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의 개벽예감](421)
자주시보 2020년 11월 3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다량생산 시작한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2.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실패작이다
3. 갱도관통폭탄으로 갱도진지를 파괴할 수 있을까?
4. 무인정찰기와 전파교란공격
5. 요새 너머에 군종합동타격력
1. 다량생산 시작한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2020년 9월 4일 남측 국방과학연구소는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이 100km 이상 떨어진 표적에 명중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을 자기 웹싸이트에 올려놓았다. 이 사진은 2017년 7월 29일에 이미 공개된 적이 있다. 북측 국방과학원이 2017년 7월 4일에 진행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보고 자극을 받은 남측 국방과학연구소는 그로부터 며칠 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고, 명중장면을 찍은 사진을 2017년 7월 29일 세상에 공개했던 것이다.
위성항법장치(GPS)로 유도되는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타격오차범위가 2~3m로 초정밀타격을 할 수 있고, 사거리는 120km이며, 탄체지름은 600mm이고, 500kg 열압력탄두가 장착되어 1.5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남측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술미사일 명중장면을 찍은 사진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자기들이 북의 갱도진지를 파괴하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 북측 국방과학원은 미사일시험발사를 하지 않는데, 남측 국방과학연구소는 왜 그 사진을 다시 공개한 것일까? 2020년 11월 25일 서욱 국방장관이 주재한 방위사업청 화상회의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20년 11월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날 방위사업청 화상회의에서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을 다량생산하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전술미사일을 다량생산하는 문제가 국방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었던 때에 맞춰 남측 국방과학연구소는 3년 전에 찍은 사진을 다시 공개했던 것이다. 2020년 11월 25일 방위사업청 화상회의에서 의결된 사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3,200억 원을 투입하여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200여 발을 생산하게 되는데, 2023년부터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을 다량생산하는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한국군 연평부대가 피격당하는 장면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지켜보며 낙담한 당시 대통령 이명박은 조선인민군 갱도진지를 파괴할 미사일을 2~3년 안에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지금은 횡령죄와 뇌물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 갇혀있는 그는 미사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군사문외한이었으므로, 전술미사일을 2~3년 안에 개발하라는 ‘무식한 특명’을 내렸던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그룹이 전술미사일을 개발하기까지 근 10년이 걸렸다. 2020년 10월 16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그룹이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개발을 완료한 때는 2020년 1월이라고 한다. 그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린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에 장착되는 군사용 위성항법장치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2015년 5월 미국 국무부는 미국군이 사용하는 군사용 위성항법장치 300개를 한국에 수출하는 사업을 승인했고, 2016년 1월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2) 2018년 5월 29일 충청남도 대전에 있는 한화대전사업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었던 그 사업장에서 로켓추진용기에 고체연료를 주입하던 근로자들이 고체연료가 잘 주입되지 않자 주입설비밸브에 나무막대기를 대고 고무망치로 내려쳤는데, 그 순간 고체연료가 폭발했다. 로켓추진제로 사용되는 고체연료는 폭발력이 엄청나게 강한 물질이므로, 잘못 다루면 폭발한다. 근로자 5명이 작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폭발참사로 생산이 중단되자, 2020년 2월 감사원은 전술미사일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그래서 생산이 더 늦어졌다. <사진 1>
2.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실패작이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발되었고, 다량생산에 들어갔지만, 그 미사일은 실패작이다. 2023년에 실전배치될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과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조종방사포를 비교하면,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이 왜 실패작인지 알 수 있다. 한국형 전술미사일과 조선인민군 조종방사포는 탄체지름이 600mm로 같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도 같고, 타격오차범위를 최소화한 초정밀타격능력도 서로 같다.
1) 한국군이 보유한 600mm 4관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지상에 고정된 발사대에 탑재되지만,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600mm 4관 조종방사포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4축8륜 포차에 탑재된다. 고정발사대에서 전술미사일을 쏘면 사격원점이 교전상대에게 노출되어 반타격을 받지만, 4축8륜 포차에서 조종방사포를 쏘고 재빨리 이동하면 사격원점이 교전상대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2) 남측 방위사업청은 조선인민군 갱도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600mm 4관 전술미사일을 개발했는데, 그 미사일은 1.5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는 관통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관통력으로는 조선인민군 갱도진지를 파괴하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정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6년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Nautilus Institute)에서 펴낸 ‘조선편람: 북조선의 강화된 포진지(DPRK Briefing Book: HARTS in North Korea)'라는 제목의 논문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서술되었다.
- 조선인민군 갱도진지의 강철문은 앞면이 최소 10mm 두께의 강철판으로 되어 있고, 뒷면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 갱도진지 강철문 안쪽에는 방사능과 폭탄파편을 막아주는 방호장막이 설치되었다.
- 갱도진지는 5cm 두께로 다져놓은 토사층 아래에 15~20cm 크기의 화강석을 다져넣은 30~60cm 두께의 화강석층이 있고, 그 아래에 30~60cm 두께의 방수토사층으로 구축된 방호벽으로 둘러싸였다.
위의 정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갱도진지 방호벽은 1.45m 정도의 두께이므로, 1.5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직격탄을 맞으면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의 논문이 발표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6년이다. 40년 전에 나온 철지난 정보를 가지고 오늘 조선인민군 갱도진지의 견고성을 평가하는 것은 오류다.
2013년 10월 25일 미국의 반사회주의언론매체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연평도 포격전에서 군공을 세운 무도방어대 갱도진지를 2년 동안 보강, 개조하여 요새화했다고 한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2013년 9월 초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보강, 개조된 무도방어대 갱도진지를 본보기로 하여 전방지대의 모든 군사시설을 2014년까지 보강, 개조하고 요새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보면, 조선인민군 갱도진지가 갱도관통폭탄으로 파괴할 수 없는 금성철벽으로 요새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3) 한국군이 보유한 600mm 4관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의 사거리는 120km인데,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600mm 4관 조준방사포의 사거리는 400km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의 사거리는 너무 짧다. 사거리가 짧으면 피격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4) 사거리가 120km인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을 쏘면 포물선에 가까운 비행궤적을 그리면서 성층권 최상층 50km 고도까지 상승했다가 지상타격목표를 향해 돌진락하비행을 한다. 그런데 비행고도가 50km로 높아지면, 조선인민군 반항공미사일의 요격을 받게 된다. 그에 비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600mm 조종방사포는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비행고도보다 훨씬 낮은 25~35km 고도로 비행한다. 2020년 3월 2일 조선인민군이 동계훈련 중에 발사한 600mm 조종방사포는 35km의 저고도로 240km를 비행했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600mm 조종방사포는 저고도비행만 하는 게 아니라,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다가 돌발적인 변칙비행도 한다. 이처럼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조종방사포탄은 그 어떤 반항공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한다. <사진 2>
3. 갱도관통폭탄으로 갱도진지를 파괴할 수 있을까?
2016년 11월 2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공정통제사훈련을 각각 두 차례씩 진행했다고 한다. 공정통제사는 적지에 침투하여 파악한 기상정보를 아군 공군기지에 알려주고, 아군 전투기의 정밀폭격을 유도하는 전문병이다. 한국군이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진행한 공정통제사훈련은 황해남도에 공정통제사를 침투시킨 것으로 가정하고, 전투기 정밀폭격을 유도하는 훈련이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 초계비행을 하던 남측 공군 F-15K 전투기들이 서해 5도 남쪽 상공에 긴급히 출동했다. 그런데 2015년 10월 12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 전투기들에는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대 갱도진지를 타격할 공대지미사일이 탑재되지 않았고, 공중전에서 사용할 공대공미사일만 탑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해 5도 상공에 출동한 남측 공군 F-15K 전투기들이 공대지순항미사일 슬램이알(SLAM-ER)을 발사하면, 조선인민군 갱도진지를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슬램이알의 사거리는 270km이고, 타격오차범위는 3m다. 하지만 남측 공군 F-15K 전투기가 공대지순항미사일 슬램이알을 먼 거리에서 발사하여 조선인민군 갱도진지를 파괴한다는 것은 단순논리에 불과하다. 돌발요인들이 복잡하게 발생하는 실전상황에서는 그런 단순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미국산 슬램이알은 1발에 300만 달러(약 33억 원)나 하는 아주 비싼 미사일이기 때문에 평소에 한국군 전투기는 그 미사일을 탑재하고 비행훈련을 하지 못한다. 슬램이알을 전투기에 탑재하고 비행훈련을 자주 하면, 미사일 작전수명이 단축된다. 더욱이 남측 공군은 슬램이알의 값이 너무 비싸 47발밖에 수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슬램이알을 쏘는 실탄사격훈련을 1년에 한 차례밖에 하지 못한다. 그래서 슬램이알은 항온항습장치가 가동되는 탄약고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2) 국지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남측 공군이 슬램이알을 탄약고에서 꺼내 전투기에 탑재하면 즉각 이륙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투기에 슬램이알을 탑재하고 이륙시키려면 최소 2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한국군 합참의장은 주한미국군사령관으로부터 슬램이알을 탑재한 전투기를 출동시키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전투기에 타격대상좌표를 입력해야 하고,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슬램이알을 사용하는 타격임무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서해 5도 수역에서 국지무력충돌이 2시간 이상 치렬하게 계속되면, 국지무력충돌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측 공군 전투기들이 슬램이알을 탑재하고 출격을 서두르는 사이에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들은 400mm 방사포, 500mm 방사포, 600mm 방사포, 610mm 방사포를 총동원하여 한국군 공군기지와 레이더기지를 비롯한 전략거점들을 순식간에 파괴할 것이다.
3) 슬램이알은 오발사고를 일으키는 치명적 결함을 가졌다. 2011년 11월 2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1년 6월 15일 남측 공군 F-15K 전투기가 서해 상공에서 실탄사격훈련을 하면서 슬램이알 1발을 쏘았는데, 비행도중에 미사일 엔진이 오작동을 일으켜 바다에 떨어지는 바람에 잔해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2013년 3월 1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남측 공군은 3월 4일 슬램이알 사용을 잠시 중지해달라는 미국 해군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뛰르끼예군이 슬램이알을 시험발사하는 중에 미사일 엔진이 오작동을 일으켜 추락했기 때문에 사고원인을 규명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통고였다. 그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보유한 슬램이알 40여 발 중에서 16발에 엔진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4)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통신위성과 항법위성을 교란하는 능력을 가졌고, 교전상대가 식별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신하는 기만전파를 발신하는 기술도 가졌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그들이 교란전파와 기만전파를 동시다발로 발사하는 입체적인 전파교란전을 벌이면,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는 공대지순항미사일 슬램이알,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JDAM)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된다.
한국군은 조선인민군 갱도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두 종류의 미국산 갱도관통폭탄을 실전배치했다.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는 합동정밀직격탄과 레이저유도장치로 유도되는 GBU-24 폭탄이다. 스웨리예 정부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서 합동정밀직격탄 294발과 GBU-24 레이저유도폭탄 50발을 수입했다고 한다. 이 두 종류의 갱도관통폭탄은 3.4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은 교란전파와 기만전파를 동시다발로 발신하여 슬램이알을 피할 수 있지만, 레이저유도장치로 유도되는 GBU-24 레이저유도폭탄에는 전파교란이 통하지 않는다. 전투기에 장착된 레이저발신기가 타격대상에 레이저광선을 쏘면, 타격대상에 맞아 반사된 광선이 비치게 되는데, 레이저유도폭탄은 바로 그 반사광선을 추적하여 타격대상에게 날아간다. 교란전파발신으로 레이저유도폭탄공격을 피하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은 레이저유도폭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발한 장치를 개발했다. 2013년 10월 25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기사에서 그 기발한 장치를 확인할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2013년 9월 초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모든 군사시설을 요새화할 데 대한 명령을 하달했는데, 그 명령 가운데는 갱도진지 입구를 먹지로 여러 겹으로 둘러싸놓으라는 특이한 명령도 있다고 한다. 갱도진지 입구를 먹지로 여러 겹 둘러싸면, 남측 공군 전투기에 장착된 레이저발신기에서 투사되어 레이저광선을 먹지가 모조리 흡수해버려 반사광선이 비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반사광선을 추적하여 날아가는 GBU-24 레이저유도폭탄은 무용지물로 된다. <사진 3>
4. 무인정찰기와 전파교란공격
한국군이 연평도 포격전에서 패한 결정적인 원인은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의 사격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한국군이 무인정찰기를 투입했더라면,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의 사격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한국군은 무인정찰기를 투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국군 무인정찰기가 조선인민군 고사포의 사격권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 85mm 고사포는 사격고도가 10.5km인데, 한국군이 보유한 이스라엘산 무인정찰기 써처(Searcher)의 비행고도는 6.1km이고, 남측에서 개발된 무인정찰기 송골매의 비행고도는 4.5km다. 그런 형편이므로, 한국군은 연평도 포격전에 무인정찰기를 투입할 수 없었다.
한국군이 보유한 무인정찰기 써처와 무인정찰기 송골매는 실전에서 사용하기 힘들 만큼 너무 낡았다. 2020년 10월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써처와 송골매의 작전수명년한은 각각 15년인데, 2020년 현재 작전수명년한을 1~3년 넘긴 것도 있고, 6년이나 넘긴 ‘고물’도 있으며, 부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주간 7회씩 해오던 무인정찰비행을 주간 1~2회로 축소했다고 한다.
작전수명년한을 넘긴 무인정찰기는 정비를 해도 사고를 피하기 힘들다. 2020년 11월 현재 무인정찰기 460여 대를 운용하는 한국군에게 무인정찰기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20년 10월 10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무인정찰기가 실전배치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각종 사고가 106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한국군 수뇌부는 차세대 무인정찰기를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 10월 24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작전수명년한이 2017년에 끝난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대체할 차세대 무인정찰기를 1,180억 원의 비용을 들여 개발했는데, 2019년 10월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차세대 무인정찰기의 비행고도가 9km밖에 되지 않아 조선인민군 85mm 고사포의 사격권을 벗어나지 못하므로, 실전용으로 배치하지 말고 훈련용으로나 사용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한국군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차세대 무인정찰기는 실패작이었다.
무인정찰기운용이 부실해지자 한국군은 미국산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수입했다. 한국군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기간에 글로벌 호크 4대를 인수했는데, 2021년 하반기에 실전배치된다. 글로벌 호크의 비행고도는 18km이므로, 조선인민군 고사포의 사격권을 벗어나 비행한다.
그런데 한국군이 글로벌 호크를 실전에 배치하기도 전에 고장이 났다. 2020년 10월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인수한 글로벌 호크 1대의 착륙장치에서 기름이 새는 치명적 결함이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군이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보유했으므로, 조선인민군은 그것을 상대하는 작전방안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인민군이 글로벌 호크를 상대하는 여러 가지 작전방안들 중에서 전파교란이 손꼽힌다.
20,200km 상공의 궤도에 떠 있는 항법위성은 항법신호를 25와트 출력으로 발신하고, 그것을 수신한 지상기지국은 10~16와트 출력으로 항법신호를 재발신하는데,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가 쏘는 교란전파의 출력은 1,000와트다.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가 위성항법장치의 주파수 대역으로 출력이 1,000와트인 교란전파를 쏘면 항법신호는 교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위성항법체계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주파수 대역은 1,575.42메가헬쯔이고, 군사용 주파수 대역은 1,227.6메가헬쯔다.
2012년 5월 1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의 전파교란이 계속되는 기간에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2년 5월 8일 미국의 반사회주의선전매체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2011년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에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가 위성항법장치를 교란하는 전파를 발신하였더니 주한미국군 정찰기가 이륙 후 40여 분 뒤에 정찰을 포기하고 출격기지로 돌아갔다고 한다. 2012년 5월 1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도당일 인천에서 시험비행을 하던 무인정찰헬기 1대가 이륙한지 30분 만에 위성항법장치에서 오작동을 일으켜 조종차량에 추락하면서 불이 나는 바람에 조종차량에 타고 있던 외국인 무인항공기 기술자 1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다른 직원 2명은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무인정찰헬기는 남측 해군이 서해 5도 수역에서 대북정찰활동을 하기 위해 개발한 것인데, 추락사고가 일어난 시간에 조선인민군 전파교란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남측을 향해 교란전파를 발신하는 작전을 계속해왔다. 2016년 4월 1일 <뉴시스> 보도와 <연합뉴스> 보도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들어있다.
1) 2016년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에 맞춰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가 남측을 향해 교란전파를 쏘았는데, 이것은 네 번째 전파교란전이었다.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2016년 2월 말부터 교란전파를 시험적으로 발사해오다가 3월 31일에는 교란전파의 출력을 최고로 높여 본격적인 전파교란전을 벌였다.
2) 2016년 3월 31일 당시 교란전파강도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났는데, 철원군과 화천군 경계에 있는 대성산 일대에서는 100데시벨이었고, 강화도에서는 70데시벨이었다. 교란전파는 서해 5도 수역의 섬들, 수도권, 철원군 등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
3)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상업용 위성항법주파수 대역과 군사용 위성항법주파수 대역으로 동시에 교란전파를 쏘았다.
4)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2011년 3월 4일부터 14일까지, 그리고 2012년 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진행한 전파교란전에서 군사용 위성항법주파수 대역으로 교란전파를 발신했다. 그렇게 되자, 한국군의 함선과 항공기에 장착된 위성항법장치가 교란당했다. <사진 4>
2008년 11월 조선을 방문한 미얀마 고위급 군사대표단이 군부대들과 군사시설을 시찰하고 귀국하여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의 전파발신거리는 300km라고 한다. 2012년 9월 14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가 사용하는, 차량탑재형 교란전파발신기는 전파출력이 매우 강해서 남측 전역을 영향권 안에 두고 있으며,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교란전파를 발신하기 때문에 발신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의 작전능력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교란전파를 발신하는 수준을 넘어서 기만전파를 발신하는 능력을 가졌다. 2012년 9월 14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위성항법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교란전파를 발신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위성항법신호와 유사한 기만전파를 발신하는 기술, 이른바 기만기술(spoofing)을 보유했다고 한다. 한국군은 교란전파를 식별할 수 있지만, 신호파형이 다양한 기만전파는 식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만전파를 발신하면, 위성항법장치가 기만전파를 정상전파로 오인하고 수신하게 된다. 2011년 12월 4일 이란혁명수비군은 기만전파를 발신하여 미국의 스텔스무인정찰기 RQ-170을 공중에서 유인, 착륙시켜 나포했다.
2)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항법위성을 교란하는 기술을 가졌다. 2012년 11월 1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평양 남쪽에 설치된 거대한 안테나에서 통신위성 무궁화 5호를 향해 강력한 교란전파가 발신되었다고 한다. 통신위성 무궁화 5호는 한국군과 민간인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남측 통신위성만이 아니라 미국 항법위성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데, 평시에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 항법위성에는 교란전파를 발신하지 않는다.
3) 조선인민군 전파교란부대는 침투교란능력을 가졌다. 위성항법체계에서 사용되는 전파와 그 체계에 오작동을 일으키는 교란전파는 모두 직진파이므로,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장애물이 있으면 직진파는 차단된다. 그러므로 위성항법장치를 달고 장애물 없는 공중을 비행하는 항공기나 미사일은 교란전파를 피하지 못하지만, 지상에서 사용하는 위성항법장치는 산이나 건물 같은 장애물에 가로막혀 교란전파강도가 약해지거나 아예 차단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상에서 사용하는 위성항법장치를 교란하려면, 전파교란장비를 대상에 바짝 접근시켜야 한다.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전파교란부대는 배낭형 전파교란장비를 메고 적지에 침투한 다음, 교전상대에 접근하여 가까운 곳에서 교란전파를 발신하는 작전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주었다.
5. 요새 너머에 군종합동타격력
연평도 포격전 이후 지난 10년 동안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서해 5도 수역의 섬들과 황해남도 해안지대에 있는 군사기지들을 요새화하고, 전투병력과 군사장비를 증강배치해왔다는 사실이다. 2019년 11월 6일 남측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서해도서 요새화작업실태’라는 제목의 자료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2015년 이전부터 연평도 북쪽에 있는 계도, 대수압도, 소수압도, 용매도에 포진지를 구축했고, 백령도 동남쪽에 있는 마합도, 기린도, 창린도, 어화도, 비압도, 순위도에도 포진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또한 2015년에는 연평도 서북쪽에서 가장 가까운 무인도들인 장재도, 무도, 갈도에 122mm 방사포 4문, 해안포 10문, 병력 100여 명을 각각 배치했고, 2016년에는 연평도 동북쪽에서 가장 가까운 무인도인 아리도에 포진지를 구축했으며, 2017년 5월에는 강화도에서 가장 가까운 무인도인 함박도에 감시소와 레이더시설을 설치했다고 한다.
2019년 11월 2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한강 하구에 있는, 남측이 관할하는 섬인 교동도에서 북쪽으로 약 3km 떨어진 황해남도 연백지역에 여러 개의 대남감시초소를 증설함으로써 5년에 걸쳐 진행된 서해 5도 지역의 요새구축사업을 완료했다고 한다. <사진 5>
서해 5도 지역의 섬들과 황해남도 해안지대에 수많이 구축된 요새들에는 장거리포병대가 주둔하는데, 조선인민군 전투력은 장거리포병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조선인민군은 여러 군종의 전투력을 배합하는 합동타격능력을 키우고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2020년 2월 28일, 3월 2일, 3월 9일에 연이어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이 합동타격전을 수행하는 작전범위는 지상과 지하, 해상과 해저, 대기권과 외기권을 전부 포괄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인민군은 국지무력충돌이 몇 시간 만에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여 합동타격능력을 키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3월 11일 서부전선 월래도방어대를 시찰하면서 “전선부대들을 비롯한 륙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략로케트군 장병들이 우리식의 전면전을 개시할 만단의 준비가 되여있다. 적들이 예민한 수역에서 우리를 또 다시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망동질을 해댄다면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전 전선에서 정의의 조국통일대진군을 개시할 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겠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5년 1월 26일 서부전선 기계화타격집단 장갑보병구분대들의 겨울철 도하공격연습을 지도하면서 “우리의 타격은 일단 시작되면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완수할 때까지, 이 땅에서 침략과 악의 근원이 완전히 청산될 때까지 중단 없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한강 하구에서 백령도 서쪽 해상에 이르는 278km 구간에 제멋대로 그어놓은 ‘북방한계선’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거대한 시한폭탄이다. 조선인민군은 서해 5도 수역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이 일어나 거대한 시한폭탄이 폭발하는 그날이 곧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할 결정적 시기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