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7년 08월 2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은백색 로켓엔진과 초록색 탄도미사일 2. 국가원수 명의로 비준된 ‘전략군화력타격계획’ 3. 모습을 드러낸 전략군사령부 지하핵방호시설 4. 제71타격대는 화성-12형을 몇 발 쏠 것인가? 5. 괌포위사격계획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선 백악관
1. 은백색 로켓엔진과 초록색 탄도미사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8월 14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군사령부 시찰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숲이 우거진 야산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전략군사령부 청사는 옥상까지 외벽이 온통 담쟁이넝쿨로 뒤덮였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담쟁이넝쿨은 콘크리트 벽면을 타고 해마다 약 88cm씩 자란다고 한다. 사진에 나타난 전략군사령부 청사는 건물높이가 15m 정도이므로, 담쟁이넝쿨은 17년 전인 2000년쯤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언론매체들이 2016년 6월 25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9년 7월 3일 전략군을 독자적인 군종으로 창설하였다고 한다. 창설 당시에는 전략로케트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창설된 날부터 지금까지 위의 사진에 나타난 건물을 사령부 청사로 사용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에 독자적인 군종으로 창설된 전략로케트군은 2012년 말 전략군으로 개칭되었는데, 바로 그 무렵부터 조선에서는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전략군을 중심으로 강화되었다는 뜻이며, 전략군 자체가 확대, 강화되었다는 뜻이다. 전략군이 크게 확대, 강화되었다는 사실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사진 2>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 군사강습소에서 사령부 지휘관들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다른 대연합부대 사령부들에는 군사강실이 있고, 전략군사령부에는 군사강습소가 있다. 조선에서는 군사강의실이라고 하지 않고 군사강실이라고 한다. 2012년 3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로케트사령부(당시 명칭)를 시찰하였을 때는 군사강실이라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군사강습소라고 하였다. 이런 명칭변동은 군사교육기관의 규모, 설비, 교육과정이 이전에 비해 크게 확대되었음을 말해준다. 전략군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지휘관들은 최첨단 무기체계를 다루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을 학습해야 하므로, 군사강실보다 규모와 시설이 더 큰 군사강습소를 증설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 군사강습소에 커다란 은백색 로켓엔진과 초록색 탄도미사일이 전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은백색 로켓엔진은 화성-6에 장착되는 로켓엔진이고, 초록색 탄도미사일은 화성-6이다.
<사진 3>을 보면, 화성-6 탄체에 쇠막대기 같이 생긴 물건들이 꽂혀있는 게 보이는데, 그것은 추진제를 주입할 때 사용하는 주입기들이다. 또한 화성-6 첨두 앞쪽 바닥에 수직으로 세워진 것은 산포탄(집속탄)이 들어있는 화성-6 전투부다.
화성-6은 4축8륜 발사대차에 탑재되는 탄도미사일이다. 내가 4년 전에 참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에는 화성-6 축소모형과 실물이 각각 전시되었는데, 전시된 화성-6 앞에 놓인 해설문에는 그 미사일이 1980년대에 독자적으로 생산되었고, 1988년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였다고 쓰여 있었다. 화성-6의 사거리는 700km다. 전략군 화성포부대가 화성-6을 철원에서 발사하면 제주도를 넘어 미국 해군 7함대의 전략거점인 일본 사세보(佐世保)항을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은 사세보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6을 이미 1980년대에 실전배치하였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월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장병들을 두 패로 나눠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념사진 한 장에는 나온 장병은 약 650명이다. 그로써 전략군사령부에 약 1,300명의 장병들이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3월 2일 전략군사령부(당시에는 전략로케트군사령부)를 시찰한 적이 있다. 그 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령부에 근무하는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는데, 기념사진에 나온 장병들은 약 170명밖에 되지 않았다. 5년 동안 전략군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170명 수준에서 1,300명 수준으로, 무려 7.6배나 급증한 것이다. 전략군사령부 근무인원이 그처럼 급증한 것은 전략군이 급속히 증강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표들 가운데 하나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각종 탄도미사일을 열거하면, 화성-1, 화성-3, 화성-5, 화성-6, 화성-6 개량형, 화성-7, 화성-9, 화성-10, 화성-11, 화성-13, 화성-14형, 북극성-2형, 그리고 미국이 ‘KN-17’이라고 부르는 익명의 초정밀탄도미사일, 미국이 ‘KN-14’라고 부르는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거기에 더하여 2017년 4월 15일 열병식에 등장한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2종과 익명의 중거리탄도미사일 1종이다. 지난 5년 동안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탄도미사일 종류를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5종으로 늘어났고, 각급 탄도미사일들은 12종으로 늘어났다. 이것이야말로 전략군이 급속히 증강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표들 가운데 하나다.
지난 5년 동안 탄도미사일 종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보유량도 늘어났다. 2017년 8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 5종과 각급 탄도미사일 12종은 총 3,000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언론매체 <환구망(環球網)> 2013년 6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전략군으로 개편, 강화되기 전에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9개 여단으로 편성되었고, 1개 여단은 450명으로 구성된 5개의 영(營)으로 편성되었다고 하였다. 조선인민군에는 영이라는 부대단위가 없다. 전략군 여단 산하에는 타격대가 있다.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등장하는 화성포부대가 바로 타격대다. 1개 여단은 5개 타격대로 편성되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전략군에는 45개 타격대가 있었다.
그런데 전략로케트군이 전략군으로 개편, 강화되면서 타격대도 급속히 증가되어, 지난 5년 동안 45개에서 90개로 2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지만,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 제71타격대가 괌포위사격을 담당하게 된다는 사실은 전략군에 90개 타격대가 있다는 추정을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있는 90개 타격대의 전투병력은 40,500명으로 추산된다. 거기에 더하여 지령통제부문, 미사일기술부문, 핵탄두기술부문에서 각각 근무하는 전문병들, 그리고 지원부대 및 후방보급부대 산하 병력까지 합하면 전략군 총병력수는 60,000명으로 추산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 6종과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을 실전배치한 러시아전략로케트군 총병력수도 60,000명이다.
전략군을 보유한 핵강국은 전 세계에서 조선, 미국, 러시아, 중국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은 4대 핵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전략군이 “아직은 세상사람들이 다 모르는 미증유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 국가원수 명의로 비준된 ‘전략군화력타격계획’
<사진 5>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 회의실에서 사령부 지휘관들과 함께 괌포위사격계획을 검토하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회의실에는 창문이 없고, 낮은 천정이 궁륭식으로 설계되었다. 이것은 작전지휘소가 지하핵방호시설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작전지휘소 회의실 벽에는 ‘남조선작전지대’, ‘일본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 배치’라는 제목으로 된 작전지도 3개가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촬영각이 좁아서, 반대쪽 벽에 걸려있는 작전지도들은 보이지 않는데, 거기에는 미국 본토의 타격대상들이 표시된 작전지도 3개가 나란히 걸려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작전지휘소 회의실 앞쪽 벽에는 컴퓨터로 조작하는 대형 액정화면이 걸려있는데, 그 액정화면에 괌의 앤더슨공군기지 위성사진이 현시되었다. 그런데 조선에 대한 비난과 왜곡을 늘어놓는 미국 관영매체 <미국의소리>는 지난 8월 17일 기사에서 그 액정화면에 나타난 앤더슨공군기지 위성사진이 6년 전에 촬영된 것이라고 하면서 트집을 잡았다.
전시에 전략군이 앤더슨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경우, 탄도미사일 몇 발로 그 공군기지에 있는 어느 특정대상만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정밀타격을 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탄도미사일을 일제히 발사하는 강력한 화력타격으로 공군기지 전체를 날려버리는 집중타격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집중타격을 하려고 하면, 공군기지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은 사실상 필요하지 않고, 공군기지 중앙부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만 있으면 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작전지휘소 회의실 액정화면에 앤더슨공군기지가 현시된 것은 그 공군기지 전체가 전략군의 타격대상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6>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 회의실에서 검토한 작전도면의 일부를 확대한 것이다. ‘전략군화력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이 뚜렷이 보인다. ‘전략군화력타격계획’은 괌포위사격계획이다. 그 제목 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정은 비준”이라고 쓰여 있다. 작전도면 맨 아래 오른쪽에는 전략군사령관, 총참모장, 참모장의 군직 및 성명이 각각 적혀 있는데, 이것은 그 세 지휘관의 명의로 ‘전략군화력타격계획’이 작성되었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최고영도자의 직책에 대해 언급할 때는 조선로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언급하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라는 직책을 언급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왜 그 작전도면에는 조선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국가원수직이 명기된 것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사령관 명의로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한 것이 아니라, 국가원수 명의로 그 계획을 비준한 것이다. 전략군의 핵타격작전계획 또는 모의핵타격작전계획을 비준하는 권한은 조선의 핵무력을 유일적으로 영도하는 국가원수가 행사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가 전략군사령관, 총참모장, 참모장이 올린 괌포위사격계획을 2017년 8월 14일에 비준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원수 명의로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하였으므로, 임의의 시각에 전략군사령관에게 명령하면, 전략군 타격대는 즉각 괌의 주변수역으로 화성-12형 기습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견된다. <사진 7>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에서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와 충고를 보냈다고 한다.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 미국에 한 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은 우리에 대한 오만무례한 도발행위와 일방적인 강요를 당장 걷어치우고 우리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미국놈들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다. 세계 면전에서 우리에게 또 다시 얻어맞는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리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위의 인용문에 나온 “(미국이) 조선반도 주변에서 (저지르는) 위험천만한 망동”은 미국이 오는 8월 21일부터 열흘 동안 벌여놓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뜻하고, “중대한 결단”은 괌포위사격을 단행하는 결단을 뜻한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감행하면, 괌포위사격을 단행하겠다는 경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3. 모습을 드러낸 전략군사령부 지하핵방호시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 미사일발사지령실(missile launch command room)도 시찰하였다. 조선에서 그런 시설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 수 없어서, 그냥 미사일발사지령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발사지령실에서 전략군사령부 지휘관들과 담화하는 정지화면이 조선의 텔레비전방송에 방영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제껏 사람들이 상상해온 비밀공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미사일발사지령실까지 공개한 것을 보면, 조선이 자기의 핵무력에 대해 얼마나 자신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8>에서 보는 것처럼, 미사일발사지령실은 전형적인 궁륭천장으로 설계된 지하핵방호시설인데, 내부공간이 좁고, 길다.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첫째, 미사일발사지령실을 넓은 공간으로 설계하면, 궁륭천장의 지지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길이가 길고 폭이 좁은 열차식 궁륭천장으로 설계한 것이다.
둘째, 미사일발사지령실은 작전지휘소 회의실보다 더 깊은 지하심층에 있다. 미국의 지하관통폭탄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지하심층에 있는 것이다. 미사일발사지령실은 전략군사령부 청사 뒤에 있는 야산 지표면으로부터 약 200m를 파내려간 지하심층에 강화콘크리트와 강철로 건설된 특수방호시설인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설명한 <사진 8>을 다시 보면, 내부공간이 좁고 긴 미사일발사지령실에는 발사지령을 내리는 통신장비들이 일렬로 죽 늘어섰다. 좀 특이한 것은, 일렬로 길게 늘어선 통신장비들 상판마다 컴퓨터화상통화에서 사용되는 동영상카메라가 한 대씩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략군사령관이 중앙지령실에서 각 미사일발사지령실들과 직통하는 컴퓨터화상통화를 하면서 미사일발사를 지휘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동영상카메라의 색깔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구분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촬영각이 좁아서, 보도사진에는 파란색 동영상카메라 10대와 빨간색 동영상카메라 한 대만 보이지만, 빨간색 동영상카메라도 10대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사일발사지령실에는 발사지령통신장비 20대가 있는 것이다.
전략군사령부 미사일발사지령실은 거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각종 탄도미사일이 17종이므로, 이번 보도사진에 나타난 것과 같은 미사일발사지령실 17개소, 그리고 각 지령실들을 동영상화상통화로 연결하는 중앙지령실 1개소를 포함하여 적어도 18개소 이상의 미사일발사지령실들이 전략군사령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각종 탄도미사일들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5종이고, 나머지는 단거리, 준중거리, 중거리탄도미사일들이며, 각종 탄도미사일 총보유량은 3,000발로 추산된다. 주목되는 것은, 각종 탄도미사일 3,000발이 전략군사령부에 집중배치된 것이 아니라, 조선 각지에 건설된 지하발사기지들에 분산배치되었다는 사실이다. 지하발사기지는 300개소로 추산되는데, 지하발사기지마다 미사일발사통제실(missile launch control room)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와 발사통제장비가 설치된 미사일발사통제실은 전략군사령부 미사일발사지령실보다 더 복잡한 설비들이 들어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사령관 → 중앙지령실 → 미사일발사지령실 → 미사일발사통제실로 연결된 정연한 발사체계가 수립된 것이다.
조선 각지에 건설된 지하발사기지 300개소는 전략군사령부를 통해 최고사령관의 발사명령을 전달받으면, 한 번에 각종 탄도미사일 300발을 즉각적으로, 동시다발로 쏠 수 있다. 엄청난 초탄발사능력이다. 조선은 이런 초탄발사-선제타격만으로도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9>에서 보는 것처럼, 미사일발사지령실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직관물이 걸려있는데, 거기에는 미사일이 연기를 내뿜으며 지구 상공을 비행하는 선전화가 그려져 있고, “최고사령관 동지 결심하시면 언제든 타격”이라는 전투구호가 쓰여 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24시간 발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그 보도사진에 나타난 미사일발사지령실 왼쪽 벽에는 길이가 긴 구호판에 걸려있는데, 거기에 매우 긴 문장으로 된 전투구호가 쓰여 있다. 사진촬영각으로는 그 전투구호를 전부 담지 못해서 일부만 식별할 수 있는데, “...트군이 워싱톤을 타격할 데 대한 명령을 충성을...”이라는 부분만 보인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주신, 전략로케트군이 워싱톤을 타격할 데 대한 명령을 충성을 다해 받들자”는 구호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략로케트군에게 워싱턴 타격명령을 내린다는 사실이 그 전투구호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워싱턴을 타격대상으로 하는 전투구호가 걸려있는 것을 보면, 전시에 사거리가 12,000km가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워싱턴으로 쏘는 발사지령실이 분명하다. 조선에서 워싱턴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2,000km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사거리가 12,000km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는 미사일발사지령실에 전략군을 전략로케트군이라고 부르던 시절에 나온, 아주 오랜 전투구호가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사일발사지령실 궁륭천장에는 둥근 조명등이 띄엄띄엄 달려있고, 바닥마감재로는 대리석이 쓰였는데, 그것은 조선에서 1990년대에나 쓰인 것들이다. 2000년대에 조선에서 건설하는 시설들에는 그런 조명등이나 바닥마감재가 사용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에서 전략군을 전략로케트군이라고 부르던 1990년대에 사거리가 12,000km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이미 실전배치되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략로케트군을 창설한 날은 1999년 7월 3일이고, 전략군사령부 청사는 창설 이후 다른 곳으로 이전한 적이 없으므로, 워싱턴을 타격대상으로 지목한 그 구호판은 적어도 18년 전부터 그 미사일발사지령실에 줄곧 걸려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워싱턴을 타격할 사거리 12,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18년 전부터 실전배치해온 것이다. 18년 전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사거리 12,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바로 2012년 4월 15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된 화성-13이다.
4. 제71타격대는 화성-12형을 몇 발 쏠 것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에서 비준한 괌포위사격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군사기밀을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조선의 언론보도내용을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사진 6>을 다시 보면, ‘전략군화력타격계획’ 작전도면 오른쪽에 긴 설명문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을 확대하는 과정에 영상이 너무 흐려져 설명문을 읽을 수는 없지만, 설명문 중간쯤에 있는 “제71타격대”라는 글씨를 식별할 수 있다. 이것은 전략군 산하 제71타격대가 괌포위사격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략군화력타격계획’ 작전도면에는 제71타격대가 발사하게 될 화성-12형이 괌의 주변수역으로 날아가는 탄도궤적(trajectory)이 굵은 선으로 표시되었는데,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괌까지 약 50도 각도로 그어진 검은색 직선이 바로 그 탄도궤적이다.
2017년 8월 9일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언론발표문에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4발의 동시발사로 진행하는 괌도포위사격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발표를 들으면, 제71타격대가 동시에 발사한 화성-12형 4발이 3,356km를 날아가 괌의 동서남북 주변수역에 각각 낙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화성-12형 4발을 동시발사하겠다고 했으면, 탄도궤적이 네 줄로 표시되어야 하는데, 작전도면에는 탄도궤적이 한 줄만 표시되었다. 편의상 한 줄로 표시한 것일까? 작전도면은 치밀하고, 정확하게 작성되는 것이고, 더욱이 국가원수의 비준을 받아야 할 매우 중요한 작전도면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편의상이라는 말이 들어설 자리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작전도면에 탄도궤적이 한 줄로 표시된 것은 무슨 뜻일까?
작전도면에 표시된 탄도궤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이 하나 더 눈에 뜨인다. 화성-12형 탄도궤적을 표시한 검은색 선은 발사지역에서 낙탄예상수역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려가다가 5분의 3쯤 되는 위치에서 직선이 갑자기 끊어지고, 그 끊긴 위치에 10개의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이다. 10개의 글자는 사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너무 흐려져서 한 글자도 식별할 수 없지만, 괌포위사격계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화성-12형 탄도궤적이 한 줄로 표시된 것, 그리고 탄도궤적 5분의 3쯤 되는 위치에서 직선이 끊어지고, 거기에 10개의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만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괌포위사격을 단행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제71타격대는 화성-12형 4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게 아니라,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 4개를 장착한 화성-12형 1발을 발사하게 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면 화성-12형은 예정된 탄도궤적을 따라 날아가다가 5분의 3쯤 되는 필리핀해 상공에 이르렀을 때, 추진체에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4개와 기만탄두들이 한꺼번에 분리되면서 우주공간에 흩어지게 된다. 기만탄두와 함께 흩어진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4개는 괌의 동서남북 주변수역을 향해 극초음속으로 낙하비행을 하게 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화성-12형이 괌에 배치된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주변수역에 낙탄될 수 있는 방도가 거기에 있다. <사진 10>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지난 8월 9일 언론발표문에서 “전략군은 미제의 침략기지를 겨냥하여 실제적 행동조치를 취하게 되는 력사적인 이번 괌도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괌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그리고 전 세계에 공개하는 문제는 전략군사령관이 독자적으로 제기할 사안이 아니다.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를 반영하여 그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괌포위사격으로 “세계 면전에서 조선에게 또 다시 얻어맞는 망신을 당하”는 미국의 처참한 몰골을 조선인민과 국제사회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이번에는 뭐가 잘못 되었소, 또 이번에는 뭐가 실패하였소 하고 떠들면서 ‘완전한 실패설’ 또는 ‘부분적인 성공설’을 국제사회에 퍼뜨리는 미국의 왜곡선전을 제압하려면, 화성-12형의 낙탄장면을 촬영한 ‘물적 증거’가 필요하다. 그런 물적 증거를 확보하려면, 특수관측장비와 특수촬영장비를 다루는 전문병들을 낙탄예상수역 부근에 보내 화성-12형 재돌입체가 바다에 떨어지는 극적인 장면을 화면에 담아야 한다. 그런 현장촬영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조선은 괌까지 오갈 장거리 작전기를 갖지 못했으므로, 관측선박을 괌의 주변수역으로 보내야 하는데, 경무장을 하고 화물선으로 위장한 관측선박이 괌의 주변수역에 접근하더라도 그들의 이례적인 해상활동이 괌에 주둔하는 미국 해안경비대에게 노출되어 나포될 위험이 매우 높다. 조선이 그런 모험을 감행할 리 없다. 그러므로 관측선박이 아니라 잠수함을 괌의 주변수역으로 보내면 화성-12형 재돌입체가 괌의 주변수역에 떨어지는 극적인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11>
미국 정부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7년 7월 19일 보도와 미국 정부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 2017년 7월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조선의 로미오급 잠수함 1척이 마양도잠수함기지에서 출동하여 100km 떨어진 동해 한복판으로 나아가 잠항하지 않고 해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채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이례적인 해상활동을 전개하였다고 한다. 바다속으로 가라앉아 잠항하는 잠수함이 이례적으로 해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해상활동을 전개하였다면, 그것은 화성-12형의 낙탄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생각될 수 있다.
5. 괌포위사격계획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선 백악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괌도포위사격준비를 끝마치고 당중앙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하였고, 그 보고를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에서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력시위사격이 단행된다면 우리 화성포병들이 미국놈들의 숨통을 조이고 모가지에 비수를 들이대는 가장 통쾌한 력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이 괌을 타격할 중거리탄도미사일은 많지만, 미국이 괌에서 조선을 타격할 중거리탄도미사일은 한 발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B-1B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 공군이 출격시킨 B-1B 전략폭격기가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조선 영공에 도착하려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이 앤더슨공군기지까지 날아가는 데는 17분 4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조선의 공격속도가 미국의 공격속도보다 8.5배 더 빠르다. 괌포위사격은 미국군이 공격속도에서 조선인민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줄 것이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이미 겁을 먹은 백악관은 화성-12형 괌포위사격계획이 발표되자, 겁을 곱빼기로 먹고 안절부절 견디기 힘들게 되었다. 아래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들이 백악관의 그런 처지를 말해준다.
지난 8월 15일 B-1B 2대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동중국해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분쟁수역인 댜오위다오 인근 상공에 나타나 일본항공자위대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으며 폭격비행연습을 하였다. B-1B는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1,400km나 멀리 떨어진 공역으로 밀려난 것이다. B-1B 전략폭격기를 군사분계선 남쪽 상공까지 접근시켜 조선을 계속 자극하던 미국이 전략폭격기 출동공역을 한반도에서 멀리 후퇴시킨 것이야말로 백악관이 조선의 괌포위사격계획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12>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에 미국군 25,000명을 동원하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7,500명 줄어든 17,500명을 동원한다고 한다. 항모강습단이나 전략폭격기편대 같은 전략자산도 투입하지 않는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준비해온 전쟁연습을 이제 와서 갑자기 중단하면, 조선에게 굴복한 꼴이 되므로, 백악관은 미국군 동원병력 가운데 7,500명을 축소하는 긴급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백악관이 조선의 괌포위사격계획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음을 말해주는 또 다른 사례다.
그런 사례는 더 있다. 백악관은 지난 8월 13일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합참의장을 서울에 파견하여 올해 미국군 동원규모가 축소된 것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한국군 수뇌부를 다독여주었고,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8월 20일에는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태평양사령관과 존 하이튼(John E. Hyten) 전략군사령관을 서울에 파견하여 한국군 수뇌부를 안심시켰으며, 며칠 뒤에는 쌔뮤얼 그리브스(Samuel A. Greaves) 미사일방어국 국장도 서울에 파견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대조선전쟁연습에서 미국군 동원규모를 축소하고, 미국군 수뇌부를 줄줄이 서울에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은 백악관이 조선의 괌포위사격계획에 겁을 먹고 물러섰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백악관이 그처럼 겁을 먹고 물러섰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괌포위사격계획을 취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0년 동안 조선에게 핵위협을 가해온 미국이 철군회담에 나오는 날까지 “미국놈들의 숨통을 조이는” 보복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의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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