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5월 1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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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비행술경기대회로 박차를 가한 북의 항공군강화사업
요즈음 몇 해 동안 북의 군사부문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2014년 5월 9일에 진행된 전투비행술경기대회도 특별한 일들 가운데 하나다.
전투비행술경기대회는 지난 4월 15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제1차 비행사대회’와 연관된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비행사대회와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서로 연관시켜 진행한 것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특히 항공군강화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 동안 군사부문에 관해 서술한 북측 언론보도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1월부터 전략군강화사업, 특수군강화사업, 포무력강화사업, 기갑무력강화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해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항공군강화사업을 집중적으로 지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측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으나,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무력강화사업도 정력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머지않아 해군강화사업을 지도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번에 열린 전투비행술경기대회의 정식명칭은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4’다. 그런 명칭은 이번에 처음 사용되었다.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명칭을 새로 정한 것만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전투비행술경기대회라는 명칭은 전투비행술을 연마하는 훈련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전투비행술을 겨루는 경기라는 뜻인가? <조선중앙통신> 2014년 5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 리병철 항공군 대장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 개막사에서 그 대회가 “주체의 항공군건설사에 특기할 력사적 사변”으로 된다고 언급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직접적인 발기에 따라 건군력사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뜻깊은 훈련경기”라고 지적하였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전투비행술경기대회는 전투비행술을 훈련하고 겨루는 훈련경기인 것이다. 이것은 전투비행술을 훈련하고 겨루는 새로운 분야가 창시되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투비행술경기대회 명칭을 몸소 제정하였고, 대회준비과정을 여러 차례 지도하였으며, 대회준비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들을 풀어주었다고 밝힌 리병철 항공군 사령관의 개막사 발언을 들으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도에 의해 전투비행술경기대회가 성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 투브(You Tube)>에 게시된 상영시간 19분 13초 길이의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4⟫를 지도하시였다 주체103(2014). 5. 9.’를 시청하면,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그 대회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성대하게 진행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4년 5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부인과 함께 탑승한 비행기가 5월 9일 오전 9시 서부지구 작전비행장에 착륙하였다. 군악대가 환영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인과 함께 비행기 승강대에서 내려 항공군 사령관의 영접보고를 받았고, 애국가 주악의례를 마친 다음 항공군 명예위병대(남측에서는 공군 의장대)를 사열하였다. 곧이어 시작된 전투비행술경기대회는 항공군 사령관의 개막사, 최고사령관의 출격명령하달, 오전 훈련경기, 야전식사 및 군협주단과 군악단 약식공연, 오후 훈련경기, 시상식, 폐막선언 순으로 진행되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부인과 함께 항공편으로 이동하고, 붉은 주단이 깔린 환영식장에서 명예위병대를 사열한 특별한 의전절차는 북의 건국 이래 처음 시행된 것이다. 북의 최고영도자가 이처럼 특별한 의전절차를 갖춘 성대한 행사에 참석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항공군강화사업이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계기로 더욱 박진감 있게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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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태를 처음 드러낸 최고영도자 전용기 IL-62M
지난 5월 12일 통일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용한 비행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안전성 문제로 관련 국제기구가 해외운항을 금지시킨 모델(여기서는 기종이라는 뜻으로 번역되는 외래어-옮긴이)”이라고 주장하였다. 북이 행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나쁜 짓’이 아니면 ‘한심한 짓’이라고 헐뜯는 통일부의 습관적 대북험담이 이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용하는 비행기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된 꼴이다. 험담의 껍데기를 걷어내고 진실의 알맹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날 탑승한 비행기는 지난 시기 소련에서 생산되어 1974년부터 운항된 IL-62M이라는 기종이다. 소련은 1967년 이후 IL-62 기본형 94대를 생산하였고, 그 이후에는 IL-62M 개량형 193대를 생산하였다.
미국의 배후조종을 받은 칠레의 극우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가 쌀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대통령이 이끈 진보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유혈참극의 군사반란을 일으키기 불과 몇 시간 전인 1973년 9월 10일 밤, 사태의 위험성을 감지한 소련이 칠레 주재 쿠바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직원 147명을 쿠바로 긴급대피시킬 때 칠레 수도의 산티아고 국제공항에 비상착륙시킨 항공기가 바로 IL-62다.
IL-62의 개량형 후속기종인 IL-62M은 소련-러시아를 비롯한 14개 나라에서 국가수반 전용기나 정부 전용기 또는 공중작전통제기로 사용되었다. 현재 러시아의 로씨야항공(Rossiya Airlines)은 IL-62M 6대를 러시아정부 전용기로 운항하는 중이다. 북의 고려항공과 러시아 최대 민간항공사 에어로플롯(Aeroflot)을 비롯한 전 세계 43개 민간항공사들이 그 기종을 운항하였거나 운항하는 중이다. 지난 시기 미국의 델타에어(Delta Air), 프랑스의 에어프랑스(Air France), 일본의 니혼고쿠(JAL), 네덜란드의 로열더취에얼라인스(KLM) 같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민간항공사들도 그 기종을 운항하였는데, 델타에어는 2013년까지 그 기종을 운항하였다. IL-62M이 세계 각국에서 그처럼 널리 운항된 까닭은,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도 비행안정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비행 중에 소음과 흔들림이 적은 우수기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민간항공기 운항이 감소되는 바람에 2006년에 88대가 운항되던 IL-62M은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9년에는 38대로 급감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 IL-62M의 운항이 급감된 또 다른 원인은 그 기종의 원생산국인 러시아가 1995년부터 그 기종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러시아정부가 오늘도 여전히 IL-62M 6대를 전용기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기종의 우수성을 알 수 있다.
민간항공기 생산에서 쌍벽을 이루는 두 나라 미국과 러시아가 대통령 전용기를 운항해온 경험을 보면, 미국이 ‘공군 1호기(Air Force One)’라 부르며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는 미국 보잉(Boeing)사의 B747-200은 1971년에 생산된 기종이고, 러시아가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는 러시아 카포(KAPO)사의 IL-96PU는 1992년에 생산된 기종이다. 그리고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전용기 IL-62M은 1974년에 생산된 기종이다. 이런 사정을 비교하면, 생산년도가 오래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고물 항공기’라고 깎아내리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고, 오래된 기종의 성능을 개량하고 깔끔하게 수리-정비하는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IL-62M에 관한 위와 같은 진실을 알게 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5월 9일에 탑승한 전용기가 무슨 안전문제가 생겨 국제기구에 의해 운항금지를 당한 ‘고물 항공기’라는 통일부의 주장이야말로 사실을 왜곡한 대북험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북은 1982년에 IL-62M 4대를 소련에서 수입하였는데, 현재 북의 고려항공은 그 기종을 국제선 여객기로 운항하고 있다. IL-62M 생산국인 러시아가 그 기종의 생산을 1995년에 중단하였는데도 북이 그 기종을 여전히 국제선 여객기로 계속 운항해오는 것만 아니라 이번에 최고영도자 전용기로 운항한 것은, 북이 항공기 부품을 자체로 생산하는 기술, 항공기 성능을 개량하는 기술, 항공기를 수리-정비하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보유하였음을 말해준다. 항공기 한 대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약 10만 개나 되는데, 북이 항공기 부품을 자체로 생산하여 자급자족하는 것은 기계공업부문과 항공정비부문에서 자력갱생의 공학기술체계와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시기 북이 소련에서 수입한 IL-62M 4대 가운데 2대는 여객기로 제작된 것이고, 나머지 2대는 국가수반이나 정부대표단이 사용하는 특별기로 제작된 것이다. 북은 특별기로 제작된 IL-62M 2대 가운데 1대를 최고영도자 전용기로 개조하여 이번에 운항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북측 언론의 보도사진에 자태를 드러낸 IL-62M의 흰색 기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와 북의 국기가 새겨졌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수반이 이용하는 전용기에는 국호와 국기를 새겨 넣는 법이다. 또한 파란색과 붉은색 이중원 안에 붉은 별을 넣고, 이중원 주위에 파란색 날개형상을 두른 커다란 휘장을 IL-62M 꼬리날개에 새겨 넣은 것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그 전용기 운항을 책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IL-62M 전용기 외부를 새로 도장하였을 뿐 아니라, 내부도 최고영도자 전용기답게 개조하였으며, 특히 안전운항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첨단기재를 설치하여 비행안정성을 결정적으로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영도자의 신변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에서 안전운항이 보장되지 않는 노후한 전용기는 절대로 운용하지 않는다.
둘째, 북이 소련에서 특별기로 제작된 Il-62M 2대를 1982년에 도입한 뒤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그 특별기를 사용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지난 시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내 장거리 시찰 또는 외국방문에 나설 때 거의 전용열차만 이용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용기를 이용하였다.
만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이 북측 공역에서 비행안전을 철저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면, 한미연합군의 지대공미사일들과 요격기들이 24시간 북측 항공기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대기하는 긴장된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IL-62M에 탑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최고영도자의 신변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에서 비행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최고영도자 전용기 운항은 생각할 수 없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전용기가 군사분계선 남측 최전방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70km 정도 떨어진 지역의 상공을 비행한 것은, 북측 공역의 비행안전이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에 의해 철저하게 보장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전용기는 평양 북쪽에 있는 순안국제공항을 이륙하여 평안남도 온천군 서해안에 가까운 온천비행장에 착륙하였다고 한다. 북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비행기가 착륙한 곳이 서부지구 작전비행장이라고 보도하였는데, 남측 언론매체들은 군소식통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하여 그 비행장을 온천비행장이라고 특정하였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가운데 최정예비행대로 평가받는 제1항공사단 제57비행련대가 바로 그 온천비행장에 주둔한다. 순안국제공항에서 온천비행장까지 직선거리는 약 54km인데, 제트항공기로 이동하기에는 좀 짧은 거리로 보인다. 전용기는 평안남도 상공을 몇 차례 선회한 뒤 온천비행장에 착륙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측 시각에서 바라보면, “력사적인 사변”으로 되는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전용기를 타고 참석한 것은 그 ‘역사적인 대회’에 더 큰 의의를 안겨준 사변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용기를 타고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석한 것은, 평양에서 멀리 떨러진 지역을 시찰할 때 전용기를 사용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전용기를 사용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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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항공작전기들이 전투비행술과 공습타격술을 겨룬 경기대회
<조선중앙통신> 2014년 5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각종 항공작전기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출격명령을 받은 즉시 연속하여 하늘로 날아올라 평소에 연마한 전투비행술과 공습타격술을 서로 겨루었는데, 그 항공작전기들을 조종한 비행사들은 전투비행사들이 아니라 항공군 연합부대장들과 군부대장들이었다. 그래서 그 대회의 명칭이 전투비행사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가 아니라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로 정해진 것이다.
비행지휘성원이란 항공군 연합부대장 또는 군부대장에 해당한 고위군직을 맡은 항공군지휘관을 뜻하는데, 별 두 개를 어깨에 단 60세 이상의 중장급(남측에서는 소장급)이 그들이다. 특히 이번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서는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참모장인 오금철 항공군 상장(남측에서는 공군 중장)이 MiG-21 전투기 제703호를 직접 몰고 전투비행술경기에 참가하였다. 올해 67세인 오금철 상장은 지난 시기 김일성 주석의 지휘 밑에 보천보전투를 비롯한 항일전쟁에 참전하였고 나중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사부장과 로농적위대 사령관을 맡아보았던 오백룡 항일투사의 장남인데, 1995년부터 13년 동안 항공군 사령관으로 복무하였다.
다른 나라에서 고령의 공군 소장이나 공군 중장이 전투기를 직접 몰고 전투비행술을 겨루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오직 북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러한 놀라운 정황은 군사지휘관들이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돌격구호를 외치며 전투행동에서 언제나 맨 앞장에 서는 특유의 군풍이 조선인민군에 정착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전투비행술경기대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북측의 언론보도기사와 기록영화에서는 펼쳐진 장면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서 펼쳐진 장면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 각종 항공작전기들이 평소에 연마한 전투비행술을 발휘하며 겨루는 모습이다. 전투비행술을 겨룬 각종 항공작전기들은 자국산 무장헬기(MD-500E 개량형), MiG-29 전투기 제553호, MiG-21 전투기, MiG-29 전투기, SU-25UBK 전폭기 등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는 위의 네 기종만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기종이 참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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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MiG-29 전투기 제553호는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지난 시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시찰한 ‘사적비행기’다. 지난 4월 15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제1차 비행사대회’ 주석단 왼쪽에 전시된 MiG-21 전투기 제415호도 ‘사적비행기’이고, 이튿날 비행사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모란봉악단의 축하공연무대 위에 전시된 MiG-19 전투기 제339호도 ‘사적비행기’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5월 13일 항공 및 반항공군 제447군부대를 시찰하는 중에 그 부대의 ‘사적비행기’를 돌아보면서 “사적비행기관리를 잘하고 만단의 출격태세를 갖추어 놓음으로써 언제나 비행훈련의 맨 앞장에 세우고 있는데 대하여 치하하시였다”고 한다. 항공군 지휘관들이 전투행동에서 맨 앞장에 서는 것처럼, ‘사적비행기’들이 실전에서 맨 앞장에 서게 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회에 참가한 항공작전기들은 “급상승 반전, 전투선회비행, 정지비행, 18,000m 상승한도비행, 30m 초저공비행, 공중기교비행” 등의 전투비행술을 겨루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들이 펼쳐 보인 전투비행술은 고도의 숙련도와 담력이 없으면 흉내를 낼 수 없는, 묘기비행에 가까운 것들이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전투비행술이 어느 경지에 올랐는지를 말해주는 경험적 사례는 2003년 3월 2일에 있었다. 그 날 오전 10시 경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賀須納) 주일미국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소속 전략전자정찰기 RC-135S와 일본의 어느 해상항공작전기지에서 이륙한 해상자위대 소속 전자전첩보기 EP3이 동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을 때, 조선인민군 항공군 소속 MiG-29 전투기 2대와 MiG-23ML 전투기 2대가 갑자기 나타났다. 당시에 언론매체들은 미국 공군 RC-135S의 동해 상공 출현에 대해서만 보도했으나, 일본 해상자위대 EP3도 RC-135S의 뒤를 따라 동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처 피할 틈도 주지 않고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MiG-29와 MiG-23ML은 RC-135S를 공중나포하여 북으로 끌어가려고 20여 분 동안 15m 초근접거리에서 부딪치기(thumping) 비행술로 위협비행을 하였고, EP3을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하려고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준하며 위협비행을 하였다. 만일 그 때 격추명령이 내려졌다면, 미국 전략전자정찰기와 일본 전자전첩보기는 모두 격추되어 동해에 쳐박혔을 것이다.
둘째,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서 펼쳐진 장면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 각종 항공작전기들이 로켓포나 폭탄으로 지상표적을 맞추는 공습타격술을 겨루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국산 무장헬기(Mi-2 개량형), MiG-21 전투기, MiG-19 전투기, MiG-23ML 전투기, SU-25UBK 전폭기가 차례로 하늘에 날아올라 지상표적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는 공습타격술을 겨루었고, IL-28 경폭격기가 초저공으로 비행하며 지상표적에 폭탄을 투하하는 공습타격술을 펼쳐 보였다. MiG-29 전투기의 공습타격술 장면은 기록영화에 방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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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는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로켓포 공습타격술을 시행한 뒤 활주로에 착륙하는 장면이고, <사진 6>은 대회에 참가한 SU-25UBK 전폭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장면이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저공침투기들인 AN-2 복엽기와 PT-6 단엽기가 지상표적을 향해 로켓포를 각각 발사하며 공습타격술을 겨루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AN-2 저공침투기가 지상표적을 향해 로켓포를 연속발사하는 장면이다. 이제껏 그 복엽기는 조선인민군 특수군이 항공륙전병 공수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그 기종을 로켓포 공습에 사용한다는 것이 이번에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위에 열거한 여러 기종을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한반도 작전환경에 적합한 각종 항공작전기들을 적재적소에 맞춤형으로 배치하여 동반상승효과(synergy effect)를 극대화하는 특유의 항공전략을 채택하였음을 말해준다.
주목하는 것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항공작전기들 가운데 원생산국에서 오래 전에 단종되어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기종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기종을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에 대해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MiG-21 전투기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은 원생산국에서 단종된 각종 항공작전기 부품을 자체로 생산하여 자급자족하면서 수리-정비를 계속해왔고, 게다가 성능개량까지 거듭하여 원래 전투기보다 더 우수한 전투기로 개조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MiG-21 전투기는 부품부족으로 고장이 생길 위험을 안고 있는 노후기종이 아니라 성능개량을 거듭하며 다시 태어난 우수기종인 것이다.
둘째,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다른 나라에서 사온 수입기종을 운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한반도 작전환경에 맞게 개량한 자국산 항공작전기를 독자적으로 생산하여 운용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무장헬기 MD-500E와 무장헬기 Mi-2의 경우가 그것이다. 원래 MD-500E는 미국산 수입기종이고 Mi-2는 러시아산 수입기종이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MD-500 보유량은 2005년까지 27대를 계속 유지하였다가 2010년에 80대로 급증하였다. 또한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Mi-2 보유량은 1990년까지 100대를 계속 유지하였다가 1995년에 140대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급증현상은 북이 그 두 종의 헬기를 각각 추가로 수입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작전환경에 맞춰 성능을 개량한 자국산 무장헬기 두 종을 자체로 생산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이 무장헬기만 국산화한 게 아니라, 전투기도 국산화하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연합뉴스> 1995년 7월 8일 보도와 <동아일보> 1997년 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994년부터 러시아에서 기술도입형식으로 최신예 전투기 MiG-29를 연간 15대씩 자체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고, 1995년 현재 MiG-29 전투기 40여 대를 보유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 있는 방현로동자구에 자리 잡은 ‘4월4일공장’에서 MiG-29 전투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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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영웅 1명과 육탄용사 13명을 한꺼번에 배출한 항공군부대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각종 항공작전기들의 전투비행술과 공습타격술에 대해 “첨단감시기재로 평가한 점수가 종합되고 등수가 결정되였”고 성적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승자들의 목에 직접 메달을 걸어주며 시상하였고,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가수반이 공군대회 준비과정을 직접 지도하고 참석한 것만이 아니라 대회에서 입상한 공군지휘관들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고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매우 특별한 군풍은 북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인민군의 그러한 군풍은 장병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높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최고사령관과 장병들의 사상정신적 일체감을 형성시켜주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러한 군풍 또는 사회적 기풍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영도자의 정치사업을 북에서는 ‘령도예술’이라 한다.
<사진 8>에서 보는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5월 13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447군부대를 시찰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 직전인 지난 4월 21일 항공 및 반항공군 제188군부대를 지도하였고, 5월 9일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지도하였고, 그로부터 나흘 뒤 항공 및 반항공군 제447군부대를 시찰한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항공군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제188군부대와 제447군부대는 ‘오중흡7련대 칭호’를 수여받은 정예부대들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날 시찰한 제447군부대를 가리켜 “선군조선의 영용한 붉은 매들의 영웅정신, 희생정신, 자폭정신이 탄생한 고향부대”라고 평가하였다. 그 부대가 그러한 최상의 평가를 받은 것은 그 부대에서 14명의 육탄용사가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북에서는 조국을 수호하는 전투 중에 또는 전투임무수행 중에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장병이나 목숨 걸고 결사전을 벌인 용감한 장병을 육탄용사라 부른다. 그런데 항공 및 반항공군 제447군부대에서는 그런 육탄용사가 한꺼번에 14명이나 배출되었다. 북측 언론매체들이 배출사연을 보도하지 않아서 육탄용사 14명이 언제 어디서 결사전을 벌였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제1차 비행사대회’ 중 휴식시간에 “어려운 비행전투임무를 수행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447군부대의 육탄용사들을 만나주시고 그들의 위훈을 다시금 높이 평가”하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영웅칭호를 “전투임무수행 중에 희생된 정철주 비행사”를 대신하여 그의 아내에게 수여하였고, 13명에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시계표창을 수여하였다고 한다.
북에서 ‘공화국영웅칭호’는 사고로 희생된 장병에게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 결사전에서 위훈을 세우고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장병에게 수여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제447군부대의 육탄용사 14명이 “어려운 비행전투임무를 수행”하는 결사전을 벌이던 도중 정철주 비행사가 장렬하게 희생되었고, 다른 육탄용사 13명은 생사계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상황을 뚫고 기적적으로 생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447군부대에서 공화국영웅 1명과 육탄용사 13명이 한꺼번에 배출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전체 전투비행사들은 스스로를 육탄정신으로 무장하는 사상정신훈련에 힘쓰고 있다. 그들의 육탄정신이 실전에서 강인한 전투력을 발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사례는 2009년 7월 27일 <조선중앙방송> 록음실황에 출연한 어느 한 군사지휘관의 회고담을 인용한 <연합뉴스> 2009년 9월 10일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용된 회고담에 따르면, 2009년 4월 5일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직전 미국과 일본이 ‘요격설’을 언론에 흘리며 긴장을 고조시켰을 때, 조선인민군 항공군 전투비행사들은 “최고사령관 동지께 올리는 맹세문을 가슴에 품고 결사전에로” 나갔는데, 그들이 “한자 한자 서약”한 맹세문은 “성스러운 이 길에서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조국이 준 임무를 기어이 수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처럼 육탄정신으로 무장한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스스로를 ‘김정은붉은비행대’라 부른다. 자기 부대를 자기들의 최고사령관 이름과 결부시킨 고유명칭으로 부르며 전투적 운명공동체를 건설해온 ‘하늘의 육탄결사대’가 지금 북에서 출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공군, 한국 공군, 일본 항공자위대가 자기들의 공중우세신화만 믿고 ‘김정은붉은비행대’를 얕보면 실전에서 대패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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