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30

북, 경핵병진노선이 일으킨 놀라운 변화

[한호석의 개벽예감] (85)
자주민보 2013년 10월 2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배출구에서 온배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북의 현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는 미국 언론과 남측 언론의 ‘시계차단’에 가려 북의 실상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요즈음 북에서는 처음 보는 특별한 현상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그런 현상들 가운데는 2013년 8월 31일에 일어난 매우 특별한 현상도 있다. 2013년 8월 31일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은 평범한 날로 지나가버렸는데, 그 평범한 날에 도대체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는 말일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연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나온 목격담에서 시작된다.

2010년 11월 16일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잭 프릿처드(Jack Pritchard) 소장은 워싱턴 주재 남측 특파원들과 만나 자신의 방북에 대해 말하면서 평안북도 녕변에 있는 핵시설단지를 방문하였을 때 보고 들은 목격담을 전해주었다. 그의 목격담에 따르면, 당시 착공한지 불과 며칠 되지 않은 경수로건설공사현장을 방문한 자신에게 북측 관계자는 “(경수로건설이)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어떤 장애물에 부닥칠지 알 수 없다. 모든 건설이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북이 2010년 10월 말에 착공한 경수로건설을 초고속으로 다그쳐 2012년 말까지 완공하려는 목표를 세웠음을 말해준 것이었다. 북이 녕변경수로건설에 착공한 때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2012년 3월 26일 북측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교수는 <교도통신> 기자와 진행한 대담에서 녕변경수로가 2012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프릿처드 소장은 3년 전 녕변경수로건설현장을 방문하고 미국에 돌아와 남측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이 녕변경수로건설공사를 2012년 말까지 완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수로를 처음 만든다는 북이 어렵고 방대한 경수로건설공사를 착공의 첫 삽을 뜬 날로부터 불과 2년 2개월 동안에 끝내겠다고 하였으니 어찌 그 말을 선뜻 믿을 수 있었겠는가. 2009년 4월 14일 북의 위성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전면 거부한 북이 그런 부당한 조치에 맞서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하였을 때,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박군철 교수는 “북한이 가진 원자로가 영변의 5MW급 흑연감속로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하면서 회의적 전망을 꺼내놓은 적이 있다. 남측 핵과학자들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북정보에 밝다는 미국의 정부관리들과 전문가들도 북이 경수로를 2년 2개월 만에 건설하겠다고 말한 것은 북의 핵과학기술수준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희망사항’을 언급한 것뿐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 완공예정시점으로 정해졌던 2012년 말보다 8개월이 늦은 2013년 8월 31일 녕변경수로가 마침내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15년 전 북이 첫 자국산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던 바로 그 날, 이번에는 자국산 경수로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은 미국상업위성이 녕변핵시설단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밝혀졌다. 2013년 9월 11일과 10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코리아연구소(US-Korea Institute) 웹사이트 <38노스(North)>에 그 위성사진이 각각 실렸는데, 그 위성사진에서 녕변경수로 가동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위성사진은 2013년 8월 31일 녕변핵시설단지에 신축된 경수로발전시설에서부터 인근에 있는 구룡강으로 길게 뻗어나간 대형 지하배수로의 배출구에서 많은 양의 온배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경수로발전시설에서 많은 양의 뜨거운 물이 배출되는 것은 경수로가 가동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비록 완공예상시점보다 8개월이 늦어졌지만, 북이 처음으로 건설한다는 경수로를 불과 2년 10개월 만에 완공한 것은 믿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일이다. 요즈음 북의 건설현장과 생산현장 그 어디서나 ‘마식령속도’를 강조한다는데, 경수로를 2년 10개월 만에 완공한 것을 좀 과장한다면 ‘마식령속도로 창조한 기적’이라 해야 할지 모른다. 북에서 말하는 ‘마식령속도’란 해발고가 너무 높아 말도 쉬어 넘는 높은 고개라는 뜻으로 옛날 선조들이 그 이름을 지은 마식령 정상에 “세계 일류급”이라고 하는 스키장(ski resort)을 건설하는 초대형 공사를 고속으로 진척시킨다는 뜻이다.

3년 전 녕변경수로건설현장을 방문하고 미국에 돌아와 남측 특파원들과 만났던 프릿처드 소장은,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채택된 북미기본합의의 경수로건설공약에 따라 미국이 지어주겠다는 말만 꺼내놓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구덩이만 파놓은 채 결국 2003년 11월에 공사를 중단하였던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에 사용된 중장비나 자재는 (녕변경수로 건설공사에서)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프릿처드 소장의 이 말을 새겨들으면, 북은 경수로를 자력으로 설계, 제작하였고, 경수로발전시설도 자력으로 설계, 시공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발전시설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자재도 자체로 마련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녕변경수로는 북이 100% 자력으로 만든 경수로이며, 북에서 쓰이는 표현을 빌리면, ‘사회주의자력갱생의 조선형 경수로’라고 할 수 있다.

   
제논 검출과 녕변흑연감속로 재가동

미국의 몇몇 분석가들은 2013년 8월 31일 녕변핵시설단지의 지하배수로 배출구에서 온배수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글에서 그 온배수가 녕변경수로에서 배출되는 게 아니라 녕변흑연감속로에서 배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녕변흑연감속로 재가동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녕변경수로 가동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그런 주장이 미국 언론과 남측 언론에 그대로 실리는 바람에 녕변경수로가 가동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녕변흑연감속로는 2013년 8월 31일에 재가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재가동되었다. 이 문제를 해명하려면, 2013년 4월 2일 북측 원자력총국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핵병진노선에 따라 “원자력부문 앞에는 자립적 핵동력공업을 발전시켜 나라의 긴장한 전력문제를 푸는데 적극 이바지하며,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여야 할 중대한 과업이 나서고 있다”고 하면서, “현존 핵시설들의 용도를 병진로선에 맞게 조절, 변경해나가기로” 하였는데, 우선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우라늄농축공장과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부터 “지체 없이”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의 담화에 따르면, 북은 녕변우라늄농축공장 재정비와 녕변흑연감속로 재가동을 지체 없이 실행한다는 것이다. 녕변우라늄농축공장를 즉각 재정비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래에서 다시 논하기로 하고, 우선 녕변흑연감속로를 즉각 재가동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측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8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13년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포집한 기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방사능핵종인 제논(Xe)이 세 차례나 검출되었다. 제논이라는 기체는 자연상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나 원자로를 가동하였을 때만 대기 중에 방출되는 방사능핵종이다. 그러므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13년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포집한 기체에서 제논이 세 차례나 검출된 것은 녕변흑연감속로가 6월 21일부터 재가동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사진 1>은 녕변흑연감속로가 들어있는 건물을 촬영한 것이다.
 
▲ <사진 1> 녕변흑연감속로가 들어있는 대형 건물에는 뾰족하고 높은 굴뚝이 설치되어 있다     ©이창기 기자, 한호석소장 사진제공
2013년 4월 2일 북은 녕변흑연감속로를 “지체 없이” 재가동하겠다고 원자력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혔는데, 그로부터 불과 두 달 반밖에 지나지 않은 6월 21일에 녕변흑연감속로가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북의 건설자들이 아무리 ‘마식령속도’로 일한다고 하지만,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완전 중지한 이후 5년 동안 거의 폐허처럼 방치되어 녹슬었던 흑연감속로를 2개월 반 만에 재가동한 것은 착공 3년 만에 경수로를 완공한 것만큼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것도 북미 합의 이행 차원에서 냉각탑까지 폭파시킨 상태에서 말이다. 녕변경수로만이 아니라 녕변흑연감속로에서도 어떻게 그런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을까?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09년 10월 6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북미합의이행을 위해 가동을 중지했던 녕변흑연감속로를 원상복구하는 작업을 2009년 초부터 시작하였는데, 2009년 10월 5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남측 국방부와 합참본부 관계자들은 녕변흑연감속로의 원상복구 진척상황에 대해서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바 있다. 이런 정보를 통하여 북이 2009년 초부터 녕변흑연감속로 원상복구작업을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원상복구작업이 2009년 초부터 시작되었고, 녕변흑연감속로 재가동이 2013년 6월 21일에 시작되었다면 재가동을 위한 원상복구작업에 4년 6개월이 걸린 셈이다. 녕변흑연감속로 원상복구작업에 왜 그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2009년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남측 국방부와 합참본부 관계자들은 북이 녕변흑연감속로를 원상복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원상복구가 아니라 새로운 설비로 개조하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2005년 11월 9일 <AP> 보도기사에서 미국의 저명한 핵전문가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 박사는 북측 관계자가 녕변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기 위해 아예 “일신하겠다(refurbish)”고 자기에게 말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것은 원상을 복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설비로 완전히 개조한다는 뜻이다.

녕변흑연감속로를 새로운 설비로 완전히 개조하였다면, 그 발전용량은 얼마나 증대되었을까? 이 물음에 답해주는 자료는 아직 찾을 수 없지만, 북이 녕변흑연감속로를 4년 6개월 동안 새로 개조하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북이 녕변흑연감속로를 새로운 설비로 개조하여 2013년 6월 21일부터 재가동을 시작하였다면, 녕변경수로와 마찬가지로 녕변흑연감속로에서도 온배수가 배출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2013년 10월 17일 헥커 박사가 미국 원자과학자협회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북은 녕변흑연감속로를 개조하고 녕변경수로를 건설하면서 새로운 배수시설을 건설하였는데, 그 두 원자로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한 군데로 모아 배출하는 지하배수관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38노스> 웹사이트에 게시된 위성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녕변경수로가 가동되기 시작한 2013년 8월 31일 이전에도 지하배수로 배출구에서는 온배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8월 31일부터 배수량이 갑자기 폭증하였다. 이러한 배수량의 갑작스러운 폭증현상은, 녕변흑연감속로가 2013년 6월 21일부터 재가동되면서 온배수를 배출하던 중 8월 31일에는 녕변경수로까지 가동되어 배수량이 폭증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은 대형 경수로건설에 곧 착공할 것이다 

지금 녕변핵시설단지에서는 종류가 서로 다른 두 기의 원자로가 돌아가고 있다. 2013년 6월 21일 북이 재가동을 시작한 흑연감속로는 직사각형 건물 안에서 돌아가고 있고, 2013년 8월 31일 가동에 들어간 경수로는 거대한 반구형 지붕을 씌운 건물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경수로(light water reactor)의 영어머리글자를 따서 ‘LWR’이라고 써넣은 반구형 지붕의 건물이 경수로가 들어있는 건물이고, 오른 쪽에 ‘5MWe Reactor’라고 써넣은 직사각형 건물이 흑연감속로가 들어있는 건물이다.
 
▲ <사진 2> 녕변핵시설단지를 촬영한 위의 위성사진에는 경수로와 흑연감속로가 보이고, 경수로에서 구룡강으로 뻗어 나간 지하배수로가 설치된 매설공사흔적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위의 사진에서는 지하배수로를 '경수로 냉각관(cooling pipes for LWR)'이라고 표기되었다. 사진에는 온배수를 배출하기 위한 '양수장(pump house)'도 보인다. (image credit=getty images)     © 이창기 기자, 한호석 소장 사진제공

그렇다면 녕변경수로는 용량이 얼마나 큰 원자로일까? 3년 전 북측 관계자는 경수로건설공사현장을 방문한 프릿처드 소장에게 녕변경수로 용량이 100메가와트급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메가와트(MW)는 발전시설의 열출력을 표시하는 단위인데, 녕변흑연감속로 열출력은 25메가와트이고, 녕변경수로 열출력은 100메가와트다. 열출력을 전기출력으로 환산하면, 녕변흑연감속로 전기출력은 5메가와트(MWe)이고, 미국 핵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녕변경수로 전기출력은 30메가와트(MWe)다. 30메가와트는 30,000킬로와트(KWe)다.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3년 전 착공 당시 경수로를 처음 건설해본다고 하였던 북이 불과 2년 10개월 만에 완공한 불가사의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불가사의한 현상은 북이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벗어난 은폐공간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또 다른 경수로를 비공개로 가동해왔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은폐공간에서 소형 원자로를 가동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지방언론지인 <디머크랫 앤드 크로니클(Democrat and Chronicle)> 2012년 5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체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이 소형 원자로를 지하실에 설치해놓고 30년 이상 가동해왔다고 하는데, 일개 민간기업체가 하는 일은 어찌 북이 할 수 없었겠는가. 그러므로 북이 녕변경수로를 그처럼 짧은 기간에 완공한 것이야말로 오래 전에 북이 비공개로 건설한 경수로가 그 동안 가동되어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북이 미국의 집요한 봉쇄, 제재,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하고 가동하는 높은 기술과 풍부한 경험을 확보하였음을 말해준다.

3년 전에 녕변경수로 건설공사현장을 방문한 프릿처드 소장에게 북측 관계자는 “우리가 짓는 경수로는 실험용 경수로이며, 건설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비교적 소규모의 경수로를 우리 힘으로 지으려 한다”고 말하였다. 경수로건설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소형 경수로를 자력으로 건설한다는 그의 말은, 비공개경수로를 가동해오던 중에 이번에는 경수로건설역량을 외부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소형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그 북측 관계자가 프릿처드 소장에게 “녕변경수로를 완공하면 그보다 큰 대규모 경수로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워두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북이 대형 경수로 건설계획을 2010년에 세워놓았으므로 언제든지 착공할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소형 경수로를 2년 10개월 만에 완공하는 능력을 과시한 북은 이제 대형 경수로 건설공사에 곧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 대형 경수로는 또 얼마나 짧은 기간에 완공될 것인가?

핵은 불이다. 녕변경수로 완공은 열핵이라는 불을 다루는 첨단과학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한 북이 그 열핵의 불길이 솟구치는 경핵병진노선을 따라 그들이 목표로 내세운 사회주의기술강국건설에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고성능 원심분리기 4,000대 돌아가는 녕변우라늄농축공장

지금 가동되고 있는 녕변경수로에는 녕변핵시설단지의 우라늄농축공장에서 생산된 저농축우라늄이 연료로 장입된다. 녕변우라늄농축공장은 2009년 4월에 착공되었고 2010년 10월 말에 완공되었는데, 북은 공장가동을 시작한 직후인 2010년 11월 12일 그 공장내부를 헥커 박사에게 보여준 바 있다. 북이 녕변우라늄농축공장 건설공사를 시작하였던 2009년 4월은 북측 외무성이 2009년 6월 13일 핵무기추가생산과 우라늄농축개시를 공개적으로 언명하면서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였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헥커 박사가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고 깜짝 놀랐던 것처럼, 녕변우라늄농축공장에서는 고속회전하는 초경량 원심분리기인 알멜로(Almelo) 원심분리기와 같은 급의 고성능 원심분리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그런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만들려면, 희토류로 만드는 특수자석, 초강도 마레이징강(maraging steel), 진공펌프, 고속회전동체, 분리기 고속회전을 제어하는 동력제어장치 등을 만드는 핵심기술이 필요한데, 녕변우라늄농축공장은 북이 그런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녕변우라늄농축공장의 존재가 헥커 박사의 현장방문으로 세상에 알려졌을 때,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북이 그런 첨단핵기술을 몇 해 사이에 개발할 수 없으므로 아주 오래 전부터 우라늄농축기술을 발전시켜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유엔안보리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1년 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유엔전문가집단은 북이 우라늄농축을 이미 1990년대에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런 사실들은 북이 우라늄농축부문에서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경험을 축적해왔음을 말해준다.

헥커 박사가 2011년 1월 24일 <연합뉴스> 기자와 대담한 기사에 따르면, 그가 녕변우라늄농축공장에서 목격한 것은 고성능 원심분리기 2,000대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에서 대북제재조정관 기술보좌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스캇 켐프(R. Scott Kemp) 교수는 2012년 3월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대담하면서 북의 원심분리기가 2,000대가 아니라 6,7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런 추산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2013년 8월 7일 미국의 핵군축연구소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녕변우라늄농축공장이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확장되었고, 그로서 고성능 원심분리기 4,000대가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2013년 8월 초 녕변우라늄농축공장 능력확장공사를 끝낸 북은 그 공장에서 4,000대에 이르는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가동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2010년 11월 19일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북이 25∼30메가와트급 녕변경수로를 가동하려면 저농축우라늄을 해마다 약 1t씩 추가로 장입해야 하며, 저농축우라늄을 해마다 1t씩 생산하려면 원심분리기 1,000대를 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고성능 원심분리기 1,000대만 있으면 녕변경수로에 장입할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데, 북은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왜 4,000대로 증설한 것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북은 고성능 원심분리기 1,000대에서 나오는 저농축우라늄을 녕변경수로 장입연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3,000대의 고성능 원심분리기에서 나오는 저농축우라늄을 고농축하여 무기급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을 대량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녕변우라늄농축공장에서 돌아가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4,000대 가운데 녕변경수로에 장입할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원심분리기 1,000대 이외에 3,000대의 원심분리기에서 생산되는 저농축우라늄을 순도 90% 이상으로 고농축하면 연간 60kg의 고농축우라늄이 나온다. 그것만이 아니라, 녕변흑연감속로에서 나오는 폐연료를 재처리하면 연간 6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이 나온다. 이러한 정황은 올해 하반기부터 북이 무기급 핵물질을 대폭 증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의 무기급 핵물질 대량증산과 지하핵실험 준비

녕변경수로 완공과 녕변흑연감속로 재가동을 바라보는 미국은 무거운 침묵에 빠져있다. 하지만 미국의 무거운 침묵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미국을 무거운 침묵으로 몰아넣은 물체는 녕변경수로와 녕변흑연감속로 이외에도 두 개가 더 있다. 그에 대한 사연은 아래와 같다.

<교도통신> 2005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985년에 착공하였다가 1994년 북미기본합의에 따라 건설공사를 중단했던 녕변핵시설단지의 50메가와트(MWe)급 흑연감속로 건설공사를 재개하였을 뿐 아니라, 1989년에 착공하였다가 역시 북미기본합의에 따라 건설공사를 중단했던 평안북도 태천의 200메가와트(MWe)급 흑연감속로 건설공사도 재개하였다. 이처럼 녕변과 태천에서 대형 흑연감속로 두 기를 건설하는 공사가 동시에 재개되었다는 정보는, 2005년 5월에 방북하였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존 루이스(John W. Lewis) 교수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당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방북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언급한 것이다.

대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데 걸리는 공사기간은 6∼7년이므로, 북이 2005년에 녕변과 태천에서 대형 흑연감속로 두 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동시에 재개하였으므로, 2013년 10월 말 현재 거의 완공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정찰위성을 동원하여 녕변과 태천의 대형 흑연감속로 건설공사현장을 지난 7년 동안 줄곧 감시해왔으면서도 사안이 너무 심각한 까닭에 그 두 곳의 공사진척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50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와 200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가 공사를 완료하고 가동되면, 그 두 곳에서만 연간 300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5메가와트급 녕변흑연감속로와 30메가와트급 녕변경수로에 이어 50메가와트급 녕변흑연감속로와 200메가와트급 태천흑연감속로까지 모두 가동되는 경우, 북은 연간 366kg의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미국 정찰위성이 포착하지 못하는 다른 비공개시설에서 생산되는 무기급 핵물질까지 더하면 북은 연간 약 400kg의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북이 대량생산하는 무기급 핵물질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각종 핵탄을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다. 북이 생산하는 연간 약 400kg의 무기급 핵물질을 전량 핵무력증강에 투입하면, 핵탄두, 핵어뢰, 핵가방 같은 각종 핵탄을 연간 약 50기씩 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증산추세를 보면, 북이 세계의 비핵화를 위한 핵군축회담을 미국에게 제의한 까닭을 알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북이 이전에는 무기급 핵물질을 지하시설에서 비공개로 생산해왔는데, 지금은 미국 정찰위성이 감시하는 지상시설에서 보란듯이 공개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8월 북이 녕변우라늄농축공장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능력확장공사를 끝내고 곧이어 녕변경수로를 완공한 것은,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핵병진노선에 따라, 그리고 2013년 4월 1일에 제정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에 따라 각종 핵탄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그 법에 따르면, 북은 “가중되는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위험의 엄중성에 대비하여 핵억제력과 핵보복타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것이다.

북이 경핵병진노선과 핵보유국지위 공고화 법령에 따라 급속도로 밀고 나가는 핵무력증강사업은 무기급 핵물질 증산과 핵탄 증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하핵실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북의 핵무력증강과 지하핵실험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 6월 25일 <38노스>가 발표한 위성사진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은 이미 2013년 4월 말부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지하핵실험장에서 새로 갱도굴착공사를 시작했고, 2013년 10월 23일 <38노스>가 발표한 위성사진 분석결과에 따르면, 그 지하핵실험장 서쪽과 남쪽에 각각 새로 뚫어놓은 두 개의 갱도입구가 보이고, 갱도굴착과정에서 파낸 거대한 흙더미가 갱도입구 밖에 쌓여 있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이 불시에 제4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북이 제4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목적은 미국을 북미협상으로 다시 끌어내는 초강경한 압박을 가하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경핵병진노선에 따라 핵무력을 증강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9.19공동성명 등 북미 사이에 합의한 미국의 자기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북을 핵포기로 유인하려는 데만 집착하였던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의 경핵병진노선 추진에 의해 완전히 파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경핵병진노선 추진은 미국이 자기에게 제기된 북의 평화협정 체결요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하지 않으면서 북의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요구해온 대북협상전략이 결국 어떻게 파산되고 말았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파산된 대북정책을 복구하지 못하게 된 미국은 침묵에 빠졌고, 대미협상에 미련을 두지 않는 북은 사회주의기술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경핵병진노선을 선포하고 인민생활향상과 핵무력증강을 ‘마식령속도’로 병진시키고 있다. 북과 미국이 이처럼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각각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전면전을 촉발할 무력충돌위험이 전례 없이 고조되었고, 미국은 일본자위대의 교전권을 인정해주면서 3자연합 대북전쟁체계 수립을 급속히 추진하고 있고, 그에 맞서 북은 ‘조국통일반미대전’을 잠시 유보한 채 제4차 지하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 한반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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