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5년 11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4시간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상한 천체현상들
2. 러시아가 진행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
3. 고사로케트사격훈련 중에 다층미사일방어체계 개발과업을 제시한 김정은 제1위원장
4. 번개-1과 화성-1을 1960년대 말에 만들어낸 실력
5. 번개-1에서 번개-6까지 개발한 실력이 과감한 도전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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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시간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상한 천체현상들
2015년 11월 1일 오전 7시쯤(현지시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 중부에 있는 쿠얼러(庫爾勒)미사일시험발사장의 아침하늘에 이상한 천체현상이 나타났다. 그로부터 이틀 뒤 중국의 인터넷언론매체 <관차저왕(觀察者網)>은 그 이상한 천체현상이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요격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 나타난 현상이었다고 보도하였다. 이것은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전략적 미사일방어체계에 도입될 최신형 요격미사일 훙치(紅旗)-19를 시험발사하였다는 뜻이다. 훙치-19는 어떤 미사일일까? 중국은 자기의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어서, 외부에 알려진 훙치-19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지만, 한 가지 드러난 사실은 그 미사일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상대하는 요격미사일이라는 것이다. <사진 1>
중국이 훙치-19를 시험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2010년 1월 11일에 처음으로 훙치-19를 시험발사하였고, 2013년 1월 27일과 2014년 7월에도 그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으니, 2015년 11월 1일에 진행한 시험발사는 네 번째 시험발사가 된다. 미국의 군사전문가협회인 ‘우려하는 과학자동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이 2015년 3월 27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2013년 1월 27일에 진행한 훙치-19 시험발사는 샹첸지(双城子)미사일시험발사장에서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약 250km의 고도에서 7분 31초 만에 요격하였다고 한다.
중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훙치-19만이 아니라 위성을 파괴하는 위성요격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2007년 1월 11일 중국은 약 865km 고도의 외기권에서 초고속으로 날아가는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위성요격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몇 차례 그와 같은 시험발사를 진행해왔다.
중국이 1997년부터 실전배치한 훙치-9의 요격고도는 30km인데,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훙치-19의 요격고도는 250km이며,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위성요격미사일의 요격고도는 1,000km 이상이다. 이것은 요격고도 30km의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이미 완성한 중국이 이제는 요격고도 250km 이상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요격고도 1,000km 이상의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과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을 완료하면, 그 두 미사방어체계들과 기존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하여 전략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하게 될 것인데, 그렇게 3중으로 통합된 전략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다층미사일방어체계(multi-layered missile defense system)라 한다. 다층미사일방어체계는 적국의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추력으로 상승비행하는 초기단계에서 요격하고, 외기권으로 올라간 적국의 미사일이 관성비행하는 중간단계에서 요격하고, 대기권에 재돌입한 적국의 미사일이 낙하비행하는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3단계 요격망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면 적국의 미사일발사정황을 발사 직후 재빨리 탐지, 식별하는 조기경보위성과 탐지거리가 2,000km가 되는 X-밴드 레이더를 가져야 하는데, <교도통신> 2015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조기경보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2014년에 세웠으며, X-밴드 레이더 개발에 이미 착수하였다고 한다.
<워싱턴타임스> 2010년 1월 12일 보도기사에서 미국의 군사전문가는 중국이 개발 중인 다층미사일방어체계가 2020년대에 완성될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런 예견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다층미사일방어체계는 현대군사과학기술이 고도로 응축된 명실공히 최상위 결정체다. 그래서 군사과학기술부문에서 가장 앞섰다는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먼저 다층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에 달라붙었는데, 미국은 자기가 개발하고 있는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라고 부른다.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의 주도로 개발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체계는 아래와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지상기지에 배치된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가 적국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외기권에서 요격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구축함에 배치된 이지스(Aegis)탄도미사일방어체계가 적국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하고, 지상기지에 배치된 페이트리엇 PAC-3 미사일방어체계가 적국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저고도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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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요즈음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고 획책하는, 흔히 ‘사드’라고 부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3호나 화성-14호를 요격하려는 게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호를 요격하려는 것이다. 화성-10호는 아시아대륙에 가까운 서태평양의 미국 영토인 괌(Guam)에 집결된 미국군기지들을 겨냥한 핵탄미사일이므로, 2015년 6월 현재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괌에 영구배치하는 작업을 황급히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와 달리, 화성-13호나 화성-14호를 요격하려는 미국의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알래스카주의 패어뱅크스(Fairbanks) 동남쪽에 있는 포트 그릴리(Fort Greely) 미육군기지와 캘리포니아주 롬퍽(Lompoc) 북서쪽에 있는 밴든벅(Vandenberg) 미공군기지에 각각 배치되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은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를 각각 구축해놓았지만, 그 세 가지 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다층미사일방어체계는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11월 1일 오전 11시 5분(미국 동부 시간) 태평양에 있는 웨이크섬 인근 해상의 아침하늘에서 발생한 이상한 천체현상이 그런 사실을 말해준다. 미국과 중국의 시차를 계산하면, 2015년 11월 1일 오전 7시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쿠얼러미사일시험발사장의 아침하늘에서 이상한 천체현상이 나타난 때로부터 약 4시간 뒤 웨이크섬 인근 해상의 아침하늘에서 또 다른 이상한 천체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인터넷언론매체 <디펜스 토크(Defense Talk)> 2015년 1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웨이크섬 인근 해상에서 나타난 이상한 천체현상은 미국이 ‘비행시험작전(Flight Test Operational)-02 행사(Event)’라는 이름의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할 때 나타난 현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 요격미사일 발사시험은 미국 육해공군과 미사일방어국, 그리고 미국의 거대군수기업인 락키드 마틴(Lockheed Martin)이 공동으로 실시한 것인데, 미육군 제4방공포여단 소속 알파대대가 운용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미해군 구축함 존 폴 존스호(USS John Paul Jones)에 탑재된 이지스미사일방어체계, 그리고 AN/TPY-2 레이더와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장비(C2BMC)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적국이 발사한 것으로 가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 순항미사일 1발을 동시에 요격하는 시험이었다.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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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 날 동시다발 요격시험에서 성공하였을까? 보도에 따르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 파괴하였고, 이지스미사일방어체계는 순항미사일을 요격, 파괴하였다고 한다.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를 제외하고,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와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통합요격시험이었다고 하지만,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요격, 파괴한 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순항미사일이었으니 실제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만 가동한 셈이다. 미국은 두 가지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가동했어야 하는데, 사실상 한 가지 미사일방어체계만 가동하였으니 원래 의도하였던 통합요격시험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다층미사일방어체계 완성을 향한 미국의 통합요격시험은 제자리걸음만 계속하면서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2. 러시아가 진행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
<연합뉴스> 2015년 1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전문 인터넷언론매체 <디펜스 원(Defense One)>이 주최한 토론회가 2015년 11월 2일 워싱턴 D.C.에서 진행되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로벗 워크(Robert O. Work)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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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이라크의 부활, 중국의 대만침공, 북한의 남침이 우려스러운 비상시나리오였다. 당시 우리는 ‘10-30-30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압도적 군사역량으로 90일 이내에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10-30-30전략’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군이 전쟁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10일, 적군을 격파하고 승리하는 데 30일, 다른 지역의 제2전선으로 이동하는 데 30일이 걸린다는, 이제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폐기된 전쟁전략이다.
로벗 워크의 연설은 다음과 같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난 15년 간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가 있었다. 동맹국들의 대응역량이 약화된 반면, 적국 또는 잠재적 경쟁자들의 능력은 극적으로 향상됐다. 지금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전쟁)시나리오는 4+1로 볼 수 있다.”
그가 말한 4+1전쟁씨나리오는 미국이 조선, 러시아, 중국, 이란과 벌이는 전쟁, 그리고 이슬람국가(IS) 같은 1개 국제테러집단과의 무력충돌을 가상한 세계전쟁씨나리오다. 그러면 로벗 워크의 말마따나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난 국제안보상황에 따라 수정, 보완된 4+1전쟁씨나리오에 대처할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쟁전략은 무엇일까? 로벗 워크는 연설에서 “이에 대응하는 거대전략(grand strategy)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니, 미국이 4+1전쟁씨나리오에 대처하는 새로운 세계전쟁전략을 아직 갖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횡포와 핵공갈을 일삼는 아메리카제국과 대결하는 조선, 러시아, 중국, 이란은 국력을 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미국, 나토(NATO)가맹국들, 일본의 국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으니, 미국이 새로운 세계전쟁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벗 워크가 연설 중에 언급한 4+1전쟁씨나리오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심장부를 핵탄으로 공격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3대 적국은 조선, 러시아, 중국이다. 그러므로 2015년 11월 1일 미국이 웨이크섬 인근 해상에서 진행한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는 조선, 러시아, 중국이 전시에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향해 발사할 핵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웨이크섬 인근 해상에서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기 직전에 세상을 놀라게 하는 특별한 일들이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조선, 러시아, 중국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그 세 나라에서 일어난 특별한 일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조선은 2015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를 세상에 공개하였다. 화성-14호가 전시에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각개조준식 다발핵탄두로 타격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미국에게 경악과 충격을 주고, 세계 각국의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화성-14호의 놀라운 위력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23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열병식에 나타난 핵무력 종결자’에서 자세히 서술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둘째, 러시아는 2015년 10월 30일 러시아 각지에서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을 비공개로 진행하였다. 미국의 인터넷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WFB)> 2015년 1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비공개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은 아래와 같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다.
러시아해군은 사거리가 7,700km인 R-29 봐이쏘타(Vysota) 잠대지미사일 또는 사거리가 8,300km인 R-29 싸이네바(Sineva) 잠대지미사일을 노르웨이에서 가까운 바렌츠해(Barents Sea)와 러시아 극동에 있는 오츠크해(Sea of Okhotsk)에서 각각 발사하였다. 또한 러시아해군은 사거리가 2,500km인 신형 3M-54 칼리브르(Kalibr) 함대지순항미사일을 카스피해(Caspian Sea)에 있는 구축함에서 발사하였다. 이 순항미사일은 러시아가 2015년 10월 7일 카스피해에 배치된 구축함 4척에서 1,500km 이상 떨어진 시리아 영토 안의 국제테러집단기지 11개를 타격할 때 처음 사용한 것인데, 당시 그 순항미사일은 지상에서 80~1,300km 고도로 비행하는 도중 자기 앞을 가로막는 지형지물을 피하기 위해 147차례나 비행방향을 변경하면서 제트기 순항속도로 빠르게 날아가 타격목표에 명중하였다고 한다. <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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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러시아전략로케트군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사거리가 10,500km인 RT-2PM 토폴(Topol)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Plesetsk)우주로켓발사장에서 발사하였다.
또한 러시아공군은 뚜폴레브(Tu)-160 전략폭격기에서 러시아 북부에 설치된 타격목표와 러시아 극동지방 깜짜카반도에 설치된 타격목표를 향해 각각 공대지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또한 러시아육군은 러시아-카자흐스탄 국경에서 가까운 카뿌찐 야르(Kapustin Yar) 사격훈련장에서 사거리가 500km인 아이스캔더(Iskander) 단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
2015년 10월 30일 러시아군이 진행한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은 육해공군 및 전략로케트군이 총동원되어 각종 전략미사일들을 동시다발로 발사한 사상 최대 규모의 통합실탄사격연습이었다. 러시아가 반미의지를 날로 강화하는 가운데 그처럼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을 진행한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뚫고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타격할 러시아군의 실전능력을 과시하여 미국의 거만한 기세를 꺾어놓은 것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모스크바의 핵무력 과시”라고 하면서 러시아의 군사활동을 비판한 애쉬튼 카터(Ashton B. Carter) 미국 국방장관의 2015년 11월 7일 기자회견 발언은 러시아의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에 대한 미국의 당혹스런 반응이었다. <사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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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중국은 2015년 11월 1일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을 실시하였는데, 이에 관해서는 이 글의 앞머리에서 이미 서술하였다.
러시아의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은 미국이 웨이크섬 인근 해상에서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기 하루 전에 실시되었고,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요격시험도 미국이 그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기 4시간 전에 실시되었으므로, 미국의 요격미사일 시험발사가 러시아의 전략미사일 통합발사연습이나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미국, 러시아, 중국에서 24시간 안에 연속적으로 일어난 그 세 가지 현상들은 발생시간이 우연히 일치한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웨이크섬 인근 해상에서 진행한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는 조선이 10월 10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에 대응할 능력을 과시하려는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각개조준식 다발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호가 전시에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동시다발로 타격할 수 있으므로, 미국은 요격미사일 3발을 여러 개의 표적미사일을 향해 동시에 발사하는 동시다발 요격시험을 서둘러 강행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요격시험이었는데도 미국이 그 요격시험을 서둘러 진행한 것은 그들이 화성-14호의 등장을 보면서 경악과 충격을 느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과 날카롭게 대치한 정전상태에서 ‘최후결전’을 벼르는 조선이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동시다발로 공격할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등장시켰으니, 미국이 어찌 경악과 충격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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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사로케트사격훈련 중에 다층미사일방어체계 개발과업을 제시한 김정은 제1위원장
2015년 11월 1일 중국이 쿠얼러미사일시험발사장에서, 미국이 웨이크섬 인근 해상에서 4시간 시차를 두고 제각기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요격시험을 진행한 날로부터 하루가 지난 11월 2일 조선의 서부전선에서 요격미사일사격훈련이 진행되었다. 그 사격훈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장에 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부전선의 4개 반항공부대들이 참가한 고사로케트사격훈련이었다. 조선에서는 요격미사일을 고사로케트 또는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부른다. <사진 7>
주목하는 것은,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성원들과 더불어 “국방과학부문의 일군들”도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하여 고사로케트사격훈련을 참관하였다는 사실이다. 국방과학부문의 일군들이란 국방과학부문 전문가들을 말하는데, 그들이 고사로케트사격훈련을 참관한 것은 그 사격훈련이 예사롭지 않은 사격훈련이었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서부전선에서 진행된 고사로케트사격훈련의 목적은 “다종의 신형 고사로케트들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 반항공부문 싸움준비에서 전환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다종의 신형 고사로케트들을 개발하는 데서 나서는 구체적인 과업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시”고, “국가반항공방어를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로 끌어올리기 위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사지휘관들과 국방과학부문 전문가들에게 여러 종의 신형 요격미사일을 개발하여 국가반항공방어를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로 끌어올릴 것을 지시한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술적 수준의 구역반항공방어(area anti-air defense)를 뛰어넘는 전략적 수준의 국가반항공방어(national anti-air defense)에 대해 지적하였다는 점이다. 조선이 구축해놓은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 각 지역의 상공을 전술적으로 방어하는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데,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고, 그 세 종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한 전략적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그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시한 과업이었다. 요격미사일발사훈련이 진행된 현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미국식이나 중국식이 아니라 조선식으로 개발하는 거창한 전략과업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군사과학기술이 고도로 응축된 명실공히 최상위 결정체인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요구될 뿐 아니라, 수많은 과학기술적 난제들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군사과학기술이 가장 앞섰다는 미국도 아직 그 체계를 완성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이 막대한 개발자금과 고난도기술을 요구하는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면,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외기권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여 단일한 작전단위로 통합해야 하며, 조기경보위성과 최첨단 방공레이더를 개발하여 전자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조선은 그처럼 방대하고, 난해하고,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첨단과학기술의 최상위 결정체를 만들어낼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
4. 번개-1과 화성-1을 1960년대 말에 만들어낸 실력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하였을 때, 나는 중무기전시실에 전시된 각종 요격미사일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글을 집필하면서 2년 전에 적어둔 비망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비망록을 읽어내려가던 나의 시선은 조선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지대공미사일 번개-1에 관한 기록에서 멎었다. 그 기록에는 번개-1의 비행속도가 마하 3이고, 2계단 미사일이며,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사용한다고 쓰여 있었다. 이 기록은 번개-1이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75와 같은 급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말해주고 있었다. 실제로 번개-1과 S-75는 외형이 서로 같아서 구분하기 힘들다. <사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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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오래 전에 생산된 S-75는 비행속도가 마하 3.5이고, 1단 로켓에는 고체연료가 사용되고, 2단 로켓에는 액체연료가 사용되는 2단형 요격미사일이다. 소련은 1957년부터 1980년대까지 장기간에 걸쳐 S-75를 생산해오면서 그 성능을 거듭 개량하여 여러 가지 개량형 S-75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초기형 S-75의 사거리는 29km이었는데 후기형 S-75의 사거리는 76km로 늘어났고, 초기형 S-75의 요격고도는 22km이었는데 후기형 S-75의 요격고도는 30km로 늘어났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기전시실에 전시된 번개-1 앞에 놓인 해설판을 읽으면서 내가 깜짝 놀랐던 까닭은, 번개-1이 1968년 10월 20일에 개발되었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번개-1을 1968년에 개발하였다니, 이건 무슨 뜻인가?
미국의 군사전문 인터넷매체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현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에 파견된 소련기술자들로부터 기술을 배워가며 S-75를 모방하여 만든 첫 요격미사일 훙치-1을 1964년 5월에 처음 시험발사하였다. 그런데 조선은 S-75를 모방한 첫 요격미사일 번개-1을 1968년 10월에 개발하였던 것이다. 소련이 1957년에 만든, 당시로서는 세계 정상급 요격미사일이 중국에서 1964년에 제작되었고, 조선에서 1968년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훙치-1을 1964년에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나, 조선이 번개-1을 1968년에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더욱이 조선이 번개계열의 요격미사일들을 생산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조선이 근 50년 동안 미사일제조부문에서 축적해온 실력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신동아> 2000년 8월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73년 10월 4차 중동전 때 북한이 이집트를 도와주고 그 보답으로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를 제공받은 것으로 정리해 놓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68년에 이미 스커드B 제작기술을 소련으로부터 제공받았다”고 한다. 미국이 스커드B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르는 소련의 지대지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500km인 R-17이고, 조선이 R-17을 모방생산한 지대지탄도미사일은 화성-1이다. 내가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였을 때 목격한 화성-1을 소개한 해설판에는 “1960년대말 쏘련제 미사일 모방생산”이라고 쓰여 있었다.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이 도달했던 군사과학기술수준을 가늠해보면, 지대지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기술도 어려운 것이었지만, 지대공요격미사일을 만드는 기술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었데, 조선은 1960년대 말에 화성-1과 번개-1을 모두 만들어내는 실력을 가졌던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대외정책(Foreign Policy)> 2013년 4월 1일부에 실린 ‘북조선의 방공망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1,950발에 이르는 번개-1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번개-1을 왜 그렇게 많이 만들어 실전배치하였을까? 번개-1은 전파유도방식으로 비행하므로, 방해전파를 쏘는 전투기나 폭격기를 요격하기 힘들지만, 베트남전쟁이 지속되던 1972년 12월에 벌어진 하노이 상공 방어전투에서 북베트남군은를 S-75 일제사격하여 미국이 하노이 폭격에 동원한 B-52 폭격기 42대 가운데서 34대를 격추하는 대승을 이룩하였다는 전설적인 무훈담이 오늘에 전해진다. 작전반경이 좁은 한반도 상공에 번개-1을 일제사격하여 미공군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을 격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실전배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번개-1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고 전자전 대응력도 갖지 못했으므로, 미사일전과 전자전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진 현대전에서는 제한된 능력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선은 현대전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요격미사일을 만들어냈으니, 그것이 바로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어 2010년 10월 10일 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번개-5다.
5. 번개-1에서 번개-6까지 개발한 실력이 과감한 도전의 원동력
조선이 자기의 첫 요격미사일 번개-1을 생산하였던 때로부터 44년이 지난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최첨단 요격미사일 번개-6을 돌아보았다. 번개-6은 초음속 전투기는 물론 단거리탄도미사일도 요격하는 최신형 요격미사일이다. 번개-6은 러시아의 최첨단 요격미사일 S-400과 같은 급인데, S-400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때 사거리는 120km이고, 요격고도는 30km이며, 비행속도는 마하 6이다. 미국의 최신형 요격미사일 페이트리엇 PAC-3은 사거리가 100km이고, 요격고도가 25km이며, 비행속도가 마하 4다. 위에 열거한 성능지표들을 비교하면, 번개-6이 PAC-3을 능가하는 최상급 성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번개-1을 만들며 첫 걸음을 뗀 조선의 요격미사일 개발사는 공중우세신화를 들먹이는 ‘세계 최강’ 아메리카제국의 끊임없는 공습위협에 단독으로 맞서 싸우며 자력으로 번개계열의 각종 요격미사일들을 만들어온 기나긴 역사로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 공개할 수 없는 많은 사연을 안고 흐르는 역사의 격류를 헤쳐 오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축적한 조선이 자기의 기술력을 집중하여 마침내 세계 정상급 저고도요격미사일을 만들어냈으니, 그것이 바로 2012년에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서 그 옆모습 일부만 드러낸 번개-6이다. 번개-6은 조선이 지난 44년 동안 요격미사일 제작기술을 부단히 발전시켜 사거리를 29km에서 120km로 늘였고, 요격고도를 22km에서 30km로 늘였으며, 비행속도를 마하 3에서 마하 6으로 높일 수 있었음을 실증하는 존재다. <사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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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저고도요격미사일 번개-6을 이미 만들었으므로, 고고도요격미사일과 외기권요격미사일을 추가로 만들어 그 세 가지 요격미사일들을 단일한 작전단위로 통합하면 될 것이다. 번개-6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조선이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기로 결심하였으니 그 개발사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이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면, 전자정보통신망으로 그 체계에 연결되는 조기경보위성과 최첨단 방공레이더도 함께 개발해야 하는데, 조선이 자력으로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리고, 위상배열레이더를 개발한 것을 보면, 조기경보위성과 최첨단 방공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위성개발기술에 대해서는 2015년 5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정지통신위성은 은하-3호에 싣지 못한다’에 서술하였고, 조선의 위상배열레이더개발기술에 대해서는 2015년 7월 13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땅속에서 하늘을 지키는 비밀병기’에 서술하였다. 2015년 9월 14일 조선의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정지위성에 대한 연구사업에서 커다란 전진을 이룩하였다”고 말했는데, 35,000km 고도에 있는 정지궤도를 따라 지구와 함께 회전하는 정지위성이 바로 조기경보위성이다. 지금 조선은 조기경보위성 연구사업을 활발히 진척시키고 있는 중이다.
조선이 그처럼 높은 수준의 국방과학기술을 가졌으므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사지휘관들과 국방과학부문 전문가들에게 여러 종의 신형 요격미사일을 개발하여 조선식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할 전략과업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군사과학기술의 최고봉이라는 다층미사일방어체계를 향한 조선의 과감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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