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7

'반미대결전'은 2009년 4월 5일에 일어날 뻔했다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249)
통일뉴스 2013년 02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20년 동안 속셈 감추고 기만극 연출해온 백악관

“우리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북의 핵추구에 대한 가장 가능성 있는 장기적 해결책이 북의 붕괴(North's collapse)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absorption into a South-led reunified Korea)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단기적 또는 중기적 위협에 대처하는 충분한 근거가 아니다. 역사가 제 길로 들어서기까지, 북의 핵프로그램을 지체(slow down)시키고 동결(freeze)시키고 퇴락(degrade)시키는 전략이 여전히 요구되었다.”
이것은 제프리 베이더(Jeffrey A. Bader)가 2012년에 펴낸 책 ‘오바마와 중국의 부상(Obama and China's Rise)’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베이더는 오바마 집권 1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백악관의 대북정책을 이끌었던 핵심인물이었다.
위의 인용문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숨겨진 속셈이 베이더의 서술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의 서술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의 대북정책에 숨겨진 속셈은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이다. 그리고 그런 속셈을 이룰 때까지 북의 핵프로그램을 지체시키고 동결시키고 퇴락시키겠다는 것이다.
베이더는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이라고만 간단히 서술하였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이라는 말은 무력침공으로 북측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미국 군부의 북침전쟁론을 백악관의 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백악관은 미국의 속셈을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이라고 표현한데 비해, 미국 군부는 미국의 속셈을 ‘작전계획 5027’과 ‘작전계획 5029’에 담아놓았다. 똑같은 속셈을 그렇게 다른 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미국 군부의 북침전쟁론을 정밀한 작전계획으로 꾸며놓은 것이 ‘작전계획 5027’과 ‘작전계획 5029’다.
‘작전계획 5027’은 미국군 병력 69만 명과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 6개를 동원하는 방대한 북침전쟁계획이다. 거기에는 미국이 ‘신속억제전력’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1단계, 북의 전략목표를 파괴하는 2단계, 대규모 병력이 북측 해안에 상륙하는 3단계, 북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4단계, 남측 정권 주도의 흡수통합을 실현하는 5단계로 전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한 ‘작전계획 5029’는 ‘동까모’ 같은 반북테러단체나 특수전 병력을 북에 잠입시켜 특정대상물 폭파하거나 폭동, 내란, 대량탈북사태를 일으킨 ‘급변사태’로 북의 정권을 붕괴시키고 북을 점령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베이더의 서술과 미국 군부의 전쟁계획을 종합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북침전쟁을 일으켜 북의 정권을 붕괴시키고 남측 정권 주도의 흡수통합을 실현하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미국은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을 위한 전쟁을 도발하려는 속셈을 숨긴 채 지난 20년 동안 북과 여러 차례 합의문을 채택하는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이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미국이 북을 상대로 진행해온 4자회담과 6자회담은 물론이고 양자회담도 북을 붕괴시키고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을 추구하기 위한 기만술책에 지나지 않았다. 1993년에 시작되어 20년 동안 끊길 듯 이어져온 북미양자회담에 끌려 나갈 때마다 무슨 협상을 벌이는 척하였던 미국이 붙들고 있었던 대북정책은 사실상 정책이 아니었다. 무력충돌이 아니라 정치협상으로 북미적대관계가 해소되어 한반도에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되기를 염원해온 모든 사람들을 대북정책이라는 이름으로 20년 동안 우롱하고 기만해온 사기극이었다.
워싱턴 정가가 대북정책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라섰다고 알려진 정보도 사실과 다른 헛소문에 지나지 않았다. ‘네오콘’과 ‘협상파’를 구분하는 것은 미국의 음흉한 속셈을 몰라서 생겨난 착각이다.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을 추구하는 ‘대결광신자들’만 우글거리는 소굴이 바로 워싱턴 정가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실이 그런데도, 9.19 공동성명과 6자회담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한 채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전환적 국면이 ‘대결광신자들’의 ‘양보’에 의해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을 이탈한 망상이다. 음흉한 속셈을 감추고 기만극을 연출하면서 툭하면 핵타격연습을 강행해온 교활한 ‘대결광신자들’에게 무슨 공약이행 따위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기존 핵억지력을 더욱 발전시켜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하기까지

음흉한 속셈을 품은 워싱턴의 ‘대결광신자들’이 북과 협상하는 척하여 왔다면, 지난 20년 동안 북은 미국에게 속아온 것일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북이 ‘대결광신자들’의 음흉한 속셈을 간파하지 못할 리 없다. 북은 미국에게 속아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북은 ‘대결광신자들’을 상대로 왜 정치협상을 벌였던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북이 미국과 양자협상을 시작한 날은 1993년 6월 2일이다. 두 나라 정부대표단은 그 날 미국 뉴욕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치협상을 진행하였다. 강석주 당시 외교부 제1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정부대표단과 로벗 갈루치(Robert Gallucci)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정부대표단이 진행한 정치협상을 마친 6월 11일에 북미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두 나라가 6.11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한 3대 원칙은 이제껏 북이 미국에게 요구해온 것인데, 그런 사실만 봐도 당시 강력한 미사일을 동해와 서태평양으로 연속 발사한 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국이 정치협상에 끌려 나가 공동성명을 채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93년의 북미정치협상이 그렇게 진행된 이후 20년 동안 북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여 정치협상으로 끌어내었고, 북의 군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국은 북의 정치적 요구를 담은 공동성명 또는 합의서를 채택한 협상과정이 되풀이되었다.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을 노리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여 정치협상으로 끌어내고, 북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여 문서화한 것은, 북미적대관계에서 북이 이룩한 정치적 승리였고, 미국이 겪어야 했던 정치적 굴복이었다. 하지만, 북의 강압에 견디지 못해 채택한 그런 공동성명이나 합의서를 이행할 생각은 미국에게 처음부터 손톱만큼도 없었다. 북의 붕괴와 남측 주도의 흡수통합이라는 속셈을 품은 미국이 북과 공동성명 또는 합의문을 채택한 것이 자기들에게는 치욕이었을 터이므로, 그것을 이행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이 북과 합의한 공약을 불이행하거나 또는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사실상 백지화된 각종 외교문서들을 열거하면, 1993년 6월 11일 뉴욕에서 채택된 북미공동성명,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채택된 북미기본합의, 2000년 10월 12일 워싱턴 디씨에서 채택된 북미공동코뮈니케, 2005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채택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등이다.
위의 외교문서들을 다시 읽어보면, 북이 미국을 압박하여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두 가지 공약을 합의하도록 강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이 미국에게 요구해오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군이 위의 외교문서들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북이 미국에게 제기해온 최소 요구이고, 북이 미국에게 제기해온 최대 요구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다시 말해서, 위에 열거한 외교문서들이 말해주는 것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여 정치협상으로 끌어낸 북이 최소 요구를 관철하려고 힘썼다는 사실이다. 북이 워싱턴의 ‘대결광신자들’을 상대로 최고 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으므로, 최소 요구를 관철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북은 그런 최소 요구를 관철하려던 노력을 접었다. 워싱턴의 ‘대결광신자들’이 북의 최소 요구를 끝내 배척하였기 때문이다. 북이 지난 20년 동안 지속해온 북미정치협상을 접고 워싱턴의 ‘대결광신자들’을 무력으로 ‘응징’하여 항복을 받아내려는 ‘반미대결전’을 앞두고 있는 현재 상황은 바로 그렇게 조성된 것이다.
둘째, 북이 지난 20년 동안 미국과 정치협상을 벌여온 또 다른 이유는 군사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북이 ‘반미대결전’을 벌이려면, 군사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북측 전역을 핵공격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엄청난 침공무력을 틀어쥐고 핵공갈을 일삼아온 강적이다. 그런 강적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반미대결전’에서 북이 승리하려면, 미국의 핵공갈을 봉쇄할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이 요구되었다. 그런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이 없이도 북은 ‘반미대결전’을 벌일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미국의 핵공격으로 한반도가 너무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북에게 요구된 것은,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초강력한 핵타격력이었다. 북은 이미 오래 전에 확보한 기존 핵억지력을 더욱 강화, 발전시켜 최고 수준으로 완성해야 하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순분열탄(pure fission bomb)만 가지고서는 미국의 핵공갈을 봉쇄할 수 없었으므로,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증폭분열탄(boosted fission bomb)과 열핵탄(thermonuclear bomb)을 만들어내는 핵탄의 다종화를 실현하여야 하였으며, 그런 강력한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야 하였으며,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초강력한 핵탄을 불시에 발사할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까지 만들어내야 하였다. 인민군이 자행발사대에 싣고 이동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쏘면, 미국에게 주어지는 대응시간은 30분이고, 또한 인민군이 전략잠수함에서 수중 발사 장거리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쏘면, 미국에게 주어지는 대응시간은 15분으로 줄어든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핵탄을 다종화, 소형화, 경량화하고, 그것의 발사수단인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선 북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무기공학기술과 군사과학기술이 요구되었다.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에서 비공식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8월 31일 첫 시험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아올린 북은 마침내 자기의 핵타격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그 성공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북은 2008년에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북이 2009년 4월 5일 실제로 ‘반미대결전’에 돌입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북의 ‘반미대결전’은 북이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한 조건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한 북이 ‘반미대결전’에 돌입하려고 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미국은, 2009년 12월 8일 스티븐 보스워즈(Stephen W. Bosworth) 특사를 평양에 보내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였다.
1998년부터 기간을 따진다면, 북이 치명적인 핵타격수단 한 방으로 미국의 ‘급소’를 가격하여 단숨에 쓰러뜨릴 ‘주체전법 핵타격력’을 완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말할 수 있다. 북이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하기 위한 핵무기공학기술과 군사과학기술을 자체로 개발하려고 얼마나 많은 기술적 난제들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며 고생하였는지는 앞으로 100년 쯤 지난 뒤에나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북은 2012년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 개정된 ‘사회주의헌법’ 서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로 북이 핵보유국으로 전변되었음을 명시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하였음을 밝혔고, 2013년 2월 13일에는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여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물리적으로 입증해보였다. 제3차 핵실험에서 발생한 진동규모는 리히터 지진계로 5.1∼5.2인데, 국제적으로 공인된 켈리 킬로톤 인덱스(Kelly Kiloton Index)에 의거하여 그 진동규모를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45∼63킬로톤이다. 이것은 히로시마 만한 도시 네 개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엄청난 핵폭발력이다.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몇 차례 논증한 대로, 북이 완성한 핵타격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과 겨룰 만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북에서 인민군을 왜 ‘백두산 혁명강군’이라고 부르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4월 13일에 개정된 ‘사회주의헌법’ 서문에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한 때로부터 약 넉 달이 지난 8월 2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마침내 ‘반미대결전’을 선포하였다. 동부전선 시찰 도중 인민군 주요 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8.25 경축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설하였는데, 바로 그 연설에서 ‘반미대결전’을 선포한 것이다. 연설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금 이 시각 나의 명령을 받은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은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전투진지를 차지하고 적들과의 판가리 결전을 위한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습니다”고 말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핵공갈을 참아온 북이 미국의 핵공갈을 봉쇄할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완성하고, ‘판가리 결전’에 즉각 돌입할 모든 타격준비를 완료하였음을 내외에 천명한 매우 중요한 연설이다. 실제로 인민군은 지난해 8월 25일 이후 자기들의 최고사령관이 돌격명령만 내리면 언제라도 ‘반미대결전’에 돌입할 임전태세를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이 북을 붕괴시키려는 음흉한 속셈을 숨긴 채 협상하는 척해온 기만의 악순환은 그렇게 끊어지고 말았으며, 이제 북미적대관계에 남은 것은 ‘반미대결전’ 뿐이다.

2009년 4월 5일에 일어날 뻔한 ‘반미대결전’

미국 소식통과 일본 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산케이신붕> 2012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박림수 당시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은 2009년 4월 위성운반로켓 은하 2가 발사된 직후 방북한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 출신인사에게 “만일 발사된 미사일(은하 2호를 뜻함 - 옮긴이)이 요격당하면 전쟁행위로 보고 즉시 전투기를 보내 요격미사일을 발사한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을 격침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보도는 과장보도도 아니고 오보도 아니다. 미국이 북의 위성운반로켓을 향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북은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즉각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2013년 2월 6일 북측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게재된 ‘정론 - 백두산 호랑이 불뢰성 터친다’는, 당시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출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을 이렇게 전해주었다.
“우리는 일당백의 고향 대덕산에서 2009년 4월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 발사 시 우리의 위성에 대한 요격을 떠드는 적들을 들부실 중대한 타격명령을 받고 출격의 순간을 기다렸던 인민군 비행대의 한 비행사를 만났다. 그는 그 때 자기들은 반타격사령관이셨던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 제1위원장)의 강인담대한 배짱과 무비의 담력에 무한히 고무되여 돌아올 항로 대신 타격목표를 더 달라, 우리에게는 출격만 있고 착륙은 없다는 자폭맹세를 다졌다고 이야기하였다.”
2011년 1월 8일 북에서 방영된 ‘기록영화 - 위대한 령장을 모시여 26’에는 인민군 전투비행사였던 정광용이 2009년 5월 29일에 남긴 유언이 나오는데, 그는 “동무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와 영명하신 김정은 대장 동지의 전투명령을 관철하는 길에서 육탄으로, 자폭으로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자!”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위에 인용한 <산케이신붕> 보도기사에는 당시 북의 타격목표가 북의 위성운반로켓을 요격하려고 동해에 전진배치된 미일연합함대였다고 쓰여 있지만, 인민군 전투비행대가 미일연합함대를 공격하면 전면전이 일어나는 것이므로 인민군의 타격목표가 미일연합함대로만 국한되었을 리 만무하다. 당시 인민군의 타격목표 가운데는 미일연합함대의 전략거점들인 마이쯔루(舞鶴) 해군기지와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도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해 쪽에 있는 마이쯔루 해군기지는 일본해상자위대 출항기지이고, 태평양 쪽에 있는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국 해군 제7함대 모항이다.
함경남도 함흥 부근에 있는 덕산비행장에서 마이쯔루 해군기지까지 직선거리는 844km이고, 요코스카 해군기지까지 직선거리는 1,184km다. 인민군 전투비행대들 가운데서도 정예비행대로 알려진 ‘근위56련대’가 덕산비행장에 주둔하고 있는데, 당시 전투비행사들이 출격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미그-21의 항속거리는 1,210km이고, 일류신-28 폭격기의 항속거리는 2,180km다.
미그-21 전투기나 일류신-28 폭격기에 고성능 폭탄과 항공연료를 가득 채우고 출격하면, 기체가 무거워져 항속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폭격임무를 수행한 뒤에 함경남도 기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자폭맹세문을 쓰고 최후의 출격태세를 갖추었던 것이다. ‘반미대결전’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가 보인다.
당시 북은 무인기 편대와 전자전 함대를 동해로 출동시켜 일본자위대의 방공망을 교란한 다음, 자폭공격을 맹세하고 출격한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이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마이쯔루 해군기지와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초토화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북은 인민군 항공무력의 그런 보복공격을 얻어맞고서도 미국이 반격으로 나오는 경우에 대비해 미국 본토의 여러 ‘급소’들을 한꺼번에 기습타격하는 ‘반미대결전’도 당연히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2012년 1월 8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 -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하시여’에 이런 해설이 나온다. “만약 적들이 위성을 요격한다면 적들의 아성까지도 무자비하게 짓뭉겨버리겠다는 선군조선의 의지를 온 세계 앞에 선포하도록 하시고 적들이 덤벼든다면 원쑤들의 함선집단과 요격체계를 가차 없이 짓뭉개버리라는 명령을 하달하시였다.” 이 공격명령은 2009년 4월 당시 반타격사령관으로 ‘반미대결전’ 동원태세를 지휘하고 있었던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내린 명령이다. 위의 기록영화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오늘 각오를 하고 그 곳(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뜻함 - 옮긴이)에 갔다 왔다. 적들이 요격에로 나오면 진짜 전쟁을 하자고 결심하였댔다”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것은 2009년 4월 5일 ‘반미대결전’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음을 말해준다. 주목하는 것은, 그 날 ‘반미대결전’을 개전하기 위한 인민군 작전준비를 직접 지휘한 반타격사령관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12년 1월 8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 -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하시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을 가리켜 “그의 신념과 의지가 얼마나 강하고 배짱이 센지 어떤 때에는 나도 탄복할 정도입니다. 신념과 의지에 있어서나 담력과 배짱에 있어서 그를 따를 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고 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반미대결전’ 개전명령을 임의의 시각에 내릴 강한 담력과 배짱을 지녔을 뿐 아니라, ‘반미대결전’에서 미국을 단숨에 꺾고 승리할 전쟁전략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북이 2009년 5월 하순에 펴낸 것으로 보이는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를 <마이니치신붕>이 입수하여 2009년 10월 5일에 보도하였는데, 거기에는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는 조국통일대전의 위대한 계략을 명시하였다”고 쓰여 있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미국의 핵공갈을 봉쇄할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보유한 인민군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마련한 ‘조국통일대전’ 전쟁전략에 따른 훈련에 열중해왔고, 지금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후돌격명령을 대기하는 중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2월 말 현재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반미대결전’에 앞장설 인민군 전투부대들을 시찰하면서 “전투동원준비상태를 검열”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고 수준의 핵타격력을 보유한 인민군의 ‘반미대결전’ 전투동원준비상태를 검열하고 있다는 중요한 정보를 놓고 미국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언론보도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0년 9월 28일 커트 캠벨(Kurt Campbell) 당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워싱턴 디씨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미국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해 “놀라울 만큼 아는 게 없다. 그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13년 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4월 초 오바마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 파견된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당시 백악관 국가정보실 비확산센터 소장은 “나는 처음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리라고 신중하게 낙관하였으나, 그는 위성발사와 지하핵실험으로 그런 낙관을 뒤집어버렸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커트 캠벨과 조셉 디트라니가 각각 말한 것처럼, 미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무식자가 만용을 부린다는 말 그대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반미대결전’ 결심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미국은 ‘키 리졸브’와 ‘독수리’라는 작전명의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치닫고 있다. 백악관의 무지와 만용이 미국의 패전과 항복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3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박림수 대표는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미국이 올해도 여전히 ‘키 리졸브’와 ‘독수리’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 “침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단다면 그 순간부터 당신들의 시간은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가장 고달픈 시간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북의 그런 경고는 경고발언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 2013년 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요즈음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급증된 인민군 전투비행훈련이 휴일 이외에 매일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다지고 다져온 무진막강한 전투력을 총폭발하여 놈들이 정신을 차릴 새 없이 호되게 답새기고 침략의 아성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려야 한다.” 이것은 2013년 2월 2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과 제630대련합부대 실전연습을 지도하면서 내린 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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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굴욕적인 기지방문과 패전위험 안은 전쟁연습


변혁과 진보 (110)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마지막 요구마저 짓밟은 핵공갈식 전쟁연습
 
사람들은 전쟁보다 평화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평화가 무조건적으로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민족이 민족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분단체제를 유지해주는 평화, 미국의 핵공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평화, 자주적 발전을 가로막은 대미예속에 ‘면죄부’를 주는 평화, 민중이 겪는 민생파탄의 불행과 고통을 끝없이 연장시켜주는 평화, 그런 평화는 결코 평화가 아니다. 그건 가짜 평화다.

진정한 평화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자주적 발전이 보장되었을 때, 미국의 핵공갈이 한반도에서 사라졌을 때,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현되었을 때, 민중이 민생파탄의 불행과 고통에서 벗어났을 때, 바로 그럴 때 진정한 평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 진정한 평화를 이 땅에 실현하는 첫 걸음이 바로 민족이 갈망해온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민족이 민족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그래서 평화협정 체결이 그토록 중요하고 시급한 정치과업으로 이 민족에게 제기된 것 아닌가.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은 그 최소한의 요구마저도 거부하였다. 미국은 평화협정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외면하였으며, 핵공갈식 북침전쟁연습으로 그 최소한의 요구를 짓밟았다. 평화를 요구하는 민족에게 그 민족 전체를 100번 이상 죽일 수 있는 대량파괴무기를 들이대는 핵공갈, 바로 그런 잔인한 핵공갈을 60년 넘도록 지속해온 제국주의국가의 본성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오는 3월 1일부터 선제핵타격연습을 중심으로 하는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라는 작전명으로 불리는 북침전쟁연습은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어서, 이 땅의 대중들이 무감각하게 대하지만 실은 그런 게 아니다. 그것은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반적인 군사훈련이 아니라, 이미 작성된 전쟁계획을 임의의 시각에 실전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전쟁연습이며, 그 전개양상을 보아도 방어전 연습이 아니라 공격전 연습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미국에게 위험천만한 핵공갈식 전쟁연습을 중단하라고 목이 쉬도록 외쳤건만, 미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 땅에서 기어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결심한 미국에게 전쟁연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 그 요구를 들어주리라고 생각한 것이 제국주의전쟁야욕을 모르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 요구를 짓밟은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마지막 요구마저도 짓밟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 10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지난날 민족의 자주독립 요구가 일제의 무력강점으로 짓밟혔다면, 오늘날 민족의 평화실현 요구는 미국의 핵공갈식 전쟁연습으로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사령부를 찾아간 굴욕사건

대통령 취임식을 며칠 앞둔 박근혜 당선인이 2013년 2월 22일 ‘키 리졸브’ 준비로 바삐 돌아가는 주한미국군사령부에 나타났다. 지난 시기 노무현 당선인은 주한미국군사령부에 가기 싫었으나 하는 수 없이 그곳에 끌려가다시피 했고, 그 뒤를 이어 이명박 당선인은 자발적으로 그곳을 찾았고, 이번에 박근혜 당선인도 역시 자발적으로 그곳을 찾았다.

일본 총리는 취임에 앞서 주일미국군사령부를 찾아가지 않으며, 독일 총리도 취임에 앞서 주독미국군사령부를 찾아가지 않는데, 유독 이 땅의 대통령만 취임식을 앞두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찾아간다. 대통령 당선인의 주한미국군사령부 방문은 관례로 굳어진 듯하다.

대통령 당선인의 주한미국군사령부 방문을 무감각하게 대하는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결코 그런 게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직후 주한미국군사령부를 한 차례 비공개로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대통령 당선인 자격이 아니라 현역 군인 신분으로 비공식 방문한 것이었고, 나중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딸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취재진을 대동하고 주한미국군사령부를 공개 방문하였으니, 자기 아버지보다 훨씬 더 굴욕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주한미국군사령부 방문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하고 굴욕적인 관례이며, 대미예속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굴욕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굴욕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예속심리상태가 더 절망적으로 보인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북침전쟁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국군사령부에 나타난 박근혜 당선인은 미국군사령관 앞에서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완벽한 대북 억제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대북 억제체제 구축’이란 미국 군부의 시각에서 보면 ‘작전계획 5027’과 ‘작전계획 5029’를 비롯한 북침전쟁준비를 뜻한다. 이것은 대통령 당선인이 주한미국군사령관 앞에서 북침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자는 식의 발언을 꺼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북침전쟁을 일으키면, 남측은 무사하고 북측만 망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는 것일까? 박근혜 당선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실을 배반한 착각이다.

‘키 리졸브’를 왜 가로막아야 하는가?

최근 언론보도을 읽어보면, 올해 ‘키 리졸브’는 한국군이 주도하는 북침전쟁연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키 리졸브’를 주도할 것이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키 리졸브’에 참가할 미국군사령관이 한국군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뜻인가?

미국군사령관은 어떤 경우에도 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미국군사령관은 미국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과오를 범한 것이므로 당장 미국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군복을 벗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 ‘키 리졸브’에 참가할 미국군사령관은 그 전쟁연습을 주도하는 한국군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게 생겼으니 이건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키 리졸브’를 한국군 주도로 실시한다는 말은 미국군사령관이 한국군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군이 한국군을 최전선에 앞세워 전쟁연습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심층적인 군사정보를 가지고 한국군 전투력과 인민군 전투력을 비교하면 한국군은 인민군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없을 만큼 쌍방의 전투력 격차가 크다. 한국군은 지난 60년 동안 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으며, 미국이 팔아먹는 한 세대 전의 수입무기를 들고, 미국군이 작성한 작전계획에 따라 움직여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군이 그런 한국군을 최전선에 앞세워 전쟁을 벌이는 경우, 한국군은 종심타격을 받고 궤멸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처럼 심각한데도 한국군 지휘부는 올해부터 ‘키 리졸브’를 자기들이 주도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미국군이 뒷받침을 해주니까 자기들이 최전선에 앞장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은 자기들이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만 다른 나라 군대를 뒷받침해주는 것이고, 패전위험이 높아지면 뒷받침을 해주는 게 아니라 전선에서 아예 발을 뺀다. 베트남전쟁이 그런 사실을 잘 말해준다.

그런 속셈을 품은 미국이 한국군을 앞세워 ‘키 리졸브’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박근혜 당선인과 한국군 지휘부는 직시해야 하는데, 박근혜 당선인이 미국군사령관 앞에서 꺼내놓은 말을 들어보면 너무 심한 착각에 빠져있으니 상황은 절망적이다.

그들의 행동은 그처럼 절망적이지만, 희망은 언제나 진보적 민중에게 있다. 침략전쟁을 반대하고 진정한 평화를 요구하는 민중이 미국의 핵공갈 폭거에 맞서야 한다. 민중이 전개하는 평화운동은 핵공갈식 북침전쟁연습을 일삼는 미국과 싸우는 반미운동이며, 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추구하는 자주화운동이다. (2013년 2월 2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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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미국 군부가 ‘작계 5015’ 검토를 중단한 사연

[한호석의 개벽예감] (51)
자주민보 2013년 02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이상한 말을 꺼내놓은 한국군 수뇌부

2013년 2월 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정승조 합참의장이 이상한 말을 꺼내놓았다. 미국 군부의 북침전쟁계획에 들어있는 예방타격 개념과 선제타격 개념을 그가 언급한 것이다. 발언내용은 이러하였다. <조선일보> 2013년 2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정승조 합참의장은 “(북의) 핵실험장에 대한 선제타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그것(북의 핵공격을 뜻함 - 옮긴이)을 먼저 얻어맞고 (반격)하는 것보다는 선제타격을 하고 (전쟁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예방타격 개념과 선제타격 개념도 구분하지 못한 그는, 북의 핵실험장을 타격한다는 예방타격을 선제타격이라고 잘못 말했지만, 합참의장의 입에서 그런 식의 발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상한 일은 거기서 그친 게 아니었다. 2013년 2월 12일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도 “(북측 핵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탐지, 타격하는 데 한미협의체를 가동하고 한미연합자산을 활용하면 (예방타격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핵무기는 절대무기이고 핵무기 투발 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전에 파괴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방장관도 합참의장과 마찬가지로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합참의장의 위와 같은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 보도기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이제껏 남측 군부는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이 남측 군부의 작전권한과 작전능력 밖에 있는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의 핵시설에 대한 남측 정보력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해 캄캄한 수준이다. 그들은 북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이 녕변핵시설 이외에 또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상업위성이 위치를 파악한 북의 핵실험장 좌표마저도 제대로 짚지 못한 한심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2013년 2월 18일 보도자료에서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북의 제3차 핵실험 직전에 국정원이 기상청에게 핵실험장 좌표를 잘못 통보해준 바람에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3호’가 북의 핵실험장을 촬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북정보를 독점하였다는 국정원의 대북정보력이 그처럼 한심한 수준이니, 남측 군부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을 하려면 타격좌표와 타격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남측 군부가 가진 타격좌표는 부정확하고 타격수단은 맥이 없다. 남측 군부가 북측 전역을 사정권 안에 넣었다고 발표한 순항미사일을 최근 언론에 공개했지만, 파괴력이 약한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고 음속 이하 느린 속도로 타격목표에 이르기까지 1시간 남짓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은 북의 조밀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고 비행 중에 격추될 것이고, 혹시 한 두 발이 방공망을 뚫고 들어갔다 해도 북의 견고한 지하갱도기지를 파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시에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남측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지휘부의 사무실 창문을 골라서 (순항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갱도화된 인민군 지휘부 방호시설에는 창문이 전혀 없는데도 무슨 창문을 타격할 수 있다는 소리를 늘어놓았으니 허풍으로 들린다.

다시 말해서,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은 미국 군부가 장악한 것이고, 타격좌표도 부정확하고, 강력한 타격수단도 없는 남측 군부는 그런 타격작전과 관련하여 미국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한국군 수뇌부가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을 마치 자기들이 독자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것처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였으니, 이건 허풍이라고 보기에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의 북침전쟁계획에 들어있는 네 가지 타격개념

한국군 수뇌부가 그런 이상한 발언을 꺼내놓은 원인을 파악하려면, 우선 미국 군부의 북침전쟁계획에 들어있는 네 가지 타격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짐작하는 것처럼, 미국 군부의 북침전쟁계획에는 북에 대한 예방타격 개념, 보복타격 개념, 선제타격 개념, 잠입타격 개념이 포함되었다.

첫째, 미국 군부가 말하는 예방타격이란 전시가 아닌 평시에 북의 핵시설을 기습적으로 타격하여 핵개발을 중단시킨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미국 군부가 북의 핵시설을 예방타격으로 파괴하려는 도발의사를 포기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1993년 3월 제1차 ‘핵위기’가 극도로 격화되었을 때, 미국 군부는 북의 녕변핵시설을 이른바 외과수술타격(surgical strike)으로 파괴하려는 예방타격작전을 한때 검토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포기하였다. 그 까닭은, 미국이 북의 녕변핵시설을 예방타격으로 파괴하는 경우, 북의 전면적인 보복공격을 받아 되레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당시 컴퓨터 모의실험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무려 20년이나 지난 오늘 북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내려다보는 녕변핵시설이 아니라, 각지의 은폐되고 분산된 여러 핵시설들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므로, 미국군 정찰위성이 그 많은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들을 파악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미국은 북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작전계획 5027’에 들어있는 예방타격 개념은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미국 군부가 말하는 선제타격이란 북이 공격징후를 보일 때 북의 전략거점을 먼저 타격하여 파괴함으로써 북의 전쟁수행력을 제거한다는 개념이다. 북에서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선불질’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런 선제타격 개념은 북의 핵억지력 완성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 북의 제3차 핵실험이 말해주는 것처럼, 북은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수 있는 증폭분열탄(boosted fission bomb)을 이미 실전배치하였고, 열핵탄(수소탄)까지 보유함으로써 대미 핵억지력을 최고 수준에서 완성하였다. 만일 북의 핵억지력을 과소평가한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북에 선제타격을 가하면, 북은 즉각 전면적 핵보복으로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것이다.

<로동신문>은 2013년 2월 14일 사설에서 “우리의 핵억제력은 지구상 그 어느 곳에 있든 침략의 본거지들을 정밀타격하여 일거에 소멸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고, <조선중앙통신>은 2013년 2월 21일 보도에서 “침략자들이 감히 선불질한다면 몸서리치는 타격을 안기고 원쑤들의 아성을 지구상에서 영영 쓸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미국이 북의 핵보복공격으로 멸망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 미국은 북에 대한 ‘선불질’을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북의 제3차 핵실험은 대미 핵억지력을 최고 수준에서 완성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셋째, 미국 군부가 말하는 보복타격이란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국지전이 일어나는 경우 북의 공격거점을 정밀타격수단으로 파괴하여 보복한다는 개념이다. 연평도 포격전 직후 남측 군부는 한반도 국지전에 보복타격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여 미국 군부는 보복타격 개념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미국 군부가 국지전이요, 보복타격이요 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맴도는 작전관념일 뿐이다. 왜냐하면, 미국 군부가 북의 공격거점에 보복타격을 가하는 경우, 북은 즉각 ‘섬멸적 반타격’을 개시하여 국지전이 아니라 ‘반미대결전’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27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313대련합부대를 시찰하면서 “원쑤들이 신성한 우리 령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반공격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다”고 말하였다. 반공격에로 이행한다는 말은 ‘반미대결전’을 벌인다는 뜻이다.

넷째, 미국 군부가 말하는 잠입타격이란 ‘동까모’ 같은 반북테러단체 또는 한미연합군 특수전 병력이 북에 은밀히 잠입하여 특정대상물을 파괴한다는 개념이다. 미국 육군 특수전사령부 전략단장 데이빗 맥스웰(David Maxwell)의 2010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기지 발언, 그리고 닐 톨리(Neil Tolley) 당시 주한미국군 특수작전사령관의 2012년 5월 대북침투정찰 관련 발언에서 잠입타격 개념이 드러난 바 있다. 잠입타격 개념을 대북 특수전 작전계획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북의 ‘급변사태’와 ‘정권붕괴’를 노리는 ‘작전계획 5029’다.

그러나 미국 군부가 잠입타격이라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보복타격이라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과 똑같은 짓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잠입타격이나 보복타격이나 모두 북의 ‘섬멸적 반타격’으로 시작될 ‘반미대결전’의 ‘불벼락’을 내리치는 지름길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은 미국 군부가 사실상 폐기한 것으로 보이는 예방타격을 언급하였을 뿐 아니라, 강한 어조로 선제타격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 동안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그런 대북 작전개념에 관한 발언을, 그것도 다른 자리에서가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꺼내놓은 것이다. 그런 이상한 행동에는 반드시 어떤 사연이 있기 마련인데, <중앙일보> 최근 보도에서 그 사연을 알 수 있다.


‘작전계획 5015’ 검토를 갑자기 중단한 미국 군부

남측 군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3년 2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가 최근 ‘작전계획 5015’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였다고 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작전계획 5015’ 검토작업은 “논의에 속도를 내왔으나 최근 들어 협의가 잠정 중단됐다”는 것이다. 북미관계에 전례 없이 첨예하고 긴박한 정세가 조성된 오늘, 미국 군부가 ‘작전계획 5015’ 검토를 중단하였다는 소식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할 수 있다.

위의 보도기사는 남측과 미국의 ‘작전계획 5015’ 협의가 최근 중단되었다고 서술함으로써 양측이 마치 대등한 군사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기술하였지만, ‘작전계획 5015’를 검토하는 책임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장악한 미국 군부가 맡은 것이고, 남측 군부는 미국 군부의 검토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미국 군부가 ‘작전계획 5015’ 검토를 중단하였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원래 미국 군부는 2015년 12월에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남측 군부에 반환할 공약이행에 대비한다고 하면서 2010년부터 ‘작전계획 5015’ 검토작업을 시작하였다. <서울신문> 2010년 6월 29일 보도기사에 작전통제권 반환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2010년 7월 초부터 전략적 전환계획을 검토하게 된다고 하였으니, 미국 군부가 ‘작전계획 5015’를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그 때였다. 그들이 말하는 전략적 전환계획이란 전쟁구역작전 지휘체계 및 수행체계, 양측 군사협조체계, 대북 작전계획, 합동전쟁연습체계 등을 새롭게 바꾸는 계획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북침전쟁계획은 군사기밀이어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미국 군부가 검토하는 ‘작전계획 5015’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바 없지만, 남측 군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내일신문> 2013년 2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작전계획 5015’에는 ‘작전계획 5027’, ‘작전계획 5029’, 그리고 국지도발 대비계획까지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작전계획 5027’은 미국군 병력 69만 명과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 5개를 동원하는 대규모 북침전쟁을 다섯 단계에 걸쳐 수행한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미국군이 ‘신속억제전력’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1단계, 미국군이 북의 전략목표를 파괴하는 2단계, 미국군 대규모 병력이 북측 해안에 상륙하는 3단계, 미국군이 북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4단계, 남측 정권 주도의 흡수통합을 실현하는 5단계로 전개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명백하게도, 이것은 미국이 군사력의 절반 이상을 동원한 압도적인 침공무력으로 북침전쟁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또한 ‘작전계획 5029’는 평시에 대북 잠입공작을 벌여 북의 폭동, 내란, 대량탈북을 유도하여 이른바 ‘급변사태’를 도발하고, 그에 따른 기습적인 무력침공으로 북의 정권을 붕괴시키고 북의 대량파괴무기를 탈취한다는 내용이다. 그처럼 ‘작전계획 5029’는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남측 군부는 ‘작전계획 5029’는 아직 작성되지 않았고, ‘개념계획 5029’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북의 ‘급변사태’에 대응하는 ‘작전계획 5029’를 ‘키 리졸브’와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서 연습한다는 사실이 <조선일보> 2012년 4월 6일부에 보도되었고, 그보다 앞선 2010년 9월 9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북의 ‘급변사태’에 대응하는 작전계획을 2010년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서 연습하였다고 직접 밝혔는데도, 남측 군부는 아직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일신문> 2013년 2월 15일 보도는 ‘작전계획 5027’, ‘작전계획 5029’, 국지도발 대비계획이 모두 ‘작전계획 5015’로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작전계획 5015’의 중심내용은 ‘작전계획 5029’라고 말할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미국 군부가 ‘키 리졸브’와 ‘을지 프리덤 가디언’ 같은 북침전쟁연습을 ‘작전계획 5029’에 따라 실시하는 것만 봐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작전계획 5015’를 완성하기 위해 그처럼 방대한 규모의 실전연습까지 실시해온 미국 군부는 그 작전계획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내일신문> 2013년 2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안에 ‘작전계획 5015’를 완성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미국 군부가 첨예하고 긴박한 군사정세가 조성된 엄중한 시기에 왜 갑자기 ‘작전계획 5015’ 검토작업을 중단했을까?


미국 군부에게 불만 느낀 남측 군부

위에서 언급한 <중앙일보> 2013년 2월 19일 보도기사에서 남측 정부 관계자는 ‘작전계획 5015’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 및 국지도발에 대비한 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군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고 말하면서, 미국 군부는 국지전이 일어나는 경우 “확전방지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작전계획 5015’에 관한 정보가 군사기밀이어서 남측 정부 관계자가 <중앙일보> 취재기자에게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작전계획 5015’를 완성단계에서 검토하는 과정에 남측 군부는 예방타격 개념과 보복타격 개념 같은 도발적인 타격개념을 작전계획에 넣자고 요구하였고, 미국 군부는 그런 요구를 받아주지 않고, 되레 확전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훈계’한 것이다.

미국 군부가 ‘작전계획 5015’ 검토작업에서 보인 그런 태도는 거기서 멈춘 게 아니었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작전계획 5015’에 선제타격 개념을 포함시키는 것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군부는 ‘작전계획 5015’에 예방타격 개념, 보복타격 개념, 선제타격 개념을 모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 군부는 ‘작전계획 5015’에 잠입타격 개념만 포함시키려 하는 것일까? 그런 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잠입타격만으로는 북침전쟁을 수행할 수 없고, 잠입타격 개념과 선제타격 개념이 결부되어야 북침전쟁 작전계획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군부가 그처럼 네 가지 타격개념을 모두 ‘작전계획 5015’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그 작전계획은 결국 ‘적에게 얻어맞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방어만 한다’는 식의 방어작전계획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부가 그처럼 방어작전계획을 꺼내놓았다면, 남측 군부는 그런 미국 군부에게 당연히 불만을 느꼈을 것이고 결국 ‘작전계획 5015’ 검토작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부가 ‘작전계획 5015’를 방어작전계획으로 전환시키려는 까닭은, 그 작전계획이 2015년 12월 이후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받은 남측 군부의 작전계획으로 될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미국 군부는 북침전쟁에서 자기들이 대북 공격을 맡을 터이니, 남측 군부는 대북 방어만 맡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미국은 기절하여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것처럼, 얼마 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한국군 수뇌부가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이상한 행동은, 미국 군부가 ‘작전계획 5015’를 방어작전계획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에게 정면으로 대들지 못하는 처지이므로, 그렇게라도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일보> 2013년 2월 19일 보도기사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군의 대응방식에 이견이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였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북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제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직후 미국 군부의 태도가 돌변하였고, 남측 군부가 그런 미국 군부의 태도돌변에 불만을 품게 된 것이다.

또한 위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관계자는 “지난달 미군 순양함이나 핵추진 잠수함 샌프란시스코함의 동해 연합훈련 때도 우리 군은 대북 강경대응 차원에서 강력한 홍보를 원했지만 미군은 연합사 고위 관계자가 나서서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월 19일부터 24일까지 동해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미연합 대잠수함 훈련도 남측 군부는 언론에 공개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미국 군부는 언론에 공개하기를 거부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군부가 한미연합실전연습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려 한 까닭은, 북이 ‘반미대결전’ 돌입준비태세를 취하자 미국 군부가 긴장하였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21일 남측 국방부 대변인은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이 3월 11일부터 21일까지 실시되고, ‘독수리’ 북침전쟁연습은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실시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올해 ‘키 리졸브’는 미국 군부가 아니라 남측 군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주도하는 첫 북침전쟁연습이다. <서울신문> 2013년 2월 22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합참 관계자는 “훈련계획까지 (한국군) 합참이 수립하는 등 전 과정에 걸쳐 우리의 능력이 발휘됐다”고 말했다. 남측 군부가 ‘키 리졸브’ 계획을 작성하였으므로 2013년도 ‘키 리졸브’는 남측 군부가 작성한 계획에 따라 연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군은 뒤로 빠지고 한국군이 인민군을 상대한다는 뜻이다.

위의 정보를 분석하면, 미국 군부는 북이 ‘반미대결전’을 개전하는 경우 한국군을 앞세워 인민군의 공격을 방어하게 한 뒤에 자기들은 한국군의 방어에 걸려 공격력이 약화된 인민군을 나중에 공격하겠다는 것이고, 그러한 새로운 전쟁전략을 올해부터 연습하겠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은, 바로 그런 미국 군부의 새로운 전쟁전략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군부의 그런 새로운 전쟁전략은 북의 주적개념과 ‘우리 식의 전법’을 모르는 오판의 산물로 보인다. 북의 주적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국군이며, 따라서 북의 ‘반미대결전’은 미국의 ‘급소’를 초강력한 타격수단으로 가격하는 급소타격전법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인민군이 초강력한 타격수단으로 미국의 ‘급소’를 가격하는 순간, 미국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반격능력을 상실하고 항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태평양전쟁 경험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제는 미국의 하와이 진주항을 기습하였다. 항공모함 6척에서 발진한 전투기와 폭격기 353대의 공습은 미국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당시 미국의 손실을 보면, 3만t급 대형 전함 4척이 격침되었고, 대형 전함 3척, 순양함 3척, 구축함 3척이 각각 파손되었고, 전투기 188대가 완파되었고, 전투기 159대가 파손되었고, 병력 2,402명이 사망하였다. 그러나 일제가 알지 못한 것은, 하와이 진주항이 미국의 ‘급소’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당시 일제가 미국의 ‘급소’가 아닌 곳을 타격하는 ‘선불질’을 했기 때문에 미국은 일제의 진주항 공습으로 기절하기는커녕 되레 분기하여 맹반격으로 나갔고 결국 일제를 패망시켰다. 만일 일제가 미국의 ‘급소’를 기습타격으로 초토화하였다면 전세는 완전히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당시 일제에게는 미국의 ‘급소’를 초토화할 강력한 타격수단이 없었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북의 ‘반미대결전’에서 하와이 진주항 피습 정도를 상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커다란 오판이다. 북이 ‘반미대결전’에서 미국의 치명적 ‘급소’를 강타하면, 미국은 기절하여 일어서지 못할 것이고, 전쟁은 북의 승리로 단숨에 끝날 것이다.

인체에 정수리, 뒤통수, 관자놀이, 울대, 명치, 낭심 같은 급소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미국에게도 ‘급소’가 많다. 북에게 미국은 강적이므로, 북은 ‘반미대결전’에서 미국의 어느 한 ‘급소’만 골라 타격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급소’를 동시에 타격하는 식의 전법을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2월 20일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관하 구분대의 실탄사격을 배합한 공격전술연습을 지도하면서 “적을 타승하기 위해서는 현대전에 상응한 우리 식의 전법을 끊임없이 연구, 완성하며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적들이 미쳐 숨 돌릴 새 없이 호되게 답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인민군은 미국의 ‘급소’를 타격하는 ‘반미대결전’을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2013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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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9

제3차 핵실험 폭발위력은 '상상초월'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48)
통일뉴스 2013년 02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에게 응징의사 표명한 제3차 핵실험

2013년 2월 12일 북이 실시한 제3차 핵실험은 큰 충격파를 일으키며 세계를 흔들었다. 미국과 친미국가들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반발하였고, 미국을 반대하는 세계 각국 정당들과 사회단체들은 북의 핵실험을 지지하였다. 국제사회가 북의 핵실험을 놓고 지지하는 쪽과 반발하는 쪽으로 갈라진 것이다. 친미수구언론이 반발만 보도하고 지지는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의 핵실험을 지지하는 국제사회 분위기가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이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 각각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는 국제사회가 지지와 반발로 갈라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북이 핵실험을 실시하자 국제사회가 그처럼 둘로 갈라진 것을 보면, 북의 핵무기야말로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국제사회를 흔드는 ‘절대무기(absolute weapon)’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북의 핵무기가 다른 나라 핵무기와 달리 그처럼 충격파를 일으켜 국제사회를 흔든 까닭은 무엇일까? 똑같은 수단이라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극강의 전쟁수단인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북은 다른 핵보유국들이 생각하지 못할 특별한 목적을 위해 핵실험을 하였기 때문에, 그처럼 국제사회를 흔드는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 것이다. 북의 제3차 핵실험을 생각할 때, 그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다른 핵보유국들이 생각하지 못할 특별한 목적,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목적은 무엇일까? 2013년 2월 12일 북측 외무성이 발표한 대변인 담화가 그 목적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번 핵시험의 주된 목적은 미국의 날강도적인 적대행위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보여주고 나라의 자주권을 끝까지 지키려는 선군조선의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는 것이다. 인용문에서 ‘미국의 날강도적인 적대행위’란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범죄로 몰아간 미국이 유엔안보리를 앞세워 추가제재를 결의하게 만든 행위를 뜻한다. 대변인 담화에 담긴 외교어법을 직설어법으로 다시 표현하면,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목적은 북을 상대로 ‘날강도적인 적대행위’를 감행한 미국에게 응징의사를 표명한 것이었다. “치솟는 분노를 보여준다”는 말은 응징의사를 표명한다는 뜻이다.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목적이 미국에게 응징의사를 표명한 데 있다고 보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북은 2009년 5월 25일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전에 미국을 북미정치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메시지’를 백악관에 비공식적으로 한 차례 보냈고, 공식적으로 또 다시 한 차례 보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전에는 미국을 북미정치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것은 제3차 핵실험의 목적이 미국을 압박하여 협상으로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응징의사를 표명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제2차 핵실험의 목적과 제3차 핵실험의 목적이 그처럼 서로 달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은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를 범죄로 몰아간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배후에서 추동하여 북의 자주권을 침해한 미국을 응징하기 위해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미리 밝힌 바 있다. 2013년 1월 14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성명에서 “높은 수준의 핵시험”을 진행할 것이며, “미국과는 말로써가 아니라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미국에 대한 응징의사를 표명한 말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제껏 미국은 전 세계를 정치-군사적으로, 경제-기술적으로, 문화-사상적으로 지배하는 ‘초강대국’처럼 군림해왔고,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게 맞섰다가 되레 응징을 받고 짓눌린 사건이 한 두 차례가 아니었다. 그런데 북이 그런 미국을 핵실험으로 응징한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국제사회를 뒤흔든 사변이 아닌가.
지금 북은 미국에게 맞섰다가 되레 미국의 응징을 받았던 반미국가들처럼 미국에게 저항하는 게 아니다. 북은 미국을 무력으로 응징하여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이고, 미국의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지배를 받아온 낡은 세계질서를 대미무력응징으로 뒤집어버리는 혁명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 혁명의 시작점이 한반도의 통일이며, 그 혁명의 종착점이 북에서 말하는 ‘세계의 자주화’이며, 그 혁명의 전개방식이 북에서 말하는 ‘반미대결전’이다.
북과 중국의 고위층과 접촉하는 위치에 있는 중국인 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로이터 통신> 2013년 2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올해 핵실험을 몇 차례 더 강행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인 소식통은 “(북에서는) 모든 게 준비되었다. 제4차, 제5차 핵실험과 로켓발사가 올해에 곧 실시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이것은 북이 올해 안에 ‘반미대결전’을 벌여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결심을 굳혔음을 말해준다.
60년이 넘도록 지속되어온 북과 미국의 상호적대관계는, 북이 미국의 한반도 지배질서를 완전히 종식시키고 통일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미국이 한반도 지배질서를 계속 유지하면서 분단시기를 연장하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를 놓고 물리적으로 격돌할 ‘반미대결전’ 개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다른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놓고 물리적으로 격돌하게 되었으므로, 이제는 어느 쪽도 뒤로 물러설 수 없고, 타협이나 절충을 위한 정치협상도 불가능하다. 북이 개전시기를 찾고 있는 ‘반미대결전’을 미국이 피할 길은 없다.
북의 제3차 핵실험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의 적대행위를 보고 격노한 북은 핵실험 강행으로 미국에 대한 응징의사를 표명하였고, 미국은 북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고 ‘입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북측 군사동향을 주시하며 ‘입조심’을 하는 미국의 위축된 모습은, 북에 대한 발언수위를 조절한 데서 드러나 보인다. 이를테면, 북의 제3차 핵실험 직후 백악관 대변인실이 발표한 대통령 성명이나 이튿날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대통령 국정연설의 대북관련 연설대목을 읽어보면, 미국이 북에 대한 발언수위를 조절하며 ‘입조심’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의 성명과 국정연설에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에 대해 “단호한 행동(firm action)”을 취하겠다는 모호하고 상투적인 말만 들어 있다. 이것은 미국에게 응징의사를 표명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의 위세에 눌린 미국이 대응발언수위를 조절하며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205km 떨어진 도시 전체를 뒤흔든 엄청난 진동

핵실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얼마나 강한 폭발력이 발생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은 얼마나 강했을까? 이 물음의 정답은 오직 북만 알고 있다. 북의 핵실험을 바라보는 외부에서는 핵폭발로 발생한 인공지진파를 측정하여 폭발력을 추산하는 수밖에 없다.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말해주는 언론보도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신문>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2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주민들은 북의 핵실험 진동을 약 1분 동안 느꼈다고 한다. 이를테면, 훈춘에 사는 어느 주민은 자기 집안의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이 진동으로 넘어지고, 가구들이 마구 흔들리는 바람에 큰 지진이 일어난 줄로 직감하고 집안에 있던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밖에 나가보니 진동에 놀란 이웃사람들도 집 밖에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이 넘어지고 가구들이 마구 흔들리는 강력한 진동이 일어난 것은, 도시 전체가 진동으로 흔들렸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의 핵실험장에서 훈춘까지 직선거리는 북동쪽으로 205km다.
<조선일보> 2013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주민들은 북의 핵실험 진동으로 아파트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일부 건물외벽이 갈라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주민들이 대피하였다고 한다. 북의 핵실험장에서 혜산까지 직선거리는 78km이므로, 훈춘보다 혜산이 훨씬 더 심한 핵실험 진동을 받은 것이다.
북이 2009년 5월 25일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는 이번처럼 강력한 진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보도기사를 찾아보면, 북의 핵실험장에서 185km 떨어진 중국 옌지(延吉)에서는 등교한 학생들이 옌벤교통방송의 지진발생경보를 듣고 서야 교실 밖으로 대피하였다. 제2차 핵실험과 달리, 이번에 제3차 핵실험으로 훈춘시 전체가 흔들린 것은 진도 5.0 이상 규모의 엄청난 진동이 발생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의 제3차 핵실험 진동에 대해, 미국 국립지질조사국(USGS)은 진도 5.1 규모의 진동이라고 발표하였고, 독일 정부 산하기관인 연방지질자원연구소(BGR)와 일본 기상청은 진도 5.2 규모의 진동이라고 각각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북의 핵실험으로 진도 4.9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하였다. 북의 핵실험 직후 진도 5.1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던 남측 기상청은 수정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진도 4.9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남측 국방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발표하고 남측 기상청이 수정하여 발표한 진도 4.9 규모의 진동을 인정하였다.
미국, 일본, 독일의 유력한 관계기관들이 북의 핵실험으로 진도 5.1∼5.2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하였는데, 왜 한국지질자원연구원만 진도 4.9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하였을까? <연합뉴스> 2013년 2월 12일 보도에 나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의 말에서 그 사정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북의 핵실험) 지진 관련 분석은 1급 비밀이다. 안보 때문에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분석내용은 그때그때 정부 직속기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국방부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측정치라고 하면서 발표한 진도 4.9 규모의 진동은 국방부의 ‘대북안보조치’에 의해 얼마든지 가공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따라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로 보인다.
위의 사실을 종합해보면, 북의 제3차 핵실험으로 진도 5.1∼5.2 규모의 진동이 발생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제3차 핵실험 폭발력에 대해 쉬쉬하는 한반도 주변 4개국

진도 5.1∼5.2 규모의 진동을 일으킨 핵폭발력을 일반폭약(TNT)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몇 킬로톤(kiloton)이 되는 것일까? 1킬로톤은 일반폭약 1,000톤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폭발력이다.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추정치를 발표하지 못하고 침묵하였다. 그들의 침묵은 무반응이 아니라,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위력이 너무 커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는 무언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의 제3차 핵실험이라는 ‘응징의 직격탄’을 맞은 당사자인 미국은 북의 핵실험 폭발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하였을까? 2013년 2월 12일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기관 관리들은 그들이 발표한 성명에서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이 “대략 몇 킬로톤(approximately several kilotons)”이라고 말했다. 북의 제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6월 15일에도 미국 국가정보국장실은 성명에서 북의 제2차 핵실험 폭발력이 “대략 몇 킬로톤(approximately a few kilotons)”이라고 말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도 중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위력이 너무 커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유별나게도, 남측 국방부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3년 2월 12일 국방부 대변인은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에 대해 “6-7킬로톤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취재진 앞에서 말했다. 이것은 분석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성급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나온 <인테르팍스 통신> 2013년 2월 12일 보도에서 러시아 국방부 관리는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이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6∼7킬로톤보다 더 크다”고 말하면서 오류를 지적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에 대한 러시아 국방부의 추정치를 밝히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갔다. 역시 러시아도 미국, 중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의 핵실험 폭발위력이 너무 커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위력이 얼마나 강했기에 그처럼 한반도 주변 4개국이 모두 쉬쉬한 것일까? 한반도 주변 4개국이 북의 제3차 핵실험 폭발력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기 때문에, 1998년 5월 28일 파키스탄이 실시한 핵실험의 진동 및 폭발력과 비교하여 추정치를 얻는 수밖에 없다.
우선 파키스탄 핵실험에서 얼마나 강한 진동이 일어났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15년 전 당시 키르지스탄 지진 네트워크(KNET)는 파키스탄 핵실험으로 진도 4.8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하였고, 미국 국립지질조사국과 미국 프로토타입 국제자료센터(PIDC)는 진도 4.9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다고 각각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진도 4.8∼4.9 규모의 진동을 발생시킨 파키스탄 핵실험의 폭발력은 얼마나 강력했을까?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28일 핵실험에서 핵무기 5기를 터뜨렸는데, 그 가운데 4기는 폭발력이 1킬로톤에 미치지 못한 미임계 폭발(subcritical blast)을 일으켰고, 1기만 성공적으로 폭발하였다. 그 1기가 일으킨 폭발력은 30∼36킬로톤이었다.
15년 전 파키스탄 핵실험에서 진도 4.8∼4.9 규모의 진동을 발생시킨 폭발력이 30∼36킬로톤이었는데, 남측 국방부는 북의 제3차 핵실험에서 진도 4.9 규모의 진동이 발생하였다고 축소한 것도 모자라서, 폭발력이 6∼7킬로톤밖에 되지 않는다고 터무니없는 추정치를 발표했으니, 고의적으로 축소하여 발표한 것이 확실하다.
파키스탄 핵실험에서 진도 4.8∼4.9 규모의 진동을 발생시킨 폭발력이 30∼36킬로톤이었으므로, 이번에 북의 핵실험에서 진도 5.1∼5.2 규모의 진동을 발생시킨 폭발력은 당연히 30∼36킬로톤보다 더 컸던 것이 분명하다.
독일 정부 산하기관인 연방지질자원연구소는 북의 제3차 핵실험에서 40킬로톤의 폭발력이 발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무슨 근거로 40킬로톤의 폭발력이 발생하였다고 추산하였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북의 제2차 핵실험에서 발생한 진동 및 폭발력과 대비하여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을 추산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북의 제2차 핵실험으로 진도 4.7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고, 당시 러시아 국방부 고위관리가 러시아 언론에 전한 바에 따르면 10∼20킬로톤의 폭발력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북이 이번에 실시한 제3차 핵실험에서는 진도 5.1∼5.2 규모의 진동이 일어났으므로, 제3차 핵실험의 진도가 제2차 핵실험의 진도보다 0.4∼0.5 더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진도가 0.2 높아질 때마다 핵폭발력은 두 배 더 강해지므로,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은 제2차 핵실험 폭발력보다 네 배 더 강한 것이다. 따라서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은 최소 40킬로톤 이상으로 추산된다. 친미수구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만일 북의 제3차 핵실험에서 10여 킬로톤의 폭발력이 발생하였다면, 핵실험장에서 205km 떨어진 도시 전체가 진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2월 14일 보도를 읽어보면, 추가로 계산해야 할 문제가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북의 핵실험장 입구가 핵실험 이후에도 멀쩡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처럼 강력한 핵폭발이 일어난 현장에서 어찌 이런 ‘신기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핵실험 이후에도 핵실험장 입구가 멀쩡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은, 1k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핵실험장 갱도가 강력한 완충기능을 수행하는 특수공법으로 건설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만일 40킬로톤급 이상의 엄청난 폭발력이 발생한 핵실험을 강력한 완충기능이 없이 실시하였다면, 혜산시 아파트들이 핵실험 진동으로 무너졌을 것이고, 훈춘과 옌지를 비롯한 중국의 인근 도시들도 건물외벽이 갈라지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북은 강력한 핵실험을 하기에는 영토가 너무 좁기 때문에, 40킬로톤급 이상의 폭발력을 일으키는 핵실험을 실시하려면 핵실험장 갱도를 강력한 완충기능을 수행하는 특수공법으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 인용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였다”고 언급했던 것이다.
북의 핵실험장이 강력한 완충기능을 수행하는 특수공법으로 건설되었으므로, 실제 폭발력은 40킬로톤 이상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제3차 핵실험 폭발력을 50킬로톤으로 추산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증폭분열탄을 성공적으로 폭발시킨 제3차 핵실험

2013년 1월 24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성명에서 “높은 수준의 핵시험”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었고, 핵실험 직후에 나온 <조선중앙통신> 2월 12일 보도는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핵실험이 진행되었다고 하면서,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위력 등 모든 측정결과들이 설계값과 완전히 일치됨으로써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되였다”고 지적하였다. 이 인용구절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핵무기를 터뜨렸다는 언급과 북의 핵억지력이 다종화되었다는 언급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핵무기라는 말은, 미사일 탄두부에 탑재할 수 있도록 작고, 가볍게 만든 핵탄두를 뜻한다. 핵보유국들마다 핵탄두를 서로 다르게 만들었지만, 대체로 소형화되고 경량화된 핵탄두라고 하면 길이가 60cm 정도이고, 무게는 500kg 이하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실전배치된 각종 전략미사일들에 그런 핵탄두가 탑재되었다는 사실은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이미 몇 차례 논했으므로,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북의 핵억지력을 왜곡, 축소하는 선동가들은 명백한 진실을 부인하면서 북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만드는 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는 식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위의 인용구절에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북의 핵억지력이 다종화되었다는 언급이다. 다종화(多種化)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종류가 생겼다는 뜻이므로, 북의 핵억지력이 다종화되었다는 말은 여러 종류의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뜻이다.
핵무기는 어떤 종(種)으로 분류되는가? 사람들은 이 물음에 대해 플루토늄 핵분열탄과 고농축우라늄 핵분열탄으로 분류된다고 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핵무기의 종을 플루토늄 핵분열탄과 고농축우라늄 핵분열탄으로 나누는 분류법은 70년 전 미국이 원시적인 핵폭탄을 처음 제조할 때 통용된 낡은 분류법이다. 히로시마를 초토화한 핵폭탄은 우라늄-235로 만든 포신형(gun-type)이었고, 나가사키를 초토화한 핵폭탄은 플루토늄-239로 만든 내폭형(implosion-type)이었다는 식으로 분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공학의 발달로 핵무기가 다종화되면서 분류법도 달라졌다. 요즈음에는 순분열탄(pure fission bomb), 증폭분열탄(boosted fission bomb), 열핵탄(thermonuclear bomb), 순융합탄(pure fusion bomb)으로 분류한다. 그 가운데서 열핵탄은 일반적으로 수소탄(hydrogen bomb)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순융합탄은 실제로 무기화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핵무기의 종은 순분열탄과 증폭분열탄으로 분류된다.
증폭분열탄은 순분열탄에 비해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폭발력을 두 배 이상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요즈음 핵강국들은 순분열탄을 만들지 않고 증폭분열탄만 만든다.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이 핵억지력이 다종화되었다고 밝힌 것은, 순분열탄과 종을 달리한 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을 성공적으로 터뜨린 성과를 얻었다는 뜻이다. 북이 이번 핵실험에서 증폭분열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예상은 핵실험 이전부터 여기저기에서 나온 바 있는데, 2013년 2월 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한국군 합참의장도 북이 “증폭분열(boosted fission) 단계의 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북의 제3차 핵실험에서 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이 성공적으로 폭발한 것은, 최근에 새로 개발한 시제품이 제대로 터지는지 시험해보고, 이번 폭발시험이 성공하면 앞으로 증폭분열탄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실전배치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2013년 2월 12일 북측 외무성이 대변인 담화에서 “원래 우리에게는 핵시험을 꼭 해야 할 필요도 계획도 없었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은 증폭분열탄 실전배치를 이전에 완료했기 때문에 이번에 구태여 증폭분열탄 폭발실험을 실시해야 할 필요나 계획이 없었으나 미국을 응징하기 위해 실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주변 4개국은 북이 제3차 핵실험에서 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을 터뜨렸다는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또한 대북군사정보에 관한 왜곡보도나 오보를 반복하는 친미수구언론들은, 북의 제3차 핵실험에서 발생한 진동과 폭발력을 크게 축소시킨 왜곡정보를 유포하는 상투적인 수법으로 북의 50킬로톤급 증폭분열탄 폭발을 은폐하였다.


열핵탄에 열핵탄으로 맞서는 ‘반미대결전’

증폭분열탄을 만들면 열핵탄(수소탄)도 만들 수 있다. 중국의 핵무기 개발경험에서 그런 사실이 입증된다. 중국은 1964년 10월 16일 22킬로톤급 순분열탄을 터뜨린 실험을 실시하였고, 1967년 6월 17일에는 3.3메가톤(megaton)급 열핵탄을 터뜨린 실험을 실시하였다. 중국의 경우, 순분열탄을 만든 다음에 증폭분열탄 제조단계를 거쳐 열핵탄을 만들기까지 불과 2년 8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09년 6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002년 이전에 이미 증폭분열탄 연구를 시작하였다고 하니, 북이 지난 10년 동안 증폭분열탄은 물론 열핵탄까지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은 이치에 부합한다. 1960년대에 중국이 2년 8개월 만에 간단히 만들어냈던 열핵탄을 45년이 지난 오늘 북이 개발사업 착수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2011년 1월 22일 서울을 방문하는 중에 <연합뉴스>와 대담한 이란 외교부 대변인 라민 메흐만파라스트(Ramin Mehmanparast)은 “핵분야에서 보면 지금 북한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북의 핵능력이 미국, 중국, 러시아와 비슷하다는 그의 말은 북이 최고 수준의 핵무기공학기술로 만드는 열핵탄도 보유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 2011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핵과학자들이 이란에 가서 이란 핵과학자들에게 고도의 핵기술을 교육하였는데, 그런 경험을 통해 북의 핵무기공학 기술수준을 잘 알고 있는 이란 정부 고위관리가 북의 핵무기공학 기술수준을 미국, 러시아,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높이 평가한 것은 과장발언이 아니다.
핵강국은 타격용도에 따라 폭발력이 각기 다른 열핵탄을 만드는데, 대체로 폭발력이 50킬로톤 이하로 내려가는 열핵탄은 거의 만들지 않는다. 열핵탄 폭발력은 100킬로톤에서부터 1메가톤 이상에 이른다고 말할 수 있다. 1메가톤급 폭발력은 일반폭탄 100만톤에 해당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발력이다.
1998년에 미국 국방부가 모의실험을 통해 15킬로톤급 핵무기가 폭발하는 경우에 발생할 인명피해를 추산하였더니, 약 62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 계산법에 따라 만일 미국이 1메가톤급 열핵탄 한 발로 적국을 직격하는 경우에 발생할 인명피해를 산술적으로 추산하면 약 4,000만 명이 사망하는 대참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은 6.25 전쟁이 일어난 63년 전부터 메가톤급 열핵탄으로 북을 초토화하겠다는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었고, 북측 전역을 100번 이상 초토화할 엄청난 수량의 각종 열핵탄을 실전배치해놓고 장장 63년 동안 북을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지금 미국군이 연습하고 있는 ‘즉시적인 지구적 타격(Prompt Global Strike)’이라는 핵타격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군 전략사령부는 발사명령을 받은 뒤 불과 25분 안에 북에 선제핵타격을 개시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핵타격 시나리오는 평소에 연습만 하다가 마는 훈련용이 아니라, 핵타격작전을 위한 실전용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북측 전역을 100번 이상 초토화할 열핵탄을 실전배치해놓고, 임의의 시각에 25분 만에 선제핵타격을 개시해 지구 위에서 북을 소멸해버리겠노라고 위협해온 포악한 미국의 모습은 북의 시야에 어떻게 비쳤을까? 2013년 2월 14일 <로동신문>에 실린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북이 미국을 왜 “백년의 한이 맺힌 태평양 건너의 악마의 제국”이라고 저주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북이 왜 ‘응징의 열핵탄’을 겨눈 ‘반미대결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6.25 전쟁 이후 오늘까지 어느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핵타격 시나리오를 움켜쥔 채 북을 지구상에서 소멸하겠다고 벼르는 ‘악마의 제국’의 반인륜적인 핵타격도발연습을 지난 63년 동안 너그럽게 관용해오면서, 그처럼 포악한 미국의 도발에 맞선 북의 핵실험만 도발이라고 편파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성과 양심에 배치되는 행동이다. 또한 그런 모순의 극치를 뻔히 보면서도 미국의 열핵탄이 북의 ‘남침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다고 안심하는 것이야말로 자멸을 부르는 정신착란증이다.
북측 전역을 초토화할 열핵탄을 실전배치한 미국이 북을 63년 동안 계속 위협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해왔으므로,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열핵탄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북도 올해 국운을 걸고 ‘반미대결전’을 벌여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2013년 2월 7일 미국인 평론가 빌 거츠(Bill Gertz)가 미국 국가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온라인 매체 <워싱턴 프리 비컨>에 게재한 글 ‘평양의 도발(Pyongyang Provocation)’에 따르면, 북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이나 중거리미사일 화성-10을 쏘는 발사연습을 곧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한국일보> 2013년 2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잠수함대는 최근 함경남도 원산에 있는 잠수함기지에서 잠수함을 출동시키기 위해 기지주변 바다에서 쇄빙작업을 벌였는데, 상당한 작업시간을 요구하는 쇄빙선을 동원하여 바다얼음을 차츰 제거한 게 아니라 폭약발파로 단숨에 바다얼음을 제거하였다고 한다.
심상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위의 두 보도를 읽어보면, 북이 ‘반미대결전’에서 반드시 동원해야 할 두 가지 전략무기들인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이 이미 작전기동을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63년 동안 간고분투의 허리띠를 졸라매며 ‘최후 결전’을 기다려 참고 참아온 북의 무력응징의지가 ‘반미대결전’으로 거대한 폭발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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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비공개 극강 미사일 있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50)
자주민보 2013년 02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탄두 없는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된 화성-13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방문자들이 전한 말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모형은 탄두가 없는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되었다고 한다. 미사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탄두인데, 왜 탄두를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하였을까? 무장장비관 해설원의 말에 따르면, 반구형 덮개지붕(dome) 전시관의 천장높이보다 화성-13 길이가 더 길어서 탄두를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이 무장장비관 옆에 붙어있는 별관처럼 건설된 까닭은, 각종 미사일을 전시관에 곧추 세워 전시할 때 길이가 긴 대형 미사일은 웬만큼 높은 천장 아래에는 전시할 수 없어서 천장을 높이 올린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시관 설계는 전시공간에 들여놓을 전시물들의 규모를 미리 측정하고 그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측 설계사들이 북에서 최상의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무장장비관을 설계할 때, 화성-13 모형이 들어갈 천장높이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무장장비관 관람자들이 전해준 해설원의 해설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무장장비관 건설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히 지도하였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무장장비관 설계도면을 직접 검토하였을 뿐 아니라 거기에 전시할 각종 미사일들 가운데 화성-13 모형도 포함시키도록 지시하였다고 보는 것은 전혀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화성-13 탄두는 길이가 약 3m밖에 되지 않는데, 반구형 덮개지붕 높이를 현재 높이보다 3m 더 높이지 못해서 탄두를 떼어놓은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해야 하였다는 말인가? 만일 북측 설계사들이 화성-13 전시문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전시관 설계도면을 작성하였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수 있게 설계를 변경하라고 지시하였을 것이다.

위와 같은 점을 생각하면,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 탄두를 떼어놓은 이유는 전시관 설계착오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서, 북은 화성-13 탄두모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북이 화성-13 탄두모형을 전시할 경우 북의 전략미사일 기술수준이 너무 많이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에 탄두모형을 떼어놓은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컨대, 기존 5대 핵강국들도 자기들의 최신 군사기술수준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군사전략적 가치가 큰 무기는 절대로 전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은 분명히 탄두가 제자리에 장착된 정상적인 모습이었고, 세계 각국은 텔레비전 방영화면을 통해 화성-13 탄두부를 당시에 목격한 바 있다. 화성-13 탄두부가 그처럼 전 세계에 이미 공개되었는데, 북은 왜 탄두를 떼어놓은 화성-13 모형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일까?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화성-13 탄두부가 촬영된 인민군 열병행진 보도사진을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탄두부 외형은 길이가 3m이고 매우 길쭉한 원뿔형이며, 탄두부 꼭지점 부위를 흰색으로 조금 칠해놓은 것이었다. 또한 다른 추진체 표면은 매끄럽게 보이는데 비해, 탄두부 표면은 매끄럽게 보이지 않고, 세로 평행선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약간 도드라지게 그어놓은 것 같이 보였다.

화성-13의 탄두부 외형을 중국이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31의 탄두부 외형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차이가 보인다. 둥펑-31의 탄두부는 두툼한 원뿔형인데 비해, 화성-13의 탄두부는 홀쭉한 원뿔형이다. 둥펑-31 탄두부가 두툼한 원뿔형으로 된 까닭은, 핵탄두 3기가 탄두부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둥펑-31은 폭발력이 최저 20킬로톤에서 최고 150킬로톤까지 이르는 핵탄두 3기를 탑재하고 11,200km를 날아가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multi-warhead ICBM)이다. 그에 비해,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홀쭉한 원뿔형 탄두부에는 40킬로톤급 핵탄두가 1기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2012년 4월 26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화성 13호의 존재를 부인하려는 궤변들’에서 나는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 탄두부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원래 그 글은 화성-13이 실존하지 않는 ‘가짜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궤변가들을 논박하기 위해 쓴 것인데, 궤변가들은 북이 화성-13이라는 ‘가짜 미사일’을 만들 때, 긴 나무보(stringer)를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개 붙여 원뿔형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얇은 철판을 덧씌우는 식으로 탄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탄두부 표면에 세로 평행선이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나는 그 글에서 그들의 그런 주장을 논박하면서, 화성-13의 탄두부 표면에 세로 평행선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약간 도드라지게 만들어놓은 것을 가리켜 견인계수(drag coefficient)를 높여주기 위한 탄두부 표면처리기술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북이 탄두를 떼어놓은 화성-13 모형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을 보면, 위와 같은 나의 추정은 빗나간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에 실물탄두부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형탄두부가 장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실물탄두부를 떼어내고 그것과 전혀 다르게 생긴 모형탄두부로 교체한 화성-13을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탄두부를 교체한 까닭은, 화성-13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외부에 자기의 전력을 지나치게 노출할 수 없는 북은 인민군 열병행진에 화성-13을 등장시킬 때 다탄두 실물탄두부를 단탄두 모형탄두부로 교체하였고, 또한 무장장비관에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는 아예 탄두를 떼어놓았던 것이다.

둥펑-31은 무게가 46t이고 길이가 13m인데, 화성-13은 무게가 80t(추정치)이고 길이는 26m다. 이처럼 북이 둥펑-31보다 거의 두 배가 큰 화성-13을 만들면서, 그것을 다탄두 미사일로 만들지 않고 단탄두 미사일로 만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화성-13의 실물탄두부에는 3기의 핵탄두가 들어있으므로, 탄두부 외형이 홀쭉한 원뿔형이 아니라 두툼한 원뿔형으로 생겼을 것이다. 또한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모형탄두부 꼭지점 부위에는 흰색이 조금 칠해져 있었지만, 공개되지 않은 실물탄두부 꼭지점 부위에는 화성-10 탄두부처럼 핵탄두임을 표시하는 붉은 색이 크게 칠해져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다탄두를 탑재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적에게 섬멸적 타격을 가할 강력한 미사일이다. 탄두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최상급 극강 미사일이 북에 있는 것이다.

화성-11과 화성-12는 어디 있을까?

2012년 4월 15일에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 중에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게 생긴 화성-10은 사거리가 4,000km로 추정되는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이다. 화성-10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게 생긴 까닭은, 그 중거리미사일이 다탄두 중거리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중거리미사일인 화성-10이 이처럼 다탄두를 탑재했는데, 그보다 한 급 높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에 다탄두가 아니라 핵탄두 1기만 탑재하였다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그런데 북은 화성-10과 화성-13을 열병행진에서 공개하였으면서도, 일련번호로 보면 화성-13보다 먼저 공개했을 것 같은 화성-11과 화성-12는 공개하지 않았다. 왜 화성-11과 화성-12를 공개하지 않고, 공개순서를 화성-13으로 뛰어넘은 것일까?

북이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 화성-10과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을 공개한 뒤에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미사일이 있다면, 그것은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보다 군사전략적 가치가 더 크고,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군사전략적 가치가 더 큰 또 다른 극강 미사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13보다 더 큰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닌 극강의 전략무기는 무엇일까? 오늘날 5대 핵강국들이 운용하는 최상급 전략무기는 두 종류인데,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 그것이다. 수직갱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 세대 전의 전략무기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외부에 공개한 북이 미국에게 전력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공개하지 않는 비장의 전략무기가 있다면, 그것은 사거리가 5,500km 이상이 되는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밖에 없다.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 특히 중시되는 까닭은, 장거리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는 전략잠수함까지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나라가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하였다면, 그것을 탑재한 전략잠수함도 당연히 보유한 것이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에게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 필요한 까닭은, 미국이 말하는 ‘즉시적인 지구적 타격(Prompt Global Strike)’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즉시적인 지구적 타격’에 따르면, 미국군이 전략미사일을 발사하여 타격목표를 파괴하기까지 타격시간은 25분 이내로 정해졌으므로, 그에 맞선 인민군도 미국의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타격시간을 25분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함경북도 수림지대에서 화성-13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쏘면 워싱턴 디씨까지 날아가는데 32분이 걸린다. 파괴시간이 7분 이상 더 걸리는 것이다. 1초 사이에 운명이 엇갈릴 수 있는 ‘최후 결전’에서 7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다. 그래서 북은 타격시간을 25분 이내로 줄인 새로운 종류의 신속타격수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과 그것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이다. 미국 본토에 접근한 전략잠수함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신속히 발사하는 타격방식만이 타격시간을 25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제작하는 것보다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제작하는 것이 기술공학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어렵다. 그러므로 장거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운용하는 것보다 군사기술적 측면에서 더 우월한 무기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이 공개하지 않은 화성-11과 화성-12는 인민군 열병행진 중에 공개한 화성-10보다 군사기술적으로 더 우월한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정이 너무 확대해석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독자도 있겠지만, 아래 정보를 살펴보면 그런 반문은 무색해질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의 지름이 똑같기 때문에, 외견상 그 두 추진체의 연결부(inter-stage)가 보이지 않는다. 그와 달리, 위성운반로켓 은하-3 추진체 외형은 전혀 다르게 생겼다. 은하-3의 1단 추진체 지름은 길고, 2단 추진체 지름은 그보다 훨씬 짧아서 외견상 그 두 추진체의 굵기가 서로 다른 것을 금방 알 수 있고, 따라서 두 추진체의 연결부도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

그렇다면, 북이 화성-13의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을 똑같이 만든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것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똑같이 설계된 어떤 미사일을 개발한 뒤에 거기에 고체연료를 쓰는 3단 추진체를 추가로 장착함으로써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였음을 말해준다.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똑같이 설계된 어떤 미사일은 무엇일까? 독일의 우주공학전문가 노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는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을 촬영한 사진자료를 분석하고, 화성-13의 1단 및 2단 추진체가 러시아군의 장거리미사일 R-29와 흡사하다고 보았다. 러시아군의 장거리미사일 R-29는 델타(Delta)급 전략잠수함에 탑재하는 2단형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다.

R-29는 무게 32.8t, 길이 13.2m, 지름 1.8m, 사거리 7,700km, 탄두무게 1.1t이고, 서방세계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화성-10은 무게 12t, 길이 12m, 지름 1.5m, 사거리 4,000km, 탄두무게 1t이다. 화성-10이 R-29보다 작으므로, 화성 10보다 성능이 개량된 화성-11은 R-29보다 성능이 개량된 R-29L과 유사한 급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R-29L은 450킬로톤급 핵탄두 1기를 싣고 9,000km를 날아가는 잠수함 발사 단탄두 장거리미사일이므로, 화성-11도 그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화성-11이 R-29L과 유사한 급의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라면, 화성-12는 R-29L보다 한 급 높은 R-29RMU와 유사한 급의 잠수함 발사 다탄두 장거리미사일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종류의 다탄두 장거리미사일에는 탄두와 교란탄두(decoy)가 함께 탑재되므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다. 북이 이번에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미국 군부는 핵실험 이튿날인 2013년 2월 13일 태평양에서 중거리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하는 요격미사일 발사시험을 부랴부랴 실시하였지만, 그런 발사시험으로는 북의 다탄두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으므로 ‘헛발질’이나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가 아직 모르는 무서운 타격수단이 북에 있다

화성-11이나 화성-12를 탑재하고 바다 속 깊이 잠항하려면, 북은 당연히 전략잠수함을 보유하여야 한다. 물론 그런 전략잠수함은 예외 없이 소형 우라늄 원자로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다. 2012년 9월 16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 나는 북이 실전배치한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정보는 정찰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 판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미국군 정찰위성은 지하해군기지에서 바다 속으로 드나드는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을 촬영하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인민군이 화성-11과 화성-12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이 공개하지 않은 화성-11과 화성-12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은, <로동신문> 2013년 2월 14일 기사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세계가 아직 모르고 있는 무서운 타격수단”인 것이다.

화성-11이나 화성-12를 탑재하고 태평양 바다 속을 은밀히 잠항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화성-13을 탑재하고 한반도 북부 수림지대를 은밀히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보다 더 압도적이고 위력적인 무기체계다.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연습해온 ‘단숨에 타격방식’은 신속타격, 기습타격, 정밀타격, 집중타격, 섬멸타격이다.

2012년 12월 1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이 미사일을 초고속으로 만들어낸 비결’에서 나는 1993년 5월 30일 북이 사거리 2,000km의 준중거리미사일 화성-8과 사거리 4,000km의 중거리미사일 화성-9를 연속 발사하였을 때, 미국은 경악과 충격에 휩싸여 사상 처음으로 북미양자회담에 끌려나갔다고 썼다. 그런데 화성-8이나 화성-9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잠수함 발사 미사일들인 화성-11과 화성-12가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에 실려 있는 것이다. 만일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화성-11과 화성-12를 미국의 심장부에 발사한다면, 그것은 <로동신문> 2013년 2월 14일 기사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타격”이 될 것이다.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2013년 2월 12일 북측 외무성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이런 구절이 있다. “원래 우리에게는 핵시험을 꼭 해야 할 필요도 계획도 없었다. 우리의 핵억제력은 이미부터 지구상 그 어느 곳에 있든 침략의 본거지를 정밀타격하여 일거에 소멸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 동안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여러 차례 논한 것처럼, 북의 핵무장력이 세계 정상급에 도달하였으므로, 위의 인용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화성-11과 화성-12를 탑재한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바다 속에서 미국의 심장부를 24시간 상시적으로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군 핵추진 잠수함이 무게가 1t에 이르는 탄두를 장착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2,500km 떨어진 거리에서 발사하여 15분 만에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타격시나리오를 연습하고 있으므로, 그에 맞선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도 화성-11과 화성-12를 발사하여 15분 안에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타격시나리오를 당연히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과 ‘최후 결전’을 벌여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결심을 표명하였으므로, 그에 따라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한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도 지하해군기지에서 출동하여 미국 본토로부터 2,500km 정도 떨어진 태평양 바다 속에서 공격명령을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이 실시한 핵실험의 목적을 생각하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핵실험을 실시한 게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이미 다탄두 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한 북에게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아직 없어서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면, 북에게는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추종국들은 그런 헛소리를 마치 진실인양 서로 주고받으며 유엔안보리를 앞세워 북에게 더 강한 추가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북측 인민군으로부터 ‘최후 일격’을 받으면 항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도, 북의 비공개 극강 미사일에 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처럼 목청을 높이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과 추종국들은 북이 말하는 신속타격, 기습타격, 정밀타격, 집중타격, 섬멸타격을 받을 ‘응징대상’에 자기들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대북 추가제재에 목청을 높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치명적 독약’이라는 말은 그런 그들에게 잘 어울린다.(2013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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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양자택일 가능성마저 박탈당한 미국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47)
통일뉴스 2013년 02월 11일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국방위원회 담화 발표에서 제4차 세포비서대회까지 26일

“전쟁도, 평화도 아닌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시켜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립장이다.”
2013년 1월 2일 북측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시켜버린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북측 국방위원회가 언급한 정전상태 완전종식이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한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것도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한 가지 방도지만,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정전상태 완전종식이라는 말은, 미국과 맞붙는 전면전쟁으로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시킨다는 뜻이다. 북은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전면전쟁을 ‘조국통일대전’, ‘전면대결전’, ‘최후 결전’, ‘판가리 결전’ 등으로 부른다.

북측 국방위원회 담화에 나온 정전상태 완전종식이라는 말을 그렇게 해석하는 까닭은, 담화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정치협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맞붙는 전면전쟁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화는 지금 북측 인민군 동향을 이렇게 전했다. “전선군 대련합부대들을 비롯한 우리 혁명무력은 존엄 높은 최고사령부가 이미 최종 비준한 작전계획들을 받아 안은 상태에 있다. 륙, 해, 공군부대들은 명령만 내리면 즉시에 폭풍쳐 출전하게 되어 있고 발사단추를 누르면 순간에 멸적의 불바다전을 펴게 되어있다.” 위의 인용문은 북측 인민군이 종래의 전쟁준비태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전돌입태세를 이미 완료하였음을 말해준다.

정치협상이 아니라 전쟁승리를 통한 정전상태 완전종식을 언급한 북측 국방위원회 담화가 1월 2일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3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였는데, 바로 그 다음날 북측 국방위원회가 미국과 전면전쟁을 벌여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하겠다고 언급한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정전상태를 완전히 종식하기 위한 개전의사를 언급한 담화를 2013년 새해 벽두에 발표한 것은 무슨 뜻일까?

북측 인민군은 2013년 1월 5일부터 각종 무기를 동원한 전군기동훈련을 북측 전역에서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뉴욕 타임스> 2013년 1월 17일 보도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전 세계에서 북, 러시아, 중국 세 나라만 보유한 최강의 전략무기인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 ‘화성-13’이 전군기동훈련에 동원되었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1월 2일 인민군의 개전의사를 언급한 담화를 발표하고, 인민군이 그로부터 사흘 뒤 전략무기를 동원하여 전군기동훈련을 실시한 것은, 그 담화에서 언급한 개전의사가 구두발표를 넘어 실제행동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 1월 24일 북측 국방위원회가 이번에는 대변인 담화보다 격이 한 급 더 높은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에 들어 있는 두 문장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불순세력들의 대조선 적대시책동을 짓부시고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면대결전에 진입할 것”이라는 문장과 “약육강식을 생존법칙으로 삼고 있는 미국과는 말로써가 아니라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는 문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 1월 5일 북에서 시작된 전군기동훈련은, 위에 인용한 성명에 나오는 ‘전면대결전’ 실전연습이고, “미국과는 말로써가 아니라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는 문장에 나오는 ‘말’은 미국을 상대하는 정치협상을 뜻하고, ‘총대’는 미국과 맞붙는 전면전쟁을 뜻한다. 그러므로 “미국과는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는 말은 북이 자기 주적인 미국에게 1월 2일 담화에서 밝힌 것보다 더 분명하게 ‘전면대결전’ 개전의사를 밝힌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에게 개전의사를 밝힌 북측 국방위원회 성명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각종 전략무기를 동원한 전군기동훈련이 맹렬히 전개되는 중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북측 국방위원회가 미국에게 ‘전면대결전’ 개전의사를 밝힌 성명을 발표한 뒤 이틀이 지난 2013년 1월 26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성된 정세와 관련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를 소집하였다는 사실이다. 북에서 이런 협의회가 소집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가수반이 비상상황에 대처하여 비상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는 게 일반적인데, 북에서는 그런 회의가 아직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어서 “조성된 정세와 관련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라는 식으로 회의성격을 설명해주는 긴 명칭을 붙였기 때문이다.

북의 최고국정운영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미국에게 개전의사를 표명하고, 이틀 뒤에 북의 최고영도자가 다른 나라의 경우 비상국가안보회의에 해당하는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를 소집한 것은, 북이 ‘전면대결전’을 개전하기 위한 실전준비단계에 들어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에서 “최근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조성된 엄중한 정세에 대처하여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실 단호한 결심을 표명하시고 해당부문 일군들에게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하시였다”고 한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미국에게 개전의사를 표명한 지 이틀 뒤에 최고영도자가 내린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은, 개전의사를 실행에 옮길 결심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의 국가체제를 움직이는 힘은 당과 군대에서 나오므로, 북이 ‘전면대결전’을 개전하려면 군대는 물론이고 당도 ‘전면대결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는 게 당연하다. 2013년 1월 5일부터 인민군 전군기동훈련이 계속 실시되는 가운데, 북측 각지에서 선발된 10,000명에 이르는 당세포비서들이 참가한 조선로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가 1월 28일 평양에서 개막되었다. 이것은 ‘전면대결전’에 돌입하기 위한 당의 ‘비상정치사업’이 수 십 만개에 이르는 ‘당세포’들 속에서 개시되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4차 세포비서대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어머니당의 사랑과 믿음이 낳는 위대한 힘으로 모든 사람들을 사상과 신념의 강자로 키워 당중앙위원회 두리에 천겹만겹의 성새를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판가리 결전의 시기에 모든 사람들이 당과 혁명, 조국을 위하여 사선의 고비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전면대결전’을 앞둔 북의 시각에서 위의 연설문 인용구절을 다시 읽으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당의 수십만 명 세포비서들이 인민대중 전체를 전쟁지휘부를 결사옹위하는 강력한 역량으로 조직하여야 전면대결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의 최고영도자, 2013년 2월 2일 최종 결정 내렸다

이처럼 전당과 전군이 ‘전면대결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2월 2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였다. 당중앙군사위원회는 전쟁결정권을 행사하는 최고위급 기구인데, 이번에 소집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인민군 전군 주요지휘관들이 함께 참석하여 진행한 회의다. 전당과 전군이 ‘전면대결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전쟁결정권을 행사하는 최고위급 기구가 전쟁수행책임을 맡은 전군 주요지휘관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한 것이야말로 ‘전면대결전’ 개전을 위한 최종 결정이 내려졌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우리 당과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를 무적필승의 백두산 혁명강군으로 더욱 강화하고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 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하시였다”고 한다.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 데서 강력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이란 ‘전면대결전’ 개전에 관한 최고영도자의 최종 결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이 미국과 맞붙는 ‘전면대결전’을 개전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다. 위에 열거한 대로, 2013년 1월 2일부터 2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북측 국방위원회가 개전의사를 표명하고, 인민군이 전략무기를 동원한 전군기동훈련를 실시하고, 사상 처음으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가 소집되고, 10,000만 명 세포비서들이 참가한 당세포비서대회가 개최되고, 전쟁결정권을 행사하는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소집되는 것으로 이어진 일련의 정치군사활동은 북이 ‘전면대결전’ 개전문제를 결정하였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객관적 사실이다.

나는 지금 북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제멋대로 확대해석하여 독자들에게 전쟁공포심을 주려는 게 아니라,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사상 최대의 사변이 차츰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민족성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정보부족으로 정세판단이 좀 헷갈리는 일부 사람들은 북이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을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기 위해 강경하게 압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대로, 지난 1월 2일부터 2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북이 ‘전면대결전’에 돌입할 준비태세를 갖추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관성적 사고가 빚어낸 판단착오다.

또 다른 일부 사람들은 현재 한반도 정세가 평화협정이냐 아니면 ‘전면대결전’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관성적 사고가 빚어낸 판단착오다. 북이 ‘전면대결전’에 돌입할 준비태세를 갖춘 것은, 미국과 진행하는 그 어떤 정치협상도 배제한다는 뜻이다. 북의 최고영도자가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면대결전’ 개전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렸는데, 얼마 뒤에 그 최종 결정을 번복하여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정치협상을 제안하는 ‘상황반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의 최고영도자가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내린 최종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면대결전’ 개전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렸으므로, 개전은 앞으로 몇 해 뒤에나 일어날 미래의 사변이 아니다. 왜냐하면, 전쟁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려진 뒤에 무한정 시간을 끄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개전이 임박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공격징후를 사전에 전혀 노출하지 않는 인민군은 미국이 방심하고 있는 시각에 미국의 ‘급소’를 치명적인 기습타격으로 찌르는 ‘전면대결전’을 개시할 것이므로, 개전시기는 오직 김정은 제1위원장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개전시기를 굳이 예상한다면, 올해 안에 아주 형식적인 대화국면이 잠시 조성되어 미국이 방심할 때, 또는 올해 안에 미국이 ‘재정절벽(Fiscal Cliff)’에서 굴러 떨어져 전 세계 자본주의시장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때, 또는 올해 안에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어 동중국해에서 국지전이 터졌을 때, 또는 올해 안에 이스라엘의 이란 무력침공으로 중동전이 터졌을 때, 바로 그런 몇 가지 불가피한 요인들이 상호조합되며 북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개전상황을 조성해주었을 때, 바로 그럴 때 북은 미국의 ‘급소’를 치명적인 기습타격으로 찔러 ‘전면대결전’을 단숨에 끝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자택일 가능성은 2012년과 함께 사라졌다

2013년 2월 4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글 ‘최종 선택은 미국이 해야 한다’에서 나는 미국이 한반도 정전상태를 평화협정 체결로 종식해야 하는 ‘최종 선택’의 막판에 내몰렸다고 지적하고, “최종 선택은 이제 미국이 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지만, 그런 결론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 견해다. 평화협정이냐 아니면 ‘전면대결전’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미국에게 제기하는 정치적 요구인 것이다.

지금 남측 진보세력이 미국에게 그런 정치적 요구를 제기하고 있지만, 북은 미국에게 그런 정치적 요구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연도 많고 굴곡도 많았던 북미관계 과거경험을 뒤돌아보면, 1993년 6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사상 처음 북미공동성명이 채택된 날로부터 오늘까지 20년 동안 북은 미국에게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지속적으로 제안해왔지만, 미국은 한 차례도 응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을 점령하려는 무력침공연습만 강행해왔다. 북이 지난 20년 동안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제안했는데도 미국이 전혀 응답조차 하지 않고 무력침공연습만 계속 강행해온 것은, 앞으로 100년이 지난다고 해도 평화협정 체결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무력침공연습만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미국이 그런 태도로 20년 동안 일관해온 정치협상에 대해 북이 무슨 미련을 두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북도 아니고 미국도 아닌 어떤 제3자가 지금 북이 평화협정과 ‘전면대결전’의 양자택일을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북의 ‘전면대결전’ 개전의사와 제3자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혼동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2년 8월 31일 북측 외무성은 비망록을 발표하고, “미국이 끝내 옳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의 핵보유는 부득불 장기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우리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고, 곧이어 9월 7일에는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이 지역 인민들의 한결같은 념원에 배치되게 남조선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면 우리의 전면전쟁맛을 한 번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에게 평화와 전쟁의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해가 바뀐 2013년 1월 2일 북측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담화는 북이 지난 날 미국에게 제기해온 그러한 양자택일 요구를 철회하였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2013년 1월 1일부터 북은 “미국과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할 전면대결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북이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게 제안해왔으나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하고 무력침공위협만 받아온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또 다시 제기하는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이며, 그로써 미국은 평화와 전쟁의 양자택일 가능성마저 완전히 박탈당한 셈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이 평화와 전쟁의 양자택일 가능성마저 박탈하고, ‘전면대결전’ 개전의사를 표명한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북이 공식표명한 ‘전면대결전’ 개전의사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요즈음 이례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에 휘감겨 전전긍긍하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임박한 ‘전면대결전’에 관한 정보를 파악했으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언론에 밝히지 못한다. 왜냐하면, 만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의 ‘전면대결전’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알려주면, 그 순간부터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공포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를 지배하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다는 미국이 설마 전쟁에서 패하여 북에게 항복하겠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북이 ‘전면대결전’을 벌이면 되레 북이 미국에게 항복할 것 같다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북과 미국의 전쟁수행력을 각각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인데, 이제껏 북의 군사력에 관한 미국의 정보은폐와 정보조작으로 북의 전쟁수행력에 대해서 저평가와 편견이 지배적이다. 그런 저평가와 편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북이 ‘전면대결전’을 벌여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선동적 언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 동안 미국의 끊임없는 핵타격위협을 받아온 북은 ‘전면대결전’에서 미국을 이기기 위해 군사력 강화에 국력을 집중해왔다. 언젠가는 반드시 미국과 한 번 맞붙을 “전면대결전의 최후 승리”를 위해 북이 허리띠를 조이며 간고분투해온 지난 60년 역사를 모르면, 그들의 군사력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

<통일뉴스>에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써온 지난 5년 동안, 나는 미국의 정보은폐와 정보조작이 빚어낸 북의 군사력에 대한 저평가와 편견을 걷어내고,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다각적인 분석을 지속해왔다. 이 글의 주제가 북의 군사력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더 이상 상론하지 못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북의 군사력에 대한 나의 분석에서 얻어낸 총적 결론은 북이 미국과 맞붙을 ‘전면대결전’에서 이길 승산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물량적으로 비교하면 미국이 북보다 500배나 더 크지만, 북은 그런 강적과 맞붙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세계 전쟁사가 알지 못하는 기습적인 ‘급소타격전법’을 연구하였고, 무기체계도 그런 전법에 맞게 개발하고 배치하였다. 비유를 들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 사는, 몸길이가 20cm밖에 되지 않는 황제전갈(Emperor Scorpion)의 치명적인 독침에 찔린 사자가 전신마비로 쓰려져 버둥거리다가 죽는 것처럼, 기존 5대 핵강국과 어깨를 겨룰 강력한 핵무장력을 갖춘 북이 치명적인 전략무기로 미국의 ‘급소’를 기습타격하면 미국은 자기보다 물량적으로 500배나 작은 북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보면, 북이 ‘전면대결전’에 돌입할 준비태세를 갖춘 것은, 미국이 북과 협상하여 평화협정문에 조인하게 될 가능성이 사라지고, 그 대신 북과 맞붙은 ‘전면대결전’에서 패하여 항복서에 조인하게 될 가능성만 남는다는 뜻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3월 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판문점 시찰 중에 정전협정 조인장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싸움이 일어나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원쑤들이 무릎을 꿇고 정전협정 조인이 아니라 항복서에 도장을 찍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 평화협정이 없으면 한반도 비핵화도 없게 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없으면 북미관계개선도 없게 된다. 북에서 쓰이는 표현을 빌리면, “사탕 없이는 살아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외치며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를 격멸할 복수의 일념으로” 1953년 7월 27일 이후 장장 60년 동안 “백두산 혁명강군의 무진막강한 타격력”을 계속 비축해온 북의 시야에는 “세상이 알지 못하는 전면대결전”만 보인다. 그래서 북은 북미관계개선은 없고, 미국의 항복만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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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화성-13은 왜 흰옷으로 갈아입었을까?

[한호석의 개벽예감] (49)
자주민보 2013년 02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반구형 덮개지붕 아래 곧추 서 있는 화성-13

일본의 일간지 <아사히신붕> 2013년 2월 4일부에 주목할 만한 기사 한 편이 실렸다. 그 일간지 서울지국 특파원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에 관해 쓴 기사다. 일본어를 알지 못하는 나는 <아사히신붕> 온라인 영어판 기사를 읽었다.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소식통들(sources)’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그 보도기사는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지난해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대로, 태양절 100주년에 즈음하여 2012년 4월 14일에 개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발기와 지도로 건립된 기념비적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현대식 전시관 안에는 12개에 이르는 대형 전시실이 있고, 넓은 야외전시장도 있으며, 3,300평방미터의 면적에 건설된 현대식 전자도서관까지 갖추었다. 관람자들의 견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에서 자립적 국방공업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각종 무기들과 군사장비들이 방대한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맨 끝에는 다른 군사강국들이 생산한 무장장비들까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관람자들이 전해준 현장 해설원의 설명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방력 강화 업적과 국방공업건설 업적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건설공사 중에 60여 차례나 공사현장을 돌아보며 열정적으로 지도하였다고 하니, 관람자들이 경탄할 만큼 전시규모가 방대하고, 전시방식이 현대적이며, 수 천 점을 헤아리는 각종 전시물들이 알차게 진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의 군사문제에 관해 꽤 많은 글을 써오는 나는 무장장비관을 아직 관람하지 못했다. 내가 무장장비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몇몇 해외동포 관람자들이 남긴 짤막한 견문기록을 읽어본 게 전부다. 내가 무장장비관을 관람하게 된다면, 그 동안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궁금증만 더해온 여러 수수께끼들을 풀고, 북의 군사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담은 글을 써서 억측과 폄하로 범벅된 ‘쓰레기 정보’를 말끔히 청소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 못해 아쉬운 심정으로 이 글을 집필하였다. 앞으로 언젠가 무장장비관을 관람하고 이 글을 보완할 집필기회가 나에게 오리라고 생각한다.

현장사진을 보면, 무장장비관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 있는 거대한 반구형 덮개지붕(dome) 전시관에 눈길이 쏠린다. 지붕 전체가 은회색을 띈 것으로 봐서, 수많은 알루미늄판을 조립하는 공법으로 반구형 덮개지붕을 건설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의 주제로 등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전시모형은 바로 그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 안에 들어 있다. 화성-13 전시모형에 관한 아래와 같은 정보를 위에서 언급한 보도기사에서 읽을 수 있다.

첫째,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소식통들’은 동체가 흰색으로 도색되고, 그 동체 위에 ‘화성-13’이라고 쓰인 거대한 미사일 모형(model)이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 한 복판에 곧추세워져 전시된 것을 목격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전시된 화성-13 주위에는 북이 1980년대부터 개발한 각종 탄도미사일의 실물 또는 모형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둘째,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거기에 전시된 화성-13을 가리키며 이것은 2012년 4월과 12월에 발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3과 같은 모형이라고 설명해주었다는 것이다.

셋째,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화성-13의 지름이 2.4m이고, 길이가 26m라고 설명하면서, 곧추세워 전시한 화성-13 모형의 높이가 반구형 덮개지붕 천장높이보다 더 높아서 화성-13의 최상단(uppermost stage)을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하였다고 한다.

풀기 어려운 두 가지 수수께끼

위의 보도기사를 읽다보면, 아래와 같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 모형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선 동체도색부터 다르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 실물동체는 얼룩덜룩한 위장무늬로 도색되었는데, 그와 달리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 모형동체는 흰색으로 도색되었다.

또한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실물동체에는 화성-13이라는 미사일 명칭이 적혀있지 않았고, 동체마다 각기 다른 미사일 고유번호들이 흰색 큰 글자로 적혀있었는데, 그와 달리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모형동체에는 미사일 고유번호가 아니라 화성-13이라는 미사일 명칭이 큰 글자로 적혀있다.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이 실물이 아니라 모형이므로, 실물과 다르게 도색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의문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모형이라 하더라도 실물과 완전히 다르게 도색한 것은 어쩐지 이해하기 힘들다. 현장을 둘러본 관람자들이 거기에 전시된 다른 미사일 모형동체들도 화성-13처럼 실물동체와 다르게 도색되었는지를 알아보았더라면 좋았겠는데, 그에 관해 알지 못해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 왜 ‘흰옷’으로 갈아입혔을까 하는 의문은 무장장비관 현장에 가서 직접 물어보아야 풀릴 수수께끼다.

둘째, 남측 언론에서는 위의 <아사히신붕> 보도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북이 화성-13과 은하-3이 똑같다고 인정한 것처럼 기사화하였다.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렇게 해설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보도기사에 나온 ‘해설’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은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그 추종국들이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3을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우겨대면서 유엔안보리를 동원하여 대북제재를 결의하여 북미적대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판인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주장을 따라 설명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위성운반로켓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하는 우주강국들은 예외 없이 자국의 기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하여 위성운반로켓을 개발하였다. 우주강국들이 장거리 미사일 제작기술을 위성운반로켓 개발에 이용한 이중용도 기술(dual-use technology)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합법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자기들은 이중용도 기술로 위성운반로켓을 개발했으면서, 유독 북만은 이중용도 기술로 위성운반로켓을 만들면 안 된다고 우기는 것은 철부지 아이들에게도 통하지 않을 생억지다. 북은 그런 생억지를 당연히 전면 배격하였는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런 생억지를 해설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자기 개인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관람자들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 상부에서 작성한 표준화된 해설내용을 숙지한 다음, 현장에 배치되어 그 내용대로 해설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화성-13과 은하-3은 동체도색도 서로 다르고, 동체크기도 서로 다르고, 동체모양도 서로 다르다. 특히 화성- 13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각각 2.4m로 똑같아서 외형상 1단과 2단을 구분하기 힘든데 비해, 은하-3은 1단 추진체 지름이 2.4m(실측치)이고, 2단 추진체 지름이 1.5m(추정치)여서 얼핏 보기에도 화성-13과 아주 다르게 생겼다. 화성-13과 은하-3에게 유일하게 같은 점이 있다면, 1단 추진체 지름이 각각 2.4m로 같다는 것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과 위성운반로켓 은하-3이 그처럼 서로 다른 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 둘이 똑같다고 해설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오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 추산에 있었다

2012년 4월 23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갱도기지 밖으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나는 화성-13의 길이를 20.7m라고 추산하였다. 서방세계에서 미사일 전문가라고 자처하면서 북의 미사일 개발기술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화성-13의 길이를 20m 이상으로 추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예컨대, 미국의 조지 마셜 앤드 클레어몬트 연구원(George C. Marshall and Claremont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미사일 위협(Missile Threat)’에 실린 자료에서는 화성-13의 길이를 17.5m에서 19.75m 정도로 추산하였고, 1단 추진체 지름을 1.5m에서 2.0m로 추산하였다.

그런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의 길이가 무려 26m나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2.4m나 된다니,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산을 너무 큰 격차로 뛰어넘는 충격적인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self-propelled launcher)에는 길이가 26m나 되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을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도저히 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26m 길이의 화성-13을 싣고 인민군 열병행진에 나왔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었을까? 일반 상식으로는 풀기 힘든 이 수수께끼를 풀려면, 아래의 정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가 2012년 4월 23일에 발표한 글 ‘갱도기지에서 밖으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화성-13의 길이를 20.7m라고 잘못 추산한 까닭은,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를 잘못 추산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글을 집필할 때, 화성-13을 싣고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가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와 거의 같은 것으로 보았다.

2010년 5월 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열병행진에 등장한 러시아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을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보면, 원통형 발사관(launch canister)이 자행발사대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모습이다. 토폴-M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고유명칭은 MZKT-79221인데, 그 차체의 길이는 21.6m이고, 그 차체 위에 장착된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가 24m, 지름이 2m다. MZKT라는 네 개의 머리글자는 러시아에 인접한 벨로루시 공화국 수도 민스크(Minsk)에 있는 민스크 궤도차량공장의 러시아어 머리글자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타이탄 중앙설계국(Titan Central Design Bureau)이 개발한 MZKT-79221은 그 공장에서 1980년대 중반에 생산한 7축14륜 자행발사대 MAZ-7917을 개량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나의 글을 집필할 때, 나는 러시아군의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가 21.6m이므로, 인민군의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차체 길이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보았고, 그런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13의 길이를 20.7m로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추산은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만일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가 21.6m밖에 되지 않는다면, 길이가 26m나 되는 화성-13을 거기에 싣지 못한다. 화성-13의 실제 길이가 26m이므로,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는 26m보다 더 길어야 하는 것이다.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보도사진들에 나타난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와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비교해보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차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8개 바퀴는 앞쪽에서부터 제1바퀴와 제2바퀴가 서로 바짝 붙어있고, 거기서 간격을 조금 띄워놓고 제3바퀴와 제4바퀴가 서로 바짝 붙어있고, 거기서 또 다시 간격을 조금 띄워놓고 나머지 4개 바퀴들이 서로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다. 그와 달리, 인민군 8축 16륜 자행발사대는 8개 바퀴들이 균일한 간격에 따라 서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또한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비해 차체 맨 뒷부분이 훨씬 더 길다. 이러한 바퀴간격 차이와 차체 맨 뒷부분 길이의 차이는 인민군 자행발사대 전장(全長)이 러시아군 자행발사대보다 훨씬 더 길다는 점을 말해준다.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차체 앞부분에서부터 제1바퀴 중심부까지의 거리가 4m이고, 각 바퀴 중심부들 사이의 거리가 3m씩(3m X 7 = 21m)이고, 제8바퀴 중심부에서부터 차체 맨 뒷부분까지의 거리가 3m이므로, 자행발사대 전장은 28m인 것이다.

그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를 28m로 바로잡은 새로운 정보는, 그 자행발사대를 중국산 수입차량이라고 추정한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튼 소리였는지를 말해준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화성-13을 싣고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앞부분이 중국산 8축16륜 화물차 WS51200 차체 앞부분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북이 중국에서 그 초대형 화물차를 수입하여 화성-13 자행발사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다.

중국산 8축16륜 화물차 WS51200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 아니라,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MZKT-79221을 역설계하여 모방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민간차량회사가 생산한 8축16륜 화물차는 러시아군의 MZKT-79221을 역설계하여 모방생산한 것이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41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의 MZKT-79221과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MZKT-79221를 모방하여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생산한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북에게 전략무기를 수출하는 경우도 없을 뿐 아니라, 북에서 전략무기를 만들 때는 다른 나라에서 그 어떤 완제품도 수입하여 그대로 배치하지 않고 자체로 만든다. 북이 지켜온 국가적 자존심과 자력갱생 정신과 자립적 국방공업 노선이 그처럼 남에게 의존하는 비굴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북이 러시아군의 MZKT-79221보다 차체를 6.4m 더 길게 독자적으로 설계하여 개발한 것이지, 중국에서 수입한 초대형 화물차가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북이 독자적으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개발한 것은, 철공소에서 노동자들이 쇠망치로 뚝딱거려서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초대형 특수차량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생산시설이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독자적인 8축16륜 자행발사대 설계능력과 생산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북에 26m 길이의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없는데, 그것을 싣고 이동할 자행발사대만 생산할 리는 없으므로, 8축16륜 자행발사대 생산시설이 돌아간다는 말은 화성-13 생산시설도 함께 돌아간다는 뜻이다.

화성-13보다 더 최신형인 화성-14가 실전배치되었을까?

전 세계에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북, 러시아, 중국밖에 없다. 다른 핵강국들인 미국, 영국, 프랑스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신에 잠수함 발사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 그러므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문에서는 북의 화성-13, 러시아의 토폴-M, 중국의 둥펑-41이 삼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은 국제사회에서 제6핵강국으로 인정받을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이 왜 제6핵강국의 출현에 그토록 긴장하는지 알만하고, 화성-13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궤변을 누가 왜 퍼뜨렸는지 알만하다.

러시아군의 토폴-M은 1997년부터 수직발사갱(silo)에 배치되기 시작하였고, 2006년부터 도로이동식 자행발사대에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실전배치가 그처럼 느린 속도로 진행된 까닭은, 1998년 8월 17일 러시아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는 바람에, 전략무기부문에 배정된 국가재정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2011년 1월 현재 토폴-M을 약 70기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전배치한 토폴-M 70기 가운데 52기는 수직발사갱에 배치되었고, 나머지 18기는 자행발사대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최대 500기의 토폴-M을 실전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군에 비해, 중국인민해방군은 2000년대 후반에 가서야 둥펑-41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는데,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둥펑-41을 약 30기 실전배치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북은 화성-13을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인민해방군이 둥펑-41을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보다 더 이른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화성-13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화성-13이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최신형 전략무기를 군사박물관에 전시하는 나라는 없다. 이를테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중앙군사박물관에는 토폴-M이 전시되지 않았고,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러시아군 전략로켓군 훈련기지 영내에 있는 미사일전시관에 토폴-M보다 한 세대 전에 생산된 토폴이 전시되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는 1960년대에 생산된 둥펑-1만 전시되었고, 둥펑-41은 전시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북이 화성-13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은, 그것이 최신형 전략무기가 아니고 화성-13보다 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가 이미 실전배치되었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화성-13이 둥펑-41보다 이른 시기에 생산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2013년 2월 현재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3 약 50기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군의 토폴-M은 길이가 22.7m이고 지름이 1.9m이며, 중국인민해방군의 둥펑-41은 길이가 21m이고 지름이 2.25m다. 그런데 인민군의 화성-13은 길이가 26m이고 지름이 2.4m다. 이런 비교지표는, 북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음을 말해준다.

토폴-M은 고체연료를 쓰는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무게가 1t이며 폭발력이 550킬로톤급인 핵탄두 1기를 싣고 시속 17,400km의 속도로 10,500km를 날아갈 수 있다. 명중률을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EP)는 200m다.

러시아가 토폴-M을 자국의 대표적인 전략무기로 여기는 까닭은 1단 추진체가 강력한 추력을 내기 때문이다. 토폴-M 1단 추진체에는 소유즈 이중용도기술 연방센터(Soyuz Federal Center for Dual-Use Technologies)가 개발한 강력한 로켓엔진 2기가 장착되어 있다. 10,000km까지 평연궤도(flatter trajectory)를 타고 초속 7.3km로 비행하는 1단 추진체의 엄청난 추력이 바로 그 강력한 로켓엔진에서 분출된다. 상승곡선궤도가 아니라 평연궤도(平延軌道)를 타고 초고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어버린다. 토폴-M이 발휘하는 그런 첨단성능을 보면, 러시아가 그 미사일을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면 북의 화성-13도 토폴-M만큼 강력한 전략무기인가? 북이 화성-13의 성능지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 더욱이 북의 미사일 개발능력에 관한 왜곡선전이 너무 심해서 국제사회에서 화성-13의 성능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화성-13이 토폴-M보다 길이가 3.3m 더 길고, 1단 추진체 지름이 0.5m 더 길다는 점이다. 화성-13은 1단과 2단 추진체가 액체연료를 쓰고 3단 추진체만 고체연료를 쓰는 데 비해, 토폴-M은 3단 모두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양자의 추력을 단순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화성-13의 동체가 크고 길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추력을 낸다는 뜻이다.

화성-13 추진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는 위성운반로켓 추진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와 다른 보관용 액체연료(storable liquid fuel)다. 보관용 액체연료는 미사일 동체에 주입한 상태로 5년 동안 대기시켜놓을 수 있다. 그래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3에 보관용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24시간 대기 중이다. 그들은 최고사령관의 발사명령이 떨어지면 불과 몇 분 만에 즉각 화성-13을 무더기로 발사할 수 있다.

만일 북이 화성-13을 무더기로 발사하면 미국 본토가 거대한 핵폭풍으로 날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가 깨지고 말 것이다. 2013년 1월 1일 0시에 막이 오른 모란봉악단 신년경축공연 중에 은하-3 발사장면이 초대형 배경화면에 비춰지다가, 지구가 화염폭풍 속에 깨져나가며 완전히 사라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시작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행동은, 지구를 깨뜨릴 만한 강대한 힘을 비축한 북이 ‘최후 결전’을 결심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요즈음 북에서는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구호가 널리 제창된다는데, 미국이 그 구호소리를 들으면 공포에 떨 만도 하다.(2013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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