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1

북의 불가사의한 모습 바라보는 미국의 공포

[한호석의 개벽예감](100)
자주민보 2014년 02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B-52 전략폭격기     © 자주민보


불시에 무인도 상공에 나타난 B-52H 전략폭격기

지금으로부터 약 11개월 전인 2013년 3월 18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Little)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B-52 폭격기가 ‘독수리훈련(Exercise Foal Eagle)’을 실시하는 중인 3월 8일에 폭격훈련을 실시하였고 3월 19일에 또 다시 폭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한국과 맺은 동맹을 확고히 유지한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중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폭격기 비행은 한국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 증강된 훈련의 일부다. 올해 ‘독수리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B-52 폭격기들의 핵능력과 재래식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날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언급한 B-52 폭격기는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B-52H 스트래토포트레스(Stratofortress)라 부르는 전략무기인데, 전시에 이 장거리 전략폭격기는 방공포 사거리를 벗어난 15km 고도로 비행하면서 정밀유도기능이 있는 핵폭탄을 적진에 투하하는 공중핵타격에 동원되는 것이다. B-52H 전략폭격기 1대에 싣는 각종 재래식 폭탄, 핵폭탄, 미사일의 총적재중량은 31t이다. B-52H 전략폭격기의 1대당 가격은 8,100만 달러이며, 1시간 비행에 지출하는 경비는 약 1만 달러다.  

미국이 2013년 3월 중에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11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나 출동시켜 핵타격연습을 연속 감행한 까닭은, 당시 북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2012년 12월 12일 북이 자국산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린 평화적 위성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위반으로 몰아 대북제재를 추가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북은 2013년 1월 초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북측 각지에서 전개하면서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었고, 2013년 2월 12일에는 제3차 지하핵실험을 전격적으로 실시하였으며, 3월 5일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하여 전군이 전쟁준비태세에 돌입한 상태에서 ‘키 리졸브’가 시작되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을 백지화할 것임을 천명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처럼 북이 적대행위에 집착한 미국을 강하게 위협하자, 궁지에 몰린 미국은 B-52H 전략폭격기를 3월 8일과 3월 19일에 한반도 중부상공에 각각 출동시켜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1개월이 지난 2014년 2월 5일 미국은 또 다시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동시켜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가 2014년 2월 5일 한반도 중부상공에 나타나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는 사실은, 2014년 2월 6일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 2014년 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괌(Guam)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1대가 2월 5일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 상공에서 폭격훈련을 “하루 종일” 실시하였다고 한다.

원래 미국은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동시키는 공중핵타격연습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난해 3월 한반도 중부상공에 나타난 B-52H 전략폭격기가 두 차례 감행한 공중핵타격연습이 언론에 보도된 까닭은, 미국이 북의 핵무력시위에 맞서 자기들도 핵무력시위로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하는 수 없이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북의 핵무력시위로 구겨진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013년 3월 한반도 중부상공에서 B-52H 전략폭격기가 두 차례 감행한 공중핵타격연습에 관해서는 2013년 3월 22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B-52는 왜 평택 상공을 날아갔을까?’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한반도 중부상공에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2013년 3월 8일과 19일은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이 실시되는 중이었는데, 미국이 올해 또 다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2014년 2월 5일은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되기 약 20일 전이다.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 2013년 3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B-52H 전략폭격기 출동은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연속적인 폭격기 출현(Continuous Bomber Presence)”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러한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을 2013년에 처음 한반도 중부상공에서 감행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감행해온 것이다. 2009년 3월부터 미국은 서태평양에 떠있는 자국의 군사전략요충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B-52H 전략폭격기 4대를 4개월 주기로 순환시키면서 전진배치하고 있으므로, 이제껏 5년 동안 계속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해왔던 것이다. 
▲ 미국의 핵폭탄     © 자주민보


알고 보면 너무도 소름끼치는 B61-11 모의폭탄 투하연습

주목하는 것은, 지난해까지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 중에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해왔던 미국이 올해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 개시일정보다 약 20일 앞서 비공개 공중핵타격연습부터 먼저 감행하였다는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미국의 본심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이번에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보다 앞서 불시에 감행한 것이 북의 격분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에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이 북의 격분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는 것은, 그 전략폭격기가 지하관통핵폭탄으로 북의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하려는 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기 때문이다. <사진 2>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B-52H 전략폭격기가 이번에 직도 상공에서 모의폭탄 투하연습을 감행한 B61-11 지하관통핵폭탄이다. 400킬로톤급 핵폭발력을 지닌 이 지하관통핵폭탄의 타격오차범위는 110∼150m다. 이번에 미국은 지하관통핵폭탄으로 북의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하려는 공중핵타격연습을 우리 민족의 신성한 강토에서 불시에 감행한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이 16킬로톤밖에 되지 않는데, 이번에 직도 상공에서 B-52H 전략폭격기가 투하연습을 감행한 B61-11 지하관통핵폭탄의 폭발력은 무려 400킬로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히로시마 원폭보다 25배나 더 강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그 핵폭탄을 단 한 발만 투하해도 상상을 초월한 인류사 최악의 핵재앙이 한반도 전역을 뒤덮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과 북을 가릴 것 없이 삼천리 강산이 무참히 파괴될 것이다. 미국의 야만적인 핵타격으로 한반도 전역이 무참히 파괴당할 수 있다는, 상상하기조차 하기 싫은 끔찍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면, 미국이 이번에 감행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에 대해 우리 민족 전체가 격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미국의 ‘확장된 핵억지력’이 자기들을 보호해줄 것으로 보는 ‘정신착란’에 걸린 박근혜 친미정권은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9,200억 원을 미국 군부에게 해마다 ‘상납’하기로 미국과 합의하였고, 이 땅의 국민들은 B-52H 전략폭격기가 우리 민족을 핵참화에 몰아넣을 핵타격연습을 비공개로 불시에 감행하였다는 경악할 소식을 듣고서도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신경마비증상’을 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공중핵타격연습에 대한 북의 반응이 지난해에 있었던 북의 반응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으로 북을 심히 자극하였던 시각으로부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3월 26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군 작전전구 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의 모든 적대상물들을 타격하게 된 전략로케트군부대들과 장거리포병부대들을 포함한 모든 야전포병군집단들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키게 된다”고 밝히면서 “첫 순간타격에 모든 것이 날아나고 씨도 없이 재가루로 불타버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미국을 위협하였다. ‘세계의 지배자’로 자처하는 미국에게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협발언을 퍼부으며 정면으로 대결하는 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밖에 없다. 2013년 11월 25일 괌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 상공을 선회비행하며 중국을 심히 자극하였는데도, 중국은 미국에게 위협발언은 고사하고 비난발언 한 마디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미국이 핵타격연습으로 심히 자극했으나 북의 대응은 너무 차분하였다

이번에 미국은 지하관통핵폭탄 모의폭탄을 무인도에 투하하는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불시에 감행하면서 북을 심히 자극하였는데,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북의 대응은 너무 차분하였다. 미국이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이튿날인 2014년 2월 6일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지난해 미국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을 때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올해는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발표주체의 격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더욱이 주목하는 것은, 지난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발표한 3.26 성명은 미국에 보낸 것이었는데 비해, 올해 조선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발표한 2.6 성명은 남측 당국에 보낸 것이었다는 점이다. 2.6 성명은 “(남측 당국은) 판문점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과 관련한 합의를 이룩해나가는 그 시각에는 괌도에서 끌어들인 미국의 <B-52> 핵전략폭격기 편대들이 조선서해 직도 상공에서 하루 종일 우리를 겨냥한 핵타격연습에 돌아치게 하였”으며, “남조선의 군부호전광들은 지금도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전쟁연습이 인도주의와는 무관하다며 일정대로 강행할 속심으로 최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물론 2.6 성명이 미국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 성명을 읽어보면, 올해 미국에 대한 북의 발언수위가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2.6 성명은 “우리의 원칙적인 중대제안과 겨레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공개서한에 핵문제를 가지고 맞서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을 부추겨온 미국”이고,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우리의 애족, 애민의 적극적인 노력에 유형무형의 갖가지 장애를 조성하고 찬물을 끼얹고 있는 훼방군이 바로 미국”이라고 남측 당국에게 일러주는 식으로 미국에 대해 언급하였다. 북은 지난해에 발표한 3.26 성명에서 “씨도 없이 재가루로 불태워버릴 미제침략군”에게 격분을 퍼부었지만, 이상하게도 올해 발표한 2.6 성명에서는 “북남관계개선을 가로막는 훼방군”이라고 미국을 가볍게 힐난하였을 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던 그 시점에 북은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15년 로동교화형을 받고 실형을 살고 있는 미국 국적 재미동포 수감자를 사면하여 미국으로 돌려보내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2014년 2월 7일 평양에서 수감자를 만나 취재한 <조선신보>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평양에 주재하는 스웨덴대사관 2등서기관이 수감자를 면담하도록 허락하였고, 그 면담 직후 <조선신보> 취재기자도 만나게 하였는데, 수감자는 취재기자에게 “미국 정부에서 자신의 문제를 놓고 제이시 젝슨 목사(제시 잭슨 목사-옮긴이)를 보내겠다고 조선정부에 요청했지만 조선정부에서는 로발트 케인 대사(로벗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옮긴이)가 오도록 허락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스웨덴대사관 2등서기관을 통해 방금)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현 상황을 살펴보면, 지금 북은 자기에게 핵폭탄을 실제로 겨누고 위협하는 미국에게 대응공세를 자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반공화국 적대행위’ 수감자에 대한 사면까지 단행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의 모습은 정전 이후 지난 60년 동안 적대감만 덧쌓여온 대미관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적대행위에 집착하는 미국에게 북이 대응공세를 자제하며 선의로 대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적대행위를 그만둘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북이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라고 맹비난해오는 숙적에게 그런 기대를 걸고 있을 리 만무하다. 적대행위에 집착하는 미국에게 북이 대응공세를 자제하며 선의로 대해도, 미국은 북의 정권붕괴와 급변사태를 노리며 핵타격연습을 감행하는 극단적인 적대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대북적대행위들을 시간대별로 열거한 아래의 여섯 가지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군의 공격무기들     © 자주민보


대북적대행위에 더욱 집착하고 있는 미국의 위험한 모습

첫째, 한국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아시아경제> 2014년 1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은 이전에 작성해놓은 타격대상목록을 최근 인민군 군사력의 증강에 따라 대폭 보강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은 선제타격으로 파괴할 ‘합동공격지점(JDPI)’ 700개를 이전에 선정해놓았는데, 그 가운데서 130개 타격대상에 대한 보강검증은 2013년까지 이미 끝냈고, 2014년 1월 안으로 나머지 570개 타격대상을 보강검증한 뒤에 그 검증결과를 2014년 4월까지 한미연합군 전시작전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한미연합군이 보강검증한 700개 타격대상들 가운데는 히로시마 원폭보다 25배나 더 강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지하관통핵폭탄으로 파괴하려는 북의 지하군사시설들도 많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한미연합군이 700개 타격대상에 대한 보강검증을 2014년 1월에 완료한 것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도발하려는 미국의 흉계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미국의 공군전문지 <공군시보(Air Force Times)> 2014년 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버지니아주의 랭리-유스티스 합동기지(Joint Base Langley-Eustis)에 배치된 제94전투비행대와 제27전투비행대 소속 F-22 랩터(Raptor) 전투기 12대와 공군병력 300명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공군기지에 곧 전진배치하게 된다고 한다. 가데나 공군기지는 24시간 전시출격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대북전초기지이므로, ‘세계 최강 전투기’라는 F-22 스텔스전투기 12대를 거기에 전진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대북침공준비를 부쩍 다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2014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의 육군기지 포트 후드(Fort Hood)에서 육군 제1기갑사단 제12기갑연대 소속 병력 850명을 태우고 이륙한 항공기들이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였다. 이들을 무장시킬 M1A2 에이브럼스(Abrams) 전차 40대, M2A3 브래들리(Bradley) 장갑차 40대, 구난차 등 각종 전투장비 400대가 초대형 수송함에 실려 2014년 2월 4일 부산항에 도착하였다. 각종 전투장비 400대로 중무장한 제12기갑연대 소속 병력 850명은 서부전선 최전방에 주둔하는 주한미국군 제2사단에 배속되어 대북전쟁연습에 동원될 것이다.

넷째, 미국 공군이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기 하루 전인 2014년 2월 4일 미국 해군은 일본 사세보항에서 해군 7함대 소속 군함 한 척을 출항시켰다. 만재배수량 17,000t급인 초대형 상륙수송함 덴버호(USS Denver)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7함대는 원산 상륙전에 동원할 대형 군함 4척, 그리고 소해함 5척을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사세보항에 전진배치해두고 있다. 2014년 2월 4일 사세보항을 출항한 상륙수송함 덴버호는 오키나와의 화이트 비치(White Beach) 해군기지에 곧 도착하였고, 미국 해병대는 완전무장한 병력 900명과 CH-46 씨 나잇(Sea Knight) 상륙수송헬기 6대를 덴버호에 싣기 시작했다. 선적작업이 끝나면 덴버호는 2014년 2월 11일부터 21일까지 태국에서 실시될 ‘코브라 골드(Cobra Gold)’ 다국적 군사훈련에 참가하게 되는데, 올해 ‘코브라 골드’ 군사훈련에 참가할 미국군 각 군종 병력은 5,000명이다. 상륙수송함에 탑승한 해병대 병력 900명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제3해병원정군에서 차출된 제31해병원정기동부대인데, 이 기동부대는 전시에 오키나와를 떠나 3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할 돌격대로 대기하는 중이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4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은 미국 제3해병원정군 5,000명과 한국 해병대 3,000명을 포함하여 10,000명이 넘는 대병력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형수송기, 대형상륙함, 고속상륙정, 공기부양정, 상륙장갑차, 수직이착륙기, 기동헬기 등 각종 상륙전장비들을 총동원하는, 1989년 이래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오는 3월 말에 경상북도 포항만 일대에서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번 ‘쌍룡훈련’에서는 원산 일대 동해안에 상륙하는 한미연합해병대가 평양으로 진격하여 최단 시간 안에 점령하는 침공시나리오를 연습한다고 한다.

다섯째, <미국의 소리> 2014년 2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특전사령부(SOCKOR)는 <미국의 소리> 취재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미국군과 한국군은 지난해에 대북침투 및 보급작전, 북의 급변사태를 일으킬 내부저항세력을 육성, 지원하는 작전 등 여러 가지 특수작전을 훈련함으로써 ‘합동교환훈련(JCETs)을 강화한 바 있는데, 올해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국군특전사령부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들은 북의 정권을 전복시켜 급변사태를 일으키려는 특수전연습을 올해에도 여전히 강행하려는 것이다.

여섯째, 2014년 2월 6일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4년 국방업무계획’에 따르면, 북의 핵무력과 대량파괴무기에 대응하여 작성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올해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에 처음 적용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가 말한 ‘맞춤형 억제전략’이란 북이 핵무력과 대량파괴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은 물론이고, 북이 핵무력과 대량파괴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을 비롯하여 갖가지 상황들에 포괄적으로 대응하는 대북전쟁전략이라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야전지휘관들에게 남긴 의미심장한 말

위에 열거한 심상치 않은 군사상황을 살펴보면, 미국 군부는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2014년 초부터 선제타격력, 공중무력, 기갑무력, 상륙전무력, 특수전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도 북의 정권붕괴와 무력침공을 노리는 전면전 준비를 다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미국은 대북전쟁준비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며, 그로써 현 정세는 폭발 직전의 위험천만한 위기상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대북전쟁준비를 그처럼 노골적으로 다그치고 있는 현 상황을 그 어느 나라보다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북은 미국의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과 같은 적대행위에 맞선 대응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요즈음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의 그런 자제행동을 대미유화공세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명백하게도, 지금 북은 대미유화공세에 나선 것이 아니다. 만일 북이 대미유화공세에 나섰다면, 미국에게 회담재개문제를 제안하여야 하는데, 2013년 1월 이후 이제껏 북은 북미회담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금 북에게는 어떤 형태의 대미대화나 대미협상도 재개할 용의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미국과 대화나 협상을 재개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북이 미국의 지속적인 적대행위에 맞서는 대응공세를 자제하는 것은 기존 경험이나 일반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모습이다. 북의 그런 불가사의한 모습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014년 1월 15일 미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열린 해군협회 전국토론회에서 연설한 미국 태평양사령관 새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는 “만일 북이 미국, 한국, 일본을 겨냥하여, 특히 지난해에 여러 차례 가한 미사일 발사위협이나 핵타격 위협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실행하였더라면, 세계적인 대격변이 일어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불이 번쩍하며 쾅하고 터지는 건...순식간”이라고 우려하면서, 오늘날 미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예측불가능한 대상은 중국이 아니라 북이라고 지적하였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북에 대해 그처럼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북이 2014년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은 미국의 적대행위에 맞서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였으나 실제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북미관계에 조성된 올해 상황은 지난해 상황과 아주 다르다. 북이 미국의 지속적인 적대행위에 맞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예측은 이미 2013년 말부터 제기되어왔다. 이를테면, 2013년 12월 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화상회의로 진행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이 2014년 1월 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하였다. 또한 2013년 12월 31일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정세전망보고서에서 한미연합군이 2014년 3월 ‘독수리훈련’을 끝낸 직후 북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2014년 2월 초순이 위에서 언급한 예상시기와 겹치거나 그 예상시기에 근접하였으니, 요즈음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가 어찌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이 북을 겨냥한 전략폭격기 공중핵타격연습을 불시에 감행하는 등 각종 적대행위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데도 북이 대응공세를 자제할 뿐 아니라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실형을 살고 있는 수감자를 미국에 돌려보내려는 분위기까지 조성한 북의 불가사의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미국에게는 위협적인 대응공세를 받는 것보다 더 심한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는 것이다.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에게 대응공세를 자제하는 북의 불가사의한 모습을 두려움 섞인 눈으로 지켜보면서 대북전쟁연습을 요란한 광고를 내듯이 다그치는 중이다.

미국의 대북전쟁연습은 요란한 광고처럼 소음을 내지만, 북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전력하고 있다. 이처럼 극적으로 대조되는 북과 미국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면서 상기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24일 조선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지휘부를 방문하여 야전지휘관들에게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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