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9년 01월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2019년 신년사에 제시된 두 가지 방략
2. 전민족적인 정치회합 개최하여 민족의 운명 바꾼다
3. 민족통일기구 수립으로 실현될 낮은 단계의 연방제
4. 모든 준비는 2016년에 이미 끝났다
1. 2019년 신년사에 제시된 두 가지 방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는 평화통일문제와 관련된 특별한 내용이 서술되었다. 해마다 1월 1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하는 신년사에는 통일국가건설위업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는데, 올해 신년사에는 통일운동가들과 통일학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 특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명한 것은,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는 매우 중대한 과업을 거론한 것이다.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는 것, 바로 이것이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통일방략이다. <사진 1>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려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2019년 상반기에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 기본합의를 가지고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여 평화통일방안을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예견하건대,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온 뒤에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 개최되어 그것을 확정하게 되면, 8천만 민족이 그토록 열망하는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인 국면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올해 상반기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과연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이라는 말 자체를 회피하고 있고,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통일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의지는 갖지 않았더라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겨레의 최고염원인 통일문제에 대해 슬쩍 한 마디 언급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의례적인 발언조차 회피하였으니 너무 옹졸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가 그러할진대,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 조국통일문제를 회피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옹졸한 태도 때문에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눈여겨보면 그런 의문은 사라진다.
(1) 2019년 상반기에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으로 성사되는 매우 특별한 남북정상회담으로 될 것인데,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방문이 성사되기 전에 먼저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는 점이다. 첨예한 적대관계를 완화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첨예한 적대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 대치지역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두렵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첨예한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군사분계선 대치지역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평화를 실현하려는 의지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방문이 성사되면 첨예한 적대관계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서울방문으로 남북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는 완화될 수 있지만, 조선과 미국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는 전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 조성된 적대관계 중에서 남북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보다 조선과 미국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가 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조미적대관계를 완화하는 중대한 선행조치를 단행하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평화협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위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철군과 통일로 이어지는 민족사적 대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해 체결되는 것이다.
2019년 신년사에는 통일방략과 함께 평화방략도 담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언명함으로써 자신의 평화방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방략은 남, 북, 미, 중 4자회담을 개최하고, 그 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사진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열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강력한 측면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해 첫 정치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2019년 1월 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측의 강력한 측면지원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8일 조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조선반도정세관리와 비핵화협상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발언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조선측이 (미국에게)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항이 마땅히 해결되여야 한다는데 대하여 전적으로 동감하며 유관측들이 이에 대해 중시하고 타당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하면서 중국측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동지의 믿음직한 후방이며 견결한 동지, 벗으로서 쌍방의 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정세안정을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나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처럼 1월 8일 조중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중국측의 강력한 측면지원을 이끌어냈으므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합의되면, 그 합의에 따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남, 북, 미, 중 4자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고, 8천만 민족의 평화실현의지는 최절정에 이를 것이다. 바로 그런 고조된 평화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관계가 완화되어 평화지대로 전변되기 시작한 판문점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예견된다.
북측의 최고영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하게 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평화실현의지가 최절정에 이른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8천만 민족에게 평화통일방안을 최상, 최대의 선물로 안겨주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의하고, 그를 강력하게 설득, 견인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그런 제의를 거부할 명분도 없고, 그런 제의를 거부해서 얻을 이익도 없다.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민족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런 제의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
돌이켜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에 발표된 판문점선언과 2018년 9월 19일에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의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업들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므로 2019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해에 합의한 내용들을 또 다시 중복적으로 합의할 필요는 없다.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것처럼, “현재의 남북관계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내용을 합의해야 하는데, 그 새로운 내용이 바로 평화통일방안인 것이다.
(2) 올해 안에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렬한 의지는 2019년 신년사에 다음과 같이 서술되었다.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용기백배하여 북남선언들을 관철하기 위한 거족적 진군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올해를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력사적인 해로 빛내여야 합니다.”
위에 인용된 문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를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력사적인 해로 빛내여야” 한다고 언명한 것은, 올해 안에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통일국가건설운동에 획기적인 전환을 일으키려는 강렬한 통일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019년 상반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게 되면, 그런 강렬한 통일의지를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견된다.
2. 전민족적인 정치회합 개최하여 민족의 운명 바꾼다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은 서울방문과 남북정상회담에서 멈추지 않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명하였을 때, 전민족적인 합의라는 말은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예고한 말이다.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할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남과 북의 정부당국은 물론이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들이 광범위하게 참가하는 정치회합으로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상하면, 남측 통일부와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남과 북의 정당 대표들, 남, 북, 해외의 각계각층 대표들과 개별인사들이 참가하는 것이다.
70년이 흘렀다. 전쟁화염 속에 흘린 민족의 피눈물은 얼마나 많았으며,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은 고통과 불행은 또 얼마나 뼈아픈 것이었는가! 하지만 전쟁화염도, 대결의 소용돌이도 막지 못했다. 그 누구도 감히 우리 민족의 가슴에 불타는 통일염원을 막지 못했다. 바로 그런 뜨거운 통일염원을 실현하는 것이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다. 지나온 70년을 돌이켜보면, 그 누구도 감히 통일국가건설운동을 가로막지 못했다. 수많은 유명무명의 통일운동가들이 통일국가건설위업에 한생을 바쳤고, 목숨까지 아낌없이 바쳤다. 바로 그런 숭고한 역사를 계승하는 것이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다!
70년이 넘도록 분단의 불행과 고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통일염원으로 가슴 태워온 우리 민족이 다시 자리를 차고 모두 일어나 자주통일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민족운명의 전환은 전민족적 정치회합이 성대히 개최되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고 자주통일강국건설을 준비해나가는 것, 오직 그 길밖에 없다. 바로 그런 민족의 활로를 열어놓기 위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이다. <사진 3>
위와 같은 정세발전을 거론할 때면, 통일국가건설운동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과 민족분렬정책으로 국토분단과 민족분렬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던 1948년 4월, 남과 북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들은 사경에 처한 민족의 운명을 구원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하려는 불타는 일념을 안고 평양으로 모여들었다. 1948년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련석회의’와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가 진행된 것이다. 단독정부수립책동을 저지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 개최된 것이다. 당시 서울에서 발간되던 <자유신문> 1948년 3월 30일부에 실린 ‘남북분렬 3년의 암운을 헤칠 서광’이라는 사설은 성사를 앞두고 있었던 전민족적 정치회합이 가지는 거대한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격정적인 필치로 서술한 바 있다.
“이 회합은 조선민족이 요구하는 유일한 활로이며 따라서 이를 희망하는 열의가 남조선 방방곡곡에 충만되고 있다. 이 구국운동이야말로 5천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자지를 표현한 것이요, 모든 사대주의와 타력의존주의를 박차고 힘있게 진군하려는 민족의 거보로서 세계의 아무도 정당한 민족의 요구와 지향을 막지 못할 것이며 국내의 누구도 이 충만된 의욕과 의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평양에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 진행되었던 때로부터 40년이 지난 1989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정치협상을 제의하였다. 김일성 주석은 1989년 신년사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평양에서 북과 남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인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지도급 인사들로 북남정치협상회의를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하면서, “남조선 민주정의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총재들과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을 평양에 초청”하였고, 남북정치협상회의가 가지는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사진 4>
“북남지도급인사들의 정치협상회의는 현 조건에서 가장 쉽게 민족의 의사를 모을 수 있는 민족적 대화의 마당이며 통일방도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이룩할 수 있는 합리적 방도입니다. 이 정치협상회의의 테두리 안에서 북과 남의 지도급 인사들은 다무적인 회담뿐 아니라 쌍무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조선의 지도급인사들이 건설적인 통일방안을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그들을 환영할 것이며, 그들이 내놓은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회의할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1989년 신년사에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한 때로부터 한 달이 지난 1989년 2월 4일 문익환 목사와 백기완 선생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일성 주석이 제의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공식적으로 수락하고 그 회의가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을 공표”하였다. 하지만 내외반통일세력의 저지에 가로막혀 그들의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고, 문익환 목사는 1989년 3월 25일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평화통일방안을 협의하였다. 그 협의에 의해 나온 것이 1989년 4월 2일 평양에서 문익환 목사와 허담 당중앙위원회 비서의 공동명의로 발표된 공동성명이다. 공동성명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가 누구에게 먹히지 않고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거나 타방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공존의 원칙에서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도가 되며 그 구체적인 실현방도로서는 한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연방제통일방안을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기 위한 통일방략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해결하고, 역사적인 서울방문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서울에서 진행하고,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는 것이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실현하는 올해의 정치일정이다.
3. 민족통일기구 수립으로 실현될 낮은 단계의 연방제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의제가 분단역사상 처음으로 논의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0년 6월 15일이다. 그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족공동의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려고 하였다. 남북정상회담 기록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상세히 설명하면서 연방제통일방안을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합의하자고 제의하였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지도자 시절에 3단계 통일방안을 주장하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공화국연방’이 출현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고, 1989년 4월 2일에 문익환-허담 공동성명에서 연방제통일방안이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인정되었으므로, 연방제통일방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를 대면서 그 제의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어, 6.15공동선언 제2항에는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만 들어갔다. 그 조항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나가기로 하였다.” <사진 5>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지 못했고, 그 대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서로 인정하는 기본합의에만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는 평화통일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인정하였던 19년 전의 기본합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평화통일방안으로 합의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6.15공동선언에 나오는 남측의 연합제안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평화통일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연합제안은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지도자 시절에 주장한 ‘공화국연합제’를 뜻하는 것인데, ‘공화국연합’은 남과 북이 서로를 주권국가로 상호인정하고, 두 국가가 영국과 캐나다처럼 국가연합(union of states)을 실현하여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8천만 민족이 염원하는 조국통일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지, 단일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두 국가를 연합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 민족은 수 천 년 동안 단일민족으로 완전히 융합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남북으로 갈려져 살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통일국가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단일민족의 존재방식이 평화통일방안을 논의하는 출발점이며, 평화통일방안을 확정하는 종착점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남북으로 갈라져 살 수 없는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하겠다는 것은 ‘평화공존’이라는 미명 아래 분단체제를 합법화하는 반민족적 범죄다. 8천만 민족이 염원하는 평화의 참된 의미는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교체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두 나라의 평화공존을 말하는 것은 ‘평화적인 분단’을 장기화하여 북측을 그 무슨 ‘점진적인 개혁개방’으로 유인해보려는 흡수통합망상의 변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가연합-평화공존론의 정체를 간파하지 못한 사람들은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은 쉽고, 단일민족이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힘들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평화통일방안은 연방제통일방안밖에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 까닭에 2016년 6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북남수뇌분들이 민족 앞에 확약하고 온 겨레의 지지와 찬동을 받고 있는 련방제는 가장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하며 유일무이한 우리 민족의 통일방식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북과 남은 어차피 총부리를 맞대고 싸울 수밖에 없다. 8천만 겨레가 꿈에도 소원하던 통일이 전쟁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절대로 안 되며 그 누구도 이를 바라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를 가진 북과 남의 련방제통일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해도 우리 민족이 기어이 이 길을 가야 할 근본리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략) 우리는 통일강국건설에서 그 누구를 본받을 것도 없고 다른 나라의 것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구체적 실정에 맞고 우리의 땅에 어울리는 련방제방식으로 우리가 소원하는 통일의 집, 우리 식의 통일강국을 세상이 보란 듯이 일떠세우자!”
그렇다면 6.15공동선언에 나오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대한 안경호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의 설명이 남측 일간지 <한겨레> 2001년 6월 17일부 대담기사에 실렸다. 대담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질문 - ‘민족통일기구’란 구체적으로 뭔가?
답변 - 민족통일기구는 국가기구다. 남쪽의 연합제와 북쪽 연방제의 공통점에 바탕을 두고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이 기초에는 1국가, 1민족, 2제도, 2정부에 기초를 둔 연합-연방제가 있다. 이런 근본기초에 대한 합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쌍방이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족통일기구는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질문 - 남북의 현 정부는 해소돼야 하는가?
답변 - 그렇지 않다. 두 정부의 정치, 군사, 외교권 등 현존하는 기능과 권한은 유지된다.
질문 - 민족통일기구는 어떻게 구성돼야 된다고 생각하나?
답변 - 국회와 행정기구 구성은 (남북) 쌍방이 우리 실정에 맞게 창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위에 인용된 대담내용을 읽어보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출현하게 될 민족통일기구는 한시적인 남북정치협상기구 같은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두 정부가 행사하는 정치권, 군사권, 외교권을 민족의 공동이익에 맞게 조절하는 중앙정부이며, 국회와 행정부를 가진 명실상부한 통일정부이며, 대외적으로 통일국가를 대표하는 연방정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해 연구해온 통일학자들은 통일정부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출현하는 통일정부는 남과 북의 지역정부들이 수행하는 기능과 권한을 민족의 공동이익에 맞게 조절하는 임무를 점차적으로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조절임무가 오랜 기간에 걸쳐 강화, 발전되면서 연방정부가 남과 북의 지역정부들에게서 군사권과 외교권을 각각 이양 받게 될 때, 그때 비로소 높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는 것이다. <사진 6>
통일국가건설운동은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으로 완결될 것이다. 통일정부가 남과 북의 지역정부들로부터 군사권과 외교권을 아직 이양 받지 못하더라도, 통일정부가 수립되어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면, 통일국가건설운동은 그것으로 완결되고 조국통일은 완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발전하는 것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운동이 아니라, 통일국가 안에서 국가주권과 사회통합을 공고화하는 운동이다.
주목되는 것은, 통일정부수립과 주한미국군주둔이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주적 통일정부가 행정권을 행사하는 삼천리강토에 어떻게 외국군대가 한 명이라도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통일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평화협정부터 먼저 체결되고, 그 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수되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그 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한반도 평화체제 위에 통일정부가 수립될 것이고, 반만년 민족사에서 가장 부강하고 문명한 자주통일강국이 8천만 민족에게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될 것이다.
4. 모든 준비는 2016년에 이미 끝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통일방략을 2019년 신년사에서 처음 제시한 것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합니다”라고 언명하여 자신의 통일방략을 제시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에 따라 북측은 그 방략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직후에 이미 끝냈고, 그것을 실행할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부단히 노력해왔다.
2016년이라고 하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완전히 파탄시켰던 암흑기였으나,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에 따라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자는 공식 제안을 남측에게 보냈다. 2016년 6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우리는 온 겨레의 뜻과 힘을 합쳐 현 난국을 타개하고 북남관계와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획기적 전환을 일으켜 나가려는 절절한 념원으로부터 조국해방 일흔한돐을 맞으며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북과 남의 당국, 정당, 단체 대표들과 명망있는 인사들을 비롯하여 진정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회합에서는 민족의 총의를 모아 최악의 상태에 있는 조선반도의 현 정세를 완화하고 북남관계를 새 출발시키며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출로를 허심탄회하게 론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애국애족적이며 건설적인 이 제의에 해내외 각계층이 적극 호응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를 위한 준비사업에 착수할 것이다.”
당시 북측은 호소문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전민족적 정치회합 제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준비사업에 즉시 착수하였다. 2016년 6월 27일 북측은 “남조선과 해외의 당국, 정당, 단체 및 개별인사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제의하였다.
“우리는 조국해방 일흔한돐이 되는 올해 8.15를 전후하여 북과 남의 당국과 해내외 정당, 단체대표들, 각계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적 대회합을 평양이나 개성에서 개최하되 회의명칭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련석회의로 하자는 것입니다. 만약 남측에서 련석회의와 관련하여 시기나 장소, 참가대상과 토의안건 등 관심하는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 의견을 내놓는다면 그것도 허심하게 검토하고 받아들일 충분한 용의가 있습니다. 당면하여 련석회의 개최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준비위원회를 각 지역별로 내오고 그에 기초하여 전민족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면서 남측과 해외에서 그 실천에 속히 착수하기를 희망하며 7월 중에는 합의되는 장소에서 북과 남, 해외대표들을 망라한 전민족공동준비위원회 결성과 관련한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합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6년 6월 2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온 민족의 통일념원과 지향을 반영하여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제시한 주체적인 조국통일로선과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며 민족의 자주적 운명과 통일번영의 휘황한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전개해나가기 위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내오기로 결정하였다. 그로써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국가기구로 승격되었다. <사진 7>
그것만이 아니었다. 2016년 7월 9일 북측은 남측과 해외측에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련석회의”를 공식 제안하면서,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가 결성되었다고 밝혔다.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는 위원장 1명, 각 부문을 대표하는 부위원장 14명, 각계층을 대표하는 위원 50여 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하여 남북정상회담에 계속 배석하는 것은, 북측에서 전민족련석회의를 개최하는 준비와 전민족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2018년 1월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합회의가 또 다시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호소문에서는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 실현을 위한 투쟁을 계속 줄기차게 벌려 민족대단결의 새로운 리정표를 세우고 전민족적 통일운동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나가자!”고 하였다.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미증유의 사변들로 훌륭히 장식된 지난해의 귀중한 성과들에 토대하여 새해 2019년에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룩하여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이 구호를 높이 들고나가야 합니다”라고 언명하였다.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실현할 모든 준비를 이미 2016년에 끝내고, 지난 3년 동안 유리한 조건들을 하나씩 만들어왔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에 따라 전변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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