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8

사회개혁 요구하는 이 땅의 국민들과 함께

변혁과 진보 (75)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국제여론조사에 나타난 '3화 사회'의 비극적 현실

영국 텔레비전방송 BBC가 국제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GlobeScan)에 의뢰하여 22개국 11,7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현실에 관한 국제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국제여론조사에서 자국의 경제체제가 얼마나 불공정(unfair)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응답비율이 나왔다.

스페인 92%, 프랑스 85%, 남측 81%, 칠레 80%, 러시아 78%, 브라질 69%, 인도네시아 67%, 독일 67%, 미국 65%, 페루 65%, 터키 64%, 영국 61%, 멕시코 55%, 나이제리아 54%, 파키스탄 52%, 중국 52%, 이집트 51%, 가나 47%, 캐나다 43%, 케냐 42%, 인도 42%, 오스트레일리아 36%. 이러한 응답비율을 보면, 남측 경제체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불공정한 경제체제라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난다.

위의 여론조사에서 말하는 경제적 불공정이란 무슨 뜻일까? 경제적 불공정이란, 극소수 부유층은 날이 갈수록 엄청난 부를 긁어모으고, 사회적 생산을 책임진 절대다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곤과 궁핍에 빠져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2년 1월 10일 국제노동기구(ILO)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상위 10%에 드는 부유층 가구들이 전 세계 재부의 70% 이상 소유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그 잘났다는 자본주의'가 현존 인류에게 안겨준 지구적 불행의 처참한 실상이다.

2012년 2월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전체 가구 가운데 무려 54%가 은행빚을 지고 있고, 은행빚을 진 가구들 가운데 43.6%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활자금과 전세자금을 빌렸다. 또한 은행빚을 갚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응답한 가구가 31.1%나 되었다. 이 땅의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요인은 물가상승 31.4%, 경기침체 19.0%, 소득감소 18.0%, 고용불안 7.7%, 금리상승 6.2%, 부동산가격 상승 5.1%로 나타났다.

위의 통계수치는 단지 백분율로 기록된 것이지만, 이 땅의 민중들이 겪고 있는 절망과 불행과 고통의 피눈물이 바로 그 백분율 속에 녹아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 땅의 민중들이 겪고 있는 절망과 불행과 고통의 피눈물이 담긴 각종 통계자료들이 너무 많아서 이 글에서 열거하기 힘들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곤과 궁핍 속에 허덕이는 민중들이 그처럼 많은데, 이 땅의 30대 재벌은 2001년에 자산총액 437조8,570억원을 거머쥐었는데, 그로부터 10년만에 1,164조4,030억원으로 급증했고, 30대 재벌이 거느리는 계열사는 624개에서 1,087개로 급증했다.

이 땅의 민중들이 실생활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불공정이 사회적 불평등을 낳고, 사회를 10%의 부유층과 90%의 빈곤층으로 갈라놓는 것이다. 그처럼 양극화, 불구화, 피폐화되어버린 이 땅의 '3화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은 상위 10%만이 배타적으로 누리는 '행운'일 뿐이다.



양극화, 불구화, 피폐화를 완성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땅의 경제가 1997년 11월에 치명적인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쇠락하면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되어버렸고, 극소수 부유층을 위해 노동자, 농민, 서민을 극도로 희생시킨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더욱 극단적인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은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 쉬운 굴절된 단견이다.

주목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양극화, 불구화, 피폐화된 원인이 1997년 11월에 일어난 외환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그 외환위기는 여러 요인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양극화, 불구화, 피폐화의 뿌리는 더 깊이 박혀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963년부터 1979년까지 땅값이 무려 100배나 폭등하였고, 땅값폭등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거머쥔 신흥 부유층이 출현하여 사회적 양극화가 이미 그 기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기간에 땅값폭등으로 거머쥔 불로소득총액은 326조원이었는데, 그것은 이 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땀흘려 일해서 얻은 생산소득 131조원의 250%나 된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이미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이 땅의 사회적 양극화가 완성되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땅값폭등으로 거머쥔 불로소득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이르러 생산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였고, 노태우 군사독재정권 시기에는 100%에 이르렀으며, 김영삼 정권 시기에는 -5.2%, 김대중 정권 시기에는 -0.6%, 노무현 정권 시기에는 8.4%로 나타났다.

이 땅의 사회적 양극화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완성되었다는 위의 분석결과는, 이 땅의 민중들이 외환위기 같은 계기적 충격요인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시장경제 때문에 좌절과 고통과 불행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그러므로 이 땅의 국민들이 낡고 썩은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새롭고 올바른 경제로 대체하지 않고서는 언제 가도 좌절과 고통과 불행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언급하였던 세계 22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여론조사결과 가운데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 국제여론조사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다른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나라별로 이렇게 나타났다.

스페인 42%, 프랑스 41%, 나이제리아 34%, 멕시코 33%, 이집트 32%, 인도네시아 32%, 파키스탄 26%, 케냐 25%, 터키 24%, 영국 23%, 러시아 22%, 캐나다 20%, 칠레 20%, 브라질 19%, 페루 19%, 중국 19%, 오스트레일리아 18%, 미국 17%, 남측 16%, 가나 16%, 인도 14%, 독일 9%.

이 땅의 국민들은 사회적 양극화로 전 세계에서 가장 혹심한 고통과 불행을 겪으면서도 자본주의시장경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나이제리아, 멕시코, 이집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케냐, 터키, 칠레, 페루 같은 나라들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것은 이 땅의 국민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혹심한 좌절과 불행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사회변혁에 대한 요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음을 말해준다.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이 땅의 국민들과 함께 가는 변혁의 길

이 땅의 국민들이 사회변혁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다른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위의 국제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나라별로 이렇게 나타났다.

독일 75%, 남측 66%, 캐나다 58%, 오스트레일리아 57%, 영국 56%, 페루 55%, 프랑스 53%, 나이제리아 52%, 중국 52%, 미국 49%, 스페인 48%, 러시아 47%, 케냐 44%, 칠레 43%, 파키스탄 43%, 멕시코 42%, 인도네시아 42%, 터키 41%, 이집트 40%, 브라질 39%, 가나 36%, 인도 29%.

문제 많은 자본주의시장경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이 땅의 국민적 요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인데, 독일 국민들은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 요구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한 규제 요구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것은 독일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를 규제한 사회개혁효과가 자국 국민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독일 국민들과 달리, 이 땅의 국민들은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 요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고,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한 규제 요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위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 땅에서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은 16%밖에 되지 않고,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은 66%나 된다. 위의 통계자료와 정당지지분포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 통계자료를 가지고 정당지지분포도를 얼추 그린다면, 통합진보당 지지층은 16%, 민주통합당 지지층은 66%, 새누리당 지지층은 18%로 그려질 것이다.

사회개혁을 크게 선전하였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사회개혁은 말잔치로 끝났고,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는 그런 말잔치마저 실종되었다. 이 땅의 국민들 가운데 60%가 넘는 사람들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사회개혁이 실패로 끝났음을 직접 체험하였으면서도 아직도 사회개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회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압도적인 이 땅에서 어떻게 사회변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사회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무시해버리고 자본주의 극복을 외친다고 사회변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극복을 외치던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몰락한 것은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국민에게서 멀어진 사회변혁전략은 그것이 제아무리 '과학의 언어'를 말해도 결국 외면당한다는 변혁운동사의 뼈저린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스스로 묻는 물음은 이것이다. 사회변혁이 아니라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이 땅의 국민들과 함께, 국민들 속에서, 국민들에 의거하여 사회적 진보와 발전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자문에 대한 자답은 명료하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진정한 사회개혁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이 땅의 국민들과 함께, 국민들 속에서, 국민들에 의거하여 실제행동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패한 사회개혁이 아니라 이 땅의 국민적 요구에 따른 진정한 사회개혁을 실현하는 것, 바로 이것이 두 단계 사회변혁의 출발점이 아닌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 땅에서 진정한 사회개혁을 실현하려면 그런 사회개혁을 추진할 새로운 정권을 세워야 한다. 개혁과업과 변혁과업은 결국 정권수립과업으로 귀착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참담한 개혁실패를 뛰어넘어 진정한 사회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것, 바로 이것이 올해 통합진보당과 그 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의 당면투쟁목표다. 그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7개월이라는 너무 짧은 시간이 주어졌다. 신들메를 고쳐매야 할 때다. (2012년 4월 2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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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0

진보정치 요람을 왜 새누리당에게 빼앗겼나?

변혁과 진보 (74)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회복은 되었으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노동자 도시로 알려진 울산과 창원은 이 땅의 진보정치가 태어나고 자란 요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실시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진보정치 요람에서 출마하였으나 모조리 낙선한 충격적인 이변이 일어났다. 다른 선거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요람을 새누리당에게 모조리 빼앗겼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받은 충격은 컸다. 왜 이런 충격적 이변이 일어났을까?

진보정치 요람을 새누리당에게 빼앗긴 이변을 두고 이러저러한 패인분석들이 나왔지만, 아전인수격 판단착오가 더러 눈에 뜨인다. 특히 야권연대전략을 반대하고 노동자계급정치와 계급투표전술을 주장하는 몇몇 좌파정치활동가들이 진보정치 요람의 총선패인을 분석하면서 아전인수격 판단착오를 저지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울산과 창원의 선거구들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모조리 낙선한 까닭은,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우경화'도 모자라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도 야권연대를 실현하는 '우경화'까지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그 두 정권의 반노동정책으로 고통을 겪은 노동계급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를 반대하였고, 따라서 야권연대에 대한 노동계급의 반감이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로 나타났다는 게 그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야권연대를 반대하고 노동자계급정치와 계급투표전술을 주장한 좌파정치활동가들이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지지표를 주지 않은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울산과 창원의 각계각층 유권자들이 좌파정치활동가들처럼 야권연대를 반대하거나 야권연대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졌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에 지지표를 주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으며, 그런 식의 단정이야말로 야권연대를 반대하면서 '좌파정치 독자노선'을 고집해온 좌파정치활동가들이 자기들의 견해를 합리화, 정당화하려는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진보정치 요람을 새누리당에게 빼앗긴 총선이변에 대해 반성할 때, 몇몇 좌파정치활동가들의 아전인수격 해석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총선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당득표율을 살펴보면,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은 17대 총선에서 13.03%, 18대 총선에서 5.68%, 19대 총선에서 10.03%를 얻었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민주노동당이 18대 총선 정당득표율에서 무려 7.35% 포인트나 급락한 최악의 참패를 당한 원인은 분당사태에 있었다.

만일 분당사태가 없었더라면, 18대 총선에서 15% 수준으로 올라섰을 것이며, 이번 19대 총선에서 17% 이상으로 더 올라갔을 것이다.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의 정당득표율 변동을 보면, 통합진보당은 18대 총선에서 얻은 정당득표율보다 4.62% 포인트를 더 얻어 10%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나, 4년 전에 있었던 분당사태로 생긴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창원 성산에서의 총선패인

창원 성산의 정당득표율을 보면, 통합진보당 18.75%, 새누리당 45.19%, 민주통합당 26.48%, 진보신당 3.62%다.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창원 성산의 정당득표율 변동은, 통합진보당 +1.41% 포인트, 새누리당 +6.56% 포인트, 민주통합당 +16.07% 포인트, 진보신당 -0.40% 포인트로 나타난다. 진보신당만 정당득표율이 떨어졌고, 나머지 세 당은 모두 올라갔는데 특히 민주통합당이 무려 16.7% 포인트나 올라갔다.

창원 성산에서 왜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급등하였을까? 이번 19대 총선에서 창원 성산의 무당파 유권자들이 민주통합당에게 정당지지표를 몰아주었을 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표심을 바꿔 민주통합당에게 투표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원 성산에서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과 통합진보당 지지층 일부의 표심이 왜 갑자기 민주통합당에게 쏠렸을까? 그런 쏠림현상은 '진보의 분열'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창원 성산에서는 통합진보당 후보와 진보신당 후보가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후보단일화에 실패하였는데, 그런 갈등을 목격한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과 통합진보당 지지층 일부의 표심이 민주통합당에 쏠렸던 것이다.

창원 성산의 후보득표율은, 새누리당 후보 52,502표, 통합진보당 후보 46,924표, 진보신당 후보 7,630표였다. 통합진보당 후보와 진보신당 후보의 표를 합하면 새누리당 후보보다 2,052표가 많은 데, 이것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하였더라면 새누리당 후보를 능히 꺾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분당사태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판에, 진보양당이 선거판에서 또 다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진보양당의 '공멸'은 불가피하였다.


창원 의창에서의 총선패인

창원 의창의 정당득표율을 보면, 통합진보당 17.99%, 새누리당 51.09%, 민주통합당 23.61%, 진보신당 1.19%다.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창원 의창의 정당득표율 변동은, 통합진보당 +0.65% 포인트, 새누리당 +12.46% 포인트, 민주통합당 +13.83% 포인트, 진보신당 -2.83% 포인트로 나타난다. 창원 성산과 마찬가지로 창원 의창에서도 진보신당만 정당득표율이 내려갔고, 나머지 세 당은 모두 정당득표율이 올라갔는데, 민주통합당의 정당득표율이 가장 많이 올라갔다.

창원 의창에서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사이에 후보단일화가 성공하여 통합진보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였다. 그런데도 정당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이 51.09%를 기록하였고,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당득표율을 합해도 41.60%밖에 되지 않는다. 그 지역의 정당득표율에서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야권단일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맞붙은 창원 의창에서 왜 새누리당에 대한 정당득표율이 압도적으로 나온 것일까?

창원 의창의 통합진보당 후보는 그 지역에서 노동운동의 대부로 알려져있고 지금도 민주노충 경남본부 지도위원이며 이번 총선에서 지역 노동조합들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더욱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였으며,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었고, 따라서 당선 기대가 높았는데 선거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통합진보당 야권단일후보가 49,273표를 얻고 새누리당 후보가 58,140표를 얻음으로써 통합진보당 야권단일후보가 8,867표나 뒤진 것이다. 이것은 창원 의창에서 통합진보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여 새누리당 후보와 맞선 1 대 1 구도를 만들었지만, 선거전술에 어떤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패하였음을 말해준다. 진보성향 지지층의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에서의 총선패인

울산지역의 정당득표율을 보면 통합진보당 16.03%, 새누리당 49.46%, 민주통합당 25.22%, 진보신당 2.03%다.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울산지역의 정당득표율 변동은, 통합진보당 +1.79% 포인트, 새누리당 +6.60% 포인트, 민주통합당 +15.89% 포인트, 진보신당 -2.43% 포인트로 나타난다.

 창원 성산, 창원 의창과 마찬가지로 울산지역에서도 진보신당만 정당득표율이 내려갔고, 나머지 세 정당의 정당득표율은 모두 올라갔는데, 특히 민주통합당 정당득표율이 압도적으로 상승하였다. 민주통합당의 정당득표율은 울산지역에서 15.89% 포인트나 상승하였는데, 이것은 창원 성산에서 얻은 정당득표 상승률 16.07% 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의 가파른 상승이다.

이것은 울산지역의 무당파 유권자들이 민주통합당에게 정당지지표를 몰아주었을 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표심을 바꿔 민주통합당에게 투표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울산지역 선거구들 가운데 통합진보당과 새누리당이 1 대 1 구도로 맞선 선거구는 세 곳인데, 통합진보당은 북구에서 3,634표차로 패했고, 동구에서 6,362표차로 패했고, 울주군에서 24,362표차로 대패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1 대 1 구도로 맞선 남구갑에서는 민주통합당이 12,774표차로 대패했다. 통합진보당, 새누리당, 진보신당 3파전이 벌어진 남구을에서 통합진보당은 13,690표차로 대패했고,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진보신당 3파전이 벌어진 중구에서는 민주통합당이 12,846표차로 대패했다.

울산지역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커다란 표차로 모조리 패한 것은,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투표하였더라도 새누리당에게 투표하였음을 말해준다.

노동자 도시라고 해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노총 조합원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투표전술에만 의존해서는 부족하고,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새로운 선거전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대 총선에 대한 네 가지 분석결과

첫째, 야권연대를 실현한 통합진보당의 정당지지율 상승세는 창원 성산 +1.41% 포인트, 창원 의창 +0.65% 포인트, 울산지역 +1.79% 포인트인 반면,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이른바 '좌파정치 독자노선'을 추구한 진보신당의 정당지지율 하락세는 창원 성산 -0.40% 포인트, 창원 의창 -2.83% 포인트, 울산지역 -2.43% 포인트를 기록하였다.

좌파정치활동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난 번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을 반대하였고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총선투표에서 통합진보당을 외면하였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진보정치 요람에서 모조리 낙선하였다면, 진보신당의 정당득표율이 조금이라도 상승했어야 한다.

만일 진보정치 요람의 정당득표율에서 진보신당이 상승세를 보이고 통합진보당은 하락세를 보였더라면,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전략을 폐기하고 진보정치 독자노선으로 전환하여야 하겠지만, 선거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이것은 통합진보당이 진보정치 요람을 새누리당에게 빼앗긴 패인이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전략에 있지 않다는 점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진보정치 요람에서 통합진보당이 패한 원인에 대한 좌파정치활동가들의 분석은 오류다.

둘째, 이번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전략으로 새누리당과 맞서 1 대 1 구도를 만들어냄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얻어냈지만, 야권연대를 실현할 때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야권연대를 실현하여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일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만 통합하고, 그렇게 통합한 '도로 민노당'이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독자출마전술로 나갔다면 이번 총선에서 5석도 건지지 못하고 재기불능의 완패를 당하였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중도에 포기하여야 할 일시적 전술이 아니라, 이번 총선결과를 교훈으로 삼고 앞으로 더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할 필승의 전략이다.

셋째, 4년 전에 있었던 분당사태 후유증이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진보정치 요람에서 총선감표요인으로 작용하였고, 특히 진보양당이 후보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각각 출마한 지역에서 '공멸'하였다. 진보정치의 분열은 패배이고 진보정치의 단결은 승리라는, 귀가 아프게 들어온 너무도 평범한 진리가 이번 총선에서 또 다시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넷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진보정치 요람에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투표전술에만 의존해서는 턱없이 부족하고,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새로운 선거전술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받아안았다. (2012년 4월 2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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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민주주의혁명 지체시킨 야권연대 총선패배

변혁과 진보 (73)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패배는 쓰라리고 아픈 교훈이다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전략이 패하였다. 제19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던 통합진보당이 얻은 의석수는 목표의석보다 7석이나 모자랐고,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얻은 정당득표율 10.3%는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은 정당득표율 13%에 미치지 못하였다.

다른 한 편,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려던 민주통합당은 제17대 국회에서 확보하였던 152석보다 25석이나 적게 얻는 바람에 완패하였다.

반면에, 야권연대의 정적인 새누리당은 제18대 국회에서 확보하였던 153석에서 단 한 석밖에 잃지 않은 152석을 확보하여 또 다시 과반다수당의 지위를 고수하였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157석이나 되고,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의석은 합해도 140석밖에 되지 않는다.

2012년 4월 6일 블로그 '변혁과 진보'에 게시된 나의 글 '진보정치의 전진운동, 돌파하느냐 주저앉느냐'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만일 통합진보당이 15석 정도를 얻고 민주통합당이 125석 정도를 얻어 양당 의석수가 140석 수준에 머문다면 국회의결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되며, 따라서 양당이 제19대 국회에서 추진하려던 공동정책은 새누리당의 반대와 저항을 돌파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동정책에 명시된 민주개혁이 부진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안타깝게도, 그런 우려는 이제 현실로 되고 말았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쓰라리고 아픈 것이지만, 겸허하게 패배를 인정해야 승리를 위한 교훈이 된다. 입에 무척 쓴 약이 병치료에 좋은 법이다.

패배가 명백한 데도, '절반의 성공'이니 하는 따위의 언어요술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은 더 치명적인 패배로 끌려가는 어리석은 짓이다. 패인을 정밀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극복방도를 찾고 전열을 재정비하여 다시 뛰는 것이 진보정치의 올바른 태도다.



4월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조준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대표가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총선패인은 무엇일까? 지금 패인분석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패인분석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야권연대에 맞춰져야 한다. 민심의 요구에 따라 야권연대를 실현하였지만, 민심을 얻을 만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야권연대전략이 패배하였던 것이다. 야권연대를 패배로 끌어간 요인은 무엇이었던가?

어떤 사람은 민심의 요구에 따라 야권연대를 실현하기는 하였지만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민주개혁의 확실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패하였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을 야권연대의 패인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 만일 야권연대가 확실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해서 패했다면, 새누리당은 무슨 확실한 전망을 제시해서 이겼다는 말인가?


야권연대의 총선패인은 무엇이었나?

야권연대의 총선패인은 야권연대를 실현하기는 하였지만, 실현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였다는 데 있다. 그 무감동의 경로를 역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아는 것처럼, 야권연대는 두 단계로 추진되었다. 제1단계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3당통합을 한 편으로 하고, 민주당의 대중단체 개별인사 영입을 다른 한 편으로 하는 이중적 추진과정이었고, 제2단계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대였다.

첫째, 야권연대는 제1단계부터 난관을 겪었다. 국민참여당과는 통합할 수 없다고 생트집을 잡는 목소리가 민주노동당 안에서 커지면서 시간만 질질 끌던 3당통합은 결국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하고 진보신당 탈당파가 결합하는 식의 파행으로 간신히 매듭을 지었다.

그런 파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실망하였다. "진보정당이 좀 다른 줄 았았더니, 당권투쟁으로 자기들끼리 싸움질하는 수구정당과 별반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실망이었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정치적으로 연대한 야권연대 제2단계는 감동적으로 추진되었나? 그렇지 못하였다. 야권연대 제2단계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주요원인은 민주통합당의 패권적 태도에 있었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되레 실망을 안겨준 야권연대가 아무리 정권심판론을 외쳤던들 총선정국에서 무슨 수로 민심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둘째,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진보적 대중정당의 최대 강점은 현장밀착형 대중정치활동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의 생산현장과 생활현장에 간격 없이 밀착하여 그들의 애환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정치활동을 힘있게 전개할 때, 그 때 비로소 진보적 대중정당이 근로대중의 믿음직한 정당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현장밀착형 대중정치활동과 올해 총선정국을 연결지어 생각할 때, 통합진보당의 두 당선자가 지닌 특이한 경력이 눈길을 끈다. 오병윤 당선자는 광주시 서구 장난감도서관 관장이라는 현직에 있고, 김미희 당선자는 성남시 초등학교학부모회장협의회 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다.

지역주민들 속에 들어가 장난감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이나 초등학교학부모회장협의회를 이끄는 일은 얼핏 보기에 사소한 비정치적 활동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지역주민의 생활현장에 뛰어드는 것이야말로, 진보적 대중정당이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최고의 정치활동이다. 현장밀착형 대중정치활동을 경시외면하면서 입으로만 '자본주의 극복'을 외우는 행세식 좌파는 절대로 민심을 얻지 못한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통합진보당은 아주 심각한 한계를 안고 있었다. 4.11 총선 전에 현장밀착형 대중정치활동을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통합진보당에게 없었다는 점이다.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 논쟁만 벌이다가 현장밀착형 대중정치활동을 펼칠 시간을 잃어버린채 4.11 총선에 허겁지겁 뛰어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그처럼 진보정당의 최대 강점을 살리지 못하였으니 4.11 총선에서 무슨 수로 민심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진보정치의 전략거점이라고 불렀고, 세간에서 '진보정치 1번지'라고 불린 울산지역과 마창지역에서 통합진보당 총선후보들이 모조리 낙선한 이변이 일어났는데, 그런 이변의 근본원인도 역시 통합진보당이 현장밀착형 대중정치활동을 그 지역들에서 펼치지 못한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통합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치의 전략거점 두 군데를 잃은 것은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동당과도 통합하지 않겠다고 하였던 진보신당의 이른바 '독자노선'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으므로 이 글에서 논하지 않고, 민주노동당 안에서 일어난 논쟁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당시 민주노동당 내부논쟁을 좀 거칠게 표현하면, 당권파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장하였던 반면, 비당권파 일부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였고, 비당권파의 다른 일부는 견해표명을 유보하면서 사태추이를 지켜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비당권파 일부의 주장대로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 탈당파들, 존재감 없는 진보지식인들과만 결합하여 '도로 민노당'을 건설하였더라면, 4.11 총선에서 진보신당과 함께 '전멸'하였을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였던 비당권파 일부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한 요구와 압력이 차츰 거세지자 나중에 하는 수 없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지만, 그들은 야권연대 제1단계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실패책임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난제는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와 야권연대의 민심획득 실패로 2017년 통합진보당의 단독집권구상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야권연대로 국회의결권을 장악하여 민주개혁을 5년에 걸쳐 완수하려던 구상도 희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야권연대로 민주개혁을 완수하여 사회변혁을 준비하기는커녕 새누리당의 재집권도 막아내지 못할 판이다.

박근혜가 총지휘한 새누리당이 영남권 표밭을 지키는 데 성공하고, 자연도태 중인 자유선진당으로부터 충청권 표밭까지 가져가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권주자 박근혜가 아주 우세한 지위를 거머쥐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줄곧 수위를 지켜온 그녀가 새누리당의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으니 대선구도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타고앉은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곧 시작될 올해 대선정국에서 야권연대를 실현하여 맞서더라도 박근혜 대권질주를 저지하기 힘들어졌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는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이 기승을 부릴 터인데, 총선에서도 패한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가 무슨 수로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 대선정국의 전망은 야권연대에게 비관적이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에게 과반의석을 내주고, 대선에서마저 새누리당 후보에게 정권을 안겨주면 완패 중의 완패를 당하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의 완패는 이 땅에서 오랜 기간 동안 피땀을 흘리며 한 걸음씩 전진시켜온 사회변혁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며, 민주주의혁명을 5년이나 더 지체시킬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한 민주노동당 비당권파 일부의 그릇된 행동이 야권연대의 실현과정에서 파행을 불러왔고, 그런 파행이 총선패배를 낳았고, 총선패배가 대선패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악순환은 단순히 선거패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두 단계 사회변혁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민주주의혁명을 지체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처럼, 통합진보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사회변혁전망을 어둡게 하고 민주주의혁명을 지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하루라도 일찍 끊어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근로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비상한 대선전략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논제를 간략히 언급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전략을 더욱 심화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은 올해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연대하지 않으면 민심으로부터 멀어져 결국 '공멸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이 현재 조성된 난국을 뚫고 나아갈 유일한 돌파구다. 야권연대를 실현하되, 국민에게 극적인 감동을 주는 야권연대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현실정치에서 무감동은 무의미하다.

둘째, 야권연대전략에 기초한 인물투표전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좌파성향 정치활동가들이 말하는 계급투표전술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관관념에 지나지 않으며, 멋진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여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책투표전술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4.11 총선에서 또 다시 입증되었다.

명백하게도, 유권자 대중은 계급의식을 가지지 않으며, 정당의 정책을 읽어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호감이 가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땅의 척박한 정치현실이다. 따라서 인물투표전술을 쓰는 것이 현실에 부합한다. 수구정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물투표전술의 위력을 간파하고 그 전술에 매달리고 있는데, 그에 맞선 진보정당은 계급투표니 정책투표니 하는 비현실적인 고정관념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였다.

셋째, 올해 대선에서 안철수가 제3후보로 등장하여 3파전이 벌어지는 경우 야권연대후보는 필패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가 제3후보로 등장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가 제3후보로 등장하더라도 표심이 그에게 쏠리지 않도록 막는 차단장치가 요구된다.

올해에 사회변혁전망을 안고 민주개혁완수를 향해 전진해야 할 통합진보당은 수구정당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비상체제를 가동하여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난제는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2012년 4월 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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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진보정치의 전진운동, 돌파하느냐 주저앉느냐

변혁과 진보 (7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이 보다 더 절실하고, 이 보다 더 결정적인 민주개혁의 기회는 다시 없다

사회성격를 개조하거나 또는 사회체제를 개조하는 사회변혁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회적 진보를 가리켜 민주개혁이라 한다. 민주개혁은 정치개혁, 사법개혁, 경제개혁, 국방개혁 등 사회 각 부문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개혁이 사회성격이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사회변혁이 아니라고 해서 민주개혁의 의의를 과소평과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어느 정치세력이 무엇을 위하여 민주개혁을 추진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명하여야 민주개혁의 의의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갖지 못한 중도정치세력이 추진하는 민주개혁은 그 자체에 내재된 실패요인 때문에 좌절을 피하기 힘들지만,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갖고 투쟁하는 진보정치세력은 사회변혁의 준비과정에서 민주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사회변혁을 극력 반대하는 수구정치세력에게 기만당하거나 또는 사회변혁을 꺼리는 중도정치세력과 결별하지 못한 이 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아직 찾지 못하고 민주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척박한 정치상황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이 추진하는 민주개혁은 사회변혁의 당면요구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절실한 요구이다.

우리식 사회변혁은 아무런 준비도 기초도 없는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어떤 기적 같은 사변이 아니라 민주개혁을 완수한 착실한 준비와 기초를 딛고 전진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진출인 것이다.

두 단계 사회변혁은 민주개혁의 완수에서 출발하여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전진하는 사회변혁의 합법칙적 발전경로를 밟아간다. 민주개혁의 완수와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은 동시대적으로 연속된다. 통합진보당의 민주개혁 행군은 사회변혁의 진공적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민주개혁의 완수와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이어줄 강력한 연결고리가 바로 자주적 진보정권이다. 다시 말해서, 통합진보당이 민주개혁을 완수하면, 민주개혁의 성과를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주적 진보정권을 세우게 되고, 이 땅에 자주적 진보정권이 세워지면 사회변혁의 제1단계로 진입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시기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는 2013년부터 5년 동안 민주개혁을 완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중대한 과제가 제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민주개혁을 완수하는 역사적 임무는 통합진보당을 통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개혁은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개별적 정치활동가들의 노력만으로 민주개혁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의 정치역량으로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정당 신세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통합진보당이 과연 어떻게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구나 아는 것처럼, 통합진보당은 단독으로 민주개혁을 추진하지 못한다.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 정치적으로 연합할 때, 그 때 비로소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은 민주개혁을 추진하는 현실적이고 유일한 근거다.

△4월 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야권연대 합동유세를 펼치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민중의 소리> 2012년 4월 1일 보도 사진)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에서 민주개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민주개혁을 추진할 새로운 정권을 세울 때 이 땅에서 민주개혁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다. 그런 점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양당정치연합에 의한 민주개혁을 추진할 결정적 기회로 되었다. 이 땅의 정치사에서 이 보다 더 절실하고, 이 보다 더 결정적인 민주개혁의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다.


 
비상한 각오와 열의를 폭발시켜 막판 총력전을 벌여야

4.11 총선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원래 자본주의사회에서 선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하여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 4.11 총선만큼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선거는 없을 것이다. 4.11 총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여섯 가지 요인은 아래와 같다.

1.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야권연대)이 불러일으킬 파급력
2. 악정과 부패로 무너지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
3. 20대와 30대 청년층 유권자의 투표참가율
4. 불법사찰파동으로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 고정지지층의 결집
5.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에 의한 득표분산
6.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동층 유권자들의 막판 선택

1번, 2번, 3번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득표요인이고, 4번과 5번은 불리하게 작용하는 감표요인이고, 6번은 유불리마저 가늠하기 힘든 불투명한 요인이다.

지금 정치평론가들은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의석수를 증가하여 약진한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차지하고, 새누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주저앉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 전망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의 선거결과전망에서 주목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이 약진하더라도 20석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고, 또한 민주통합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150석을 얻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통합진보당 의석수와 민주통합당 의석수를 합해서 150석 이상이 되어야 제19대 국회에서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양당 의석수가 150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은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더 증석하는가 하는 단순한 계산법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제19대 국회를 민주개혁을 추진하는 국회로 개조할 것인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인가 하는 정치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일 통합진보당이 20석을 얻고 민주통합당이 131석을 얻어 양당 의석수가 150석을 넘긴다면, 양당의 정치연합으로 국회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으며, 양당이 지난 3월 11일에 합의, 발표한 공동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통합진보당이 15석 정도를 얻고 민주통합당이 125석 정도를 얻어 양당 의석수가 140석 수준에 머문다면 국회 의결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되며, 따라서 양당이 제19대 국회에서 추진하려던 공동정책은 새누리당의 반대와 저항을 돌파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동정책에 명시된 민주개혁이 부진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올해 대선전망도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지지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 대선후보들이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요인들이 대선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것인데, 거기에 더하여 미국이 교활한 선거개입공작으로 야권단일후보에게 불리한 판세를 조성하려고 획책할 것이다.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만일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제19대 국회에서 의결권을 장악하지 못한 가운데, 박근혜 정권까지 출현한다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동정책에 명시된 민주개혁은 전혀 실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이 4.11 총선에서 승리하는 문제는 민주개혁의 길을 열어놓는가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심각한 정치문제다.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에 전심전력을 기울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총선국면에 비상한 각오와 열의를 폭발시켜 막판 총력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 (2012년 4월 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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