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2012년 12월 3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노래가 울려나올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눈물 흘렸다
지금 북에서는 자국산 첫 실용위성인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린 성과를 “5천년 민족사의 특대사변”으로 높이 칭송하고 있다. 또한 첫 실용위성을 쏘아올린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의 공훈을 경축하는 노래와 춤으로 축하무대를 장식하였고, 우주강국대오에 당당히 진입한 민족적 긍지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우주개발사업 공로자 101명은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받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에 가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였고, 각계각층 인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과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2012년 12월 2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국가연회장인 목란관에서 우주개발사업 공로자 101명에게 베푼 성대한 연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주개발사업 공로자 101명은 연회장 입구에 정렬한 인민군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로농적위군 명예위병대의 영접을 받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뒤를 따라 입장하였고, 당, 정, 군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연회가 열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회에서 연설하였다. 또한 북측 최고의 음악연주단으로 절찬 받는 모란봉악단이 화려한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 글에서 12.21 연회에 관해 논하는 까닭은, 우주정복을 향한 북의 원대한 전망과 확고한 의지를 그 연회에서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주개발이라는 용어보다 더 강한 인상을 안겨주는 우주정복이라는 용어를 쓰는 까닭은, 우주를 정복하려는 북의 전망이 원대하고, 우주를 정복하려는 북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주정복을 향한 북의 원대한 전망과 확고한 의지에 관한 이 글의 서술은 집필자의 주관적인 인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 논거는 아래와 같다.
2012년 12월 27일 <로동신문>에 실린 ‘방방곡곡에 꽃피는 <광명성>호 이야기’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12.21 연회에서 ‘단숨에’라는 제목의 노래가 만장의 열렬한 재청을 받고 네 차례나 울려나왔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노래가 울려나올 때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았다고 한다.
노래 ‘단숨에’는 이전부터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 사이에서 널리 불려오는 노래로, 북의 표현을 빌리면 ‘시대의 명곡’이다. 그 노래에는 “타격목표도 단숨에, 적함돌입도 단숨에” 또는 “위훈 세워도 단숨에, 승리 떨쳐도 단숨에, 번개 같이 불이 번쩍 단숨에” 같은 노랫말이 들어있어서, 인민군의 전격적인 조국통일대전 의지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노래 선율도 매우 박진감 넘치고 빠르고 힘찬 군가풍 선율이다. 12.21 연회에서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단숨에’는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전자음악에 맞게 편곡한 경음악곡을 연주한 것이다.
그런데 왜 연회 참석자들은 그 경음악에 열렬한 재청을 네 차례나 보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선율이 울려나올 때 흐르는 눈물을 닦은 것일까? 경음악 ‘단숨에’가 연주될 때, 무대 뒤편 배경화면에 비친 동영상 장면이 가슴을 흔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광명성 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리기까지 전 과정을 세심하게 이끌어온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온갖 노고가 그 동영상 화면에 흐르고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우주개발사업에 얼마나 많은 노고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려면, 2012년 12월 20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령도 밑에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 성과적으로 발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시청할 필요가 있다. 기록영화에는 2012년 11월 22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형시설 안에 수평으로 눕혀놓은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를 돌아보면서 거대한 동체를 손으로 쓸어보는 장면, 탑재를 곧 앞둔 광명성 3호 2호기 앞에서 과학자, 기술자, 동행한 당간부들과 담화하는 장면, 강추위 몰아친 서해위성발사장을 돌아보는 장면 등이 나온다.
또한 기록영화에는 2012년 12월 6일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과학자, 기술자, 동행한 당간부들과 담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그 기록영화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상신한 수많은 보고서들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많은 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하고 모든 겉표지마다 자신의 친필로 지시사항이나 명령을 적어 내려 보낸 것이다.
원대한 우주정복구상이 은하 9호 모형에 비껴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12.21 연설을 들으면, 우주정복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2012년 12월 21일 북에서 방영되었고, 12월 23일 ‘유투브(You Tube)’에 오른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과적으로 발사하는데 공헌한 과학자, 기술자, 로동자, 일군들을 위하여 마련한 연회에 참석하시였다’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 전문이 동영상과 함께 육성으로 수록되어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12.21 연설에서 “동지들은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과적으로 쏴올린 그 정신, 그 기백으로 통신위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용위성들과 보다 위력한 운반로케트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발사하여야 합니다”고 말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연설대목에서 밝힌 것은, 이번에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렸으니, 다음에는 통신위성도 쏘아올리고, 통신위성을 쏘아올린 뒤에는 다른 실용위성들도 쏘아올려야 한다는 자신의 우주정복구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12.21 연설에서 지적한 통신위성은 적도 상공 35,786km의 지구정지궤도(geosynchronous orbit) 위에서 지구자전속도로 회전하는 정지위성인데,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린 뒤에 통신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은 선진우주강국들이 밟아간 전형적인 발전경로이며, 북이 들어선 발전경로다.
<로동신문> 정치보도반은 2012년 12월 22일부 보도기사에서 “연회 참가자들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지니신 우주강국건설의 웅대한 포부와 구상을 전면적으로 실현하여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더욱 힘있게 과시해나갈 혁명적 열의에 넘쳐있었다”고 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우주강국건설의 웅대한 포부와 구상”이라고 서술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알려주는 일화는 2012년 12월 28일 <로동신문>에 실린 ‘우주에 더 많은 <광명성>호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읽을 수 있는데,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에게 “우주정복의 목표를 더 높이 세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을 고무해주었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또 다른 일화는 2012년 12월 28일 <로동신문>에 실린 ‘우주정복의 원대한 구상과 포부’라는 제목의 기사에 들어있는데,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에게 “운반로케트 <은하-9> 모형을 가리키시며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으시였다”고 한다.
12.21 연회장을 촬영한 보도사진들이나 기록영화를 보면, 연회석에서 정면을 바라볼 때 연회장 무대 오른쪽에는 이번에 쏘아올린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 모형이 서 있고, 연회장 무대 왼쪽에는 은하 3호 모형보다 더 큰 위성운반로켓 모형이 서 있는데, 그 동체에 은하 9호라고 큼지막하게 쓴 글씨가 돋보인다.
그런데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은하 9호 모형을 손으로 가리키며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에게 그 모형을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 질문은 무슨 뜻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위성운반로켓 은하 9호를 만들어 쏘아올려야 한다는 뜻이 그 질문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은하 9호 모형을 “보았는가?”고 묻지 않고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은 것은, 그 모형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로 제작되어 연회장 무대에 설치되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첫 실용위성 발사에 성공한 환희와 격동으로 들끓고 있는 공로자들에게 앞으로 쏘아올릴 위성운반로켓 모형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우주정복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그 순간, 은하 9호 모형에 비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과학자, 기술자들의 가슴마다 자기 영도자의 우주정복구상을 실현하려는 열정과 의욕이 얼마나 뜨겁게 솟구쳤는지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구태여 서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위에 인용한 <로동신문> 기사에는 “운반로케트 <은하-3>과 <은하-9>, 그 두 모형을 다시금 바라보는 과학자, 기술자들이 받아안은 충격은 참으로 컸다”고 쓰여 있다.
북이 이번에 쏘아올린 은하 3호 다음에 쏘아올릴 은하 계열의 각종 위성운반로켓은 당연히 은하 4호, 5호, 6호, 7호, 8호 순으로 될 것이다. 은하 3호와 마찬가지로, 은하 4, 5호는 지구관측위성을 운반하게 될 것이고, 은하 6, 7, 8호는 통신위성을 운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원래 ‘광명성’이라는 말은 빛나는 별이라는 뜻인데, 빛나는 별이 촘촘히 밀집한 천체현상을 ‘은하’라 한다. 오늘 북이 긍지 높이 부르는 인공위성 이름 ‘광명성’과 운반로켓 이름 ‘은하’에는, 밤하늘에 빛나는 은하처럼 수많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려는 강렬한 우주정복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면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형으로 전시한 은하 9호에는 어떤 위성이 실릴 것인가? 은하 9호는 지구관측위성이나 통신위성을 싣고 지구궤도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달탐사위성을 싣고 지구궤도를 벗어나 우주공간 저편에 있는 달궤도(Selenocentric Orbit)로 날아갈 것이다. 은하 9호에 달탐사위성을 싣고 달궤도로 쏘아올리는 우주정복의 길, 바로 이것이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시한 우주강국건설구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구궤도를 정복할 뿐 아니라, 달궤도까지 정복하려는 원대한 우주강국건설구상을 올해 2012년을 기점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인공위성이라 하지만, 북에서는 인공지구위성이라고 하는 까닭은 인공지구위성과 인공달위성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1966년 4월 3일 인류사 최초로 달궤도 진입에 성공한 인공달위성은 소련이 쏘아올린 ‘루나(Lunar) 10호’였다. 질량이 1,582kg인 그 인공달위성은 달표면으로부터 원지점 2,738km, 근지점 2,088km의 타원궤도를 따라 178분05초 주기로 달 주위를 회전하였다.
이번에 첫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린 북이 앞으로 달탐사위성도 쏘아올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아래의 정보를 살펴보면 논리적 비약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선진우주강국들이 쏘아올린 인공달위성과 그 운반로켓에 관한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달위성을 처음으로 쏘아올린 나라는 소련이었지만, 요즈음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2009년 6월 18일 미국 국가항공우주국(NASA)은 애틀러스(Atlas) 5호에 ‘달정찰위성(Lunar Reconnaissance Orbiter)’이라는 이름의 신형 달탐사위성을 실어 달을 향해 쏘아올렸다. 2단형 위성운반로켓인 애틀러스 5호는 길이가 58.3m이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81m다. 질량이 1,900kg인 ‘달정찰위성’은 지구를 떠나 나흘 반 동안 우주공간을 비행한 끝에 달궤도에 진입하였다.
그보다 9개월 앞선 2008년 10월 22일 인도가 자국 최초의 달탐사위성 챈드레이안(Chandrayaan) 1호를 4단형 위성운반로켓인 ‘극위성발사체(PSLV)’에 실어 달을 향해 쏘아올렸다. 인도가 쏘아올린 ‘극위성발사체’는 길이가 44m, 1단 추진체 지름이 2.8m이고, 탈탐사위성 챈드레이안 1호의 질량은 1,380kg이다.
미국과 인도가 각각 쏘아올린 달탐사위성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처럼 위성운반로켓을 2단형으로 만들면 추진체 길이가 50m 이상으로 길어지고, 1단 추진체 지름도 3m보다 훨씬 길어지는 반면, 인도의 경우처럼 위성운반로켓을 4단형으로 만들면 추진체 길이가 50m 이하로 짧아지고, 1단 추진체 지름도 3m 이하로 짧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북이 만일 달탐사위성을 싣는 위성운반로켓 은하 9호를 3단형으로 만든다면, 추진체 길이가 40m 이상 되어야 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m 정도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그처럼 동체가 크고 강한 추력을 내는 위성운반로켓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북이 이번에 쏘아올린 은하 3호는 길이 30m, 1단 추진체 지름 2.4m, 질량 91t, 발사추력 120t이다. 2012년 4월 13일에 쏘아올린 은하 3호도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이었고, 북이 2009년 4월 5일에 쏘아올린 은하 2호도 길이가 30m, 1단 추진체 지름이 2.4m인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이었다.
북은 왜 지난 3년 동안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을 3기나 쏘아올린 것일까? 은하 2호 또는 은하 3호로 불리는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을 여러 기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현상이 암시하는 것은, 북의 우주개발사업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위성운반로켓 제작이 아니라 위성 제작이라는 점이다. 지금 북의 우주개발사업에서는 고성능 위성을 만드는 기술이 아직 좀 부족할 뿐이고,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명령만 내리면 당장이라도 길이가 40m 이상이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m 정도 되는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은 이미 은하 9호를 만들어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위성운반로켓 제작기술을 그처럼 높이 평가하는 근거는, 2012년 4월 4일 <조선일보> 보도기사에서 찾아낼 수 있다. 미국 정찰위성이 북측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자료에 관해 보도한 그 기사에 따르면, 당시 북을 집중감시하던 미국 정찰위성이 평양에 있는 미사일 공장 경내에서 은하 3호(미국은 ‘대포동 2호’라고 제멋대로 부름)보다 크기가 더 큰, 길이 40m의 대형 미사일을 포착하였다는 것이다. 북이 길이 40m의 대형 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길이가 40m 이상이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m 정도 되는 대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이 광명성 1호를 쏘아올린 직후인 1998년 9월 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서 당시 우주개발사업에 참가한 북측 과학자인 권동화 박사가 말한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조선에서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현명한 령도에 의해 인공지구위성을 운반할 수 있는 다계단 로케트가 벌써 198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인공지구위성 연구분야에서도 커다란 성과가 이룩되였다”고 하였다. 위성을 운반할 수 있는 다단계 로켓을 1980년대에 개발하였다는 말은, 4반세기 전에 이미 고도의 로켓설계기술을 보유하였다는 뜻이다.
2012년 12월 28일 <로동신문>에 실린 ‘101개의 금별메달’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 위성의 궤도진입 시 여러 수값들은 그 오차가 불과 수m에 달함으로써 세계의 경탄을 자아내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과장어법이 아니다. 북은 1980년대에 이미 높은 수준에 오른 로켓설계기술을 지난 4반세기 동안 더욱 발전시켜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일보> 2012년 12월 12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권세진 교수는 “현재 북한의 로켓기술력으로 볼 때 1,000kg의 탄두를 탑재해도 미사일을 11,000여 km까지 보낼 수 있는 수준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은하 3호의 현재 성능만으로도 광명성 3호 2호기보다 질량이 10배나 더 무거운 대형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이 위성설계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인공달위성을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인도가 쏘아올린 자국의 첫 탈탐사위성 챈드레이안 1호의 질량이 1,380kg이므로, 북은 광명성 3호 2호기보다 약 14배 정도 더 무거운 광명성 9호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1994년 10월 13일 ‘극위성발사체’ 발사에 처음 성공한 인도는 그로부터 14년 뒤에 달탐사위성을 쏘아올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이번에 북에서 방영된 기록영화에 나타난 광명성 3호 2호기의 모습이다. 그 모습은 지난 4월 발사에 실패한 광명성 3호 1호기의 모습과 상당히 달라 보인다. 동영상에서 얼핏 보기에도, 광명성 3호 1호기에 비해 광명성 3호 2호기에는 더 복잡한 장치들이 들어있고, 더욱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북의 위성제작 기술자들이 지난 4월 실패 이후 8개월 동안 더욱 분발하여 지구관측위성 성능을 상당히 개량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의 우주개발사업을 담당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그런 정신과 기백을 가졌다면,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14년 걸린 일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7년 만에 해낼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린 정신과 기백으로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개발하여야 한다고 12.21 연설에서 강조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00t급 초대형 운반로켓을 쏘아올릴 발사대가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2년 1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유엔총회 제67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북측 대표는 연설에서 북이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우주개발기관을 확대강화하고 정지위성을 포함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실용위성들을 계속 쏴올릴 것”이라고 밝혔으며, <조선신보>는 2012년 12월 12일 보도에서 북이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이 올해 2012년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렸으므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명성 4호부터 9호까지 계속 쏘아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난 2017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순차적 추진을 예상하면, 북은 2017년에 제2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 광명성 10호를 실은 은하 10호를 쏘아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북이 2017년에 시작할 제2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은 제1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보다 더욱 발전된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계획일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2012년 4월 8일 서해위성발사장 현장에서 취재한 <조선신보> 2012년 4월 10일 보도기사에 나온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의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가 취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북은 “가까운 앞날에 정지위성을 발사하게 될 것”이고, “전망적으로는 유인우주비행선까지 쏘아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북의 우주개발계획이 지구관측위성 발사와 정지위성(통신위성) 발사에서 장차 달탐사위성 발사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유인우주비행선 발사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이 유인우주비행선을 발사할 것이라니, 그가 취재진 앞에서 과장법을 쓴 것일까?
유인우주비행선 발사에 관한 그의 전망적 발언이 과장이 아니라는 점은 서해위성발사장 설비규모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취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는 400t급 초대형 운반로켓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발사대의 높이는 50m 이상이다. 그는 초대형 운반로켓이라고 표현했지만, 400t급 운반로켓이라면 인공위성을 싣는 운반로켓이 아니라 유인우주비행선을 싣는 운반로켓이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Yuri Gagarin, 1934-1968)을 태우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1시간 48분 동안 우주비행을 하였던 소련의 유인우주비행선 보스톡(Vostok) 1호의 질량은 5.9t이었고, 그 유인우주비행선을 우주로 실어나른 2단형 보스코드(Voskhod) 운반로켓은 길이 30.84m, 1단 추진체 지름 2.99m, 질량 298.4t이었다. 이것은 당시 소련이 총질량 304.3t의 유인우주비행선 운반로켓을 쏘아올리는 추력을 뿜어내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개발하였음을 뜻한다.
그런데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에서는 질량이 400t이나 되는 운반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장차 유인우주비행선을 쏘아올릴 전망을 가지고 그처럼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게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에는 달탐사위성은 물론이고 유인우주비행선까지 쏘아올릴 전망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데, 12.21 연회장 무대 옆에 세워진 은하 9호 모형은 유인우주비행선을 싣는 운반로켓 모형이 아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은하 9호 모형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새로운 유형의 운반로켓 은하 10호에 유인우주비행선을 실어 쏘아올릴 원대한 우주정복구상을 단계별로 실행에 옮기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우주강국건설 유훈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기간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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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에서는 자국산 첫 실용위성인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린 성과를 “5천년 민족사의 특대사변”으로 높이 칭송하고 있다. 또한 첫 실용위성을 쏘아올린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의 공훈을 경축하는 노래와 춤으로 축하무대를 장식하였고, 우주강국대오에 당당히 진입한 민족적 긍지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우주개발사업 공로자 101명은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받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에 가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였고, 각계각층 인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과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2012년 12월 2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국가연회장인 목란관에서 우주개발사업 공로자 101명에게 베푼 성대한 연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주개발사업 공로자 101명은 연회장 입구에 정렬한 인민군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로농적위군 명예위병대의 영접을 받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뒤를 따라 입장하였고, 당, 정, 군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연회가 열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회에서 연설하였다. 또한 북측 최고의 음악연주단으로 절찬 받는 모란봉악단이 화려한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 글에서 12.21 연회에 관해 논하는 까닭은, 우주정복을 향한 북의 원대한 전망과 확고한 의지를 그 연회에서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주개발이라는 용어보다 더 강한 인상을 안겨주는 우주정복이라는 용어를 쓰는 까닭은, 우주를 정복하려는 북의 전망이 원대하고, 우주를 정복하려는 북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주정복을 향한 북의 원대한 전망과 확고한 의지에 관한 이 글의 서술은 집필자의 주관적인 인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 논거는 아래와 같다.
2012년 12월 27일 <로동신문>에 실린 ‘방방곡곡에 꽃피는 <광명성>호 이야기’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12.21 연회에서 ‘단숨에’라는 제목의 노래가 만장의 열렬한 재청을 받고 네 차례나 울려나왔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노래가 울려나올 때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았다고 한다.
노래 ‘단숨에’는 이전부터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 사이에서 널리 불려오는 노래로, 북의 표현을 빌리면 ‘시대의 명곡’이다. 그 노래에는 “타격목표도 단숨에, 적함돌입도 단숨에” 또는 “위훈 세워도 단숨에, 승리 떨쳐도 단숨에, 번개 같이 불이 번쩍 단숨에” 같은 노랫말이 들어있어서, 인민군의 전격적인 조국통일대전 의지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노래 선율도 매우 박진감 넘치고 빠르고 힘찬 군가풍 선율이다. 12.21 연회에서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단숨에’는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전자음악에 맞게 편곡한 경음악곡을 연주한 것이다.
그런데 왜 연회 참석자들은 그 경음악에 열렬한 재청을 네 차례나 보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선율이 울려나올 때 흐르는 눈물을 닦은 것일까? 경음악 ‘단숨에’가 연주될 때, 무대 뒤편 배경화면에 비친 동영상 장면이 가슴을 흔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광명성 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리기까지 전 과정을 세심하게 이끌어온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온갖 노고가 그 동영상 화면에 흐르고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우주개발사업에 얼마나 많은 노고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려면, 2012년 12월 20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령도 밑에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 성과적으로 발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시청할 필요가 있다. 기록영화에는 2012년 11월 22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형시설 안에 수평으로 눕혀놓은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를 돌아보면서 거대한 동체를 손으로 쓸어보는 장면, 탑재를 곧 앞둔 광명성 3호 2호기 앞에서 과학자, 기술자, 동행한 당간부들과 담화하는 장면, 강추위 몰아친 서해위성발사장을 돌아보는 장면 등이 나온다.
또한 기록영화에는 2012년 12월 6일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과학자, 기술자, 동행한 당간부들과 담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그 기록영화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상신한 수많은 보고서들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많은 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하고 모든 겉표지마다 자신의 친필로 지시사항이나 명령을 적어 내려 보낸 것이다.
원대한 우주정복구상이 은하 9호 모형에 비껴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12.21 연설을 들으면, 우주정복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2012년 12월 21일 북에서 방영되었고, 12월 23일 ‘유투브(You Tube)’에 오른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과적으로 발사하는데 공헌한 과학자, 기술자, 로동자, 일군들을 위하여 마련한 연회에 참석하시였다’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 전문이 동영상과 함께 육성으로 수록되어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12.21 연설에서 “동지들은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과적으로 쏴올린 그 정신, 그 기백으로 통신위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용위성들과 보다 위력한 운반로케트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발사하여야 합니다”고 말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연설대목에서 밝힌 것은, 이번에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렸으니, 다음에는 통신위성도 쏘아올리고, 통신위성을 쏘아올린 뒤에는 다른 실용위성들도 쏘아올려야 한다는 자신의 우주정복구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12.21 연설에서 지적한 통신위성은 적도 상공 35,786km의 지구정지궤도(geosynchronous orbit) 위에서 지구자전속도로 회전하는 정지위성인데,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린 뒤에 통신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은 선진우주강국들이 밟아간 전형적인 발전경로이며, 북이 들어선 발전경로다.
<로동신문> 정치보도반은 2012년 12월 22일부 보도기사에서 “연회 참가자들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지니신 우주강국건설의 웅대한 포부와 구상을 전면적으로 실현하여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더욱 힘있게 과시해나갈 혁명적 열의에 넘쳐있었다”고 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우주강국건설의 웅대한 포부와 구상”이라고 서술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알려주는 일화는 2012년 12월 28일 <로동신문>에 실린 ‘우주에 더 많은 <광명성>호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읽을 수 있는데,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에게 “우주정복의 목표를 더 높이 세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을 고무해주었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또 다른 일화는 2012년 12월 28일 <로동신문>에 실린 ‘우주정복의 원대한 구상과 포부’라는 제목의 기사에 들어있는데,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에게 “운반로케트 <은하-9> 모형을 가리키시며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으시였다”고 한다.
12.21 연회장을 촬영한 보도사진들이나 기록영화를 보면, 연회석에서 정면을 바라볼 때 연회장 무대 오른쪽에는 이번에 쏘아올린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 모형이 서 있고, 연회장 무대 왼쪽에는 은하 3호 모형보다 더 큰 위성운반로켓 모형이 서 있는데, 그 동체에 은하 9호라고 큼지막하게 쓴 글씨가 돋보인다.
그런데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은하 9호 모형을 손으로 가리키며 우주개발사업 공로자들에게 그 모형을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 질문은 무슨 뜻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위성운반로켓 은하 9호를 만들어 쏘아올려야 한다는 뜻이 그 질문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은하 9호 모형을 “보았는가?”고 묻지 않고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은 것은, 그 모형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로 제작되어 연회장 무대에 설치되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첫 실용위성 발사에 성공한 환희와 격동으로 들끓고 있는 공로자들에게 앞으로 쏘아올릴 위성운반로켓 모형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우주정복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그 순간, 은하 9호 모형에 비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과학자, 기술자들의 가슴마다 자기 영도자의 우주정복구상을 실현하려는 열정과 의욕이 얼마나 뜨겁게 솟구쳤는지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구태여 서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위에 인용한 <로동신문> 기사에는 “운반로케트 <은하-3>과 <은하-9>, 그 두 모형을 다시금 바라보는 과학자, 기술자들이 받아안은 충격은 참으로 컸다”고 쓰여 있다.
북이 이번에 쏘아올린 은하 3호 다음에 쏘아올릴 은하 계열의 각종 위성운반로켓은 당연히 은하 4호, 5호, 6호, 7호, 8호 순으로 될 것이다. 은하 3호와 마찬가지로, 은하 4, 5호는 지구관측위성을 운반하게 될 것이고, 은하 6, 7, 8호는 통신위성을 운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원래 ‘광명성’이라는 말은 빛나는 별이라는 뜻인데, 빛나는 별이 촘촘히 밀집한 천체현상을 ‘은하’라 한다. 오늘 북이 긍지 높이 부르는 인공위성 이름 ‘광명성’과 운반로켓 이름 ‘은하’에는, 밤하늘에 빛나는 은하처럼 수많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려는 강렬한 우주정복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면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형으로 전시한 은하 9호에는 어떤 위성이 실릴 것인가? 은하 9호는 지구관측위성이나 통신위성을 싣고 지구궤도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달탐사위성을 싣고 지구궤도를 벗어나 우주공간 저편에 있는 달궤도(Selenocentric Orbit)로 날아갈 것이다. 은하 9호에 달탐사위성을 싣고 달궤도로 쏘아올리는 우주정복의 길, 바로 이것이 12.21 연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시한 우주강국건설구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구궤도를 정복할 뿐 아니라, 달궤도까지 정복하려는 원대한 우주강국건설구상을 올해 2012년을 기점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인공위성이라 하지만, 북에서는 인공지구위성이라고 하는 까닭은 인공지구위성과 인공달위성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1966년 4월 3일 인류사 최초로 달궤도 진입에 성공한 인공달위성은 소련이 쏘아올린 ‘루나(Lunar) 10호’였다. 질량이 1,582kg인 그 인공달위성은 달표면으로부터 원지점 2,738km, 근지점 2,088km의 타원궤도를 따라 178분05초 주기로 달 주위를 회전하였다.
이번에 첫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린 북이 앞으로 달탐사위성도 쏘아올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아래의 정보를 살펴보면 논리적 비약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선진우주강국들이 쏘아올린 인공달위성과 그 운반로켓에 관한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달위성을 처음으로 쏘아올린 나라는 소련이었지만, 요즈음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2009년 6월 18일 미국 국가항공우주국(NASA)은 애틀러스(Atlas) 5호에 ‘달정찰위성(Lunar Reconnaissance Orbiter)’이라는 이름의 신형 달탐사위성을 실어 달을 향해 쏘아올렸다. 2단형 위성운반로켓인 애틀러스 5호는 길이가 58.3m이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81m다. 질량이 1,900kg인 ‘달정찰위성’은 지구를 떠나 나흘 반 동안 우주공간을 비행한 끝에 달궤도에 진입하였다.
그보다 9개월 앞선 2008년 10월 22일 인도가 자국 최초의 달탐사위성 챈드레이안(Chandrayaan) 1호를 4단형 위성운반로켓인 ‘극위성발사체(PSLV)’에 실어 달을 향해 쏘아올렸다. 인도가 쏘아올린 ‘극위성발사체’는 길이가 44m, 1단 추진체 지름이 2.8m이고, 탈탐사위성 챈드레이안 1호의 질량은 1,380kg이다.
미국과 인도가 각각 쏘아올린 달탐사위성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처럼 위성운반로켓을 2단형으로 만들면 추진체 길이가 50m 이상으로 길어지고, 1단 추진체 지름도 3m보다 훨씬 길어지는 반면, 인도의 경우처럼 위성운반로켓을 4단형으로 만들면 추진체 길이가 50m 이하로 짧아지고, 1단 추진체 지름도 3m 이하로 짧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북이 만일 달탐사위성을 싣는 위성운반로켓 은하 9호를 3단형으로 만든다면, 추진체 길이가 40m 이상 되어야 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m 정도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그처럼 동체가 크고 강한 추력을 내는 위성운반로켓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북이 이번에 쏘아올린 은하 3호는 길이 30m, 1단 추진체 지름 2.4m, 질량 91t, 발사추력 120t이다. 2012년 4월 13일에 쏘아올린 은하 3호도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이었고, 북이 2009년 4월 5일에 쏘아올린 은하 2호도 길이가 30m, 1단 추진체 지름이 2.4m인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이었다.
북은 왜 지난 3년 동안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을 3기나 쏘아올린 것일까? 은하 2호 또는 은하 3호로 불리는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을 여러 기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현상이 암시하는 것은, 북의 우주개발사업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위성운반로켓 제작이 아니라 위성 제작이라는 점이다. 지금 북의 우주개발사업에서는 고성능 위성을 만드는 기술이 아직 좀 부족할 뿐이고,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명령만 내리면 당장이라도 길이가 40m 이상이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m 정도 되는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은 이미 은하 9호를 만들어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위성운반로켓 제작기술을 그처럼 높이 평가하는 근거는, 2012년 4월 4일 <조선일보> 보도기사에서 찾아낼 수 있다. 미국 정찰위성이 북측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자료에 관해 보도한 그 기사에 따르면, 당시 북을 집중감시하던 미국 정찰위성이 평양에 있는 미사일 공장 경내에서 은하 3호(미국은 ‘대포동 2호’라고 제멋대로 부름)보다 크기가 더 큰, 길이 40m의 대형 미사일을 포착하였다는 것이다. 북이 길이 40m의 대형 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길이가 40m 이상이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3m 정도 되는 대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이 광명성 1호를 쏘아올린 직후인 1998년 9월 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서 당시 우주개발사업에 참가한 북측 과학자인 권동화 박사가 말한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조선에서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현명한 령도에 의해 인공지구위성을 운반할 수 있는 다계단 로케트가 벌써 198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인공지구위성 연구분야에서도 커다란 성과가 이룩되였다”고 하였다. 위성을 운반할 수 있는 다단계 로켓을 1980년대에 개발하였다는 말은, 4반세기 전에 이미 고도의 로켓설계기술을 보유하였다는 뜻이다.
2012년 12월 28일 <로동신문>에 실린 ‘101개의 금별메달’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 위성의 궤도진입 시 여러 수값들은 그 오차가 불과 수m에 달함으로써 세계의 경탄을 자아내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과장어법이 아니다. 북은 1980년대에 이미 높은 수준에 오른 로켓설계기술을 지난 4반세기 동안 더욱 발전시켜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일보> 2012년 12월 12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권세진 교수는 “현재 북한의 로켓기술력으로 볼 때 1,000kg의 탄두를 탑재해도 미사일을 11,000여 km까지 보낼 수 있는 수준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은하 3호의 현재 성능만으로도 광명성 3호 2호기보다 질량이 10배나 더 무거운 대형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이 위성설계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인공달위성을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인도가 쏘아올린 자국의 첫 탈탐사위성 챈드레이안 1호의 질량이 1,380kg이므로, 북은 광명성 3호 2호기보다 약 14배 정도 더 무거운 광명성 9호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1994년 10월 13일 ‘극위성발사체’ 발사에 처음 성공한 인도는 그로부터 14년 뒤에 달탐사위성을 쏘아올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이번에 북에서 방영된 기록영화에 나타난 광명성 3호 2호기의 모습이다. 그 모습은 지난 4월 발사에 실패한 광명성 3호 1호기의 모습과 상당히 달라 보인다. 동영상에서 얼핏 보기에도, 광명성 3호 1호기에 비해 광명성 3호 2호기에는 더 복잡한 장치들이 들어있고, 더욱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북의 위성제작 기술자들이 지난 4월 실패 이후 8개월 동안 더욱 분발하여 지구관측위성 성능을 상당히 개량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의 우주개발사업을 담당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그런 정신과 기백을 가졌다면,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14년 걸린 일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7년 만에 해낼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린 정신과 기백으로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개발하여야 한다고 12.21 연설에서 강조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00t급 초대형 운반로켓을 쏘아올릴 발사대가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2년 1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유엔총회 제67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북측 대표는 연설에서 북이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우주개발기관을 확대강화하고 정지위성을 포함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실용위성들을 계속 쏴올릴 것”이라고 밝혔으며, <조선신보>는 2012년 12월 12일 보도에서 북이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이 올해 2012년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렸으므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명성 4호부터 9호까지 계속 쏘아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난 2017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순차적 추진을 예상하면, 북은 2017년에 제2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 광명성 10호를 실은 은하 10호를 쏘아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북이 2017년에 시작할 제2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은 제1차 우주개발 5개년 계획보다 더욱 발전된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계획일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2012년 4월 8일 서해위성발사장 현장에서 취재한 <조선신보> 2012년 4월 10일 보도기사에 나온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의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가 취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북은 “가까운 앞날에 정지위성을 발사하게 될 것”이고, “전망적으로는 유인우주비행선까지 쏘아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북의 우주개발계획이 지구관측위성 발사와 정지위성(통신위성) 발사에서 장차 달탐사위성 발사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유인우주비행선 발사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이 유인우주비행선을 발사할 것이라니, 그가 취재진 앞에서 과장법을 쓴 것일까?
유인우주비행선 발사에 관한 그의 전망적 발언이 과장이 아니라는 점은 서해위성발사장 설비규모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취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는 400t급 초대형 운반로켓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발사대의 높이는 50m 이상이다. 그는 초대형 운반로켓이라고 표현했지만, 400t급 운반로켓이라면 인공위성을 싣는 운반로켓이 아니라 유인우주비행선을 싣는 운반로켓이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Yuri Gagarin, 1934-1968)을 태우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1시간 48분 동안 우주비행을 하였던 소련의 유인우주비행선 보스톡(Vostok) 1호의 질량은 5.9t이었고, 그 유인우주비행선을 우주로 실어나른 2단형 보스코드(Voskhod) 운반로켓은 길이 30.84m, 1단 추진체 지름 2.99m, 질량 298.4t이었다. 이것은 당시 소련이 총질량 304.3t의 유인우주비행선 운반로켓을 쏘아올리는 추력을 뿜어내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개발하였음을 뜻한다.
그런데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에서는 질량이 400t이나 되는 운반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장차 유인우주비행선을 쏘아올릴 전망을 가지고 그처럼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게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주정복구상에는 달탐사위성은 물론이고 유인우주비행선까지 쏘아올릴 전망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데, 12.21 연회장 무대 옆에 세워진 은하 9호 모형은 유인우주비행선을 싣는 운반로켓 모형이 아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은하 9호 모형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새로운 유형의 운반로켓 은하 10호에 유인우주비행선을 실어 쏘아올릴 원대한 우주정복구상을 단계별로 실행에 옮기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우주강국건설 유훈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기간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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