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2013년 03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군 합참의장은 왜 서명하지 못하는 것일까?
2012년 10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안보협의회(SCM) 제44차 연례회의가 열렸다. 그 회의에서 미국군 합참의장은 연평도 포격전 이후 약 10개월 동안 한국군 합참본부를 참가시킨 가운데 작성해온 ‘국지도발 대비계획’ 최종안을 2013년 1월에 확정하기로 하였다. ‘국지도발 대비계획’ 최종안은 양측 국방장관의 승인을 거쳐 양측 합참의장이 서명해야 확정되는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전이 말해주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장 위태로운 열점지역(hot spot)은 한국군 해병대가 주둔하는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 작전구역이다. 사람들은 흔히 연평도라 부르지만, 대연평도와 소연평도가 있으므로, 그 두 섬의 이름을 구분해야 옳다. 위에서 언급한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군 합참본부와 한국군 합참본부가 최종안을 작성해놓고 서명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국지도발 대비계획’의 중심내용은 서해 5도 작전구역에서 일어날 무력충돌에 대비한 작전계획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3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상하게도 미국군 합참본부가 2012년 말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최종안 서명절차를 계속 미루어 왔다는 것이다. 미국군 합참본부의 태도돌변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위의 보도기사에 실린 한국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국지도발 대비계획’ 최종안은 북이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를 공격하면, 10배 이상 반격할 수 있는 ‘선조치 재량권’을 그 두 섬에 있는 야전지휘관들에게 부여하려는 작전계획이라는 것이다.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 지휘관들에게 주어질 ‘선조치 재량권’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미국군사령관의 작전명령을 미처 받지 못한 위급한 상황에서 현지 야전지휘관들이 인민군에게 반격하고 나중에 보고하는 작전권한을 뜻한다. 그러므로 ‘선조치 재량권’이야말로 국지적 무력충돌을 전면전으로 비화시킬 위험천만한 ‘뇌관’이다.
북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 남측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군기지들이 북의 ‘섬멸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태평양의 미국군기지들과 심지어 미국 본토까지 북의 ‘섬멸타격’을 입을 것을 두려워하는 미국군 합참본부는, 백령도와 대연평도의 국지적 무력충돌을 전면전으로 비화시킬 ‘국지도발 대비계획’ 최종안에 서명하는 절차를 계속 미룰 수밖에 없는 아주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만일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가 황해남도에 주둔하는 인민군 4군단 예하 포병부대를 압도할 만한 작전능력을 가졌다면, 미국군 합참본부는 당장에라도 ‘국지도발 대비계획’ 최종안에 서명할 것이다. 그러나 서해 5도의 군사상황은 그와 정반대다. 만일 서해 5도 작전구역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그 두 섬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는 전멸할 것이고, 미국은 전면전에 휘말려들어 서태평양 거점들은 물론이고 본토까지 북의 ‘섬멸타격’을 입고 멸망의 길에 들어설 위험이 높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논하겠지만, 그런 예상은 과장도 아니고 오산도 아니다.
서해 5도를 지키려고 북에게 반격하다가, 전면전에 휘말려들어 결국 미국 본토가 북의 ‘섬멸타격’을 입고 멸망의 길에 들어선다면, 미국에게는 차라리 서해 5도를 포기하고 본토 피격을 피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가 인민군 포병부대의 기습타격으로 전멸당하고, 서해 5도가 인민군 특수전 병력에게 점령당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일 인민군이 점령한 백령도와 대연평도에서 수많은 한국군 전사자 시신들이 선편에 실려 인천항에 들어오는 충격적인 장면이 보도되고 게다가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게 되면, 정신무장이 되지 않은 한국군은 극도의 전쟁공포증에 사로잡힐 것이다. 서해 5도를 인민군에게 빼앗긴 한국군은 사기가 꺾이고 전의를 잃게 될 것이고, 서해 5도 점령으로 사기가 충천한 인민군은 내친 김에 제주도와 괌과 하와이도 점령하겠다고 기염을 토할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서해 5도를 북에게 빼앗긴 것으로 하여 ‘안보무능’으로 낙인찍힌 박근혜 정권은 야당들과 일반대중의 정치공세를 견디지 못해 정권을 내놓아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미국은 대파국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해 5도를 포기할 수 있어도, 남측 군부와 정권은 서해 5도를 포기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미국이 서해 5도를 포기하는 바람에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가 인민군과 맞붙은 격전에서 전멸당하고 서해 5도가 북에게 넘어가면, “미국이 한국을 배신하여 패전했다”는 맹렬한 대미비난이 남측 각계층에서 쏟아질 것이고, 그로써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이 한미관계를 강타하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하면, 미국은 서해 5도를 끝까지 사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들게 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고, 또한 남측 군부와 정권은 서해 5도를 끝까지 사수하려고 해도 인민군의 대규모 기습타격을 막을 수 없는 곤경에 빠져들게 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백령도와 대연평도는 미국군과 한국군이 방어할 수 없는 ‘가장 약한 고리’인 것이다.
서해에서 ‘통일대전 신호탄’ 쏘아올리라는 최고사령관의 작전지시
바로 그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버리고 최후 결전으로 이어가려는 것이,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 전략은, 백령도와 대연평도 기습타격과 서해 5도 기습점령으로 한국군을 극도의 전쟁공포로 몰아넣고 인민군의 사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에, 사기가 꺾이고 전의를 상실한 한국군을 군사분계선 전(全)전선에서 불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화력으로 기습타격하여 통일대전을 단숨에 승리로 이끌어 가려는 전략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예상하는 까닭은, 2013년 3월 12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정조준한 특별한 실탄사격훈련을 몸소 지도하였기 때문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실탄사격훈련은 “대연평도, 백령도 타격에 인입되는 열점지역 포병구분대들의 실전능력 판정을 위한 실탄사격훈련”이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인민군 포병부대들을 사격훈련장에 집결시키고 특별한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여 그들의 실전능력을 검열한 것은,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불시에 들이치는 기습타격이 임박했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징후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 전략은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불시에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기습타격하고 인민군 특수전 병력이 서해 5도를 기습점령하는 ‘통일대전 신호탄 발사’로 시작될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2013년 3월 11일 백령도가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이는 월내도 포병부대를 시찰하면서 “장재도 방어대와 무도 영웅방어대를 시찰하면서도 당부하였지만 월내도 방어대의 포병들도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내리면 조국통일대전의 첫 포성, 신호탄을 쏘아올려야 한다”는 작전지시를 내렸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장재도, 무도, 월내도에 주둔하는 포병부대들을 연속 시찰하면서 통일대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라는 작전지시를 내린 것은, 서해 5도 점령작전을 앞두고 최종 검열을 실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종 검열을 실시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오늘 진행한 실탄사격을 통하여 4군단 안의 포병들은 대연평도와 백령도의 적들을 불도가니에 쳐넣을 수 있게 준비되였음을 검열받았다”고 평하였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장재도, 무도, 월내도에 주둔하는 최전방 포병부대들을 연속 시찰하면서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있는 “타격대상물들에 대한 정밀타격순차와 진압밀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주었으므로, 그 포병부대들에게 머지않아 반드시 기습타격명령을 내릴 것이다. 최고사령관이 최전방 포병부대들에게 타격순차와 진압밀도를 규정해주고, 그들을 실탄사격장으로 불러 최종 검열을 하였는데도, 기습타격명령을 내리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 아닌가.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선데이> 2013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황해남도 최전방 해안지대에 포진한 인민군 해안포 부대들은 해안포 900여 문을 각 갱도진지들에서 꺼내 임의의 시각에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대한 기습타격을 개시할 사격준비를 완료하였다고 한다. 또한 <조선일보> 2011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시속 110km로 고속항해하는 신형 공기부양상륙정을 개발하였고, <동아일보> 2011년 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서해 5도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인근 해안에 신형 공기부양상륙정 70척을 대기시킬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의 신형 공기부양상륙정 70척은 전차 20대와 병력 4,000명을 초고속으로 기동시켜 서해 5도에 기습상륙시킬 수 있다. 위의 보도기사가 나온 때가 2011년이었음을 생각하면, 서해 5도 인근의 인민군 해군기지는 이미 완공되었고, 신형 공기부양상륙정 70척이 그 신설기지에서 돌격명령을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군사동향은 인민군이 서해 5도 점령작전준비를 이미 완료하였음을 뜻한다.
북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013년 3월 15일에 발표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제목의 ‘론단’에서 “미국과 괴뢰호전광들이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이 때 북남 사이의 최대열점지대로 꼽히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개 섬과 군사분계선 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일찌감치 피난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북이 최전방지역에 거주하는 남측 주민들에게 피난을 권고한 것이야말로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대한 인민군의 기습타격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뚜렷한 징후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을 간파한 미국은 인민군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임의의 시각에 선제타격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 Jr.)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2013년 3월 12일 연방상원 정보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를 인용한 <교도통신> 2013년 3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연차보고서에서는 “북조선군이 사전에 탐지되기 전에 한국 등에 한정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2013년 3월 14일 발표한 연차보고서도 북이 올해 안에 남측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였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하여 다른 나라들에서도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데도, 전투복 입고 24시간 비상근무를 해도 시원치 않을 한국군 장성 11명은 서울에 있는 태릉 골프장에서, 또 다른 장성 10여 명은 충청남도에 있는 계룡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다가 발각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키 리졸브-독수리’ 북침전쟁연습이 진행되는 시기에 서울 유흥가에 야간외출을 나온 미국군 병사들은 술에 만취하여 폭행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 60여 년 전 전시에 그들의 선배들이 보여준 못된 버릇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 5도 작전구역에서 쌍방의 화력격차는 무려 16배
위에서 논한 것처럼,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장재도, 무도, 월내도를 연속 시찰하면서 그 섬들에 주둔하는 포병부대들에게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대한 기습타격 작전지시를 내렸으며, 그 지시를 내린 직후 그 섬들에 주둔하는 포병부대 일부 병력을 이번에 진행된 실탄사격훈련에 불러 그들의 실전능력을 검열하였다. 그런데 이번 실탄사격훈련에는 그 세 섬에 주둔하는 포병부대만 참가한 것이 아니라, 황해남도 각 지역에 주둔하는 4군단 예하 다른 포병부대들도 참가하였다. 이것은 그 세 섬에 주둔하는 포병부대들만이 아니라 황해남도 각 지역에 주둔하는 다른 포병부대들도 합세하여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엄청난 화력으로 집중공격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북이 <유투브(You Tube)>에 올린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대연평도, 백령도 타격에 인입되는 열점지역 포병구분대들의 실전능력 판정을 위한 실탄사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를 보면, 서해갑문 인근 해안지대에서 실탄사격훈련이 실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북은 이전에도 그 곳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였다. 서해갑문 인근에 있는 꽤 큰 무인도를 타격구역으로 정하고, 해안지대에서 그 무인도를 향해 포를 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탄사격훈련은 이전 실탄사격훈련과 달리, “적진과의 실지거리를 타산하여” 각기 다른 사격지점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이 각종 포를 “순차에 따라”를 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적진과의 실제거리를 타산하였다는 말은 타격목표로부터 각 포의 사거리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포를 쏘았다는 뜻이다. 포의 종류에 따라 사거리가 제각기 다르므로, 포를 쏜 사격지점도 제각기 달랐다.
인민군 4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이 이번 실탄사격훈련에 동원한 중장거리포는 152mm 해안포, 130mm 자행포, 170mm 자행포(주체포)였고, 방사포들로는 40련장 122mm 방사포, 18련장 240mm 방사포, 12련장 300mm 방사포가 동원되었다. 그 가운데서 장재도, 무도, 월내도에 배치된 타격수단들은 152mm 해안포와 18련장 240mm 방사포이고, 황해남도 내륙에 배치된 타격수단들은 130mm 자행포, 170mm 자행포, 40련장 122mm 방사포, 12련장 300mm 방사포다. 사격순서를 보면, 섬방어대에 배치한 타격수단들을 먼저 쏘았고, 황해남도 내륙에 배치한 타격수단들을 나중에 쏘았다.
타격구역으로 설정된 무인도에서 가까운 지점에서부터 먼 지점까지 각 사격지점에 배치된 포들을 배치거리의 장단순으로 열거하면 이렇다. 무인도로부터 24km 떨어진 황해남도 해안지대의 사격지점에는 사거리가 24km인 152mm 해안포와 130mm 자행포를 배치하였고, 무인도로부터 30km 떨어진 황해남도 내륙의 사격지점에는 사거리가 30km인 40련장 122mm 방사포를 배치하였고, 무인도로부터 43km 떨어진 황해남도 내륙의 사격지점에는 사거리가 43km인 18련장 240mm 방사포를 배치하였고, 무인도로부터 60km 떨어진 황해남도 내륙의 사격지점에는 사거리가 60km인 170mm 자행포(주체포)를 배치하였고, 무인도로부터 120km 떨어진 황해남도 내륙의 가장 먼거리 사격지점에는 사거리가 120km인 12련장 300mm 방사포를 배치하였다. 각 사격지점에 배치한 포의 수량은 한 종류당 3∼4문씩이었다.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부대는 해병대 제6여단이고, 그 부대와 대치하고 있는 인민군 포병부대는 인민군 4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이다. 특히 황해남도 최전방에는 인민군 4군단 예하 28사단과 34사단이 전진배치되었는데, 바로 이 두 사단이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 6여단을 기습타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쌍방의 화력밀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측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인민군 4군단 예하 1개 사단은 각종 포 300문을 보유하였다. 그 300문 가운데 방사포와 중장거리포가 각각 몇 문씩인지 구분되지 않았으나, 방사포와 중장거리포가 각각 150문씩이라고 가정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40련장, 18련장, 12련장 방사포의 평균 발사관수는 23련장이므로, 23련장 방사포 150문이 20분 동안 두 차례 연속발사한다고 가정하면, 6,900발을 쏘게 된다. 또한 중장거리포 150문이 20분 동안 제각기 10발씩 발사한다고 가정하면, 1,500발을 쏘게 된다. 그러므로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발사명령을 내리면, 서해 해안지대에 배치된 인민군 4군단 예하 1개 사단의 포병부대는 20분 동안 방사포 6,900발과 중장거리포 1,500발을 합해 총 8,400발을 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기습타격을 가할 인민군 부대는 28사단과 34사단이므로, 그 2개 사단의 포병부대들은 20분 동안 16,800발을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쏘게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군 해병대는 대연평도와 백령도에 사거리가 36km인 36련장 130mm 다련장로켓포(구룡) 10문을 배치하였고, 사거리가 40km인 155mm 자주포(K-9)를 32문을 배치하였다. 백령도와 대연평도에는 그 밖에도 155mm 견인포가 다수 배치되었지만, 인민군의 대규모 집중타격을 받는 실전상황에서 방호장비 없는 견인포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백령도와 대연평도에서 한국군 해병대가 발사명령을 받은 뒤 20분 동안 36련장 130mm 다련장로켓포 10문을 두 차례 쏜다면 720발을 쏘게 되고, 20분 동안 155mm 자주포 32문을 10발씩 쏜다면 320발을 쏘게 된다.
인민군 포병부대는 16,800발을 쏘는데, 한국군 해병대는 1,040발밖에 쏘지 못하게 되므로, 서해 5도 작전구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인민군은 한국군에 비해 16배나 더 많은 압도적인 화력을 퍼붓게 되는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는 인민군 포병중대가 1시간 7분 동안 두 차례에 나누어 느슨하게 쏜 포탄 170발을 맞고서도 정신을 잃었는데, 불과 20분 동안 16,800발이나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 가공할 ‘불소나기’를 맞는다면 전멸할 것이다.
한국군 해병대가 보유한 36련장 130mm 다련장로켓포는 사거리가 36km이고 155mm 자주포는 사거리가 40km이므로, 인민군 포병부대가 보유한 방사포와 중장거리포들 가운데 사거리가 40km 이하인 152mm 해안포, 130mm 자행포, 40련장 122mm 방사포만 한국군 해병대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그런데 152mm 해안포는 갱도진지에서 포대로 나와 발사하고 다시 들어가므로 한국군의 대응타격을 피할 수 있고, 130mm 자행포와 40련장 122mm 방사포는 발사한 뒤에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므로 역시 한국군의 대응타격을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가 대응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인민군 포병부대의 타격대상은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연평도 포격전에서도 한국군 해병대는 1시간 7분 동안 80발을 쏘며 반격하였으나 인민군 방사포를 한 대도 맞추지 못했다.
한국군이 해군무력과 공중무력을 동원하여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를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군사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단순한 생각이다. 서해에 배치된 한국 해군 전함들은 황해남도에 배치된 인민군의 지대함 미사일과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인민군 잠수함대가 무서워 서해 5도 작전구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맴돌 뿐이다. 또한 한국 공군 전투기도 황해남도에 배치된 인민군 반항공군의 지대공 미사일 사정권 밖 멀리서 맴돌면서 서해 5도 작전구역 상공에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는 전시에 사실상 고립무원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군사상황을 알지 못한 채 2013년 3월 14일 연평도를 방문한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는 해병대 연평부대 전방관측소에 나타나 장병들에게 “10배 타격이 있다는 것을 (인민군에게) 알려줘야 한다. 결국 화력으로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쌍방의 화력수준을 비교할 줄 아는 군사전문가들이 바라보면, 의혹이 있는 병역면제처분으로 자기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의 무식한 언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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