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20년 06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그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고마저 외면했다
2. 반북적대행위에 대적사업으로 대응하다
3. 북은 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하려는가?
4.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의 보복작전이 예고되다
1. 그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고마저 외면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 채택, 발표되었고,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이 채택, 발표되었고,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채택, 발표되었다. 때를 같이하여 각 분야별로 남북실무회담들이 연속적으로 개최되었고, 개성공업지구에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한 사업이 진척되었으며, 무력충돌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군사회담도 열렸다. 이처럼 2018년에 만개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적대적인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평화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열려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통일열기가 9.19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2018년 7월 31일 <로동신문>에 장문의 논평이 실렸다.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려정을 가로막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이다. <로동신문>은 보도기능을 수행하는 언론매체가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영도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자기의 의사를 전하는 당기관지다. 그런 <로동신문>에 장문의 논평이 실렸으니, 그 논평의 정치적 무게는 실로 적지 않은 것이었다. 논평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문제는 펼쳐지고 있는 이 광경들이 관계개선의 거세찬 실천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조성으로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중략) 현재 북과 남 사이에 여러 갈래의 사업들이 분망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그 내막을 현미경적으로 투시해보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있게 진행되는 것은 거의나 없다. 여기저기에서 무엇을 한다는 여론만 무성할 뿐 그 어디서도 실제적인 움직임은 볼래야 볼 수 없다. 온 민족이 요구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부분적인 변화가 아닌 전면적인 대전환이며 대결국면과 전쟁위험의 일시모면이 아닌 항구적인 화해와 평화이다.”
논평은 위와 같이 지적하면서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북남관계개선에 진정으로 발벗고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끝맺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에 인용된 논평은 2018년 7월 말 당시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던 문재인 정부에게 주는 충고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에 실린,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북남관계개선에 진정으로 발벗고 나설 것을 기대한다”는 진언을 듣지 않았다. 이 글에서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외교부장관,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합참의장, 국가안보실 제1차장, 국가안보실 제2차장 등이다. 이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성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논평형식으로 전한 진언을 듣지 않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적인 충고를 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사진 1>
“나는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판문점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리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 은페된 적대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조선군부호전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을 그대로 두고 (중략)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고마저 외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고마저 외면한 것으로 하여 남북대화는 완전히 종식되고 말았다. 2019년 8월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력사적인 판문점선언리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자(문재인 대통령을 지칭-옮긴이)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고 비난했고, “두고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약 석 달이 지난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평양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조선로동당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대미정책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면서도 대남정책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더 이상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북의 진언과 충고를 외면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자신들이 남북관계를 그처럼 악화일로에로 떠밀었으면서도, 어떤 비상대책을 세워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방치했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평화프로쎄스’라는 공허한 선전용어만 줄창 외워대고 있었다. 현실감각을 상실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다.
김정은 조선로동당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남정책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때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20년 3월 3일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어떻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바보스러울가.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짓는다고 했다”고 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을 힐책했다.
그로부터 또 다시 석 달이 지난 2020년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악질 탈북자들이 2020년 5월 31일 반북모략전단 수 십 만장을 풍선에 매달아 북측에 날려보낸 “저렬하고 더러운 적대행위”를 문재인 정부가 묵인했다고 지적하고, 그로써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를 사실상 파기해버렸으므로 “단단히 각오를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 반북적대행위에 대적사업으로 대응하다
2020년 6월 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악질 탈북자들이 반북모략전단을 2019년에 10차례 북측에 날려보냈고, 2020년에도 3차례 북측에 날려보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2020년 6월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통일부 통계자료를 인용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악질 탈북자들이 총 94번에 걸쳐 1,923만9,000장 이상의 반북모략전단을 북측에 날려보냈다고 한다. 악질 탈북자들은 처음에 반북모략전단을 한번에 약 30,000장씩 날려보냈는데, 나중에는 한번에 100,000장씩 날려보내더니, 2019년 이후에는 한번에 500,000장씩 날려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북모략전단 공중살포행위는 명백한 대북심리전이다. 정전상태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이야말로 적대행위 이외에 다른 것으로 될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반북모략전단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 10년 전 악질 탈북자들은 북의 사회주의체제를 비방중상하는 내용의 반북모략전단을 북측에 날려보냈었는데, 2013년부터는 비방중상과 모독으로 북을 자극하는 반북모략전단을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또한 악질 탈북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직후인 2018년 5월부터는 남북관계개선분위기를 뒤집으려는 악의를 품고 더욱 미쳐날뛰면서 흉측스러운 패륜망발로 북을 자극하는 반북모략전단을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지만, 반북모략전단의 일부 내용을 굳이 인용하면, 누구를 암살하면 현상금 1억 달러를 준다느니, 누구를 특수강간 미성년 성폭행죄로 고발한다느니 하는 흉악무도한 모독망발들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암살과 현상금을 운운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테러만행을 선동, 교사하는 범죄이므로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악질 탈북자들은 즉각 구속, 처벌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악질 탈북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테러만행을 선동, 교사하는 흉악범들이 미쳐날뛰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지난 2년 동안 계속 묵인해왔으며, 그런 흉악범들을 구속, 처벌하기는커녕 경찰이 그들을 24시간 교대로 경호해주는 최상의 특전을 베풀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악질 탈북자들의 반북적대행위와 테러선동교사를 계속 묵인하면서, ‘평화프로쎄스’니 남북관계개선이니 하는 사탕발림식 선전문구나 외워대는 것은 눈뜨고 볼 수 없는 궤변이고 위선이다. 하지만 북은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진언도 하고, 충고도 하고, 비난도 하고, 경고도 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태도변화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장장 2년에 걸친 북의 인내와 기다림을 철저히 외면했다.
2020년 6월 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6월 5일 “대남사업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들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북은 이 담화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을 적이라고 불렀다.
2020년 6월 9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당중앙위원회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적 대적사업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련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문장에 나오는 배신자들이라는 말은 악질 탈북자들의 반북적대행위와 테러선동교사범죄를 계속 묵인함으로써 판문점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해버린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을 뜻하고, 이 문장에 나오는 쓰레기들이라는 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극악무도하게 모독하고 북을 비방중상하는 전단을 북측으로 날려보내는 악질 탈북자들을 뜻한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2020년 6월 초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적으로, 배신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사진 2>
2020년 6월 8일 북은 급기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시켰다. 이것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 결코 아니다. 북은 2018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대남사업기조를 진언⟶충고⟶비난⟶경고⟶적의로 차츰 변화시켜오다가 결국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새로운 길’이 무슨 뜻인지 새겨듣고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북의 대남사업에서 정책적 변화가 단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을 지난 2년 동안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청맹과니들이다.
북은 ‘단계적 대적사업계획’을 수립하자마자 신속하게 대적사업을 단행했다. 2020년 6월 9일 12시부터 남북 당국을 연결하는 모든 통신련락선들을 완전히 차단, 폐기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제1단계 대적사업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북이 남북 당국을 연결하는 모든 통신련락선을 차단한 것만이 아니라 폐기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북이 남북통신련락선들을 차단했다면, 혹시 훗날 남북관계가 호전되는 경우 다시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북이 남북통신련락선들을 완전히 폐기해버렸으니 영영 연결하지 못하게 되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연결된 남북통신련락선은 이명박 정부가 일시적으로 차단했었는데, 지금처럼 완전히 폐기된 적은 없었다. 북이 남북통신련락선들을 모두 폐기해버린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조치이며, 남측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영구히 중단했음을 말해주는 조치인 것이다.
북이 제1단계 대적사업을 실행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상황이 돌아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칵 뒤집어지는 소동이 일어났다.
그런 소동 속에서 2020년 6월 11일 통일부는 반북모략전단을 북측에 날려보낸 악질 탈북자단체들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서울지방경찰청에 보냈다. 그런데 수사의뢰라는 것은, 악질 탈북자들이 반북모략전단을 북측에 날려보낸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을 위반한 것인지 아닌지 경찰청에서 수사해달라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통일부가 악질 탈북자들을 검찰청에 고발하지 않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이다. 고발은 형사소송법이 명시한 사법처리이므로, 검찰청은 고발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반드시 고발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와 다르게, 수사의뢰는 형사소송법이 명시한 사법처리가 아니므로,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청은 수사를 한답시고 시간이나 질질 끌다가, 세인의 관심이 흐트러진 틈을 타서 수사를 흐지부지 끝내버려도 그만이다.
지난 시기 반북적대감에 사로잡혀 미쳐날뛰던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는 반북모략전단을 북측에 날려보낸 악질 탈북자단체들을 2009년 2월 18일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었는데, 남북대화를 입버릇처럼 외우는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는 똑같은 반북적대행위를 저지른 악질 탈북자단체들을 검찰청에 고발하지 않고,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 통일부에게 반북모략전단살포행위를 중지시킬 의지가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런 정황은 악질 탈북자들의 반북적대행위가 남북관계 대파국을 불러온 중대범죄라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장금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2020년 6월 12일에 발표한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그런 서푼짜리 연극으로 화산처럼 분출하는 우리 인민의 격노를 잠재우고 가볍기 그지없는 혀놀림으로 험악하게 번져진 오늘의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고 타산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오산을 없을 것이며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우롱으로 될 것”이라고 힐책하면서,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그러나 악질 탈북자들의 반북적대행위가 남북관계 대파국을 불러온 중대범죄인지를 알지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운 사태를 당할 것이라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상황오판에 빠져 끝내 화를 자초한 청와대의 비극이 거기에 있다.
3. 북은 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하려는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요즈음 북에서는 반북적대행위를 묵인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반북적대행위를 저지른 악질 탈북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평양을 비롯한 각지에서 “남조선 당국과 <탈북자>쓰레기들을 단죄, 규탄하는” 군중집회와 시위행진이 연일 벌어졌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배신감과 격분을 느낀 시위군중이 들고 나온 구호들 중에서 시위대렬 맨앞에 내건 가장 큰 펼침막에 쓰인 두 개의 구호에 시선에 꽂힌다. “천추에 용납 못할 죄악을 저지른 괴뢰패당을 죽탕쳐버리자!”라는 구호와 “자멸을 재촉하는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채 불태워버리자!”라는 구호다. 그 구호에 나오는 ’죽탕쳐버릴 괴뢰패당‘은 반북적대행위를 계속 묵인해온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고, 그 구호에 나오는 ’불태워버릴 역적무리들‘은 반북적대행위를 계속 저질러온 악질 탈북자들이다.
북이 남측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을 ‘죽탕쳐버릴 괴뢰패당’으로 극렬히 비난, 공격한 것은 반북적대감에 사로잡혀 광분했던 이명박 집권기와 박근혜 집권기 이후 처음 있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제껏 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을 비난하면서도 ‘환멸을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자들’이라는 비난용어를 사용했을 뿐, ‘죽탕쳐버릴 괴뢰패당’이라는 적대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져, 이명박 집권기와 박근혜 집권기에 사용했던 ‘죽탕쳐버릴 괴뢰패당’이라는 적대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의 시각으로 보면, 괴뢰패당은 정치적 청산대상이며 군사적 소멸대상이다. 북은 문재인 정부를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정치적 청산대상, 군사적 소멸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2020년 6월 1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또 다시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보복의지를 표명한 담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깨깨 받아”낼 “보복계획들”이 세워졌음을 밝히면서 “그것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절대로 다쳐서는 안 될 무엇을 잘못 다쳐놓았는지를 뼈아프게 알게 만들어야 한다.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련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대성질호했다. 이것은 북의 대남보복계획들이 협박용이 아니라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련관부서들에 다음단계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하면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 3>
위와 같은 담화내용을 보면, 북은 제1단계 대적행동으로 남북통신련락선을 완전히 차단, 폐기했고, 제2단계 대적행동으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2018년 9월 14일 70여 년 분단역사에서 처음으로 남측 당국과 북측 당국이 24시간 의사를 소통하는 상설기구가 개성공업지구 안에 설치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다. 남측 통일부와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그 상설기구를 통해 유선전화통화, 무선전화통화, 대면연락, 대면협의를 계속했다.
통일부는 남북공동련락사무소의 존재의의를 남북협력을 추진하는 상설협의기구 정도로 낮게 평가했지만,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그것의 존재의의를 중시했다. 이를테면,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공동련락사무소 개소식 축하연설에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설치함으로써 남과 북이 “관계개선과 발전을 적극 추동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해 큰 보폭을 내짚을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북은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민족통일기구의 맹아적 존재로 생각했다. 북에서 말하는 민족통일기구는 연방국가기구를 뜻하므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설치한 것은 연방국가기구를 창설하는 방식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긴 과정에서 첫 걸음을 뗀 것이었다. 그런데 북이 그처럼 중대한 의미를 지닌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폐쇄하는 게 아니라 아예 폭파해버리는 것은 평화통일로선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작업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원들이 진행하지 않고, 조선인민군 최전연부대 소속 폭파전문병들이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서부전선을 지키는 조선인민군 2군단 관하 전투부대들이 개성공업지구에 다시 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은 개성공업지구를 개발하기 직전, 그 지역에 주둔하던 조선인민군 2군단 관하 전투부대들을 후방으로 10km 이동하여 재배치했었다. 2000년에 남과 북의 합의로 시작된 개성공업지구개발사업은 2005년에 남측 18개 중소기업체들이 입주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반북적대감에 사로잡혀 광분하던 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10일 개성공업지구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했고, 오늘까지 재가동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왔다.
북이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조선인민군 2군단 관하 전투부대들이 개성공업지구에 전진배치되면, 개성공업지구는 폐쇄되는 것이며, 조선인민군은 개성-문산-서울로 이어지는 서부전선 최단공격축선을 복원하는 것이고, 서울 전역은 조선인민군 2군단 포병부대들의 대구경포 사정권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성공업지구까지 자동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4.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의 보복작전이 예고되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6월 13일 담화에서 제3단계 대적사업에 대해 예고하면서 “남조선 당국이 궁금해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 언급은 정치적 보복공세 이후에 군사적 보복공격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6월 13일 담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제3단계 대적행동으로 대남보복공격을 단행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조선인민군의 대남보복공격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분노한 시위군중들이 평양을 비롯한 북측 각지에서 “괴뢰패당을 죽탕쳐버리자”는 보복구호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은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한 뒤에 대남보복공격을 반드시 단행할 것이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에게는 대남보복공격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대남보복공격문제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보다 상급에 있는 군사지도기관이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급군사지도기관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대남보복공격문제를 결정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남보복공격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여정 제1부부장은 6월 13일 담화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을” 수행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보복공격을 단행하기로 결정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보복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보복작전계획을 검토, 승인하고,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이 보복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20년 5월 24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마 지금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복작전계획을 작성하고 있을지 모른다.
군사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남측에서는 북이 전략무기를 시험발사할 것이라느니 또는 탈북자를 암살할 것이라느니 하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가 하면, 북이 저강도 도발을 할 것이라느니 또는 군사적 위협을 할 것이라느니 또는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느니 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내뱉고 있다. 하지만 북은 저강도 도발이나 군사적 위협이나 무력시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6월 13일 담화에서 명백히 언급한 것처럼, 북의 제3단계 대적행동은 조선인민군의 보복작전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진 4>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이 언제, 어떻게 보복작전을 실행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10년 전 연평도 포격을 훨씬 능가하는 무력공격을 실행할 것으로 예견된다. 연평도 포격전은 조선인민군 4군단 관하 방사포부대의 기습선제타격을 받은 한국군 해병대 연평부대가 완패를 당한 사건이었다. 당시 한국군 합참본부는 한국군의 완패를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민군 4군단 관하 방사포부대도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서방측 위성사진은 그런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입증했다. 평양에 있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는 ‘연평도 포격전의 승리’라는 제목 밑에 전투승리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2010년 11월 23일 오전 8시 20분 북측 당국은 실탄사격훈련을 감행하려는 한국군이 만일 북의 관할수역 안에 포탄을 떨어뜨리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화통지문을 남측 당국에 보내면서 경고했는데도, 한국군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4시간 동안 무려 3,657발을 북측 관할수역 안으로 쐈다. 4시간 동안 벌어진 한국군의 무분별한 사격훈련을 보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조선인민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방사포로 연평도를 공격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연평도를 공격한 것은 명백한 보복공격이었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공격을 받고 완패를 당한 한국군 해병대 연평부대는 ”북이 더 이상 쏘지 않으면 우리도 쏘지 않겠다“는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긴급히 보내는 것으로 사태를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연평도 포격전 당시에는 남북통신련락선이 있었기 때문에 제한된 포격전이 대규모 무력충돌로 비화되기 전에 수습되었지만, 지금은 북이 남북통신련락선들을 모두 폐기했으므로 제한된 포격전이 또 다시 벌어지면 대규모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주목되는 것은, 제한된 포격전이 대규모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경우, 북은 즉시 불우박 연속타격으로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 2월 28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도 밑에 진행된 3군합동타격훈련 중에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불우박 연속타격을 연습한 것은 제한된 포격전이 대규모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상황,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군이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하는 결정적 순간을 예상한 전투훈련이었던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나는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들에서 남북의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거듭 예고해왔다. 올해 2020년에도 나는 조선인민군이 불우박 연속타격으로 조국통일대전을 시작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글을 세 차례나 발표했다. 이를테면, 2020년 2월 3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고강도 전투정치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 2월 17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무혈속결전의 새로운 전술이 완성되다’라는 제목의 글, 그리고 3월 9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그들은 30분 선제타격을 연습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정세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위에 열거한 나의 글들을 전쟁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했는데, 설마 남북관계가 그렇게 파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을 했겠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런 안이한 판단이 오판이었음은 말해주고 있다.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이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벌이는 순간, 조선인민군은 엄청난 화력을 총집중시킨 불우박 연속타격으로 조국통일대전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나의 예견은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다.
북에서는 올해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있다. 당창건 75주년에 즈음하여 북이 대남관계에서 어떤 중대한 사변을 일으키게 될 것임을 누구나 예감할 수 있다. 올해 어떤 중대한 사변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한 나는 2020년 2월 24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의 갈림길 지났다’라는 제목의 글을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평화통일의 길을 거부하였으므로, 남북관계는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의 갈림길을 지나간 것이다. 남북관계가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의 갈림길을 지나간 상황에서 북은 마지막 선택지에 이르게 되었다. 전쟁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정전-분단체체를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정전-분단체제를 무너뜨리는 무력통일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을 또 다시 눈앞에 두고 있는 오늘, 평화통일의 길이 완전히 가로막혀버린 한반도의 정치군사상황은 북을 무력통일의 길로 떠밀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