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10월 2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집단자위권 틀어쥔 일본자위대와 작전통제권 상실한 한국군의 극적인 대조
국가 또는 교전단체가 폭발적인 형태로 무력을 사용하는 특수상황을 전쟁이라 한다. 전쟁에서 이긴 나라는 흥하고, 전쟁에서 진 나라는 망한다. 동서고금 전쟁사는 전쟁의 승패여부가 국가존망을 결정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 전쟁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특수집단이 바로 군대다.
그러므로 군사력은 강해야 하고, 군대는 강군이어야 한다. 강군을 가진 군사강국은 국가주권을 지키며 안정과 번영의 길을 갈 수 있고, 전쟁이 일어나도 이길 수 있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평범한 이치인 것 같지만, 전쟁에서 이길 강한 군대는 처음부터 강군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다. 건군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전투력을 기르고 전법을 연마하는 어렵고 힘든 준비와 단련을 거쳐야 강군으로 장성하는 법이다.
군대를 강군으로 육성하려면 군대를 움직이는 권한 곧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 지휘권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평시에 강군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사용되는 것이다. 지휘권과 강군육성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자국군사령관과 외국군사령관이 지휘권(command authority)을 각각 절반씩 나눠가질 수 없는 것처럼, 한국군 지휘권도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절반씩 나눠가질 수 없다. 한국군 지휘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해야 마땅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사진 1>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군 지휘권을 장악하고 행사하는 최고위급 지휘관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지휘권의 핵심부분인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authority)을 완전히 장악, 행사하고 있다. 지휘권에는 작전통제권 이외에 다른 권한도 포함되지만, 작전통제권이 가장 중요한 핵심권한이므로 지휘권과 작전통제권은 사실상 동의어로 사용될 수 있다.
한국군 합참의장은 자신이 주한미국군사령관으로부터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으나, 전시작전통제권은 아직 환수하지 못했노라고 하면서 전작권 환수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의한 것처럼 말하지만, 그에 관한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런 말이 말장난처럼 들린다. 한반도 군사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어 ‘대북방위태세(DEFCON) 3단계’로 진입하면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해오던 평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넘어가는데, 그런 준전시상황이 아닌 평시에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군 지휘부의 주장이고, 국민들도 그런 주장을 곧이듣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평시에 한국군 합참의장은 이른바 연합작전위임권(Combined Operational Delegated Authority, CODA)이라는 명목으로 자기의 평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한다. 연합작전위임권이란 말 그대로 한국군과 미국군의 연합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한다는 뜻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당연히 행사하는 미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한다는 말은 형용모순이므로, 연합작전위임권이란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한다는 뜻 이외에 다른 뜻이 아니다. 이처럼 위임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전시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평시에도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해야 할 작전통제권을 자신이 행사한다.
원래 평시작전통제권이란 정찰정보체계를 관리하고, 지휘통신체계를 운용하고, 작전계획을 세우고,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권한인데, 그런 모든 권한이 평시에도 연합작전위임권을 장악한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넘어가 있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이처럼 평시에 정찰정보관리권, 지휘통신체계운용권, 작전계획권, 실전연습권을 전반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므로, 그런 그가 전시에 한국군을 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동원권과 전쟁수행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위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한국군 합참의장이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작전통제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가주권을 다른 나라에게 넘겨주는 나라도 없고, 국가주권의 핵심인 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게 넘겨주는 나라도 없다. 작전통제권 이양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이웃나라 일본에도 주일미국군이 주둔하지만, 일본자위대의 작전통제권은 자위대 통합막료장이 행사한다. 다만 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합동훈련을 실시할 때 또는 전시에 미일연합작전을 수행할 때 자위대 통합막료장은 미국군사령관에게 일본자위대의 작전통제권을 일시적으로 넘겨준다. 일본에는 연합작전위임권이라는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연합작전위임권과 전시작전통제권을 모두 장악하고 그 권한을 일시적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행사하게 되어있다. 지난날 건군 당시에는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작전통제권이 있었는데, 6.25전쟁 중에 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은 건군 당시부터 작전통제권이 없는 ‘기형아’로 태어난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군과 한국군은 평시에 한미연합참모단을 편성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평시에 한미연합참모단을 통해 한국군을 지휘통제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또한 위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미연합참모단 직속으로 한미연합사단을 편성하여 운영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결정은 평시에나 전시에나 한국군 합참의장이 작전통제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기존 결정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한국군이라는 군대는 있는데 한국군 합참의장은 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했고, 작전통제권이 없으니 전쟁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자위대는 작전통제권을 주일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본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까지 틀어쥐는 판인데, 그와는 정반대로 한국군은 작전통제권마저 갖지 못했다. 바로 이것이 미일동맹과 근본적으로 다른 한미동맹의 치욕적인 실태다.
북은 작전통제권도 없고 전쟁도 할 수 없는 기형군을 ‘괴뢰군’이라 조롱하고 있으니, 한국군으로서는 치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치욕적인 현실에 무관심한 이 땅의 국민들은 군사권도 없고 전쟁도 하지 못하는 기형군에게 자기의 생명과 재산을 내맡기고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무지야말로 불행과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말은 그런 사례에서도 진실로 드러난다.
어떤 얼빠진 사람은 한국군이 너무 허약하니까 강대한 미국군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강변하지만, 그런 발상이야말로 상전에게 자기 운명을 내맡기는 하수인의 굴종적 발상이 아닌가. 작전통제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작전통제권을 가져야 작전계획을 세우고 군력을 기르고 전법을 연마하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강군으로 장성할 수 있는 것이다.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만일 북이 작전통제권을 소련에게 내맡겨, 핵무력을 가진 소련군이 조선인민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정전협정 체결 이후 40년 동안 군사분계선을 지켜주었다면 북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련과 서독의 정치적 흥정물로 전락하는 바람에 소련군이 철군하자마자 망해버린 동독의 비참한 운명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남측 정부가 작전통제권을 미국에게 내맡겨, 핵무력을 가진 미국군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정전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60년 동안 군사분계선을 지켜주었으니, 과연 어떤 결말에 이를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북과 미국의 대결에서 패퇴한 미국이 미국군을 철군할 때 남은 동독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목상 군사주권 돌려주겠다는 제안 사절하고 사실상 영구위임 택한 박근혜 대통령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지난 10월 23일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진행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장악, 행사하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반환하는 시점을 또 다시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 2> 이러한 재연기 사안은 지난 10월 10일 워싱턴 디씨에서 진행된 한미국방통합협의체(KIDD) 회의에서 이미 합의된 것이다. 매달 한 차례씩 열린 그 회의에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데이빗 헬비(David Helby)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해왔다.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지난 10월 10일에 진행된 한미국방통합협의체 회의의 재연기 합의사항을 양측 국방장관이 공식문건으로 서명하고 외부에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재연기 결정에서 문제로 되는 것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주한미국군사령관으로부터 한국군의 전작권을 환수하는 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시점을 명시하였는데, 박근혜 정부는 왜 명시하지 않았을까?
<세계일보> 2014년 5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서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2015년으로 연기해놓았던 전작권 반환환수시기를 또 다시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간청을 들어주면서, 오는 2018년에 전작권을 반환해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돌려주겠다는 전작권은 명목뿐인 전작권이지 실질적인 전작권은 아니다. 평시에도 그렇지만 전시에도 한미연합군은 미국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전작권을 돌려받아도 그것은 명목뿐인 전작권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10일에 진행된 한미국방통합협의체 회의에서는 전작권 반환환수시점을 명시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비록 명목뿐인 전작권이나마 한국군의 전작권을 어느 특정시점에 반환해주겠다고 하였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그런 제의를 정중히 사절하였음을 말해준다.
대통령 재임 시기에 전작권을 조기환수하려고 애썼던 노무현 대통령은 전작권을 반환환수하는 문제를 2006년 9월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쉬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2007년 2월 23일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양측은 2012년 4월 17일에 전작권을 반환환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 반환환수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였고,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은 반환환수시점마저 명시하지 않는 수법으로 전작권을 영구위임한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Chuck Hagel)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반환환수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에 대해 남측 언론매체들은 그것이 전작권 반환환수를 무기한 연기하였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지만, 그것은 무기연기가 아니라 영구위임이다. 다시 말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반환하겠다고 하는 전작권을 환수하지 않고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현 상태로 영구히 위임한 것이다.
군사주권을 돌려주겠다는 데도 그 제안을 사절하고 영구위임을 택한 박근혜 대통령의 처사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0월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원은 전작권 반환환수시점을 명기하지 않은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주권포기행위는 대통령의 사과발언으로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주권수호책임을 방기한 것은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며 헌정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므로 탄핵을 받아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다른 나라 국회라면 그처럼 헌정질서를 훼손한 무자격 대통령에게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였을 것인데, 기이하게도 이 땅의 국회는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된 까닭은, 언제나 오가는 말이 넘쳐나 말싸움으로 번지는 국회가 정작 한미관계에 관련된 중대현안이 부각되면 미국의 눈치나 살피면서 할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핑계를 대면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고 한다. 그들이 꺼내놓은 핑계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어야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전작권 환수조건이란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대남공격위험을 사전에 탐지하는 능력, 공격개시가 임박한 조선인민군을 선제타격하는 능력, 조선인민군의 미사일공격을 막아내는 방어능력을 한국군이 갖추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 사전탐지능력과 선제타격능력을 실체화한 한국군의 작전체계가 대북선제타격체계인 ‘킬 체인(Kill-Chain)’이고, 그런 미사일방어능력을 실체화한 한국군의 작전체계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이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완료해야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영구위임을 위해 꺼내놓은 핑계인 것이다.
한국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 탐지능력과 타격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지난 10월 23일에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민구 국방장관은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는 것이다. 그가 그처럼 자신 있게 발언할 수 있었던 까닭은, 미국이 ‘킬 체인’ 및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사업을 소문 없이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CMCC)를 통해 한국군이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술정보를 넘겨주는 한편, 한국군의 ‘킬 체인’ 및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사업을 통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는 2012년 말에 결성되어 해마다 두 차례씩 진행되어왔다. 2013년 11월 25일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M. Scaparrotti)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서울에서 열린 육군협회 초청강연에 출연하여 북의 미사일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를 결성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한민구 국방장관이 자신 있게 말한 것처럼, 한국군은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과연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판단하려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킬 체인’의 사전탐지능력을 보유하려면, 북측 전역을 감시할 정찰위성 5기를 쏘아올려야 하며, 미국산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수입해야 하며, 중고도무인정찰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야 한다. 위와 같은 여러 감시수단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찰위성이다. 정찰위성이 없으면,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군이 정찰위성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를테면, 2013년 10월 6일 국회는 국방부가 제출한 예산청구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정찰위성 연구개발하기 위한 기본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그 부문에 청구한 예산 20억원을 삭감하였다. 기본계획도 없으면서 예산만 타내려고 하다가 청구예산마저 삭감당한 국방부가 정찰위성 5기를 2020년대 중반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하려는 것은 능력도 없이 의욕만 앞세운 행동이다. 2013년 7월 31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주개발중장기계획안을 발표하면서 2040년까지 위성운반로켓과 고성능 지구관측위성을 자력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방부보다 더 현실에 가까운 발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실상 정찰위성으로 기능하는 레이더위성 2기와 광학위성 2기밖에 갖지 못했는데, 위성개발기술수준이 일본보다 훨씬 뒤진 남측이 앞으로 10년 안에 정찰위성 5기를 자체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 3>
심각한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한국군은 지상이동표적을 감시할 최첨단장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설령 정찰위성을 보유한다고 해도 지상고정표적만 감시할 뿐 지상이동표적은 감시하지 못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 자행발사대를 기동시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임의의 방향으로 발사할 전술미사일을 한국군의 ‘킬 체인’이 사전에 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지난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합참본부 국정감사에서 육군대장 출신인 백군기 국회의원은 “이동표적 감시능력이 없는 ‘킬 체인’은 반쪽짜리”라고 비판하였다.
지난 3월 말 한국군은 미국산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4대를 8,890억원에 수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은 2012년에 글로벌 호크 4대를 1조3,000억원에 한국군에게 팔겠다고 하였다가, 8,890억원으로 깎아주는 대신 미국군이 사용하는 것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기능삭제형 글로벌 호크를 판매하려는 것이다. 그런 기능삭제형 고고도무인정찰기를 수입하면 북측 전역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은 한미미사일지침에 따라 한국군이 탑재중량 500kg 이상의 미사일과 무인정찰기를 만들거나 보유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국방과학연구소는 기체무게가 많이 나가는 고고도무인정찰기를 개발하고 싶어도 개발하지 못한다. 그래서 2006년부터 한국국방과학연구소는 기체무게가 500kg 미만인 중고도무인정찰기를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거기에 장착할 적외선영상장비, 합성영상레이더, 통신장비를 한미미사일지침의 중량제한규정에 맞게 개발해왔다. 개발비용으로 1,800억원이 들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에 미국은 기체무게만이 아니라 비행연료무게까지 포함시켜 500kg 이상의 무인정찰기를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남측 국방부에 통보하였다. 중고도무인정찰기의 비행연료무게는 200kg이나 되는데, 미국의 요구대로 비행연료무게를 제외한 기체무게를 300kg 이하로 줄인 중고도무인정찰기는 미국에서도 만들지 못한다. 명백하게도, 미국은 한미미사일지침에 대한 억지해석을 들이대면서 한국군의 중고도무인정찰기 개발사업을 중도에서 금지시킨 것이다. 미국의 금지에 가로막힌 남측 국방부는 하는 수 없이 미국산 중고도무인정찰기를 수입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자국산 중고도무인정찰기를 한국군에게 판매하려고 억지를 부려 한국국방과학연구소의 중고도무인정찰기 개발사업을 중지시킨 것이다.
둘째, ‘킬 체인’의 선제타격능력을 보유하려면, 사거리 500~800km의 지대지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야 하며, 수출가격이 한 발에 33억 원이 넘는 사거리 500km의 토러스(Taurus)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수입해야 하고, GPS유도폭탄과 중거리공대지유도폭탄을 개발해야 하고, 한국군이 보유한 사거리가 가장 긴 현무-2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해야 한다. 이를테면, 2013년 10월 6일 국회는 국방부가 제출한 예산청구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수입하기 위해 청구한 예산 877억원을 400억원으로 삭감하였고, GPS유도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예산에서 103억원, 중거리공대지유도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예산에서 97억원, 현무-2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예산에서 150억원을 각각 삭감하였다. 이처럼 예산을 삭감당하는 처지이므로 ‘킬 체인’의 타격수단들을 수입 또는 개발하는 사업이 불가피하게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2014년 4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사거리가 500km이고 탄두무게가 1t인 신형 탄도미사일이 성공적으로 시험발사되었다. 사거리가 300km이고 탄두무게가 500kg인 현무-2의 기존 성능을 개량하여 만든 이 신형 미사일은 현무-3인데, 2017년부터 작전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킬 체인’의 여러 타격수단들 가운데 현무-3 미사일만 계획대로 작전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면, 요격고도가 40km인 미국산 미사일요격체계인 페이트리엇(PAC)-3을 수입해야 하고,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고도 60km 이상의 고공에서 비행표적을 요격하는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도 개발해야 한다.
지난 4월 28일 한국방위사업청은 미국산 페이트리엇-3을 2016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기간에 수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수입하기로 결정된 페이트리엇-3의 수량은 100발 미만이다. 그런데 페이트리엇-3은 5축10륜 자행발사대에서 쏘는 북의 핵타격미사일 화성-7호를 요격하지 못한다. 지난 6월 19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화성-7호의 비행속도가 마하 7 이상이어서 페이트리엇-3으로는 “요격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 요격하기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요격하지 못한다. 마하 5부터 마하 10에 이르는 범위의 비행속도는 극초음속(hypersonic)이라 하는데,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물체를 요격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4>
지금 남측의 기술로는 중거리지대공미사일과 장거리지대공미사일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남측의 경우 미사일부문의 국산화율은 2012년을 기준으로 77%인데, 나머지 23%에 해당하는 핵심기술을 다른 나라들에서 수입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남측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중거리 및 장거리지대공미사일 기술을 수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자기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한국군을 끌어들이려 애쓰는 미국은 남측이 러시아의 미사일기술을 수입하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독자적으로 수립하려는 것을 중지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넷째, 남측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17조원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8년 동안 해마다 2조1,250억원씩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무사령관 출신 송영근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합참본부 국정감사에서 합참본부와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군이 북의 ‘비대칭위협’에 맞서기 위해 이미 지출한 경비는 14조원을 넘었고, 앞으로도 25조원 이상 지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한국군이 그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을 군비증강사업에 집중투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정감사에서 송영근 국회의원은 그처럼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도 북의 비대칭위협을 “제대로 막아내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군이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2020년대 중반까지 킬 체인과 KAMD를 완성한다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였다. 만일 상상을 초월한 어떤 ‘기적’이 일어나 한국군이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한다고 가정해도, 그것은 실전에서 별반 쓸모가 없는 군사장비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정찰위성으로는 자행발사대(TEL) 기동상황을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탑재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자행발사대들이 북측 산악지대 지하갱도기지들에서 불시에 동시다발로 출동하여 임의의 장소로 각각 이동한 뒤에 신속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것은 미국군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군 고위지휘관들은 자기들이 첨단미사일조기경보체계를 가지고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군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한국군이 해보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으니 황당하게 들린다.
그보다 더 황당하게 들리는 것은, 미사일발사가 임박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킬 체인’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4일 스캐퍼로티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한 사실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이 보유한 핵무력은 매우 강력하다. 그런데 핵무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한국군이 강력한 핵무력을 가진 조선인민군 전략군을 공격하겠다고 하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인지 의심하게 된다. 설령 한국군이 먼저 미사일 몇 발을 쏘았다고 하더라도,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을 먼저 공격한 한국군을 전술핵탄으로 몰살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 점에서, ‘킬 체인’은 한국군에게 ‘살상의 사슬(Kill-Chain)’로 되돌아갈 위험이 매우 높다. 한국군의 대북선제타격이 핵재앙을 자초하는 집단자살로 보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국군이 “핵심군사능력을 구비하고, 한반도 및 역내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이 대한민국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장한다고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그 공동성명에서 말하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이란 위에서 언급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뜻한다.
그런데 위의 공동성명에서 주목할 점은, 한반도 및 역내안보환경이 전작권을 안정적으로 반환환수할 수 있을 만큼 변화되었을 때 전작권을 반환환수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전작권을 안정적으로 반환환수할 수 있을 만큼 변화된 한반도 및 역내안보환경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공동성명에서는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양 장관은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이의 확산활동을 포함한 정책과 도발이 지역안정 및 범세계 안보와 비확산체계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인식을 재강조하였다”고 명시한 것을 보면, 미국이 ‘북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상황, 다시 말해서 미국이 북의 핵무력을 제거하는 상황이 그들이 말하는 전작권을 안정적으로 반환환수할 수 있는 안보환경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을 제거하려면 북을 항복시켜 북의 정권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현 시기 북미관계나 북의 내부사정을 각각 살펴보면 그런 일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현실은 미국의 그런 전망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최근 북은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하여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최종준비를 완료하였는데, 이것은 북미관계와 한반도정세가 미국의 전망과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의 핵무력을 제거하려는 미국은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망상에 빠져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9일에 나온 ‘조선중앙통신사 론평’은 “우리가 때리면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은 구실 없이 얻어맞아야 하며 침략의 크고 작은 본거지들은 불바다가 되고 재더미가 될 것이라는 것과 함께 우리의 자위적 억제력이 그렇게 만들 만단의 준비태세에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내외에 천명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북이 공격징후를 드러내지 않고 불시에 몰아칠 조국통일대전의 거대한 열핵폭풍이 주한미국군기지들을 날려보낼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런 망상에서 깨어나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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