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3

사라진 꽈배기, 도약하는 꽈배기

진실의 말팔매 <5>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50대 이상 연령층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간식 꽈배기. 밀가루를 반죽하여 두 가락으로 꼬아 타래를 만든 다음, 기름에 튀겨내 엿물을 바르고 볶은 참깨를 뿌려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설탕이 수입되면서 볶은 참깨 대신 설탕을 뿌린 꽈배기가 나왔다.

지금 남측에서 꽈배기를 간식으로 즐겨 먹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꽈배기는 시골 장터에서나 가끔 모습을 드러낼 뿐, 사실상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도 꽈배기를 찾지 않는다.
꽈배기는 왜 사라졌을까?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그러한 것처럼, 원래 토종은 외래종의 압도적인 침습에 밀려 차츰 자취를 감추고 결국 멸종되는 것이 흔한 일이다. 예전에 즐겨 먹던 꽈배기도 그런 슬픈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우리의 토종 꽈배기를 멸종시킨 외래종 간식은 미국에서 밀려든 도넛이다. 도넛의 종주국은 미국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군 병사들에게 공급되었던 탄산음료 '코크'가 종전 직후 제대 군인들의 귀향길에 편승해 미국 전역에 퍼진 것처럼, 도넛도 그러하였다. '코카콜라'에서 만든 '코크''크리스피 크림'에서 만든 도넛은 원래 전쟁에 나간 미국군에게 공급되던 군용간식이었다.
 
참전 군인들에게 공급되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을 발판으로 삼고 소비시장을 급속히 확대하여 막대한 이윤을 거머쥐는 것은, 미국의 자본가들에게 익숙한 수법이다. 지금 미국의 소비시장에는 해마다 100억개가 넘는 도넛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넛생산기업인 '던킨 도너츠'의 미국 내 매출액은 2006년 현재 43억 달러다. 2002년에는 28억 달러였는데, 불과 4년 만에 53%나 늘었다.
 
미국 자본가들이 자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거둔 뒤에 저지르는 짓은 이른바 해외시장 개척이다. 그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미국을 숭상하고 미국에게 의존하고 미국 상품을 최고로 여기는 친미예속국들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런 3대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두루 갖춘 곳이 남측이다.

미국 최대의 도넛생산기업 '던킨 도너츠'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1호점을 열었던 때는 1994년이다. 남측 전역에 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던킨 도너츠'는 남측 도넛시장 판매량의 80-90%를 장악하였다. 꽈배기를 멸종시킨 뒤에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2005년 남측 도넛시장 규모는 1,530억원이었는데, 2007년에는 2,930억원이었으며, 해마다 30% 이상 성장해왔다.

북측 인민들도 도넛을 먹을까? 북측에서 도넛을 생긴 모양대로 가락지빵이라고 부른다 하니, 즐겨 먹는 것은 아니어도 먹기는 먹는 것 같다. 남측에서는 미국의 거대자본이 들어가 생산시설을 내오고 판매시장을 확장하는 바람에 미국에서 쓰는 이름 그대로 도넛이라는 어색하고 불량한 외래어를 쓸 수밖에 없지만, 북측에서는 간식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자기 인민들의 요구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도넛이라는 외래어를 버리고 가락지빵이라는 정겨운 우리말로 부른다. 북측에서는 비스켓을 바삭과자라 부르고, 햄버거를 고기겹빵이라 부르고, 라면을 즉석국수라 부른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간식과 같은 사물 하나를 대할 때도 주체적으로 대하는지 아니면 외세추종적으로 대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던킨 도너츠'를 사 먹는 무수한 남측 국민들 가운데, 그 간식이 미국 가공식품자본의 막대한 이윤수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대미예속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될까?

오늘날 북측 인민들이 즐겨 먹는 간식은 가락지빵이 아니라 꽈배기다. 꽈배기는 우리 땅에서 밀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우리 조상들이 간식으로 개발한 전통음식들 가운데 하나다. 옛날에는 황해도 장연 지방과 경기도 개성 지방에서 지방전통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던 꽈배기가 유명하였다.

그런데 북측에서 요즈음 가장 인기를 끄는 간식 가운데 하나가 꽈배기다. 북측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밀가루가공제품 생산기지인 평양밀가루가공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꽈배기가 각지의 급양봉사망들에서 호평 속에 팔리고 있다. 소수 자본가들이 식품유통업을 장악한 자본주의사회에서 도넛은 시장에서 이윤획득을 위해 거래되는 '자본가의 상품'이지만,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식품유통업을 운영하는 사회주의사회에서 꽈배기는 급양봉사망에서 이윤을 따지지 않고 저가로 공급되는 '인민의 간식'이다.
 
미국에서 만드는 도넛에 유래가 있다면, 북측에서 만드는 꽈배기에도 당연히 유래가 있다. 그 유래는 이렇다. 2010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밀가루가공공장을 시찰하는 도중, 꽈배기를 시식하고 "맛이 좋다. 인민들이 좋아하겠다"고 하면서 생산자들을 격려하였다. 그 격려에 힘입어 평양밀가루가공공장에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등 전문기관의 기술지원을 받아 생산공정을 전면 개조하였다. 2010129<조선중앙통신>"과자직장, 밀가루직장, 효모직장 등의 생산건물들이 개건되고 꽈배기직장, 통합자동화실이 새로 꾸려졌으며 대규모 련속생산공정의 CNC화가 실현되였다"고 보도하였다. 마침내 2010129일 평양밀가루가공공장 준공식이 진행되었다. 개건, 확장된 그 공장에서는 '칠골표 꽈배기'를 비롯하여 과자 10여 종, 즉석국수 2, 각종 빵 등을 대량생산한다.
 
20101212<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밀가루가공공장에서 갓 나온 꽈배기를 생산기계 앞에서 시식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영상을 현장사진으로 보도하였다. 그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밀가루가공공장 앞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은 생산공정의 기술개건사업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힘있게 추진하여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CNC생산체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인생산체계를 개발하는 계속적인 기술혁신을 강조하며 생산자들을 격려한 것이다.

남측에서는 오래 전에 '던킨 도너츠'의 침습에 밀려 멸종된 꽈배기가 북측에서는 인민들에게 간식으로 널리 공급되고 있다. '칠골표 꽈배기'는 단순히 꽈배기의 부활이 아니라, 생산설비와 제조기술의 현대화를 통하여 이룩된 꽈배기의 도약이다.
 
극렬한 반북론자들은 북측에 식량이 부족하여 인민들이 굶고 있다는 식의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려 들지만, 그처럼 허황된 악선전은 꽈배기의 도약 앞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북측에서 강성대국 건설의 중요한 목표로 내건 '먹는 문제를 푸는 일'이란 기아를 퇴치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민들에게 맛과 영양을 지닌 다종다양한 식료품을 개발, 생산하여 풍족하게 공급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식료품 생산의 비약적 발전을 '먹는 문제를 푼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미국 자본의 이윤수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서울 시민들이 아무 생각 없이 '던킨 도너츠'를 사 먹고 있을 때, 평양 시민들은 북측에서 나는 밀가루와 북측에서 개발한 현대적인 제조기술로 생산된 '칠골표 꽈배기'를 먹고 있다. (201111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