산배정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도가 해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비망록 ‘미국군의 재건’에 서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핵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약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핵무력증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뒤를 이어 계속 추진하는 핵무력증강사업이다.
미국의 핵무기전문가들인 핸스 크리스텐슨과 로벗 로리스가 2016년 3월 2일에 발표한 논문 ‘미국의 핵무력 2016’에 따르면, 미국의 핵무력증강에는 아래와 같은 사업목표들이 제시되어 있다고 한다.
(1) 신형 핵추진전략잠수함을 개발한다.
(2) 신형 장거리전략핵폭격기를 개발한다.
(3)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을 개발한다.
(4) 신형 전술핵폭격기를 개발한다.
(5) 기존 열핵탄두인 W76을 개량한 W76-1과 Mk-4 재돌입체를 계열생산(serial production)한다. (기존 W76의 무게는 164kg이며, 핵폭발위력은 100킬로톤이다.)
(6) 개량형 핵폭탄 B61-12와 개량형 핵폭탄 W80-4를 초도생산(initial production)한다.
(7) 핵전쟁지휘통제체계를 현대화한다.
(8) 핵무기생산설비를 현대화한다.
(9)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개량형 Mk-21A 각개발사식 재돌입체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신형 마크(Mark)-5 각개발사식 재돌입체에 모두 장착되는, IW-1 또는 W78/W88-1이라고 불리는 상호운용열핵탄두를 개발한다.
5. 미국이 LRSO와 B61-12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
위에 열거한 미국의 핵무력증강목표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 개발과 신형 전술핵폭격기 개발이다. 순항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도 전술핵탄이고, 전술핵폭격기에 탑재하는 핵폭탄도 전술핵탄이므로, 미국이 신형 전술핵탄을 개발하는 사업에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핵폭발위력은 비교적 낮으면서도 타격정밀도는 높은 신형 전술핵탄(핵탄순항미사일과 전술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핵탄과 달리, 전술핵탄이 실전에서 쉽게 사용될 수 있는 핵무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의 신형 전술핵탄 개발은 강한 핵전쟁도발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은 스텔스기능을 가진 장거리타격순항미사일(LRSO)인데, 그 전투부에 전술핵탄이 장착된다.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이 개발되면, 1970년대에 처음 실전배치된 AGM-86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을 대체할 것이다. 미국은 B-52H 전략핵폭격기와 B-2 스텔스전략핵폭격기에 탑재하기 위해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적국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비행하는 B-52H나 B-2에서 스텔스기능을 가진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을 쏘면, 적국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공격대상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의 군비통제(Arms Control Today)> 2015년 5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신형 공중발사핵탄순항미사일 1,000발을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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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형 전술핵탄 개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B61 전술핵폭탄을 개량, 증산하는 움직임이다. B61 전술핵폭탄을 개량한다는 말은 신형 유도장치로 타격정밀도를 30m 수준으로 높이고, 핵폭발위력을 50킬로톤으로 줄인다는 뜻이다. 그렇게 개량되는 신형 전술핵폭탄이 B61-12다.
미국은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유럽 각국에 750개소 이상의 핵무기고들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약 7,000발에 이르는 각종 핵탄을 쌓아놓고 있었다. B61 계열 핵폭탄들 가운데 B61-3, B61-4, B61-10은 핵폭발위력이 50킬로톤인 전술핵폭탄들이고, B61-7과 B61-11은 핵폭발위력이 100킬로톤 이상인 전략핵폭탄들이다.
냉전이 종식된 직후 미국은 서유럽에 배치한 핵탄을 대폭 감축하였고, 오늘은 전술핵폭탄 180발만 이탈리아 아비아노(Aviano)와 게디(Ghedi), 독일의 뷔켈(Büchel), 벨기에의 클라인 부로겔(Kleine Brogel), 네덜란드의 볼켈(Volkel), 터키의 인씨리크(Incirik)에 각각 분산배치하였다. 그 밖의 전술핵폭탄 320발은 미국 본토의 핵무기고들에 분산보관해왔는데, 지금 미국은 신형 전술핵폭탄 B61-12를 개발, 증산하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이 실전배치한 전술핵폭탄은 땅속 깊이 파고들어가 지하군사기지를 파괴하는 핵무기다. 전 세계에서 지하군사기지를 가장 많이 건설한 나라는 조선이므로, B61-12 전술핵폭탄이 조선에 대한 전술핵공격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B61-12 전술핵폭탄은 F-22 스텔스전투기에 탑재된다. 최근 일본에 전진배치된 신형 스텔스전투기 F-35A는 2024년까지 신형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될 것이다.
미국이 조선의 지하군사기지들을 B61-12 전술핵폭탄으로 파괴하려면, 그 핵폭탄을 탑재하는 F-22 스텔스전투기를 미국 본토 공군기지에 배치하는 것보다 지리적으로 아시아대륙에 가까운 일본과 알래스카주에 전진배치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그래서 미국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Anchorage) 인근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통합기지(Joint Base Elmendorf–Richardson)에 주둔하는 태평양공군 제11공군 산하 제3비행단 제90전투비행대대와 제525전투비행대대에 F-22 스텔스전투기 24대를 2008년부터 배치해두고 있으며, 2010년에는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嘉手納)공군기지에 F-22 스텔스전투기 12대를 전진배치하였는데, 이것은 그 기종을 사상 처음으로 해외기지에 배치한 것이다.
미국은 2016년 2월 17일 가데나공군기지에 배치한 F-22 스텔스전투기 4대를 오산공군기지로 출동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B61-12 전술핵폭탄으로 조선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핵도발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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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1-12 전술핵폭탄은 미국의 주력전투기들인 F-16 전투기와 F-15E 전투기에도 탑재된다. F-16 전투기는 그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지만, F-15E 전투기에 그 전술핵폭탄을 탑재하려면 개조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은 2015년 10월 20일 네바다주에 있는 토노파시험장(Tonopah Test Range)에서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F-15E 전투기 시험발사비행을 진행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러시아는 그 시험발사비행을 “공개적인 도발”이라고 맹비난하였다. F-15E 전투기에 B61-12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작업은 2018년에 끝날 것이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2009년부터 해마다 미국 본토에 있는 F-16 전투기 12대를 오산공군기지에 순환배치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에 배치된 F-15E 전투기 12대를 2014년 8월 1일 오산미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하였다. 그로써 미국은 오산공군기지에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기종 24대를 상시적으로 전진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투기들이 조선의 지하군사기지들에 대한 정밀핵타격을 노리는 것은 명백하다.
6. 미국의 핵무력증강은 패망 자초할 경거망동
조선의 지하군사기지들에 대한 정밀핵타격을 노린 미국의 핵위협이 실전에서 통할 것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오판이다. 실전에서는 교전쌍방의 격돌 중에 발생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시시각각 수없이 뒤엉키게 되므로, 실전상황이 도발자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일 미국이 타격정밀도를 높인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한 F-22 스텔스전투기 편대를 출격시켜 조선의 지하군사기지들을 파괴하려고 덤벼들면, 조선은 강력한 대응력으로 그들의 접근비행을 차단할 것이다.
스텔스전투기는 만능의 신비한 무장장비가 아니므로, 그 전투기를 지대공미사일로 격추할 방도는 얼마든지 있다. <에비에이션 위크 앤드 스페이스 테크놀로지(Aviation Week & Space Technology)> 2015년 3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초단파(VHF)레이더와 적외선탐지추적체계(IRST)가 스텔스전투기를 위협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였다. 적외선탐지추적체계의 원리는 동일표적을 여러 개의 적외선감지기가 포착, 추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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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조선은 조선인민군 군사시설을 시찰하기 위해 방문한 미얀마 고위급 군사대표단에게 방공레이더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관찰한 방공레이더 P-18의 탐지거리는 250km이고, 탐지고도는 35km다. 이 방공레이더는 스텔스전투기의 접근을 탐지할 수 있다. 외국 군사대표단에게 신형 무장장비를 보여주는 나라는 없으므로, 당시 조선은 미얀마 고위급 군사대표단에게 P-18보다 훨씬 더 우수한 신형 방공레이더는 보여주지 않았다. 조선이 보여주지 않은 신형 방공레이더는 ‘번개’라고 불리는 지대공미사일발사체계에 배속된 것이다.
2013년 6월 5일 나는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할 때, 중무장전시실에 전시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실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는데, 현장에 놓여 있는 설명판에는 번개-5의 요격비행속도가 마하 7이라고 기록되었다. 사거리와 요격고도는 군사기밀이므로 설명판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번개-5와 같은 급인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300은 사거리가 200km이고, 요격고도가 27km다. 번개-5에 관해서는 2015년 7월 13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땅속에서 하늘을 지키는 비밀병기’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은 2016년 4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함경남도 선덕군 해안에서 “새 형의 반항공요격유도무기체계의 전투성능판정을 위한 시험사격”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새 형’이라는 말은 조선이 기존 번개-5를 개량한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의미한다.
번개-5을 개량하였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기존 번개-5가 전투기를 요격하는 지대공미사일이라면, 개량된 번개-5는 전투기와 비할 바 없이 더 빠르고, 크기도 훨씬 더 작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초강력 지대공미사일이다.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은 비행속도나 동체크기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요격능력을 지닌 두 종의 지대공미사일을 만들어야 한다. 번개-5의 요격비행속도는 마하 7이므로, 개량된 번개-5의 요격비행속도는 마하 7보다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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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일 조선이 시험사격한 신형 지대공미사일은 마하 7보다 더 빠른, 상상을 초월한 초고속으로 항공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그래서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이 1발만 발사한 것으로 착각하였다가, 나중에 조선의 언론매체에 공개된 현장보도사진을 보고서야 3발이 발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시 개량형 번개-5 시험사격에는 신형 반스텔스 방공레이더가 참가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지대공미사일체계에 배속된 신형 반스텔스 방공레이더는 570km 밖에서 날아가는 큰 비행물체(핵폭격기)를 탐지할 수 있고, 390km 밖에서 날아가는 4㎡의 비행물체(스텔스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고, 230km 밖에서 날아가는 0.4㎡의 아주 작은 비행물체(탄도미사일 전투부)를 탐지할 수 있다.
전시에 조선은 미사일과 방사포를 집중발사하여 오산공군기지부터 파괴할 것이므로, 미국은 조선의 미사일과 방사포탄이 불소나기처럼 쏟아질 오산공군기지에 B61-12 전술핵폭탄을 배치해두지 못한다. 미국이 그 전술핵폭탄을 배치해둘 곳은, 전시에 그 전술핵폭탄을 탑재한 F-22 스텔스전투기 편대가 출격하게 될 가데나공군기지와 엘먼도프-리처드슨 통합기지다.
하지만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한 F-22 스텔스전투기 편대가 그 두 기지들에서 각각 출격하면, 조선은 기습적인 핵타격으로 그 두 기지를 파괴할 것이며,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여 그 전투기 편대의 접근비행을 먼 거리에서 차단할 것이다. 스텔스전투기와 전술핵폭탄을 통합한 미국의 공중핵타격은 조선의 ‘철갑지붕’을 뚫지 못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신형 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2의 즉각적인 보복핵타격으로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이 처참하게 파괴될 수 있다. 미국의 핵무력증강은 패망을 자초할 경거망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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