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의 개벽예감](442)
자주시보 2021년 05월 0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격노한 감정이 표출된 대남담화
2. 전시에 시작되어 오늘까지 계속되는 대북심리전
3. 대남응징 국지전을 상정한 보복예고담화
4. 실행이 보류된 대남응징 국지전계획
5.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반대하는 미국
6. 전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하다
1. 격노한 감정이 표출된 대남담화
한반도 전선에 조성된 상시적 전쟁위험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정전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쟁위험이 지속되는 가운데 때로 무력충돌위기가 돌출되었다. 2012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9년 4개월 동안 무력충돌위기가 돌출된 기간을 연도별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 8월
2013년 3~4월
2015년 8월
2016년 3~8월
2017년 1~12월
2020년 6월
위에 열거한 기간을 보면, 지난 9년 4개월 동안 2014년, 2018년, 2019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무력충돌위기가 돌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섯 차례의 무력충돌위기가 돌출되었던 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제1유형 - 한미련합군이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고, 그에 대응하여 조선인민군이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하여 조성된 무력충돌위기 (2012년 8월, 2013년 3~4월, 2016년 3~8월)
제2유형 - 한국군이 군사분계선에서 일어난 원인불명의 사건을 북의 군사도발로 단정하고 대응사격을 감행한 것으로 하여 조성된 무력충돌위기 (2015년 8월)
제3유형 - 한미련합군이 북의 핵시험 또는 미사일시험발사를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공격태세를 취한 것으로 하여 조성된 무력충돌위기 (2017년 1~12월)
그런데 예외가 있다. 2020년 6월에 돌출된 무력충돌위기는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그 사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0년 6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대남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전략) “태묻은 조국을 배반한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추물들이 사람흉내를 내보자고 기껏 해본다는 짓이 저런 짓이니 구린내 나는 입건사를 못하고 짖어대는 것들을 두고 똥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그것들이 기여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가장 부적절한 시기를 골라 가장 비렬한 방식으로 <핵문제>를 걸고 들면서 우리에 대한 비방중상을 거리낌 없이 해댄 똥개, 쓰레기들의 짓거리에 대한 뒤감당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 (후략)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북에 대한 “비방중상을 거리낌 없이 해댄 똥개, 쓰레기들의 짓거리”라는 것은 탈북자단체들이 북의 최고령도자를 모독하고, 북을 비방중상하고, 북에서 반란을 일으키라고 선동하는 전단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보낸 행위를 뜻한다. <사진 1>
2. 전시에 시작되어 오늘까지 계속되는 대북심리전
6.25전쟁 시기 미국 육군 제8군 심리전부대는 군용기들을 38도선 이북 상공을 침입시켜 반북전단을 무더기로 공중살포하는 심리전을 감행했다. 그들이 전쟁 3년 동안 공중살포한 반북전단은 25억~40억장에 이르렀다. 반북전단에는 조선인민군 병사들의 심리를 자극하여 전의상실로 유도하고, 투항을 권유하고, 북의 최고지도부와 사회주의체제를 비방중상하는 문구와 삽화가 들어갔다.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이 정전상태로 전환되자,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은 미국 육군 제8군으로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로 넘어갔다. 정전협정이 체결되어 미국 군용기가 군사분계선 이북 상공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미국 중앙정보국은 대형 풍선을 사용하여 반북전단을 살포하는 새로운 방식의 심리전을 감행했다. 이를테면, 1955년에 작성된 비밀보고서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1955년 6월부터 9월까지 반북전단꾸러미를 매단 대형 풍선 약 4,000개를 북측 상공으로 날려보냈다. 정전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이 감행해오던 대북심리전은 훗날 남측 정보기관과 한국군 심리전부대에 인계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명백히 말해주는 것처럼,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은 북의 정권을 전복시키고 친미우익정권을 세우려는 대북적대행위인 것이다.
요즈음에는 미국 국무부가 탈북자단체들을 앞세워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전국민주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을 통해 탈북자단체들에게 활동자금을 대주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미국 국무부가 전국민주기금을 통해 탈북자단체들에 대준 활동자금총액은 1,122만 달러(약 135억원)다.
2020년 6월 1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대형 풍선을 이용하여 공중에서 살포한 반북전단은 1,923만9,000장 이상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한번에 30,000장씩 공중살포했었는데, 점차 늘어나 한번에 100,000장씩 공중살포하더니, 2016년 2월 11일에는 한번에 102만장이나 공중살포했으며, 2019년부터는 한번에 500,000장씩 공중살포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2010년 이후 2020년 6월까지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이 94번 감행되었는데, 탈북자 박상학이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그 중에서 65번이나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감행했다는 사실이다. <사진 2>
3. 대남응징 국지전을 상정한 보복예고담화
탈북자단체는 2014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기념일을 택하여 경기도 연천과 파주에서 각각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또 다시 감행했다. 전단꾸러미를 매단 대형 풍선들이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상공에 들어갔을 때, 비무장지대 조선인민군 민경초소에서 14.5mm 고사총을 사격하여 그 풍선들을 격추했다. 그러자 한국군 감시초소에서는 조선인민군 민경초소를 향해 12.7mm 중기관총을 사격했다. (조선인민군이 사격한 14.5mm 고사총은 사거리가 8km이며, 분당 550~600발을 쏠 수 있다. 한국군이 사격한 12.7mm 중기관총은 사거리가 6.8km이며, 분당 450~600발을 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의 자제로 남북총격전은 확전되지 않았다.
그런데 남북총격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탈북자단체들의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방치, 묵인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은 2020년 6월 4일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대남경고담화에서 그 동안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적대행위를 뻔히 보면서도 그것을 방치, 묵인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의 격노한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6월 4일 대남경고담화가 발표된 직후, 만일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뒤늦게나마 수습대책을 서둘렀더라면 사태는 더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수습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한 태도는 북을 더욱 자극했다.
2020년 6월 1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또 다시 대남담화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경고담화가 아니라 보복예고담화였다. 보복예고담화는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깨깨 받아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계획들은 대적부문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보복예고담화에 나오는 “배신자들”이란 판문점선언에 합의했으면서도 대북적대행위를 계속 방치, 묵인해온 청와대를 가리키는 말이고, “쓰레기들”이란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해온 탈북자단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복예고담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북적대행위를 응징하기 위한 대남보복계획에 대한 언급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대남보복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략)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 보다는 이제는 련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련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후략)
보복예고담화가 발표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0년 6월 15일,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은 그날 군사분계선에서 허공을 찢는 날카로운 연발총성이 들렸다. 비무장지대 조선인민군 민경초소들에서 14.5mm 고사총을 공중으로 연발사격한 것이다. 이것은 만일 탈북자단체가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또 다시 감행하면 보복사격을 하겠다는 경고였다.
그리고 이튿날인 2020년 6월 16일 오후 2시 49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민군 공병부대를 개성공업지구에 보내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이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대북적대행위를 방치, 묵인한 문재인 정부와는 어떤 형태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행동이었다. <사진 3>
4. 실행이 보류된 대남응징 국지전계획
2020년 6월 16일 상부의 명령에 따라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같은 날 공개보도문을 발표했다. 공개보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전략) “우리는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대적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군사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 (중략) 우리는 이상과 같은 의견들을 신속히 실행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계획들을 작성하여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다.” (하략)
이튿날인 2020년 6월 17일 김여정 부부장이 또 다시 대남담화를 발표했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도 대남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철면피한 감언리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대남담화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전략) “(청와대가)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 (중략) 북남합의보다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청와대의) 맹신이 남조선을 지속적인 굴종과 파렴치한 배신의 길로 이끌었다. (중략)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롱락물로 전락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문제는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지가랭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신의를 배신한 것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를 남조선 당국자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뼈아프게 느끼게 될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시궁장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미국의 바지가랭이를 놓지 못하는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조선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것은 북이 2020년 6월 17일 대남담화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꼭 집어서 “뿌리 깊은 사대주의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에로 줄달음치고 있는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라고 비난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담화가 나온 그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발표한 대남발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1)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련대급 부대들과 화력구분대를 재배치한다.
2) 민경초소들을 비무장지대에 다시 설치하여 경계태세를 강화한다.
3) 전선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한다.
위에 열거한 내용을 보면, 탈북자단체가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재개하는 경우 조선인민군 민경초소에서 대형 풍선들을 향해 고사총을 사격하는 것과 동시에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반북전단살포심리전 도발원점을 향해 사격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2020년 6월 17일 대남발표문에서 언급한 화력타격구분대와 포병부대는 곧 방사포부대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는 반북전단살포심리전 도발원점을 향해 240mm 22관 방사포를 사격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에 배치된 방사포는 4축8륜 포차에 탑재된 신형 240mm 22관 방사포인데, 사거리가 50km이며, 타격오차범위는 10m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전 이후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의 공격을 받으면 상부에 보고하고 대응사격명령을 받는 게 아니라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즉시 대응사격을 가하고 나중에 상부에 보고하도록 교전수칙을 변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포격전이 일어나면, 연평도 포격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연평도 포격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한국군 전투기 편대가 긴급히 현장에 출동하여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를 위협할 것이고, 조선인민군 전투기 편대도 현장에 출동하여 한국군 전투기 편대를 위협할 것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은 남북포격전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것임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2020년 6월 17일 대남발표문에서 “대적군사행동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 내에”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제출하여 비준을 받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대적군사행동계획은 대북적대행위를 응징하는 국지전계획을 뜻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지체 없이 대적군사행동계획을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제출했다. 2020년 6월 23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대적군사행동계획을 심의했다. 그 계획을 심의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그 계획의 실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대남응징 국지전계획의 실행을 보류한 것이다. <사진 4>
5.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반대하는 미국
상황이 그처럼 심각해진 것을 보고 청와대는 그제야 무력충돌위험을 감지했다. 그래서 2020년 7월 17일 통일부는 반북전단살포심리전과 연관된 탈북자단체 25개 가운데 2개 단체의 법인설립을 취소했고, 12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의결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따르면, 그 법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제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1)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한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접경지역주민의 안전문제를 거론했다. 다시 말해서,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방치하면 군사분계선에서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져 접경지역주민들의 안전문제에 심각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것은 안이한 판단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탈북자단체가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감행하는 경우 총격전이 확대되어 국지전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의 위험성을 접경지역주민의 안전문제로 국한시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지전이 재발하느냐 마느냐 하는 안보문제로 심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2)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위반한 범죄자를 처벌하는 형량이 약하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은 국지전을 불러올 수 있는 범행이므로, 그런 중대한 범행을 저지른 자는 전쟁유발죄로 중형을 받아야 마땅하다.
사람들은 국회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제정된 것을 보고, 앞으로는 탈북자단체가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감행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복잡한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북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망상에 사로잡힌 미국 국무부와 워싱턴의 우익정객들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북의 인권개선을 가로막는다느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느니, 탈북자들과 북의 연고자들이 상호소통할 자유를 침해한다느니 뭐니 하는 해괴망측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그 법을 반대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북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망상에 사로잡힌 남측 우익세력들도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폐기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소동을 일으켰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동시다발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던 2021년 2월 9일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부차관보 스캇 버스비(Scott Busby)가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박상학을 국무부 청사로 불러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강행하는 문제와 관련한 밀담을 나눈 것이다. 버스비 부차관보만이 아니라, 국무부 코리아과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코리아담당 보좌관, 몇몇 하원의원들도 그를 만나주었다.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와 코리아과장이 박상학을 국무부 청사로 불러 각각 밀담을 나눈 것은, 미국 국무부가 박상학에게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위축되거나 그 법에 구애되지 말라고 격려하면서, 앞으로도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멈추지 말고 계속하라는 지령을 내렸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우익단체인 북조선자유련합(North Korea Freedom Coalition)은 2021년 4월 24일부터 30일까지 워싱턴과 서울에서 ‘개방하라! 북조선(Open! North Korea)'이라는 주제를 내건 ‘북조선자유주간(North Korea Freedom Week)’이라는 명칭의 행사를 진행했다. ‘북조선자유주간’이라는 연례행사는 올해 18번째 개최되었다.
그런데 2021년 4월 28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 넷 프라이스(Edward Ned Price)는 ‘북조선자유주간을 맞이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조선자유주간’은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감행하는 주간이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의 인권침해를 조사해야 한다느니, 북조선 인민들이 독자적인 정보를 받도록 지원해야 한다느니, 북조선 독재정권의 책임을 추궁하겠다느니, 탈북자들을 지지한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면서 해괴망측한 궤변과 비방중상을 늘어놓았다. 미국 국무부가 ‘북조선자유주간’에 즈음하여 대북비난성명을 발표한 것이야말로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의 주범이 미국 국무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의 주범이고, 박상학은 주범의 지령에 따라 활동자금을 받고 반북전단을 살포하는 하수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조선자유주간’이 종료된 2021년 4월 30일 박상학이 또 다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두 차례에 걸쳐 반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을 대형 풍선 10개에 나눠 실어 북으로 날려보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지령을 충실하게 집행했다는 뜻이다. <사진 5>
6. 전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하다
2021년 4월 28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박상학의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해 경찰관 6명을 파견하여 8시간 3교대제로 24시간 그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승합차 3대가 박상학이 움직일 만한 동선을 따라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 주변에 곳곳에 상시적으로 배치되었는데, 박상학 거주지 곳곳에 배치된 경찰승합차에서 내린 몇몇 건장한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서성거리는 모습을 <문화일보> 취재기자가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상학이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감행하기 위해 자기 거주지를 이탈하였을 때, 그의 신변을 24시간 보호한다는 6명의 경찰관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경찰은 박상학의 거주지 주변에서 그의 신변을 보호하면 되는 것이고, 그가 거주지를 이탈하는 경우 그 뒤를 계속 따라다니며 특별경호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상학이 자신의 범행과 범행날짜를 미리 공개적으로 밝혔으므로, 경찰청은 그의 거주지에 안보수사대 요원들을 급파하여 잠재적 범죄자의 동태를 감시하면서 범행을 저지했어야 하며, 그가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을 감행하였을 때 그를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했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잠재적 범죄자의 신변을 보호해주면서도 그의 범행은 저지하지 않았다. 이것은 경찰청이 사실상 그의 범행을 묵인, 방치한 것이다.
경찰청이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보인 까닭은, 청와대를 굽어보는 최상위의 지배자가 박상학을 비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굽어보는 최상위 지배자는 반북전단살포심리전의 주범인 미국 국무부다.
2021년 5월 2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박상학의 반북전단살포행위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서울경찰청 안보수수대에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를 굽어보는 최상위 지배자의 비밀지령에 따라 행동한 박상학에게는 엄정한 법적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법당국이 그를 구속하더라도 미국 국무부가 압력을 가하면 그는 형식적인 처벌만 받고 슬그머니 풀려날 것이다.
박상학이 반북전단꾸러미를 매단 대형 풍선 10개를 북으로 날려보냈을 때, 조선인민군 민경초소에서는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14.5mm 고사총을 사격하여 그 풍선을 격추할 것이고, 전선포병부대는 반북전단살포심리전 도발원점을 240mm 방사포로 타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게 예상한 까닭은, 2020년 6월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발표한 대남발표문에 그런 응징사격문제가 명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상학이 경기도와 강원도를 돌아다니며 반북전단꾸러미를 매단 대형 풍선 10개를 북측 상공으로 날려보냈는데도, 조선인민군 민경초소에서는 그 풍선들을 격추하지 않았다. 조선인민군은 대응하지 않았고, 전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2020년 6월 23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 결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비회의에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응징 국지전계획의 실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대남응징 국지전계획의 실행이 보류되었으므로, 탈북자단체가 대북적대행위를 또 다시 감행했는데도 조선인민군은 사격하지 않은 것이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1년 5월 2일 담화에서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한다고 하면서, “이번에 남조선 당국은 <탈북자>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 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언명했다. 여기서 상응한 행동이라는 것은 대남응징 국지전계획을 뜻하는데, 김여정 부부장은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언명하지 않고,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언명했으니, 발언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북이 인내심을 발동하여 탈북자단체가 재개한 대북적대행위를 응징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북이 대남응징 국지전계획의 실행을 보류한 조치를 인내심의 발동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오늘의 정세는 그런 단순해석을 용인하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심각하다. 이를테면,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을 외면하고 대북적대행위를 멈추지 않는 바람에,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련락사무소가 폭파되었고, 모든 남북통신선들이 두절되었다. 한미련합군은 미국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으며 ‘평양점령’과 ‘참수작전’을 감행하기 위한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하면서 북을 자극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무력증강과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미협상은 완전히 중단되었고, 정치군사적 대결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군사동향과 직결된 서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는 대만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국과 미국의 무력충돌위험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북이 대남응징 국지전계획의 실행을 보류한 것은 인내심이 발동된 것이 아니라 통일전쟁계획을 실행할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늘 한반도 안팎에서 조성된 엄중한 정세는 그런 해석을 뒷받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