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2

[변혁과 진보(12)] 555만 배 빈부격차와 우리식 복지사회담론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최대 555만 배로 벌어진 빈부격차
재산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부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초대형 투자은행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펴내는 '세계 재부 보고서(World's Wealth Report)'가 해마다 부호의 기준을 정해 준다. 그들이 2009년도에 정해 놓은 기준에 따르면, 부호는 미화 10억 달러(1조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고, 자산규모가 그 보다 한 급 높은 초부호는 미화 30억 달러(3조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다. 이것은 부동산과 비금융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만 1조 원 이상 가지고 있어야 '세계 표준형 부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 쓰는 용어로 표기하면, 부호는 고액 순자산보유자(high net worth individual, HNWI)이고, 초부호는 초고액 순자산보유자(Ultra-HNWI).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고액 순자산보유자는 860만 여 명이고, 초고액 순자산보유자는 9,500여 명이다.
연합뉴스 2010 9 21일 보도기사에는 이 땅에 사는 초부호 30명의 자산형편이 공개되었데, 그들 30명이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은 458,248억 원(4582,400만 달러)이다. 또한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08년도 세계 초부호 명단에 코리언으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인 412위에 오른 정몽준 전직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의 금융자산은 28,000억 원(28억 달러)이다.
자산이 전혀 없는 빈곤층에게는 최저생계비가 그나마 '생존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0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 법정 최저생계비는 한 달에 504,344 원이다. 정몽준 전직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의 금융자산과 빈곤층의 '생존자산'을 비교하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최대 555만 배나 벌어진 셈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2009 10 5일에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빈부격차 순위에서 1위 홍콩, 2위 싱가포르, 3위 미국, 4위 한국이었다.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므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최대 555만 배에 이르고, 빈부격차 순위가 세계 3위로 뛰어오른 극단적인 상황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된다. 555만 배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의 민주주의는 말 뿐인 가짜 민주주의이며, 빈부격차 순위가 세계 3위인 사회가 이루어냈다는 경제발전은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아니라 빈부격차의 극대화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세계 최악 수준으로 극단화된 원인
우리 사회를 양극단으로 갈라놓은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경제발전도 민주주의도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경제발전의 부산물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착오다. 빈부격차는 경제발전의 부산물이 아니라, 사회체제의 주산물이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체제에서 발생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체제를 개조하지 않으면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체제 개조는 서로 뗄 수 없는 상관관계로 결부되어 있다. 이것은 빈부격차 해소가 민주주의변혁의 핵심과제로 제기되었음을 말해 준다.
원래 빈부격차란 자본주의체제의 적대적 사회계급관계에서 생겨나는 일반적인 현실인데, 특이하게도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세계 최악 수준으로 극단화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가 발전될수록 그처럼 극단적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단답형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체제의 계급모순과 반()자본주의예속경제의 변태성 및 불구성이 착종되었기 때문에 그처럼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세계시장의 전반적 파산위기로 존립 자체가 불안정해진 국내자본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이전보다 더 심하게 착취하고, 거기에 더하여 외래침탈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이윤수탈이 이전보다 더 극대화되면서, 도시중산층 가운데 상당수가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사회안전망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세계 최악 수준으로 극단화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체제 개조가 서로 뗄 수 없는 상관관계로 결부되어 있으므로, 세계 최악 수준으로 극단화된 빈부격차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도 국내자본의 가중된 착취를 저지하고 외래침탈자본의 이윤수탈을 차단하는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해야 한다.

빈부격차는 자산격차다
한국씨티은행이 2010 6 6일에 발표한 '한국의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30억 원 이상 자산을 가진 부유층 가운데서 부동산 경기 상승으로 자산을 축적한 사람은 27%, 상속으로 자산을 축적한 사람은 21%, '근로소득'으로 자산을 축적한 사람은 24.1%. 이러한 통계수치가 말해 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빈부격차의 본질이 소득 불평등이 아니라 자산 불평등에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빈부격차는 소득격차가 아니라 자산격차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자산격차에 대해 말할 때, 극소수 초부호들이 보유한 자산은 주로 금융자산이고, 자산규모가 초부호들보다 한 급 아래인 소수 부유층이 보유한 자산은 주로 부동산 자산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극소수 초부호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실태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초부호를 제외한 소수 부유층이 보유한 부동산자산의 실태는 어떠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상호 연구위원이 2010 5 18일에 발표한 보고서 '우리나라 중.고령자 가구의 자산분포 현황 분석'에 따르면, 상위계층 자산점유율은 82.2%, 중위계층 자산점유율은 17.8%, 하위계층 자산점유율은 0%인데, 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92%,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8%, 기타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
위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한 줌도 되지 않는 초부호들은 기업금융을 장악하고, 그 밖의 소수 부유층은 부동산시장을 장악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자산증식을 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 사회를 양극으로 갈라놓은 빈부격차의 실상은, 초부호들의 기업금융 장악과 소수 부유층의 부동산 장악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된 요인은 소득격차가 아니라 자산격차이므로, 소득세를 조절하여 부유층에게 증세부담을 집중시키는 대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사회보장혜택을 주는 식으로는 빈부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 부유세, 상속세, 증여세를 누진세법으로 징수하고 사회복지목적세를 신설하며 빈곤층에게 세금감면혜택을 주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정책으로는 빈부격차를 부분적, 일시적으로만 해소할 수 있다. 자산격차를 해소할 근본적인 정책이 따로 요구되는 것이다.
자산격차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정책은 초부호들이 금융적으로 장악한 대기업과 소수 부유층이 투기적으로 장악한 부동산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이것을 중요산업 국유화라 한다. 중요산업 국유화만이 자산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특히 국유화하여야 할 중요산업 가운데서 부동산 산업이 중요한 대상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복지사회담론
민주주의변혁은 중요산업을 국유화하여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예컨대, 중요산업을 점진적으로 국유화하고 있는 베네주엘라의 경우, 1998년에 총인구 대비 17.1%이었던 빈곤계층 비율이 2007년에는 7.9%로 감소하였고, 차베스 정권 집권 10년 동안 절대빈곤율은 총인구 대비 20.3%에서 9.5%, 실업률은 15%에서 7%, 유아사망률은 21.4%에서 13.7%로 각각 감소하였다. 베네주엘라의 그러한 현실변화는 중요산업 국유화가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객관적 현실로 입증한 것이다.
우리식 변혁담론에서 말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전국민의 보편적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저소득층의 무상주거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진보적 사회안전망 확립을 요구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을 추구하는 중도좌파정당이 집권하였을 때 비로소 중요산업을 국유화하여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차 중도좌파정당이 집권하는 경우, 부실하기 짝이 없어 거의 있으나 마나 한 기존 사회안전망을 진보적으로 개혁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개혁한 진보적 사회안전망을 가동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있어야 한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사회복지강령을 구현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하는 방도는 중요산업 국유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이나 민주당 일각에서만이 아니라 심지어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복지사회담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할 방도를 제시하지 못하는 복지사회담론은 탁상공론처럼 들린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조세제도를 진보적으로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그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 조세제도를 진보적으로 개혁하여 높은 수준의 사회안전망을 완비하였다는 스웨덴식 복지사회담론은, 자본주의세계시장이 오늘처럼 전반적 파탄위기에 빠지는 경우 무의미해지는 실패담론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현실을 살펴보면, 그 나라는 1990년 이후 금융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8년에 미화 2,000억 달러를 쏟아부은 구제금융조치를 취하여 간신히 파산위기를 넘겼으나, 2009 2월 초에 또 다시 60억 달러를 쏟아부은 구제금융조치를 긴급히 취하였다. 그러나 구제금융조치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스웨덴 경제위기는 이처럼 지난 20년 동안 차츰 악화되어 오다가, 10년 전부터는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를 밑둥부터 뒤흔들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를 뒤흔드는 불길한 파장은 정치권을 강타하였다. 복지사회담론을 중시하는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녹색당과 정치적으로 연합하여 세운 적록연립정부(red-green coalition government) 2006 9월에 선거패배로 퇴장하고, 그 대신 온건당, 자유당, 중도당, 기독교민주당으로 이루어진 우파연합이 2006년부터 연속 두 차례 선거에서 승리하여 우파연립정부를 세웠으며, 거기에 더하여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하는 등 우파정당이 활개치고 있다.
스웨덴 우파연립정부가 지난 4년 임기에 수행하였고, 그리고 앞으로 4년 임기에 계속 수행할 과업은 복지사회의 점진적 해체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정권이 건설한 복지사회는, 우파연립정부가 부유세를 폐지하고, 보편적 복지정책을 후퇴시키며, 이른바 시장친화정책을 추진하고, 빈부격차를 키우면서 점진적으로 해체되는 중이다. 사회민주주의정책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부유세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순으로 폐지되는 중이다. 스웨덴 의료기관 민영화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스웨덴 공립학교 민영화는 1990년부터 시작되었다.
유럽연합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 3월 현재 스웨덴 청년 실업률은 26%로 상승하였는데, 이것은 스웨덴 1인당 평균소득의 60% 이하 임금을 받는 청년계층이 2001년에 비해 두 배로 급증한 것이다. 스웨덴의 청년실업률은 유럽연합에서 최고 수준이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추구해온 스웨덴식 복지사회는 역사적 발전전망을 상실하였다.
경제위기 속에 복지사회를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있는 스웨덴의 현실이 말해 주는 것은, 사회체제를 진보적으로 개조하지 않고 달랑 조세제도만 진보적으로 개혁한 복지사회의 불안정한 기반은, 자본주의세계시장의 전반적 파산위기로 무너지고 결국 복지사회 자체가 해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세계시장의 전반적 파산위기가 우연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불가피한 귀결인 것처럼, 스웨덴식 복지사회의 점진적 해체도 불가피한 실패의 결말로 다가오는 중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변혁과 무관한 스웨덴식 복지사회담론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의 중요산업 국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식 복지사회담론을 제기해야 한다. (2010 11 17일 작성)

2010/11/11

[변혁과 진보 (11)] 공동전선의 목표, 제4시나리오의 실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우리식 변혁담론에서 말하는 공동전선

열세한 정치세력이 우세한 정적과 맞서 싸워 이기는 방도는 가지 뿐이다. 방도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흩어져 있는 힘을 모으는 역량결집이다. 열세한 정치세력이 흩어져 있는 힘을 결집시킬 우세한 정적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열세한 정치세력들이 우세한 정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기들의 분산된 힘을 결집하는 것이 정치연합이다. 정치노선은 서로 다르지만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정치세력들이 공동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들의 역량을 전선으로 결집시키는 정치연합, 바로 이것을 공동전선이라 한다.

시대 변천과 정세 변화에 따라 전선의 이름은 통일전선, 협동전선, 연합전선, 공동전선 등으로 바뀌었는데, 우리식 변혁담론에서는 공동전선이라는 이름을 쓴다. 전선의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전선을 구축하는 방도와 전선이 포괄하는 범위도 내외변혁정세, 사회계급관계, 정치세력관계의 변화에 따라 재해석되었다.

우리식 변혁담론에서 논하는 공동전선이란 당연히 민주주의변혁론에서 성립되는 개념이다. 주목하는 것은, 우리식 변혁담론이 제기하는 공동전선 구축이 민주주의변혁의 일개 전술이 아니라 변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공동전선 구축이 민주주의변혁의 전략이라는 명제는 진리를 내포한다. 진리는 국면전환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하였다가 국면이 유리하게 바뀌면 각자 흩어지는 일시적 전술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전선에서 싸우는 전략을 밝혀 준다. 마디로 말해서, 공동전선 구축은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하는 중요한 전략과업인 것이다. 분산되고 열세한 정치역량들이 결집할 , 이해관계에 따라 결집하면 전술과업이 되고, 공동목적에 따라 결집하면 전략과업이 된다.

1987년형 민주화운동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민주주의변혁담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동전선 개념을 분산된 정치역량을 결집시켜 우파정권에 맞서 싸우는 전술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이른바 반이명박전선이란 개념이 그런 수준의 개념이다. 그러나 그와 다르게, 우리식 변혁담론은 민주주의변혁의 견지에서 공동전선 개념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반이명박전선을 뛰어넘는 공고하고 강력한 전선, 말하자면 민주주의변혁의 공동전선을 논하게 된다.

민주주의변혁의 공동전선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전선은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하기 위해 구축하는 공동전선이다.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는 말은, 시기 우리가 구축할 공동전선이 공동집권전선이라는 뜻이며, 공동집권 이후에도 전선에서 민주주의변혁을 밀고 나간다는 뜻이다.
 
공동전선을 공동집권전선이 아니라 반이명박전선으로 좁혀서 생각하는 것은, 공동전선전략을 국면전환전술로 격하시키는 착오다. 공동전선을 국면전환을 위한 일시적 선거연합전술 정도로 생각하는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야 하며, 민주주의변혁의 공동전선전략에 배치되는 진보정당 독자생존론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관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무엇을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하는가?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파트너스와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우편(email)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야당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민주노동당만이 진보정당 영상(27.2%) 복지중시 영상(25.0%)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중도좌파정당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식 변혁담론이 유일한 중도좌파정당을 중심으로 공동전선전략을 논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에 놓고 시기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을 바라보면, 쪽에 중도우파정당들인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이 있고, 다른 쪽에 진보신당이 있다.

우리식 변혁담론에서 공동전선전략을 논할 중시하는 가지 요체는 정치노선, 이해관계, 공동목적이다.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은 정치노선이 서로 다르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똑같기 때문에 공동목적을 갖게 된다. 이해관계의 공통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노선이 서로 달라도 공동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지형에서 우리식 변혁담론이 제기하는 논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정치노선이 서로 다른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이 정치역량을 결집하여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만일 정치노선이 같은 중도좌파정당들끼리 정치역량을 결집하는 경우는 공동전선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통합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공동전선 구축과 통합정당 건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진보신당을 민주노동당과 똑같은 중도좌파정당이라고 인정하는 경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통합하면서, 이외의 진보정치세력들까지 폭넓게 결집하는 진보대통합당 건설문제가 제기되는데, 문제는 공동전선론이 아니라 당건설론에서 제기되는 것이므로 별도의 글에서 논할 필요가 있다.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은 단일정당으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전선으로 결집되어야 한다. 이른바 '복지동맹' 기치 아래 5 야당을 단일정당으로 통합시키자는 이른바 ' 텐트론' 제기되었고, '민주진보세력' 총결집하는 야권단일정당 건설론도 제기되었지만, 그러한 주장들은 미국식 양당체제를 고착화하여 중도좌파정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강령과 자주적 평화통일강령을 훼손하는 치명적 오류다.

좌파정당과 중도좌파정당이 연합정치를 실현하면 좌파공동전선이 구축될 것이고, 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연합정치를 실현하면 우파공동전선이 구축될 것이다. 좌파정당은 없고 중도좌파정당만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구축되는 공동전선은 좌파공동전선으로는 없고 당연히 중도파공동전선으로 된다

둘째,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공동집권과 공동정부수립이라는 공동목적을 갖는다. 명백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중도파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목적은, 우파정부와 우파정당을 반대하는 단순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공동으로 집권하여 공동정부를 세우기 위함이다.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공동으로 집권하여 세우는 중도파공동정부를 중도연립정부라 한다. 우리식 변혁담론에서 말하는 4시나리오는 그러한 중도연립정부를 세우는 공동집권 시나리오다.


4시나리오를 향한 민심의 흐름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가 2010 10 7 사회디자인연구소 의뢰를 받아 남측 전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한겨레가 2010 10 10일에 보도하였다. 놀라운 것은, 만일 야권단일정당이 창당되면 응답자의 64.6% 지지하겠다고 답하였고, 5.6% 당원으로 가입하겠다고 답하였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변혁의 공동전선전략을 알지 못하는 여론조사기관이나 응답자들이 야권단일정당 건설이라는 용어를 써서 자기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였지만, 여론조사결과는 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공동전선 구축을 얼마나 절실하게 요구하는지를 말해 준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아래와 같은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여당후보와 야당후보가 대선에서 1 1 맞설 경우, 야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였고, 여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1.0%였다. 또한 총선에서 1 1 맞설 경우, 야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5.3%였고, 여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9.1%였다.

둘째,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설문에서는 "모든 야당이 하나로 통합하여 단일정당을 만들고, 단일정당에서 후보를 내는 방법" 지지한 응답비율이 35.1% 나왔고, "모든 야당이 공동정부 수립을 약속하고, 최종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하는 방법" 지지한 응답비율이 23.9% 나왔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이 통합하여 중도우파 단일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이 위의 여론조사 결과에 나온 표현대로 "공동정부 수립을 약속하고, 최종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하는 방법" 실현가능성이 있는 대안일 뿐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 과업이다. 위의 여론조사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들이 공동정부 수립을 약속하고 후보단일화는 실현하는 경우, 대선 득표율을 30% 이상 끌어올려 당선권에 들어설 있다는 점이다.

설명할 필요 없이, 위의 여론조사결과는 민심이 공동전선 구축과 공동정부 수립을 지향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한 민심의 지향을 뒤집어 읽으면,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들이 만일 공동전선 구축에 실패하고 공동정부 수립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2012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이반으로 대패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온다.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공동집권전략을 추진하여 공동정부를 수립하는 4시나리오는 공상적 정치소설이 아니라 민심을 반영한 당면과업이며,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하기 위한 가지 선택적 대안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사실상 유일무이한 대안이다.

대안은 이런 실험을 이미 시작하였다. 2010 11 9 경상남도 도청 회의실에서 경상남도 민주도정협의회가 출범식을 가졌다. 지역정치권 대표자들, 지역사회단체 대표자들, 전문가들 22명으로 구성된 협의회에는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 야당 대표자 6명이 참여하였고,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민주민생경남회의 공동대표, 경남장애인인권연맹 상임대표 등이 사회단체 대표로 참여하였으며,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창원대 사학과 교수, 마산상공회의소 회장, 농촌진흥청장, 경남여성회장 등이 전문가로 참여하였다. 진보신당 경남도당만 불참하였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민주도정협의회는 지방공동정부라고 있는데, 4시나리오에서 말하는 공동정부 수립은 일개 차원의 지방공동정부 출범과는 비교할 없을 만큼 거대한 의의를 갖는다

1 중도좌파정당과 3 중도우파정당들이 공동정부를 수립하려면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민주노동당이 2012 총선에서 득표율을 크게 끌어올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원내 교섭단체도 되지 못한 1 중도좌파정당이 3 중도우파정당들과 정치적으로 연합하여 공동정부를 수립하는 경우, 공동정부 안에서 '힘의 균형' 잡지 못해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섯 석밖에 없는 민주노동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버거운 과업이지만, 공동정부 수립에 필수적이다.

둘째, 민주당이 개혁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난 시기 민주당은 개혁정당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우파정당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거나 우파정당의 반개혁적 정책에 끌려간 적이 번이 아니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존재감 없는 무능정당으로 무시하는 까닭은 당의 개혁적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개혁파가 복지사회담론을 정면에 제기한 것은, 민주당이 개혁적 정체성을 확립할 중요한 발전계기로 보인다.

우리식 변혁담론에서 민주당의 개혁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까닭은, 민주주의변혁의 공동전선전략에서 말하는 공동정부가 변혁적 중도좌파정당과 개혁적 중도우파정당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새로운 형의 중도파공동정부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의 중도파공동정부가 민주주의변혁을 위해 장차 어떤 과업을 수행하게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한다.

민주주의변혁을 위하여, 그리고 민심을 반영하여 공동정부 수립문제를 제기하여야 정당은 중도좌파정당이다. 그런데 공동정부 수립문제를 먼저 제기한 쪽은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대통합당 건설문제에 열중하다가 의제선점효과를 잃어버리고 있다. 누구나 예감하는 것처럼, 미래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기회는 여러 차례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는 2012년에 차례만 주어질 것이고, 준비기간은 2011년에 한정되었다. 어물어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2010 11 10 작성)