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6

시리아 격전지에 등장한 ‘천마’와 ‘화승총’

[한호석의 개벽예감](142)
자주민보 2014년 12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 사진은 시리아의 군사요충지 하마(Hama) 북부의 잘린(Zalin)구릉지대를 기습포위공격으로 탈환한 시리아무장군 소부대의 모습을 2014년 9월 16일에 촬영한 것이다. 정규군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경무장을 갖춘 소규모 전투단위로 분할된 시리아무장군은 내전 3년째로 접어든 지금 반란군에게 빼앗긴 지역을 신속기동과 기습공격으로 속속 탈환하는 전과를 얻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시리아무장군은 왜 반란군을 진압하지 못하는가?
 
사망자 202,354명. 이 통계수치는 45개월째로 접어든 시리아내전이 얼마나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말해준다. 총사령관인 바샤르 알아싸드(Bashar Al-assad) 시리아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시리아정부군인 시리아무장군, 민간전투부대인 국가방위대, 외국인 지원병의 전사자는 총76,223명이고, 시리아반란군의 전사자는 총59,948명이고, 민간인 사망자는 총66,183명이다. 이러한 집계는 추산에 의거한 것이므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다. 민간인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약 3분의 1인 66,183명에 이른 것과 인접국으로 피란을 떠난 시리아난민이 시리아인구 가운데 약 3분의 1인 2,874,117명에 이른 것은 시리아내전의 참상을 말해주는 재앙적 징표들이다.

누가 그토록 참혹한 내전을 도발하였는가? 시리아반란군을 사주하여 내전을 도발하였을 뿐 아니라 전쟁범죄도 서슴지 않는 시리아반란군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주는 배후에 미국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2012년 7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내란도발과 정권전복을 노리는 ‘친구들’”(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0059)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시리아내전을 배후에서 조종, 지원하는 미국의 목적은 중동지역에서 아랍식 사회주의와 반제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시리아정권을 폭력으로 전복하려는 데 있다.
 
그런데 얼핏 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육해공 3군체계를 갖춘 정규군인 시리아무장군이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시리아반란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매우 힘겨운 전투를 3년째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내전이 일어나기 직전 시리아무장군의 경우 공군과 해군을 제외하고 지상군의 무장상태만 살펴보더라도, 전차 4,850대, 정찰장갑차 590대, 전투차량 2,450대, 장갑차 1,500대, 견인포 500문, 자주포 500문, 다련장로켓포 500문, 지대지탄도미사일 90기, 대전차미사일 2,190기 등을 갖추었다. 거기에 더하여, 시리아무장군은 반란군이 갖지 못한 공군무력을 가졌는데, 전폭기 225대, 전투기 150대, 정찰기 48대, 수송기 25대, 훈련기 108대, 작전헬기 163대 등을 갖추었던 것이다. 여기에 열거한 무장장비 통계수치들은 내전 직전에 시리아무장군이 무장력에서 시리아반란군을 압도하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병력수를 보더라도 시리아무장군이 시리아반란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내전이 시작될 때, 시리아무장군 지상군병력은 220,000명이었고, 현재 반란군병력은 100,000~150,000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가운데서 외국인 지원병은 약 20,000명이다.

그런데 왜 그처럼 압도적인 병력과 무장장비를 가진 시리아무장군이 반란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힘겨운 전투를 지속하는 것일까? 두 가지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내전이 일어나자 반란군진영으로 넘어가거나 탈영하거나 인접국으로 도주한 시리아무장군 병력이 약 73,000명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하여 시리아무장군 병력 가운데 약 44,000명이 전사하였다. 내전이 시작될 때 220,000명이었던 시리아무장군은 지상군이 110,000명으로 줄었고, 공군이 63,000명으로 줄었으니 총손실병력이 117,000명이나 된다. 시리아무장군이 지난 43개월 내전기간에 그처럼 막대한 병력손실을 입었으니 반란군을 진압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시리아무장군이 경무장을 하고 유격전을 벌이는 반란군을 진압하려면, 경무장을 하고 기습공격전을 벌이는 특수전부대를 전선에 투입해야 하는데, 시리아무장군에는 대규모 정규전을 수행하는 중무장한 군부대들만 있고, 소규모 기습공격전을 수행하는 경무장한 특수전부대는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 블로그 <오릭스 블로그(Oryx Blog)>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무장군이 시리아반란군에게 전술적 패배를 당한 주된 원인은 각 진지들에 집결한 전투부대들이 반란군의 신속기동과 기습공격을 당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시리아무장군이 자기 나라의 작전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전법을 갖지 못하고 지난 시기 소련군에게서 배웠던 고정격식화된 정규전교리를 답습하다가 전술적 패배를 당하였음을 말해준다.

내전 초기에 반란진압전에서 전술적 패배를 거듭하였던 시리아무장군은 작전실패에서 피의 교훈을 찾고 자기의 작전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법을 도입하면서 전세를 차츰 뒤바꿔놓았다. 레바논의 영자신문 <데일리 스타(Daily Star)> 2014년 10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내전 초기에 시리아반란군의 기습공격을 당해내지 못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시리아무장군은 대규모 전투부대를 소규모 전투단위로 분할하고, 노쇠한 군지휘관을 젊은 군지휘관으로 교체하는 한편, 신속기동과 기습공격을 도입하여 시리아반란군을 제압하는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사진 1>

전황이 이처럼 시리아무장군에게 유리하게 전변되자, 미국은 자기들의 배후조종을 직접개입으로 전환시키면서 시리아내전에 노골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워싱턴 포스트> 2014년 1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초에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반란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시키라는 비밀명령을 내렸다.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은 그 명령에 따라 시리아반란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비밀군사훈련기지를 시리아 인접국인 요르단에 설치하였고, 최근에는 카타르에 두 번째 비밀군사훈련기지를 설치하였다. 그 비밀군사훈련기지들에서 미국 중앙정보국 군사요원과 미국군 특수전 요원으로부터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받는 시리아반란군은 연간 약 10,000명에 이른다. 2014년 11월 12일 미국 연방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비롯한 중동의 친미우호국들이 시리아반란군을 훈련시킬 비밀군사훈련기지를 자국 영토에 설치해도 좋다고 동의하였다고 밝힌 바 있고, 바로 그 주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제출한 시리아반란군 증강계획을 검토하였다. 터키 언론 <휴리엣 데일리 뉴스(Hűrriyet Daily News)> 2014년 1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유럽사령부와 중부사령부는 터키군 총사령부에서 진행한 3차 회의에서 시리아반란군 2,000명을 터키군 군사훈련소에서 훈련시키고 미국이 무기와 탄약, 훈련비용을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미국이 직접 모집하고, 훈련시키고, 무장시킨 시리아반란군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하라캇 하즘(Harakat Hazm)이다.

▲ <사진 2> 시리아반란군이 쏜 대전차미사일이 전차를 맞추지 못하고 전차 위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대전차미사일 공격에서 살아남은 시리아무장군의 이 전차는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천마-92 개량형이다. 격렬한 전투를 겪으며 수리와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 전차는 온통 흙먼지에 쌓여있고 중기관총과 연막탄발사기도 보이지 않는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시리아내전에 등장한 북의 천마-92 전차
 
지난 12월 1일 미국의 대북정보전문 웹사이트 <엔케이뉴스(NK News)>에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실렸다. 기사의 제목은 ‘시리아내전에서 아직 사용 중인 북의 개량형 전차들(N. Korean Upgraded Tanks Still in Use in Syrian Civil War)’이다. 북에서는 전차를 땅크라 부르는데, 그 기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주었다.

첫째, <엔케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북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시리아를 위해 소련산 전차들인 T-54와 T-55 수 백 대의 성능을 개량해주었는데, 그 가운데서 T-54는 모두 퇴역하였으나, T-55는 시리아무장군에서 아직 운용되고 있다. <사진 2>

그러나 위와 같은 보도내용은 부정확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 거의 모두가 북에 관한 정보를 기사화하는 데서 그러한 것처럼, <엔케이뉴스>도 북의 전차무력에 관한 매우 부정확한 정보를 기사화한 것이다. <엔케이뉴스> 기사에서 편견과 오류를 벗겨내고 진실을 밝히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엔케이뉴스>가 언급한 시리아무장군의 그 전차는 북이 성능을 개량하여 시리아에 수출한 소련산 T-55가 아니라 북이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한 1992년식 중땅크 천마-92다. <엔케이뉴스>는 조선산 천마-92와 소련산 T-55를 혼동한 것이다. 

나는 2013년 6월 초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방문하였을 때 초대형 중무장전시실에 전시된, 북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각종 전차 10대 가운데서 천마-92를 직접 관찰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외형이 서로 비슷하게 생긴 북의 전차종류를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판별기준은 포탑모양이다. 북에서 생산된 전차의 포탑모양은 둥급 포탑과 각진 포탑으로 구분되는데, 1992년에 생산된 천마-92와 2009년에 생산된 최신형 전차인 선군-915는 둥근 포탑을 얹은 전차들이고, 나머지 천마-98, 천마-214, 천마-215는 모두 각진 포탑을 얹은 전차들이다.

▲ <사진 3> 이 사진은 화염방사기와 방사포가 불을 뿜는 실전분위기 속에서 전차전훈련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전차부대의 진격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둥근 포탑을 얹어놓은 이 전차들은 북이 1992년에 생산한 1992년식 중땅크 천마-92 개량형이다.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전차도 천마-92 개량형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내가 중무장실을 참관할 때 천마-92를 관찰하면서 적어놓은 기록을 다시 읽어보니, 거기에는 “둥근 포탑, 지탱바퀴 5개, 조종인원 4명, 중량 38t, 폭발성 덧장갑 있음, 연막탄발사기 없음”이라고 적혀있다. 그에 비해, 소련산 T-55는 둥근 포탑, 지탱바퀴 5개, 조종인원 4명, 중량 39.7t인데, 폭발성 덧장갑과 연막탄발사기가 없다. 또한 천마-92에는 115mm 활강포와 14.5mm 중기관총이 장착되었는데, T-55에는 100mm 강선포와 7.62mm 기관총이 장착되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천마-92는 T-55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지닌 전차임을 알 수 있다. <사진 3>

그런데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천마-92는 몇 가지 성능이 추가된 천마-92 개량형이다. 북은 레이저거리측정기(laser rangefinder)와 연막탄발사기(smoke grenade launcher)를 추가로 장착한 천마-92 개량형을 시리아에 수출하였던 것이다. <엔케이뉴스>도 위에 인용한 기사에서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개량형 전차들에는 북이 자체로 설계한 레이저거리측정기, 연막탄발사기, 14.5mm 중기관총이 새로 장착되었고 장갑방호력이 향상되었음을 지적하였다.

▲ <사진 4> 이 사진은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군사행진에 등장한 1992년식 중땅크 천마-92 개량형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천마-92 개량형은 북에서 아직 현역전차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천마-92 개량형이 성능면에서 T-55를 훨씬 능가하는 우수한 전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천마-92 개량형이 성능면에서 T-55를 훨씬 능가하는 전차라면, 지난 시기 소련이 T-55 이후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온 각종 후기형 전차들 가운데 어느 전차와 성능이 맞먹는 것일까? <엔케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북의 전차생산은 T-55보다 후기형 전차인 T-62를 모방하고 현대화하는데 기초하고 있는데, 시리아무장군이 사용하는 개량형 전차들은 북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북이 오직 해외수출용으로만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천마-92 개량형이 해외수출용으로만 개발된 것이라는 서술은 사실과 다르다. 북은 천마-92 개량형을 아직 운용하고 있다. <사진 4>

<엔케이뉴스>는 천마-92 개량형의 성능이 마치 소련산 T-62의 성능과 맞먹는 것처럼 서술하였지만, T-62, T-72, T-80으로 이어진 소련산 전차들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면 그런 서술은 사실과 다르다.
T-62에는 115mm 활강포, 12.7mm 중기관총, 연막탄발사기가 장착되었고, T-72에는 125mm 활강포, 12.7mm 중기관총, 레이저거리측정기, 연막탄발사기가 장착되었고, T-80에는 125mm 활강포, 12.7mm 중기관총, 레이저거리측정기, 연막탄발사기, 폭발성 덧장갑이 장착되었다.
천마-92 개량형은 T-62에 없는 레이저거리측정기를 장착하였고, T-72에 없는 폭발성 덧장갑을 장착하였고, T-90에 장착된 중기관총보다 강력한 14.7mm 중기관총을 장착한 것이다. 천마-92 개량형이 위와 같이 우수한 성능을 지녔으니, 북에서 2000년 이후에 생산된 다섯 종의 전차들은 그보다 훨씬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전차들이다. 특히 북이 2009년부터 생산하는 선군-915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첨단전차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폭발성 덧장갑(explosive reactive armour)이란 남측에서 폭발성 반응장갑이라 부르는 것인데, 세 겹으로 압착시킨 특수합성수지를 티타늄 장갑 위에 덧씌워 방호력을 크게 높인 강화장갑을 뜻한다. 북에서 생산된 10종의 전차들 가운데 처음으로 덧장갑을 씌운 전차는 천마-92다. 소련이 폭발성 덧장갑을 전차생산에 처음 도입하기 시작한 때가 1985년이었는데, 북은 1992년부터 폭발성 덧장갑을 전차생산에 도입하였다.

둘째, <엔케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시리아무장군 제17사단 기갑부대인 제93여단이 락카(Raqqa)전투에서 반란군에게 패하여 T-55를 빼앗겼는데, 반란군은 자기들이 빼앗은 전차를 코바네(Kobane)전투에서 사용하였다. <오릭스 블로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인질살해로 악명이 높은,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라고 불리는 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 제93여단에게서 빼앗은 T-55는 수 십대에 이른다고 한다. 

<오릭스 블로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전차는 약 2,500대였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에 게시된 자료는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전차가 약 4,850대였다고 추산하였지만, <오릭스 블로그>는 그런 추산이 오류였음을 밝혀냈다. <오릭스 블로그>가 구체적으로 밝혀낸 시리아무장군의 전차보유상황을 보면, T-55 1,200대, T-62 500대, T-72 700대, 기타 100대다.

그런데 지난 45개월 동안 내전 중에 시리아무장군이 손실한 전차는 약 1,000대나 되는데, 그 가운데 대부분이 T-55라고 한다. 2014년 말 현재, 시리아무장군에게 남아있는 T-55는 약 700대다. 시리아무장군은 지난 45개월 동안 내전 중에 약 500대의 T-55를 손실한 것이다.

시리아무장군이 내전 중에 그처럼 많은 전차를 손실한 까닭은 전차를 기동전에 투입하지 못하고 진지에 고착시켜놓고 전투를 벌이다가 반란군의 기습공격으로 파괴되었거나 반란군에게 빼앗긴 것이다. 원래 전차는 기동전에 사용하는 무기인데, 그런 전차를 진지에 고착시켜놓고 전투를 벌였으니 반란군의 기습공격을 받으면 어이없게도 전차를 빼앗기거나 파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T-55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종류는 아닌데,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T-55는 세 유형으로 세분된다. 보유대수가 가장 많은 유형부터 열거하면, T-55A, T-55AM, T-55MV 순이다.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천마-92 개량형은 T-55A 다음으로 보유대수가 많다. 그러므로 시리아무장군이 내전에서 손실한 약 500대의 T-55 가운데 천마-92 개량형은 100~150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두 종류의 화승총
 
현대전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무기들 가운데 하나는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이다. 5~6km 밖에서 3~4km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헬기, 침투기, 수송기, 순항미사일 등 각종 저고도비행체를 향해 발사하는 이 미사일은 저고도비행체에서 방사되는 적외선을 감지, 추적하며 초음속으로 날아가 격추하는 무기다.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무게가 11~12kg밖에 되지 않아서, 병사들이 어께에 메고 다니다가 아무 데서나 불시에 발사할 수 있다.

전시에 적의 공격헬기는 고속기동전을 전개하는 아군 기갑부대를 로켓포와 미사일로 공격하는데, 그런 공격헬기를 격추하는 데서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특효를 발휘한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 군대이건 기갑무력을 강화할수록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하는 법인데, 시리아무장군도 기갑무력을 강화하면서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하였다.

그런데 시리아무장군은 지난 45개월 동안 지속된 내전에서 일시적으로 전술적 패배를 당해 자기의 휴대용 대공미사일 가운데 일부를 반란군에게 빼앗겼다. <뉴욕 타임스> 2013년 7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에게서 빼앗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러시아산 SA-7, SA-16, SA-24, 그리고 중국산 FN-6(페이누[飛弩]-6) 등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정식명칭을 제멋대로 SA라고 바꿔부르는데, SA-7의 정식명칭은 스트렐라(Strela)-2이고, SA-16의 정식명칭은 이글라(Igla)-1이고, SA-24의 정식명칭은 이글라-S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 2013년 6월 16일 보도기사는 2013년 2월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 헬기를 향해 휴대용 대공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에 관해 보도하면서,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어떻게 반란군의 수중에 넘어갔는지 그리고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인지 확인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시리아반란군이 2013년 2월 알렙포(Aleppo)에 있는 시리아무장군 기지를 점령하였을 때, 거기에서 노획한 것인지, 아니면 터키가 카타르 또는 크로아티아를 경유하여 시리아반란군에게 제공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산도 아니고 중국산도 아닌, 어느 나라가 만든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시리아 격전지에 등장한 것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시리아반란군이 점령한 크세쉬공군기지에서 반란군 병사가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조준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반란군 병사는 오른손 앞에 있는 열축전지/가스병을 왼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그의 왼손은 오른손 뒤에 있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사용법도 모르면서 사진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러시아산이 아니라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조선산 화승총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더 타임스>의 보도기사가 나온 때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2014년 8월 24일 <오릭스 블로그>는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정체를 밝혀주는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원래 자이쉬 알이슬람(Jaish al-Islam)이라는 반란군에게 한때 점령당했던 시리아무장군의 크세쉬(Kshesh)공군기지는 또 다른 반란군인 이슬람국가가 현재 군사훈련기지로 쓰고 있는데, 그 훈련기지를 촬영한 사진에서는 퇴역기종인 소련산 전투기 미그(MiG)-17과 현역기종인 체코산 훈련기 L-39가 주기된 모습이 멀리 배경에 보이고, 시리아무장군에게서 빼앗은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무장한 반란군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사진 5>

그런데 그 사진을 얼핏 보면 반란군이 무장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소련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이글라(Igla)-1E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자세히 보면 휴대용 대공미사일 맨앞부분인 화문전(火門栓, spike)이 이글라-1E와 다르다. 이글라-1E는 수출용으로 생산된 이글라-1을 뜻한다.

그런데 <오릭스 블러그>는 위의 기사에서 정체불명의 그 미사일이 북에서 생산된 휴대용 대공미사일임을 밝혀냈고, 북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이름이 화승총이라는 사실도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에게서 빼앗은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화승총이라는 점이 분명한데, <오릭스 블러그>는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북에서 생산된 대전차미사일 불새-2와 혼동하였다. 화승총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니까 화승총과 불새를 혼동한 것이다.

북에서는 대전차미사일이라 하지 않고 반땅크로케트라 하는데, 북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반땅크로케트는 세 종류다. 내가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가서 직접 확인한 불새 계열의 반땅크로케트는 1968년식 반땅크로케트 불새-1과 1973년식 반땅크로케트 불새-2다. 불새-1을 수성포 1형이라고도 부르고, 불새-2를 수성포 3형이라고도 부른다. 북이 최신형 전차 선군-915에 장착한 대전차미사일은 불새-3이다.

▲ <사진 6> 2014년 5월 31일 유투브(You Tube)에 게시된 북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나오는 장면이다.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화승총-2를 어깨에 메고 조준훈련을 하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7>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어깨에 메고 가는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그들이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것인데,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2가 바로 그 미사일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8>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나오는 또 다른 장면이다.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화승총-3을 어깨에 메고 조준훈련을 하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9> 이 사진은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화승총-3을 겨누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반란군 병사는 오른손 앞에 있는 열축전지/가스병을 왼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그의 왼손은 오른손 뒤에 있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사용법도 모르면서 사진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주목하는 것은, 시리아내전에 등장한 조선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화승총이 두 종류라는 점이다. 현장사진들을 살펴보면, 시리아내전에 등장한 두 종류의 화승총은 화문전이 서로 다르게 생겼다.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화승총-2는 화문전에 꼭지 달린 원뿔형 신관(fuse)이 드러나 보이고 열축전지/가스통(thermal battery/gas bottle)이 조금 뒤쪽에 달렸다.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어깨에 메고 가는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그들이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2다.

<사진 8>에서 보는 것처럼, 화승총-3은 열축전지/가스통이 앞쪽에 달렸는데, <사진 9>에서 보는 것처럼,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조준훈련을 하는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3이다. 

▲ <사진 10> 위에서 아래쪽으로 소련이 1980년에 작전배치한 이글라 9K38(SA-18), 1983년에 작전배치한 이글라-1(SA-16), 러시아가 2004년에 작전배치한 이글라-S(SA-24)다. 화승총-2는 이글라-1과 비슷하게 생겼고, 화승총-3은 이글라-S와 비슷하지 않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사진 10>에서 보는 것처럼, 이글라 9K38, 이글라-1, 이글라-S의 화문전 모양이 각각 다른데, 화승총-2는 이글라-1과 비슷해 보이지만, 화승총-3은 이글라-S와 비슷하지 않다. 
북은 최신형 휴대용 대공미사일 화승총-4를 개발하였다.

스웨덴의 군사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05년 6월 7일에 펴낸 ‘2005년도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에 나오는 북의 무기수출현황에 따르면, 북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기간에 러시아에 휴대용 대공미사일 1,250기를 수출하였다.

소련이 이글라 9K38을 작전배치한 때는 1980년이고, 이글라-1을 작전배치한 때는 1983년이고, 소련의 계승국 러시아가 이글라-S를 작전배치한 때는 2004년이다. 소련/러시아는 자기들이 생산한 휴대용 대공미사일보다 성능이 더 좋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북으로부터 수입하였을 것이므로, 소련/러시아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북으로부터 수입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이글라-1보다 성능이 더 좋은 화승총-2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글라 9K39(미국식 명칭 SA-18)의 제원과 성능은 다음과 같다. 무게 11kg, 탄두무게 1.2kg, 길이 1.7m, 지름 7.2cm, 비행속도 마하 2.3, 최장사거리 5.2km, 최고요격고도 3.5km, 근접신관(proximity fuse)과 근적외선추적장치를 내장하였다.

이글라-1(미국식 명칭 SA-16)의 제원과 성능은 다음과 같다. 무게 12kg, 탄두무게 2kg, 길이 1.7m, 지름 7.2cm, 비행속도 마하 3, 최장사거리 5km, 최고요격고도 3.5km, 접촉찰과신관(contact-graze fuse)과 중적외선추적장치를 내장하였다.

화승총-2의 성능이 이글라-1의 성능보다 더 우수하다는 점은 2005년 12월 남측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엿볼 수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북이 보유한 휴대용 대공미사일 SA-16(화승총-2)의 사거리는 5.2km이고 적외선추적장치가 내장되었다고 한다.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내장된 적외선추적장치는 적외선을 추적하여 미사일을 유도비행시키는 장치이므로, 항공기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기만용 섬광탄을 발사한다. 기만용 섬광탄에서 방사되는 근적외선은 항공기 엔진에서 방사되는 중적외선보다 열이 4배 이상 강한 적외선이다. 항공기 엔진에서 방사되는 중적외선보다 열이 4배나 더 강한 근적외선이 기만용 섬광탄에서 방사되므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항공기를 외면하고 기만용 섬광탄을 감지하여 추적하게 된다.

그런데 2010년 12월 31일 남측 국방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이 보유한 휴대용 대공미사일 SA-16(화승총-2)은 적의 항공기에서 방사되는 중적외선을 감지하여 추적하는 중적외선추적장치를 내장하였다는 것이다. 한국군 항공기가 비행 중에 기만용 섬광탄을 발사해도 북의 화승총-2는 근적외선을 방사하는 기만용 섬광탄을 외면하고 중적외선을 방사하는 항공기를 추적하여 격추하게 되는 것이다. 

기만용 섬광탄으로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피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작전헬기, 수송기, 전투기 등에 적외선방해장치(Infrared Countermeasure)를 장착하였다. 적외선방해장치는 적이 쏜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적외선추적장치를 교란하여 그 미사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 웹사이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이글라-1은 적의 비행체가 적외선방해장치를 가동하면서 비행해도 격추율을 24~3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글라-1보다 한 급 높은 성능으로 만들어 2004년에 작전배치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이글라-S(미국식 자의적 명칭은 SA-24)인데, 이 미사일은 최장사거리 6km, 최고요격고도 3.5km다. 러시아산 이글라-S는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3과 같은 급이다.

러시아는 아주 최근에 이글라-S보다 한 급 높은 성능의 최신형 휴대용 대공미사일 베르바(Verba)를 개발하였는데, 이 미사일은 최장사거리 6.5km, 최고요격고도 4.5km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기술부문에서 러시아보다 한 발 앞선 북이 베르바보다 한 급 높은 화승총-4를 개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측 정부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2,000여 기가 넘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보유하였다. 그처럼 방대한 수량의 화승총-2와 화승총-3으로 무장한 조선인민군은 전시에 한미연합군의 작전헬기, 대지공격기, 수송기, 순항미사일을 격추할 것으로 예견되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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