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7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이 보다 더 절실하고, 이 보다 더 결정적인 민주개혁의 기회는 다시 없다
사회성격를 개조하거나 또는 사회체제를 개조하는 사회변혁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회적 진보를 가리켜 민주개혁이라 한다. 민주개혁은 정치개혁, 사법개혁, 경제개혁, 국방개혁 등 사회 각 부문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개혁이 사회성격이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사회변혁이 아니라고 해서 민주개혁의 의의를 과소평과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어느 정치세력이 무엇을 위하여 민주개혁을 추진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명하여야 민주개혁의 의의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갖지 못한 중도정치세력이 추진하는 민주개혁은 그 자체에 내재된 실패요인 때문에 좌절을 피하기 힘들지만,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갖고 투쟁하는 진보정치세력은 사회변혁의 준비과정에서 민주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사회변혁을 극력 반대하는 수구정치세력에게 기만당하거나 또는 사회변혁을 꺼리는 중도정치세력과 결별하지 못한 이 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아직 찾지 못하고 민주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척박한 정치상황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이 추진하는 민주개혁은 사회변혁의 당면요구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절실한 요구이다.
우리식 사회변혁은 아무런 준비도 기초도 없는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어떤 기적 같은 사변이 아니라 민주개혁을 완수한 착실한 준비와 기초를 딛고 전진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적 진출인 것이다.
두 단계 사회변혁은 민주개혁의 완수에서 출발하여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전진하는 사회변혁의 합법칙적 발전경로를 밟아간다. 민주개혁의 완수와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은 동시대적으로 연속된다. 통합진보당의 민주개혁 행군은 사회변혁의 진공적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민주개혁의 완수와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이어줄 강력한 연결고리가 바로 자주적 진보정권이다. 다시 말해서, 통합진보당이 민주개혁을 완수하면, 민주개혁의 성과를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주적 진보정권을 세우게 되고, 이 땅에 자주적 진보정권이 세워지면 사회변혁의 제1단계로 진입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시기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는 2013년부터 5년 동안 민주개혁을 완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중대한 과제가 제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민주개혁을 완수하는 역사적 임무는 통합진보당을 통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개혁은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개별적 정치활동가들의 노력만으로 민주개혁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의 정치역량으로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정당 신세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통합진보당이 과연 어떻게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구나 아는 것처럼, 통합진보당은 단독으로 민주개혁을 추진하지 못한다.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 정치적으로 연합할 때, 그 때 비로소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은 민주개혁을 추진하는 현실적이고 유일한 근거다.
△4월 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야권연대 합동유세를 펼치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민중의 소리> 2012년 4월 1일 보도 사진) |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에서 민주개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민주개혁을 추진할 새로운 정권을 세울 때 이 땅에서 민주개혁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다. 그런 점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양당정치연합에 의한 민주개혁을 추진할 결정적 기회로 되었다. 이 땅의 정치사에서 이 보다 더 절실하고, 이 보다 더 결정적인 민주개혁의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다.
비상한 각오와 열의를 폭발시켜 막판 총력전을 벌여야
4.11 총선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원래 자본주의사회에서 선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하여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 4.11 총선만큼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선거는 없을 것이다. 4.11 총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여섯 가지 요인은 아래와 같다.
1.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야권연대)이 불러일으킬 파급력
2. 악정과 부패로 무너지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
3. 20대와 30대 청년층 유권자의 투표참가율
4. 불법사찰파동으로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 고정지지층의 결집
5.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에 의한 득표분산
6.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동층 유권자들의 막판 선택
1번, 2번, 3번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득표요인이고, 4번과 5번은 불리하게 작용하는 감표요인이고, 6번은 유불리마저 가늠하기 힘든 불투명한 요인이다.
지금 정치평론가들은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의석수를 증가하여 약진한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차지하고, 새누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주저앉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 전망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의 선거결과전망에서 주목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이 약진하더라도 20석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고, 또한 민주통합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150석을 얻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통합진보당 의석수와 민주통합당 의석수를 합해서 150석 이상이 되어야 제19대 국회에서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양당 의석수가 150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은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더 증석하는가 하는 단순한 계산법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제19대 국회를 민주개혁을 추진하는 국회로 개조할 것인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인가 하는 정치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일 통합진보당이 20석을 얻고 민주통합당이 131석을 얻어 양당 의석수가 150석을 넘긴다면, 양당의 정치연합으로 국회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으며, 양당이 지난 3월 11일에 합의, 발표한 공동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통합진보당이 15석 정도를 얻고 민주통합당이 125석 정도를 얻어 양당 의석수가 140석 수준에 머문다면 국회 의결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되며, 따라서 양당이 제19대 국회에서 추진하려던 공동정책은 새누리당의 반대와 저항을 돌파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동정책에 명시된 민주개혁이 부진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올해 대선전망도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지지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 대선후보들이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요인들이 대선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것인데, 거기에 더하여 미국이 교활한 선거개입공작으로 야권단일후보에게 불리한 판세를 조성하려고 획책할 것이다.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만일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제19대 국회에서 의결권을 장악하지 못한 가운데, 박근혜 정권까지 출현한다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공동정책에 명시된 민주개혁은 전혀 실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치연합이 4.11 총선에서 승리하는 문제는 민주개혁의 길을 열어놓는가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심각한 정치문제다.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에 전심전력을 기울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총선국면에 비상한 각오와 열의를 폭발시켜 막판 총력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 (2012년 4월 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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