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0년 12월 20일 남측 국방부가 '국방백서'를 펴냈다. 백서에는 그들이 파악한 대북 군사정보가 들어있다. 백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인민군 현역 병력은 지상군 102만여 명, 해군 6만여 명, 공군 11만여 명으로 총 119만여 명이고, 예비역 병력은 770만 명이다. 남측 예비역은 군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술하지만, 북측 예비역은 웬만한 나라의 현역에 버금가는 수준이므로, 북측은 총 889만 명에 이르는 대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자국 군대를 먹이고, 입히고, 생활하게 할 식량, 생활용품, 주거공간을 비롯하여 그들을 무장시킬 각종 무기와 군사장비 등은 그 나라 정부가 조달한다. 그래서 군대는 100% 소비집단으로 분류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군대가 무장하는 무기와 군사장비, 군대가 소비하는 식량과 생활용품은 모두 군납업체들이 공급해주고 있으며, 군대가 사용하는 각종 군용시설도 군납업체들이 건설해준다. 국방부와 군납업체의 상업거래 계약에 의해서 군대의 소비수요가 충족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군납업체가 생산한 무기와 군사장비, 식량과 생활용품, 그리고 군납업체가 건설한 군용시설을 사들이기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한다. 이것이 전 세계 나라들이 각기 자국 군대를 유지하는 기본방식이다.
그런데 그런 기본방식이 통하지 않은 아주 특별한 예외가 있다. 군납업체로부터 그 어떤 것도 전혀 공급받지 않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군대가 북측 인민군이다. 북측에는 군납업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군납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다. 군납업체가 없으니, 군납비리도 있을 리 만무하다.
군납업체가 없는 북측에서는 무기와 군사장비, 식량과 생활용품, 각종 군용시설을 어디서 공급받는 것일까? 인민군이 자체로 생산하거나 건설한다. 북측의 현역 119만 명과 예비역 770만 명을 무장시킬 각종 무기를 생산하는 무기제조업체는 모두 인민군이 자체로 운영한다. 또한 북측의 현역 119만 명에게 필요한 부식물, 군복, 군화 같은 필수물자들도 인민군이 자체로 생산한다. 각종 군용시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인민군은 자력갱생을 추구하는 자급자족형 군대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현역 119만 명에게 하루 세 끼 공급하는 막대한 식재료를 인민군이 자급한다는 사실이다. 북측 언론보도를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군부대에 갈 때마다 군인들이 사용하는 식당과 부식창고를 유심히 살펴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군인들의 자급형 식생활 형편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으며, 단백질을 비롯한 각종 필수 영영소도 섭취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인민군은 단백질을 자급하기 위해 군용목장과 군용양어장을 직접 운영하고, 양식업과 도축업도 직접 한다. 또한 각종 채소를 자급하는 군용농장도 있다. 북측에서는 인민군이 먹을 각종 식재료를 공급하는 자급형 생산기지를 통칭하여 후방시설이라 부른다.
이를테면, 2010년 11월 13일 북측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3875군부대를 시찰한 소식을 보도하면서 "부대에서 자체로 건설한 농목장과 종합가공소를 비롯한 후방시설들의 리용실태를 알아보시고 군부대의 지휘관들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참으로 많은 일을 하였다고 거듭 높이 평가하시였다"고 하였는데, 여기에 나오는 농목장과 종합가공소가 바로 인민군이 자체로 운영하는 식재료 생산기지다.
또한 북측 언론은 2010년 1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567대련합부대의 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고, 그보다 앞서 1월 13일에는 인민군 제313대련합부대가 새로 건설한 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고, 1월 16일에는 인민군 제534군부대 산하 10월7일 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우수한 식품 가운데는 김치, 된장, 장아찌 같은 발효식품도 있는데, 인민군은 그런 발효식품도 자급한다. 이를테면, 2010년 7월 8일 북측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534군부대 산하 종합식료공장에 새로 건설된 장아찌생산공정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에 나오는 군부대 산하 종합식료공장은 각종 김치류, 각종 장류, 각종 장아찌류를 인민군에게 공급하는 자급생산기지다.
식량 자급과 생활용품 자급을 전담하는 인민군 병력은 전투병력이 아니라 생산병력이다. 인민군 119만 명 가운데 생산병력은 얼마나 될까? 생산병력 규모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당연히 많을 것이다. 다른 나라 군대는 전투병력만으로 편성되었지만, 북측 인민군은 전투병력과 생산병력으로 편성되었으니 인민군 총병력이 왜 119만 명이나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2011년 2월 8일 남측 보수언론매체들은 탈북자 단체가 '북한군 소식통'을 통해 파악하였다는 쓰레기 보도기사를 또 다시 내보냈다. 그 쓰레기 보도기사를 보면, 굶주린 인민군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면서 작업명령을 거부하다가 진압당했다느니, 군부대 가운데 70%가 소금국을 먹으며 연명하고 있다느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원도에서 군인 7명이 굶어 죽었다느니, 굶주린 군인들이 길에서 행인과 차량을 약할하고 있다느니 하는 따위의 해괴망측한 유언비어다.
그보다 앞서 1월 24일에 남측 보수언론매체들은 탈북자 단체가 '신의주시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것이라고 하면서, 인민군의 식량사정이 좋지 않아 탈영병과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올 겨울 동계훈련을 취소하였다느니,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군부대에서 달아난 탈영병들을 붙잡아 오려고 수많은 인민군 장교들이 군부대를 떠나있다느니 하는 따위의 쓰레기 보도기사를 내보냈다.
이 글에서 인용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해괴망측한 유언비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보도기사라고 써내는 남측 보수언론매체들의 망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남측 보수언론매체들이 대북 적대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탈북자 단체들이 날조한 허위정보를 기사화하는 것이 용인되지는 않는다. 언론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보도하여야 언론으로서 존재가치를 갖는 것이다.
올바르고 정확한 대북 정보를 접할 기회를 평생 한 번도 갖지 못한 채 하루가 멀다 하고 해괴망측한 유언비어만 들어야 하는 남측 일반대중의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 탈북자 단체가 날조한 유언비어를 남측 보수언론매체들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세상을 우롱하는 패악이다. (2011년 2월 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