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2012년 12월 10일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정치평론가들의 대선분석과 당락전망을 믿기 힘든 까닭
2012년 12월 19일에 실시될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오르면서 후보들의 각축전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가운데, 정치평론가들이 이러저러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들이 내놓는 분석과 전망을 들어보면, 어떤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하고, 어떤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 마디로 잘라 말하면, 그들의 분석과 전망은 믿을 만한 게 아니다. 그들의 분석과 전망을 믿기 힘든 까닭은, 대선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을 생각하지 못한 채 대선판세를 단순히 지지율 변화동향에만 근거하여 분석하면서 당락을 전망하기 때문이다.
명백하게도, 대선후보의 지지율 변화동향은 변수이지 상수가 아니다. 지지율을 오르락내리락 변화시키는 요인은 변화현상 밑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 법이다. 정치평론가들은 가장 중요한 상수를 빼놓고 부차적인 변수만 매만지고 있으니, 과학적인 분석과 정확한 전망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 땅에서 전개되는 곡절 많은 대선과정에서 여러 요인들이 뒤엉켜 조성된 복잡한 판세를 분석하고 당락을 전망할 때,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 될 상수는 미국의 대선개입이다. 미국의 ‘사활적 안보이익’이 걸려있다는 이 땅에서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를 결정하는 대선국면이 날카롭게 조성된 오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수수방관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무지몽매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이제껏 이 땅에서 실시된 모든 대선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여 미국의 ‘사활적 안보이익’을 정권 차원에서 보장해줄 친미성향의 후보를 당선시켜왔다는 사실은, 한미관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예컨대, 2007년에 조성된 제17대 대선국면에서도 미국은 이전 대선국면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집중적으로 선거개입공작을 벌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말해주는 비밀문건 93편이 ‘위킬릭스’에 게재되었는데, 그 비밀문건을 정밀분석한 나의 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선거개입공작 자행한 미국’은 2012년 4월 2일 <통일뉴스>에 실린 바 있다.
‘위킬릭스’에 게재된, 제17대 대선에 관한 비밀문건 93편은 주한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것인데, 정작 중요한 극비문건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으니 선거개입공작의 실체는 비밀문건 93편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일 것이다. 더욱이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비밀공작과 첩보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가 제17대 대선국면에서 벌여놓은 선거개입공작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으니, 비밀문건 93편에 드러난 선거개입공작은 빙산의 일각이다.
나의 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선거개입공작 자행한 미국’에서 논한 것처럼,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는 2007년 대선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도 각계각층에 침투시킨 방대한 첩보망, 공작망, 연락선, 인맥을 총가동하여 광란적으로 선거개입공작을 벌이는 중인데, 다만 그 비밀공작이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아서 유권자 대중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대선후보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간택하고, 그들이 간택한 대선후보가 실제로 당선된다는 것은 이 땅의 선거역사를 관통하는 불문율이다. 이 땅의 유권자들은 분명히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므로, 유권자의 선택으로 대통령을 선출한 것처럼 여기는 깊은 착각 속에 빠져 있는데, 실제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미리 간택하고 비밀공작으로 당선시키는 대선판도 안에서 그들이 간택한 대선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공정선거가 결코 아니다. 한미동맹이라는 간판 아래서 미국의 은밀한 지배를 받는 한, 이 땅에서 공정한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가장 초보적인 선거민주주의조차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땅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는 말은, 한미동맹의 은폐된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착시현상으로 나타난 투표현장의 ‘신기루’를 바라보고 중얼거리는 소리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 땅의 대선후보를 간택하고, 그들이 간택한 대선후보가 실제로 당선된다는 불문율이 예상치 못한 강력한 돌발변수에 의해 깨져버린 예외적인 사례가 딱 한 차례 있었다. 2002년 12월 18일에 실시된 제16대 대선이다. 그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격전을 벌인 끝에 57만980표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에 따라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광란적으로 선거개입공작을 벌였겠지만, 뜻밖에도 아슬아슬한 표차로 노무현 후보가 이긴 것이다.
제16대 대선에서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이 사상 처음으로 실패한 까닭은, 2002년 6월 13일 주한미보병사단 장갑차가 길을 가던 두 여학생을 무참히 깔아 죽인 참사가 일어났고, 11월 23일 동두천 미국군 기지 안에서 열린 미국 군사법정에서 두 여학생을 장갑차로 깔아 죽인 살인죄로 기소된 미국군 병사 두 명에게 무죄를 평결하고 미국으로 빼돌린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두 여학생을 장갑차로 깔아 죽인 만행을 보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대중의 반미감정은 무죄평결과 살인범 빼돌리기를 계기로 마침내 폭발하였다. 투표일을 불과 25일 앞두고 일어난 반미폭풍은 대선판도를 뒤흔들면서 결국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을 파탄시켰다. 제16대 대선은, 이 땅의 대중들이 각성, 단결하여 거대한 집단력을 폭발시키면 미국의 비밀공작도 파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두 가지 간택기준
그렇다면,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가운데 과연 누구를 간택하였으며,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는 누구를 당선시키려는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그 두 후보 중에 어느 한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비밀공작으로 펼쳐놓은 대선판도다. 대선판세 변화동향을 정밀분석하면, 미국의 비밀공작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다.
제18대 대선판세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를 논하기에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 땅의 대선후보를 간택하는 기준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간택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명백한 의사를 표명한 친미정치인을 간택하는 것이고, 둘째는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반미성향 후보와 연대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의사를 표명한 친미정치인을 간택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간택기준은, 미국이 이 땅을 지배하는 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붙들고 있을 불변의 기준이다. 이 땅의 대선후보는 바로 이 두 가지 기준에 합격해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의해 간택되는 것이다.
‘위킬릭스’가 폭로한 비밀문건들에는 주한미국대사가 직접 대선후보를 대사관저에 불러놓고 만찬까지 곁들인 비밀회동에서 간택을 위한 면접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문건들이 있다. 2007년 대선국면에서 그러했으니, 올해 대선국면에서도 세 후보들 가운데 이정희 후보만 빼놓고 다른 두 후보는 당연히 주한미국대사와 만찬을 함께하는 비밀간택회동에 참석하여 ‘면접시험’을 치렀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해놓은 두 가지 간택기준에 비춰보면, 문재인 후보도 합격이고 박근혜 후보도 합격이다. 친미수구정당에서 선출되었고, 친미수구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 후보야 당연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간택기준에 합격하겠는데, 놀라운 것은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문재인 후보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기준에 합격하였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4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발언한 대목 몇 군데를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가장 중시하는 한미동맹 강화론에 대해 명백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미국 하고 동맹을 강화하면서 상호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말했고, 자신이 말하는 균형외교는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굳건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한미동맹 강화론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제기한 것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후보까지 한미동맹 강화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에 대해 말하면서 미국식 양당제를 도입하겠다는 자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처럼 여야대표들이 일상적으로 만나서 중요한 국정을 운영하고 또 필요하면 매일 같이 만나겠다. 여야정책협의회를 상설화해서 정책을 늘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미국 대통령을 보면, 거의 일상적으로 여야대표들을 만나서 국정을 협의하지 않느냐?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는 매일 같이 만나기도 하고”라고도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미국식 양당제 도입론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 버금가는 친미성향을 가졌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한미동맹 강화론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실행계획까지 제시하지는 못하였는데, 문재인 후보는 한미동맹 강화론의 실행계획을 미국식 양당제 도입으로 공식화하였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만족을 주었을 것이다.
미국식 양당제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제3당 출현을 원천봉쇄하고 자기들끼리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운영해온 미국식 수구독재의 전형이다. 부유층 정당인 공화당과 중산층 정당인 민주당이 민중정당 출현을 막는 것부터가 다당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수구독재가 아니면 무엇인가. 미국 민주당은 입으로는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중산층의 진보적 정치세력화를 차단하고 중산층을 부유층과 끊임없이 타협하게 만드는 부유층 중심의 수구정치를 영구히 고착시켰다.
미국식 양당제를 이 땅에 도입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말은,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을 멀리하고 새누리당과 타협하여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겠다는 뜻일 뿐 아니라, 노동자, 농민, 서민을 대변하는 통합진보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아니나 다를까,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진보당도 역시 혁신을 계속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그런 정당이 된다면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통합진보당의 분당사태와 그 당에 대한 종북논란은 대중적 신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당 내부의 기회주의자들이 경선부정을 왜곡과장하여 일으킨 분당소동이며, 수구세력이 연합하여 일으킨 종북논란은 그 당을 고립와해시키려는 모략난동이었는데도, 문재인 후보는 무슨 ‘국민의 신뢰’라는 엉뚱한 소리를 꺼내놓았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기회주의자들의 분당소동과 수구세력의 모략난동이 가져온 일시적인 현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것이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국군 철군,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이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통합진보당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장성하는 것을 싫어하고, 올해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것도 싫어하였다.
지지율이 10%도 넘지 못하는 약체정당인 통합진보당에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무슨 관심이나 두겠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미국은 자기들의 ‘사활적 안보이익’이 걸려있는 나라에서 활동하는 반미성향의 개별인사들과 사회단체들까지 감시하고 있는 판이므로, 집권을 목표로 결성된 반미성향 정당에 대해서는 감시활동 정도가 아니라 고립시키고 와해시키는 비밀공작까지도 벌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보당이 창당되자마자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교수형에 처하고, 진보당을 강제해산시킨 사건에 미국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하였다는 내막이 이미 세상에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시기 미국은 진보당이 이승만의 북진통일을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그처럼 악랄하게 탄압하였는데, 오늘 통합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국군 철군,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으니 미국이 그런 정당을 방치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잘라 말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통합진보당은 적대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을 적대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시각으로 보면,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실현하고, 그 여세를 몰아 12월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실현할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극도로 혐오할 만한 사태였다. 특히 총선의 야권연대가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었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대선의 야권연대도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총선 직후 폭발한 통합진보당의 분당사태와 수구세력의 종북모략으로 대선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우려는 말끔히 해소되었다.
문재인 후보가 들고 나온 미국식 양당제 도입이 만일 차기 정권에서 실현되면,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야권연대전략은 폐기될 것이며, 정치권에서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고립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에게 요구하는 한미동맹 강화는 바로 그런 미국식 양당제 도입으로 실현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군사부문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여 대북전쟁위험을 고조시켜왔다면,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정치부문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여 한미동맹 폐기, 주한미국군 철군,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진보정당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핵절벽’에 떠밀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묘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땅의 정치평론가들이 제18대 대선국면을 분석한 내용을 읽어보면, 그들이 한반도 정세변화에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들은 한반도 정세변화와 제18대 대선이 마치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시야에는 유권자의 지지율 변화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므로, 유권자의 지지율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왜냐하면, 한반도 정세변화가 유권자들의 심리를 변화시키고 지지율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선국면에서 한반도 정세변화가 상수로 된다는 말은, 북미관계 변화가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키고, 그렇게 변화된 정세가 대선국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 것이다.
북미관계, 한미관계, 남북관계 중에서 북미관계가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킨다고 보는 까닭은, 한미관계는 한미동맹으로 고착된 현상유지에 집착하기 때문이고, 남북관계는 독자적으로 변화되지 못하고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미관계에서 대선국면으로 이어지는 변화현상을 단순도식으로 표시하면, 북미관계 변화→한반도 정세변화→대선국면 변화가 순차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올해 북미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올해 북미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의 특징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데 있다. 폭풍 전야에 숨 막히는 정적이 밀려오는 것처럼, 올해 북미관계에서 일어난 조용한 변화는 내년부터 한반도 정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해주는 강한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과 오바마 대통령의 두 차례 대북밀사파견이 바로 그러한 조용한 변화가 북미관계에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자존심을 접고 적국에 두 차례나 밀사를 파견한 굴욕외교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원래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에 밀사를 보내는 것은, 적국에 화친을 구걸하는 굴욕외교가 아닌가. 물론 미국은 대북밀사를 두 차례나 파견하여 대북적대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북에 전하면서도, 여전히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하면서 북을 자극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 대북적대정책 포기는 곧 북에 대한 정치적 굴복이므로, 미국의 그런 모순된 행동은 정치적 굴복을 정신적으로, 정책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심리상태에서 모순된 행동을 취하고 있었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한 사변이 바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8.25 경축연설에서 조국통일대전 의지를 밝힘으로써 미국이 북의 정권을 폭동과 내란으로 무너뜨리려고 획책하는 ‘작전계획 5029’를 무력화시켰고, 대북관계에서 밀사파견과 전쟁연습이 혼재된 모순행동을 보이는 미국을 ‘핵절벽’으로 떠밀어 놓고 평화협정 체결과 조국통일전쟁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보낸 것이다.
그런 까닭에, 8.25 경축연설 이후의 북미관계에서는 지난 시기 미국이 시간만 질질 끌어온 6자회담이나 북미 양자회담 따위는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북미관계에 남아있는 가능성은 평화협정 체결이 아니면 조국통일대전 뿐이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걱정과 고심이 깊어졌다. 그들로서는 평화협정 체결을 택하기도 힘들거니와, 조국통일대전은 그들이 생각하기조차 싫은 북미 핵전쟁에 의한 미국의 멸망이다. 그들이 평화협정 체결을 택하기 싫어하는 까닭은, 그것이 미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북의 요구를 따르는 정치적 굴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미관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그들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 8.25 경축연설 이후 북미관계에 조성된 위기에서 벗어나는 ‘묘책’을 찾으려고 애를 태웠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어떤 ‘묘책’을 찾아냈을까?
6자회담도 아니고 북미 양자회담도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회담으로 북미관계에 조성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형태의 회담이란 다른 게 아니라 한반도 평화회담이다. 8.25 경축연설 이후 ‘핵절벽’으로 떠밀려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바로 한반도 평화회담이다. 왜 그런가?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북의 요구를 상당부분 충족시키는 것이며, 북의 조국통일대전 가능성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 평화회담에 나서는 경우에도, 북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자기들의 임기 5년 동안 한반도 평화회담을 계속하면서 위기관리에만 열중하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는 경우, 미국이 자기들의 위기관리에만 집착하면서 또 다시 시간을 질질 끌 수 있을지 아니면 북이 미국을 평화협정 조인식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지금 속단하기 힘들지만, 어째든 2013년 1월 20일 오바마 정부 2기가 시작되면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13년에 집권 2기를 맞는 오바마 정부와 2013년에 출범할 남측 정부는 한반도 평화회담이라는 정세격변을 맞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미관계 변화→한반도 정세변화로 이어지는 2013년 이후의 시나리오 독해법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대상 교체설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낯선 정치현안이 아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가 들어있고, 2007년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 선언에는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특히 10.4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10.4 선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역사적인 합의인데, 참여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광분한 이명박 정부는 10.4 선언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려고 날뛰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10.4 선언을 지워버리려고 아무리 날뛰었어도 그 선언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 선언을 합의한 일방인 북이 그 선언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해왔을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그 선언의 이행을 이명박 정부에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제18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10.4 선언을 이행하겠노라고 말하면서,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스쳐지나가듯이 언급하였다. 반면에 10.4 선언을 지워버리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는 당연히 그 선언을 이행하려는 의사도 자격도 없다.
이제 결론을 말해야 할 차례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2013년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 평화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면, 제18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한반도 평화회담을 생각하는 미국에게 유리할까?
이런 상황에서 만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게 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회담 반대의사를 눌러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전 시기 부쉬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회담 요구를 눌러버려야 하는 고충을 감수하였다면, 2013년 이후에는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회담 반대의사를 눌러버려야 할 고충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변화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제18대 대선에서 10.4 선언을 이행할 의사를 지닌 후보를 간택하였고, 정권교체를 위한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분석을 강하게 뒷받침해준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8.25 경축연설 이전에는 박근혜 후보를 간택하였지만, 그 이후에 전개된 정세변화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면서 간택대상을 문재인 후보로 교체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간택대상이 교체되었다면, 그에 걸맞게 대선개입공작 방향도 당연히 바뀌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국면이 제거되고 그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는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어야 간택대상 교체설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대상 교체설을 사실로 입증할 객관적 근거를 이 글에서 제시하기는 힘들다. 백악관의 극비사항을 외부에서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난 11월 말 이후 대선국면에서 갑자기 나타난 극적인 변화현상을 추적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대상 교체설이 자의적인 상상화가 아니라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2012년 12월 9일 현재,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조사결과를 보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제18대 대선국면에서 줄곧 지지율 격차로 열세를 면치 못하던 문재인 후보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으면서 이제는 그녀의 지지율을 넘어서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음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며칠 지나면, 문재인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벌어진 접전상황에서 벗어나 박근혜 후보를 약간 앞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긴급히 교체한 대선개입공작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아슬아슬한 표차로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전망에서 강조점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이길 것이라는 데 찍힌다.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이 그 동안 상당히 추진된 대선국면 막판에 와서, 간택대상이 극적으로 교체되는 바람에 박근혜 후보에게 계속 쏠리는 지지율 관성력을 대선개입공작으로 갑자기 이탈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촌철살인의 비밀병기’를 비껴든 ‘저격복병’으로 갑자기 나타나 박근혜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는 이정희 후보가 선거일을 앞두고 전격사퇴하는 경우, 그녀가 공언한 것처럼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 분석, 전망한 대로 문재인 후보가 신승하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경우라도,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겪었던 것처럼, 보수적 정권교체에 어떤 환상을 갖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달리 전향적 태도를 취하겠지만, 그것도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고 수구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사회계급적 양극화로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이 땅에서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이 끝없이 피폐해지는 사회적 불행지수를 개선할 가능성은 보수적 정권교체 이후에도 예견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다 해도, 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미국이 이 땅을 지배하는 한, 보수적 정권교체는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인맥교체일 뿐 민중과 민족이 바라는 사회정치적 변화는 아니다. 오직 진보적 정권교체만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정치적 변화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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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에 실시될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오르면서 후보들의 각축전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가운데, 정치평론가들이 이러저러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들이 내놓는 분석과 전망을 들어보면, 어떤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하고, 어떤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 마디로 잘라 말하면, 그들의 분석과 전망은 믿을 만한 게 아니다. 그들의 분석과 전망을 믿기 힘든 까닭은, 대선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을 생각하지 못한 채 대선판세를 단순히 지지율 변화동향에만 근거하여 분석하면서 당락을 전망하기 때문이다.
명백하게도, 대선후보의 지지율 변화동향은 변수이지 상수가 아니다. 지지율을 오르락내리락 변화시키는 요인은 변화현상 밑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는 법이다. 정치평론가들은 가장 중요한 상수를 빼놓고 부차적인 변수만 매만지고 있으니, 과학적인 분석과 정확한 전망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 땅에서 전개되는 곡절 많은 대선과정에서 여러 요인들이 뒤엉켜 조성된 복잡한 판세를 분석하고 당락을 전망할 때,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 될 상수는 미국의 대선개입이다. 미국의 ‘사활적 안보이익’이 걸려있다는 이 땅에서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를 결정하는 대선국면이 날카롭게 조성된 오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수수방관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무지몽매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이제껏 이 땅에서 실시된 모든 대선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여 미국의 ‘사활적 안보이익’을 정권 차원에서 보장해줄 친미성향의 후보를 당선시켜왔다는 사실은, 한미관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예컨대, 2007년에 조성된 제17대 대선국면에서도 미국은 이전 대선국면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집중적으로 선거개입공작을 벌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말해주는 비밀문건 93편이 ‘위킬릭스’에 게재되었는데, 그 비밀문건을 정밀분석한 나의 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선거개입공작 자행한 미국’은 2012년 4월 2일 <통일뉴스>에 실린 바 있다.
‘위킬릭스’에 게재된, 제17대 대선에 관한 비밀문건 93편은 주한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것인데, 정작 중요한 극비문건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으니 선거개입공작의 실체는 비밀문건 93편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일 것이다. 더욱이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비밀공작과 첩보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가 제17대 대선국면에서 벌여놓은 선거개입공작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으니, 비밀문건 93편에 드러난 선거개입공작은 빙산의 일각이다.
나의 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선거개입공작 자행한 미국’에서 논한 것처럼,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는 2007년 대선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도 각계각층에 침투시킨 방대한 첩보망, 공작망, 연락선, 인맥을 총가동하여 광란적으로 선거개입공작을 벌이는 중인데, 다만 그 비밀공작이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아서 유권자 대중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대선후보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간택하고, 그들이 간택한 대선후보가 실제로 당선된다는 것은 이 땅의 선거역사를 관통하는 불문율이다. 이 땅의 유권자들은 분명히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므로, 유권자의 선택으로 대통령을 선출한 것처럼 여기는 깊은 착각 속에 빠져 있는데, 실제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미리 간택하고 비밀공작으로 당선시키는 대선판도 안에서 그들이 간택한 대선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공정선거가 결코 아니다. 한미동맹이라는 간판 아래서 미국의 은밀한 지배를 받는 한, 이 땅에서 공정한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가장 초보적인 선거민주주의조차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땅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는 말은, 한미동맹의 은폐된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착시현상으로 나타난 투표현장의 ‘신기루’를 바라보고 중얼거리는 소리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 땅의 대선후보를 간택하고, 그들이 간택한 대선후보가 실제로 당선된다는 불문율이 예상치 못한 강력한 돌발변수에 의해 깨져버린 예외적인 사례가 딱 한 차례 있었다. 2002년 12월 18일에 실시된 제16대 대선이다. 그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격전을 벌인 끝에 57만980표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에 따라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광란적으로 선거개입공작을 벌였겠지만, 뜻밖에도 아슬아슬한 표차로 노무현 후보가 이긴 것이다.
제16대 대선에서 미국의 선거개입공작이 사상 처음으로 실패한 까닭은, 2002년 6월 13일 주한미보병사단 장갑차가 길을 가던 두 여학생을 무참히 깔아 죽인 참사가 일어났고, 11월 23일 동두천 미국군 기지 안에서 열린 미국 군사법정에서 두 여학생을 장갑차로 깔아 죽인 살인죄로 기소된 미국군 병사 두 명에게 무죄를 평결하고 미국으로 빼돌린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두 여학생을 장갑차로 깔아 죽인 만행을 보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대중의 반미감정은 무죄평결과 살인범 빼돌리기를 계기로 마침내 폭발하였다. 투표일을 불과 25일 앞두고 일어난 반미폭풍은 대선판도를 뒤흔들면서 결국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을 파탄시켰다. 제16대 대선은, 이 땅의 대중들이 각성, 단결하여 거대한 집단력을 폭발시키면 미국의 비밀공작도 파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두 가지 간택기준
그렇다면,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가운데 과연 누구를 간택하였으며,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는 누구를 당선시키려는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그 두 후보 중에 어느 한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비밀공작으로 펼쳐놓은 대선판도다. 대선판세 변화동향을 정밀분석하면, 미국의 비밀공작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다.
제18대 대선판세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를 논하기에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 땅의 대선후보를 간택하는 기준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간택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명백한 의사를 표명한 친미정치인을 간택하는 것이고, 둘째는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반미성향 후보와 연대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의사를 표명한 친미정치인을 간택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간택기준은, 미국이 이 땅을 지배하는 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붙들고 있을 불변의 기준이다. 이 땅의 대선후보는 바로 이 두 가지 기준에 합격해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의해 간택되는 것이다.
‘위킬릭스’가 폭로한 비밀문건들에는 주한미국대사가 직접 대선후보를 대사관저에 불러놓고 만찬까지 곁들인 비밀회동에서 간택을 위한 면접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문건들이 있다. 2007년 대선국면에서 그러했으니, 올해 대선국면에서도 세 후보들 가운데 이정희 후보만 빼놓고 다른 두 후보는 당연히 주한미국대사와 만찬을 함께하는 비밀간택회동에 참석하여 ‘면접시험’을 치렀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해놓은 두 가지 간택기준에 비춰보면, 문재인 후보도 합격이고 박근혜 후보도 합격이다. 친미수구정당에서 선출되었고, 친미수구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 후보야 당연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간택기준에 합격하겠는데, 놀라운 것은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문재인 후보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기준에 합격하였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4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발언한 대목 몇 군데를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가장 중시하는 한미동맹 강화론에 대해 명백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미국 하고 동맹을 강화하면서 상호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말했고, 자신이 말하는 균형외교는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굳건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한미동맹 강화론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제기한 것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후보까지 한미동맹 강화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에 대해 말하면서 미국식 양당제를 도입하겠다는 자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처럼 여야대표들이 일상적으로 만나서 중요한 국정을 운영하고 또 필요하면 매일 같이 만나겠다. 여야정책협의회를 상설화해서 정책을 늘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미국 대통령을 보면, 거의 일상적으로 여야대표들을 만나서 국정을 협의하지 않느냐?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는 매일 같이 만나기도 하고”라고도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미국식 양당제 도입론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 버금가는 친미성향을 가졌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한미동맹 강화론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실행계획까지 제시하지는 못하였는데, 문재인 후보는 한미동맹 강화론의 실행계획을 미국식 양당제 도입으로 공식화하였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만족을 주었을 것이다.
미국식 양당제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제3당 출현을 원천봉쇄하고 자기들끼리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운영해온 미국식 수구독재의 전형이다. 부유층 정당인 공화당과 중산층 정당인 민주당이 민중정당 출현을 막는 것부터가 다당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수구독재가 아니면 무엇인가. 미국 민주당은 입으로는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중산층의 진보적 정치세력화를 차단하고 중산층을 부유층과 끊임없이 타협하게 만드는 부유층 중심의 수구정치를 영구히 고착시켰다.
미국식 양당제를 이 땅에 도입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말은,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을 멀리하고 새누리당과 타협하여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겠다는 뜻일 뿐 아니라, 노동자, 농민, 서민을 대변하는 통합진보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아니나 다를까,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진보당도 역시 혁신을 계속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그런 정당이 된다면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통합진보당의 분당사태와 그 당에 대한 종북논란은 대중적 신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당 내부의 기회주의자들이 경선부정을 왜곡과장하여 일으킨 분당소동이며, 수구세력이 연합하여 일으킨 종북논란은 그 당을 고립와해시키려는 모략난동이었는데도, 문재인 후보는 무슨 ‘국민의 신뢰’라는 엉뚱한 소리를 꺼내놓았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기회주의자들의 분당소동과 수구세력의 모략난동이 가져온 일시적인 현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것이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국군 철군,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이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통합진보당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장성하는 것을 싫어하고, 올해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것도 싫어하였다.
지지율이 10%도 넘지 못하는 약체정당인 통합진보당에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무슨 관심이나 두겠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미국은 자기들의 ‘사활적 안보이익’이 걸려있는 나라에서 활동하는 반미성향의 개별인사들과 사회단체들까지 감시하고 있는 판이므로, 집권을 목표로 결성된 반미성향 정당에 대해서는 감시활동 정도가 아니라 고립시키고 와해시키는 비밀공작까지도 벌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보당이 창당되자마자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교수형에 처하고, 진보당을 강제해산시킨 사건에 미국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하였다는 내막이 이미 세상에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시기 미국은 진보당이 이승만의 북진통일을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그처럼 악랄하게 탄압하였는데, 오늘 통합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국군 철군,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으니 미국이 그런 정당을 방치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잘라 말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통합진보당은 적대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을 적대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시각으로 보면,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실현하고, 그 여세를 몰아 12월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실현할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극도로 혐오할 만한 사태였다. 특히 총선의 야권연대가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었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대선의 야권연대도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총선 직후 폭발한 통합진보당의 분당사태와 수구세력의 종북모략으로 대선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우려는 말끔히 해소되었다.
문재인 후보가 들고 나온 미국식 양당제 도입이 만일 차기 정권에서 실현되면,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야권연대전략은 폐기될 것이며, 정치권에서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고립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에게 요구하는 한미동맹 강화는 바로 그런 미국식 양당제 도입으로 실현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군사부문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여 대북전쟁위험을 고조시켜왔다면,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정치부문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여 한미동맹 폐기, 주한미국군 철군,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진보정당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핵절벽’에 떠밀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묘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땅의 정치평론가들이 제18대 대선국면을 분석한 내용을 읽어보면, 그들이 한반도 정세변화에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들은 한반도 정세변화와 제18대 대선이 마치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시야에는 유권자의 지지율 변화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므로, 유권자의 지지율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왜냐하면, 한반도 정세변화가 유권자들의 심리를 변화시키고 지지율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선국면에서 한반도 정세변화가 상수로 된다는 말은, 북미관계 변화가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키고, 그렇게 변화된 정세가 대선국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 것이다.
북미관계, 한미관계, 남북관계 중에서 북미관계가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킨다고 보는 까닭은, 한미관계는 한미동맹으로 고착된 현상유지에 집착하기 때문이고, 남북관계는 독자적으로 변화되지 못하고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미관계에서 대선국면으로 이어지는 변화현상을 단순도식으로 표시하면, 북미관계 변화→한반도 정세변화→대선국면 변화가 순차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올해 북미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올해 북미관계에서 일어난 변화의 특징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데 있다. 폭풍 전야에 숨 막히는 정적이 밀려오는 것처럼, 올해 북미관계에서 일어난 조용한 변화는 내년부터 한반도 정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해주는 강한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과 오바마 대통령의 두 차례 대북밀사파견이 바로 그러한 조용한 변화가 북미관계에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자존심을 접고 적국에 두 차례나 밀사를 파견한 굴욕외교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원래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에 밀사를 보내는 것은, 적국에 화친을 구걸하는 굴욕외교가 아닌가. 물론 미국은 대북밀사를 두 차례나 파견하여 대북적대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북에 전하면서도, 여전히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하면서 북을 자극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 대북적대정책 포기는 곧 북에 대한 정치적 굴복이므로, 미국의 그런 모순된 행동은 정치적 굴복을 정신적으로, 정책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심리상태에서 모순된 행동을 취하고 있었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한 사변이 바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8.25 경축연설에서 조국통일대전 의지를 밝힘으로써 미국이 북의 정권을 폭동과 내란으로 무너뜨리려고 획책하는 ‘작전계획 5029’를 무력화시켰고, 대북관계에서 밀사파견과 전쟁연습이 혼재된 모순행동을 보이는 미국을 ‘핵절벽’으로 떠밀어 놓고 평화협정 체결과 조국통일전쟁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보낸 것이다.
그런 까닭에, 8.25 경축연설 이후의 북미관계에서는 지난 시기 미국이 시간만 질질 끌어온 6자회담이나 북미 양자회담 따위는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북미관계에 남아있는 가능성은 평화협정 체결이 아니면 조국통일대전 뿐이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걱정과 고심이 깊어졌다. 그들로서는 평화협정 체결을 택하기도 힘들거니와, 조국통일대전은 그들이 생각하기조차 싫은 북미 핵전쟁에 의한 미국의 멸망이다. 그들이 평화협정 체결을 택하기 싫어하는 까닭은, 그것이 미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북의 요구를 따르는 정치적 굴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8.25 경축연설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미관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그들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 8.25 경축연설 이후 북미관계에 조성된 위기에서 벗어나는 ‘묘책’을 찾으려고 애를 태웠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어떤 ‘묘책’을 찾아냈을까?
6자회담도 아니고 북미 양자회담도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회담으로 북미관계에 조성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형태의 회담이란 다른 게 아니라 한반도 평화회담이다. 8.25 경축연설 이후 ‘핵절벽’으로 떠밀려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바로 한반도 평화회담이다. 왜 그런가?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북의 요구를 상당부분 충족시키는 것이며, 북의 조국통일대전 가능성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 평화회담에 나서는 경우에도, 북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자기들의 임기 5년 동안 한반도 평화회담을 계속하면서 위기관리에만 열중하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는 경우, 미국이 자기들의 위기관리에만 집착하면서 또 다시 시간을 질질 끌 수 있을지 아니면 북이 미국을 평화협정 조인식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지금 속단하기 힘들지만, 어째든 2013년 1월 20일 오바마 정부 2기가 시작되면 한반도 평화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13년에 집권 2기를 맞는 오바마 정부와 2013년에 출범할 남측 정부는 한반도 평화회담이라는 정세격변을 맞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미관계 변화→한반도 정세변화로 이어지는 2013년 이후의 시나리오 독해법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대상 교체설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낯선 정치현안이 아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가 들어있고, 2007년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 선언에는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특히 10.4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10.4 선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역사적인 합의인데, 참여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광분한 이명박 정부는 10.4 선언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려고 날뛰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10.4 선언을 지워버리려고 아무리 날뛰었어도 그 선언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 선언을 합의한 일방인 북이 그 선언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해왔을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그 선언의 이행을 이명박 정부에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제18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10.4 선언을 이행하겠노라고 말하면서,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스쳐지나가듯이 언급하였다. 반면에 10.4 선언을 지워버리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는 당연히 그 선언을 이행하려는 의사도 자격도 없다.
이제 결론을 말해야 할 차례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2013년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 평화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면, 제18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한반도 평화회담을 생각하는 미국에게 유리할까?
이런 상황에서 만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한반도 평화회담 개최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게 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회담 반대의사를 눌러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전 시기 부쉬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회담 요구를 눌러버려야 하는 고충을 감수하였다면, 2013년 이후에는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회담 반대의사를 눌러버려야 할 고충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변화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제18대 대선에서 10.4 선언을 이행할 의사를 지닌 후보를 간택하였고, 정권교체를 위한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분석을 강하게 뒷받침해준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8.25 경축연설 이전에는 박근혜 후보를 간택하였지만, 그 이후에 전개된 정세변화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면서 간택대상을 문재인 후보로 교체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간택대상이 교체되었다면, 그에 걸맞게 대선개입공작 방향도 당연히 바뀌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국면이 제거되고 그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는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어야 간택대상 교체설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대상 교체설을 사실로 입증할 객관적 근거를 이 글에서 제시하기는 힘들다. 백악관의 극비사항을 외부에서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난 11월 말 이후 대선국면에서 갑자기 나타난 극적인 변화현상을 추적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간택대상 교체설이 자의적인 상상화가 아니라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2012년 12월 9일 현재,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조사결과를 보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제18대 대선국면에서 줄곧 지지율 격차로 열세를 면치 못하던 문재인 후보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으면서 이제는 그녀의 지지율을 넘어서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음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며칠 지나면, 문재인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벌어진 접전상황에서 벗어나 박근혜 후보를 약간 앞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긴급히 교체한 대선개입공작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아슬아슬한 표차로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전망에서 강조점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이길 것이라는 데 찍힌다.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미국의 대선개입공작이 그 동안 상당히 추진된 대선국면 막판에 와서, 간택대상이 극적으로 교체되는 바람에 박근혜 후보에게 계속 쏠리는 지지율 관성력을 대선개입공작으로 갑자기 이탈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촌철살인의 비밀병기’를 비껴든 ‘저격복병’으로 갑자기 나타나 박근혜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는 이정희 후보가 선거일을 앞두고 전격사퇴하는 경우, 그녀가 공언한 것처럼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 분석, 전망한 대로 문재인 후보가 신승하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경우라도,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겪었던 것처럼, 보수적 정권교체에 어떤 환상을 갖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달리 전향적 태도를 취하겠지만, 그것도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고 수구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사회계급적 양극화로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이 땅에서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이 끝없이 피폐해지는 사회적 불행지수를 개선할 가능성은 보수적 정권교체 이후에도 예견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다 해도, 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미국이 이 땅을 지배하는 한, 보수적 정권교체는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인맥교체일 뿐 민중과 민족이 바라는 사회정치적 변화는 아니다. 오직 진보적 정권교체만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정치적 변화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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